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wig-잊힌 인형 뮤비-https://www.youtube.com/watch?v=YRPrB9kJL_I&t=1s




그가 별안간 찾아온 오르골에게 노래를 가르쳐 주기로 한 것은, 처음엔 단순한 충동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 오르골의 노래는 본인이 듣기에 늘 어딘가 어색했고, 그 인형 역시 커다란 공간에서 멍하니 누워 있는 것보단 뭐라도 하는 게 낫다고 여겼다. 그렇게 충동적으로 인형의 가르침은 시작되었다.

 충동에 의해 시작된 가르침이었지만, 점차 날을 거듭할수록 잘 갖춰진 부드러운 노래가 완성되기 시작했다. 인형은 오르골의 노래에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는 제 주인의 모습을 먼발치에서나마 지켜보기만 했다. 가끔 제자의 말을 빌려 다시 자기를 기억할 수 있도록 만들까 했지만, 그럴 때마다 흉하게 뒤틀린 날개랑 굳어버린 다리가 눈에 들어오며 늘 처음 만들어질 적의 상처가 떠오르고는 했다. 눈을 뜨자마자 몇 걸음 걸었다고 비참히 무너져내린 모습, 그런 자신을 보며 끝내 고개를 돌려 버린 주인의 표정이 떠올랐다. 괜히 다가갔다 또다시 비수가 꽂히지는 않을까 두려웠다. 

 그런 그와 달리 오르골은 흠없이 태어난 몸이었고, 시간이 지나며 주인의 관심도 한몸에 받고 있었다. 자신과는 너무나도 다른 곳에 놓여 있던 그는 언제든지 관심을 가져갈 기회가 많았다. 그렇기에 인형은 그 오르골을 자신의 수명이 닿는 데까지 가르치기로 했다. 절대 그 맑은 눈을 자신처럼 만들고 싶지 않았다. 조금 더 솔직해지자면, 자신이 이루지 못한 걸 그 오르골을 통해 이루고 싶다는 약간의 이기심도 있었다. 

"난 원래 이랬지만, 넌 아니야. 그러니까 반드시 붙잡아. 너만큼은, 절대로 버려져선 안 돼..."

 자신의 마지막 밤에 평정심을 잃은 인형은 끝내 지독한 꼴을 보이고 말았다. 생이 끝나간다는 본능적인 두려움이 솟구치면서도 제 눈앞에 있는 오르골을 붙들고 몇 번이고 경고했다. 그가 알아들었을지는 미지수였다. 그러나 인형은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말을 전하고, 오르골을 돌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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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하네.


-그 녀석은 잘 갔으려나...? 돌아오진 않겠지?


-그래, 그래도...


-......날 기억해 줄 녀석이 생겼네.


-다행이야.


-...안녕.

여긴 또 어디인가 나는 또 누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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