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619]창작노트 10
횟집 사장님
가끔씩 내가 죽인 벌레를 보면 스스로에게 혐오감이 들 때가 있다. 작지만 어쨌든 생명을 죽였다는 사실에 나라는 사람이 끔찍하게 느껴진다. 우리 가게 옆은 횟집인데 그곳 사장님은 좋은 사람이다. 젓가락을 빌려고 꼭 답례를 하는 그런 사람. 신세를 지면 공짜로 넘어가는 법이 없고 우리 아빠의 괜한 참견에도 웃으시는 분이다. 오늘은 그 사장님이 수조에서 광어를 꺼내는 모습을 보았다. 수조에서 올려진 광어는 빨간 양동이 안에서 퍼덕거렸다. 살겠다고 퍼덕거렸다. 사장님은 그 양동이를 들고 유유히 가게로 들어가 광어를 죽이겠지. 죽여서 살 한 점 한 점 발라내겠지. 착하고 상냥한 사장님은 매일 생명을 죽인다. 그런 생각을 하니 갑자기 착해 보였던 사장님이 역겹고 혐오스럽게 느껴졌다. 벌레 한 마리를 죽여도 기분이 나쁜데 사장님은 매일 생선들을 죽이고도 늘 웃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내가 사장님을 혐오하는 건 위선이다. 나 또한 나무를 베어 아스팔트를 깔고 건물을 올린 도시에서 살고, 매일 고기를 먹으며 살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인류의 우수한 문명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다른 생명을 닥치는 대로 죽여서 만든 것이라고 생각하니 모든 게 다 위선처럼 느껴졌다. 이건 마치 좀비다. 다른 생명을 꼭 죽여서 좀비로 만들어야 하는 좀비들. 고등 생물이라는 말이 이상하게 느껴진다. 고등 생물일수록 다른 생명을 죽이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다. 우리는 지구상에서 가장 진화한 고등 생물이라고 자부하지만 그건 다른 생명들을 죽이고 살아가는 좀비나 마찬가지이다. 사실은 인간만큼 살생을 즐겨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잔인하다고 위선을 떠는 덜떨어진 동물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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