치사량의 우울을 먹는 걸 우리는 자결이라고 한다며

그 길에서는 조그만 새끼 고양이마저 우울을 먹는대

먹을 게 없어서 작달막한 몸에 꾸역꾸역 우울을 쌓는대

난 아무도 모르는 밤에 죽고 싶었어 아무도 모르게 죽고 싶었어

그러나 사랑하기 그지없는 이 시간을 망치고 싶지는 않았어

그냥 나는 아름다운 죽음을 동경했을 뿐이지

치사량의 눈물을 삼키는 걸 우리는 자결이라고 한다며

차마 땅을 적실 수가 없어서 그렇게 삼키고만 있었대

버글버글한 인간들 사이에서도 고독사가 사인이래

휘하던 밤에 묵직하고 축축한 음절들이 수습할 수 없이 뭉개지면

그 보잘것없는 활자가 유서가 되지 않기를 바라던 때가 있었어

희미한 겨울 냄새를 먹어 치우며 꾸역꾸역 살아야 했던 때가 있었다면 넌 믿을 수 있겠니 내 좀먹은 음영까지 시인할 수 있겠니


언제나 푸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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