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는 실험이다.


온라인에서 글을 쓸 때 나는 실험을 주저하지 않는다. 이런저런 글쓰기 가설을 시도해보고 결과를 받아본다. 더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 말이다.


실험을 할 때는 나름 과정이 있다.


 첫째, 글쓰기 실험도 가설을 정해야 한다.


주로 글쓰기에서 가설은 독자와 관련돼 있다. 시작할 때 독자는 형체가 없다.


막연한 감으로 그들을 상상해야 한다. 물론 본인이 속한 세대, 성, 지역, 취향, 직업 등 다양한 정체성에 근거해 정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은 말 그대로 잠정적인 가설일 뿐이다. 정말 내 글을 읽어줄 독자가 있을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 이것이 우리가 글쓰기에서도 실험을 해야 하는 이유다.


독자를 정할 때는 결국 내가 잘 알고 친숙한 이들에게서 출발할 수밖에 없다. 인간의 상상력이란 본인이 경험한 것 이상 밖으로 뻗어가지 못한다. 대부분 상상의 빈곤에 시달리는 이유는 단조로운 생활 때문이다.


독자를 먼저 상상하라.


글쓰기 테스트를 시작할 때 가설을 잡기가 만만치 않다.


독자의 문제란 내가 쓰는 글의 장르와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글쓰기는 창작이지만 무에서 출발하는 작업은 아니다.


기존 장르에서 작업을 하거나 또는 변형해야 한다. 요즘 내가 하는 글쓰기 장르는 2가지다. ‘자기계발’과 ‘글쓰기방법’ 분야다. 각각 분야를 나는 나름대로 ‘자기배려의 기술’과 ‘온라인 글쓰기 기술’이란 명칭을 붙였다. 더 세부적인 이름을 생각할 수는 있으나 일단은 시작 단계에서 큰 범주에서 작업하기로 마음 먹었다.


장르를 좁혀서 작업할수록 더 세부적인 독자의 목소리를 듣는 게 가능하다. 그러나 실험 단계에서 넓어도 상관없다. 얼마든지 추후 수정이 가능할 터이니 말이다.


장르는 앞으로 본격적으로 활동할 장이니 독자와 함께 고려하라.


 둘째, 글쓰기 테스트를 할 때는 시간을 고려해야 한다.


테스트를 하는 이유는 결과를 받아 보기 위해서다. 온라인에서는 데이터를 확보하기가 쉽다.


그런데 얼마나 테스트 해야 할까. 한 편의 글로 실험을 하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무명의 작가에게 그 정도의 양가지고는 아무런 반응도 이끌지 못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충분한 평가를 받을 정도의 시간이다. 단순히 글 한 편 내지 여러 편이 아니라 시간을 기준으로 정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나는 수개월의 시간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와 함께 글의 분량도 같이 고려해야 한다. 과연 일주일 내지 한 달 몇 편의 글을 쓸 것인가.


개인의 사정에 따라 답변은 다를 것이다.


처음 글쓰기 실험을 시작할 때는 매일 쓰기가 목표였다.


처음 몇 개월은 이를 잘 지켰다. 그러나 언제나 고비가 찾아온다. 그래서 내가 요즘 타협한 횟수는 평일은 매일 쓰고 휴일은 쉰다는 규칙이다. 이에 비춰보면 한 달에 적어도 4주 20편의 글을 양산하는 셈이다. 누군가에게 적고 누군가에게 많은 횟수이다.


중요한 것은 양이다. 글쓰기 실험을 할 때 마음먹었던 다짐 중 하나는 질 보다 양에 더 신경 쓰자는 것이었다. 양에서 질로 전환되리라는 구호를 외치면서 말이다.


일정한 분량, 일정한 횟수로 글을 꾸준히 써라.


셋째, 글쓰기 실험도 평가를 해야 한다.

 

평가는 일정한 시간이 지나야 가능하다. 물론 온라인 글쓰기 장점은 바로바로 통계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처음부터 일희일비하지 말자. 잦은 통계 조회는 내가 볼 때 스트레스다. 반응이 있는 글도 있고 그냥 스치는 글도 나오기 마련이다. 그런데 매일 접속해 조회수, 좋아요, 공유 등을 확인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많다. 그 자체가 자신의 접속불안증후군만 키울 뿐이다.


처음에는 진득하니 쓰는 행위 자체에 집중하는 게 제일 좋다. 평가는 일정한 시간이 흐른 뒤 해도 늦지 않다. 적어도 수개월이 지난 뒤 평가를 해보자.


수개월이 지나야 의미 있는 통계량이 모인다.


평가에서 확인할 것은 단순히 데이터가 아니다.

일단 자신의 글쓰기 근력을 확인하는 계기다. 일정한 기간 동안 쓸 수 있는 역량은 작가로서 기본적인 능력을 확인하는 것이다. 꾸준히 쓸 수 있다면 일단 오케이다. 다음으로 확인할 것은 앞서 언급한 독자의 반응이다. 사실 이 반응을 보기 위해 수개월 고생을 한 셈이다.


그런데 글쓰기 실험을 하는 어떤 장소든 만족할 만한 데이터를 제공하는 곳은 없는 듯 하다. 단순히 조회수, 좋아요수, 구독자수, 추이 등이 다다. 그런 점에서 데이터를 다각도로 분석하는 일은 글쓴이의 노력이 들어가야 한다.


평가에서 기존 장르와 독자 등을 고수할지를 결정하라.


글을 쓸 때면 묘한 희열을 느낄 때가 있다.


평범한 일상에 파장을 일으키는 작업이다. 내 가슴 한 구석에 의미 있는 일을 한다는 만족에 뿌듯하다. 아마도 글뿐만 아니라 다른 창작도 비슷할 것이다. 쓸모 있는 일을 한다는 효능감이야 말로 창작의 동력이다. 이 불을 끄지 않고 계속 타오르기 위해 실험이 필요하다.


실험이 계속돼야 할 이유다.





쓰고 싶은 것과 읽고 싶은 것 사이 어딘가에서 쓰는 글쓴이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주제로 교양서 한 권을 썼다. 문의 cogitoyan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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