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하고 있던 모든 일이 힘들어지는 날이였다.

그래, 문득 그런 날.

세차게 내리는 빗줄기를 맞으며 가만히 서 하늘을 바라보는 천희의 모습이 어딘가 위태로워 보였다. 그렇게 한참을 비를 맞으며 어둑한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을까. 파란 빛을 내던 천희의 눈이 암갈색으로 변하더니 이내 눈물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런 천희가 자신이 눈물을 흘린 다는 것을 인지 했는지 지긋이 눈을 감았다.

하늘을 바라보던 그 자세 그대로.

그렇게 한참을 있었을까 근처를 지나가던 상의원 한명이 천희의 모습을 보고는 당황하여 빠르게 유호를 부르러 갔다. 그런 다급한 부름에 천희에게 다가간 유호가 천희의 눈물을 보고는 미세한 살기를 흘리며 물었다.

"누굽니까."

화가 잔뜩난 유호의 어투에 천희가 다급하게 눈을 덮으며 고개를 돌리려 했지만 눈을 가리려던 손과 돌려지던 고개를 유호에게 붙잡혀 그러지 못했다.

"...."

유호의 물음에 대답할 만한 답을 찾지 못해 침묵하자 유호가 천희의 얼굴에 조심스럽게 손을 대었다.

"대답하시죠."

한참을 비를 맞고 있었던 것인지 온몸을 젖은 체로 울고 있는 도련놈의 얼굴에 옅은 홍조가 올라와 있었다. 눈은 풀려 있었고.

"유호오.. 그런거 아니야..."

자신의 손에 얼굴을 기대 도리질을 하며 대답을 하는 도련놈에 모습에 유호는 기가찼다.

이어서 아무것도 아니라는 대답에 유호가 날카로운 눈으로 바라보다 굳었다.

천희가 유호의 품에 파고들 듯 안겼기때문이다.

"유호.. 나 추워어..."

춥다 말하며 자신에게 더 파고드는 천희에 유호가 쯧 하고 혀를 차더니 천희를 가볍게 안아올려 제갈린의 ㅂ방으로 빠르게 향했다.

혹여라도 열이 오른 천희 어지러울까 아주 조심스럽게.

***

자신의 방에 급하게 들어온 유호를 의아하게 쳐다보던 제갈린이 천희의 붉어진 눈가를 보더니 나즈막히 물었다.

"누구지?"

"아... 그런거 아니에요.."

따듯한 방안 때문인지 졸음이 몰려오는 듯 보이는 천희의 모습에 제갈린이 약을 가져와 거의 잠에 든 천희를 깨워 약을 먹였다.

"왜 울었는지 말해줄수는 없느냐..?"

"...그으게..."

자신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유호와 스승님에 대답 하지 않으려던 마지못해 대답했다.

"그냥.. 문득 모든게 힘들어지는 그런 날이 있어요. 정말 문득. 그런 날이 되면 뭔가.... 뭔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힘들어서요..."

"....."

우물쭈물 눈치를 보며 대답하는 천희의 모습에 제갈린이 천희의 머리를 조용히 쓰다듬으며 안아주었다.

"도련놈 그러니까 무리하지 말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유호는 한참을 잔소리를 하다 며칠 쉬라 말한뒤 나갔다.

"유호 말대로 며칠을 쉬자꾸나."

"네에..."

다정하기도 틱틱대기도 하면서 자신의 챙기는 두사람의 모습에 천희의 눈에서 다시금 눈물이 비집고 나왔다.

본래 아플때 누군가 챙겨주면 서러워지기에.

더군다나 늘상 혼자였던 진천희에게 이런 온기는 너무나 기꺼웠기에.

그렇게 천희는 한참을 울다가 제갈린의 품에서 잠에 들었다.



나간 유호가 말 안 듣는 환자들을 관리했다는 후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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