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치른 전력 160207

주제 : 빛바랜 사진

고시키 츠토무x야치 히토카




야치 히토카의 지갑을 열면 가장 먼저 보이는 건 흐릿한 빛깔의 사진이다. 꼭 흑백 사진처럼 희끄무레한 빛깔 속엔 어린 히토카가 칼 같은 단발머리 아이의 손을 꼭 잡고 환하게 웃고 있었다. 보통은 히토카만 그 사진을 보았는데, 오늘만큼은 카라스노 남자 배구부 1학년들도 그 사진을 함께 보고 있었다.

“야치, 이 사진은 왜 색이 이래?”

사진을 한참 신기하게 보던 히나타가 물었다. 히토카는 그 질문에 어색하게 웃고 손을 꼼지락거렸다.

“으응, 책상 위에 매일같이 두고 보다가, 햇빛에 바랬어. 엄청 옛날에 찍은 거거든.”

“엄청 옛날? 언제쯤?”

“으음, 10년? 유치원 친구야. 나랑 제일 친했어.”

배시시, 입꼬리를 올리는 히토카의 얼굴이 보드라웠다. 야치는 좋은 친구네! 히나타가 방긋 웃으며 지갑을 돌려줬다. 물끄러미 히토카의 지갑을 따라 시선을 옮기던 츠키시마가 툭, 질문을 뱉었다.

“근데 남자 아니야?”

“엣, 아냐, 츳쨩은 여자야.”

히토카는 도리질 치며 부정했다. 굳은 믿음이 히토카의 눈 안에서 초롱초롱하게 빛나고 있었다. 츠키시마는 물끄러미 그 눈을 보다 대답했다.

“남자일걸.”


* * *


“1030엔입니다.”

앗, 많이 샀다. 히토카는 미리 준비해둔 동전 세 개를 먼저 내려놓고 허둥지둥 지갑을 열었다. 한 손 가득 동전을 쥔 채 움직이려니 하나둘씩 손안에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천 엔, 천 엔짜리 지폐가 왜 없지? 히토카가 이천엔 지폐를 겨우 꺼내 내밀었을 때, 손안에서 결국 동전이 후드득 떨어졌다.

“앗,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히토카는 지갑을 계산대에 던지듯 내려놓고 얼른 쪼그려 앉았다. 치마만 대충 정리하고 동전을 주웠다. 어, 어쩌지, 나 때문에 뒷사람이 피해를 보고 있어. 급한 마음에 동전을 집으려니 오늘따라 왜 이렇게 힘든지. 히토카는 잘 잡히지 않는 동전들에 울상을 지었다.

“도와드릴게요.”

뒤에 서 있던 손님이 주저앉아 손을 뻗었다. 히토카는 시선도 주지 않고 고개만 꾸벅였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반사적으로 인사하며 남은 동전을 주워들고 히토카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같이 동전을 주워주던 손님도 같이 일어나며 히토카에게 손을 내밀었다.

“감사합니다.”

조금 울상으로 히토카가 동전을 받았다. 다시 불안하게 한 손에 동전을 드는 모습에 손님이 다시 손을 내밀었다.

“잠깐 들어드릴게요.”

“아, 어, 감사합니다.”

히토카는 머뭇거리다 뒷사람이 내민 손 위에 동전을 와르르 쏟았다. 꽤 큰 손 위에도 반절이 가려질 만큼 동전이 가득했다. 용케 작은 손에 들고 있었다. 손님은 힐끗, 히토카의 손을 보다 또르르, 눈을 굴렸다. 손이 지갑을 잡고 거스름돈으로 나온 천 엔을 집어넣었다. 문득, 사진 한 장이 보였다.

“어?”

“예?”

꼭 저를 부르는 듯한 소리에 히토카가 고개를 돌렸다. 손님은 동전을 들고 있던 손을 그대로 움직여 히토카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다시금 지갑의 사진을 보고, 큰 소리를 냈다.

“히토카쨩?”

“네, 네?”

“츠토무? 뭔 일 있어?”

편의점을 울리는 큰 목소리에 냉장고 앞에서 먹을 걸 고르던 친구가 되물었다.

“츠토무? 츳쨩?”

그리고 그 목소리를 들은 히토카가 손님, 츠토무를 보며 되물었다. 아무래도 제 기억 속에 남아있는 츳쨩과 너무 다른 모습에 히토카의 눈이 세차게 흔들렸다. 사진이 빛바랜 만큼 기억은 희미해서, 히토카는 칼 같은 앞머리만 알아볼 수 있었다. 아무 말도 오가지 않는 두 사람 사이로, 동전이 떨어지는 뒤늦은 소리만 울려 퍼졌다.



현재는 하이큐, 데못죽 위주 덕질 중. 마음의 고향은 룬의 아이들, 해리포터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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