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전의 상가가 시끄럽다. 열한 시쯤의 시간대면 고요한 게 보통인데, 아무래도 보통이 아니었다.


“죽지 마, 죽지 마 제발.”


승연이 흐느꼈다. 그가 울먹이면서 길바닥을 무작정 뛴다. 반팔 티셔츠가 등에 착 달라붙어 있다. 땀이 줄줄 흘러 온몸이 푹 젖었는데도 승연은 추운 사람처럼 벌벌댔다. 뭘 끌어안은 제 팔 안을 자꾸만 내려다본다. 품속에 든 우석의 얼굴이 시허옇고 창백했다. 죽은 것처럼 눈을 감고 있는데 다행히 숨은 쌕쌕 내쉰다. 승연은 제 주인의 등과 무릎 아래에 각각 팔을 받쳐 바로 뉘여 든 채로 그렇게 뛴다. 우석의 마른 종아리가 조승연 팔뚝 위에서 힘없이 흔들렸다. 가는 양 아래팔을 끔찍하게 동여매 놓은 청테이프 끄트머리가 너덜너덜하다.

정신 차려. 죽으면 안 돼. 승연이 실성한 사람처럼 계속 뛴다. 고개를 마구 돌려가며 병원을 찾는다. 꼬불꼬불한 글자들이 눈앞에서 빙글빙글 돈다. 글씨가, 너무 많다.

심호흡하고 진정해야 하는데. 천천히 꼼꼼하게 읽어야 읽을 수 있는데. 병원이라고 써 있는 데를 가야 되는데! 조승연의 머리가 뒤죽박죽 섞이고 막연한 두려움에 정신이 아득해진다. 높다란 건물들엔 저마다 빨강 파랑 초록…. 정신없고 강렬한 간판들이 아주 빽빽하게 들어차 있었지만 그 중 병원이라는 단어는 도저히 눈에 들어오질 않는다. ㅂ,ㅕ,ㅇ,ㅇ,ㅜ,ㅓ,ㄴ, 이니까, ㅂ이라고 가장 맨 위에 써 있는 건데. 동그라미가 아래 하나, 위에 하나 두 개씩 달린 거라고! 병원 뭔지 알아. 찾을 수 있어. 내가 병원 빨리 찾을 테니까 주인님 그때까지 절대 죽으면 안 돼…

승연은 계속 뛰었다. 병원은 아직도 없었다. 누군가 혼비백산이 되어 병원이란 말만 반복하는 승연을 봤다면 어디인지 가르쳐주었을 수도 있었겠지만, 토요일 오전이라니, 하필 가장 한산할 시간대였다. 그래서 승연은 계속, 계속 뛰었다. 건물 사이를 가로지르고 신호등을 무단횡단하고 쓰레기통을 발로 차고 소리를 질러가면서 뛰었다. 그러는 내내 우석은 정신 못 차리고 승연의 팔 안에서 앓았다. 왜 조승연이 주말 아침부터 침대에 꼼짝도 못하도록 묶어 놓았던 제 주인을 끌어안고 나와 근처 상가를 질주하고 있는지 알기 위해서는 조금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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