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콧 출소일 기념 뻘 글

검갬으로 동상이몽 보고싶다.

근데 늦음...ㅠ.ㅠ.ㅠ.ㅠㅠ






“피터-!”


피터는 자신을 부르는 메이의 목소리를 들었다. 귀찮은지 투덜대며 자신의 방에서 나간다. 심각한 얼굴로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 그녀를 발견한다.


[비스타 사 절도의 범인, 스콧 랭은 7월 17일에 출소 예정입니다.]


피터는 고개를 돌려 텔레비전으로 시선을 옮겼다. 화면 안에 있는 사람은 굉장히 선한 인상을 하고 있는 사람이었다. 뉴스에서 말하는 것과는 다르게 들리는 소문은 비스타 사의 비리를 알고 정의로운 도둑질을 한 것이라던데, 확실히 나쁜 일을 할 것 같은 얼굴이었다.


그리고 뭔가 사연이 있을 것 같은 눈동자.


‘이야기 해보고 싶다.’


“똑똑했던 사람이라던데, 어쩌다 범죄를 저질렀는지....”


너는 절대 엇나가면 안 된다?

피터는 놀란 눈으로 그녀를 보았다. 알겠다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리고 그렇게 피터의 기억에서 그는 조금씩 잊혀져갔다.



* * * * *



그렇게 잊을 줄 알았던 그를 만난 것은 의외의 곳에서였다.


“아, 스타크씨- 더 이상 못 하겠어요~”


피터는 가면을 벗어던지며 바닥에 드러누웠다. 엄청나게 커진 사람의 손에 맞아 머리가 빙글빙글 도는 기분이었다. 투덜거리는 피터에게 수고했다며 스타크는 날아갔다. 그가 날아가고 피터는 끙끙거리며 바닥에서 뒹굴었다. 잠깐 동안 쉬고 나니 몸의 감각들이 조금은 돌아오는 기분이다.

휴지조각처럼 구겨진 비행기 뒤쪽에서 들리는 신음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으, 누구 오렌지 조각 없나요...으..죽겠네.”


띄엄띄엄 들리는 목소리.

피터는 아까 자신을 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좀 흉악한 사람이던데...

피터는 혹시 또 문제를 일으킬 수 있으니 묶어둬야겠다는 생각을 하곤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비틀거리며 걸어갔다. 하늘이 빙글빙글 돌고 뺨은 멍든 것 같이 아팠지만 피터는 결국 쓰러져 있는 사람을 발견했다. 상태를 보니 문제를 일으킬 만큼 체력이 남아있어 보이진 않았다.


“휴-”


크게 안도의 한숨을 쉬고 그에게 다가갔다. 비틀거리던 걸음걸이, 피터는 결국 제풀에 발이 꼬여 앞으로 꼬꾸라졌다. 으악- 소리를 지르며 어떻게든 넘어지지 않으려던 몸부림은 결국 자신의 앞에 쓰러져 있는 사람에 의해 실패하고 말았다. 피터는 두 눈을 꼭 감으며 결국 넘어져버렸다.

하지만 바닥에 얼굴을 박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오히려 폭신? 아니 말랑한 전분인형 같은 느낌(그것보단 좀 더 딴딴했지만)이 양손 가득 느껴졌다. 손에 잡힌 물체가 의외로 기분 좋아서 다시 한 번 손에 힘을 줘 주물 거린다.


“흣..”


?

피터는 빠르게 눈을 떴다. 쩍 벌어져 있는 다리 사이의 자신을 깨닫는다. 그리고 적나라하게 보이는 사타구니에 사색이 되었다. 힘이 빠졌던 손에 저도 모르게 다시 힘을 주니 잡고 있던 허벅지 안쪽이 파르르 떨려왔다.


“이...봐, 흐읏..어딜 만지는 거야...!”


버럭 화를 내는 남자.

그의 얼굴을 확인한 피터의 눈은 눈알이 튀어나올 것처럼 커졌다.


“스콧 랭?!”



* * * * *



“스콧-!!”

“!!”


피터는 어벤저스 사무실이 떠나가라 스콧을 부른다. 멀리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스콧은 펄쩍 뛰었다. 그의 행동에 함께 앉아서 커피를 마시던 샘과 바튼도 덩달아 깜짝 놀랐다. 스콧은 마시던 커피를 다시 컵에 뱉고 자리에서 일어나 숨을 곳을 찾는 중이었다.


“틱택, 괜찮..?”

“놉! 전혀! 안! 괜찮아!”


평소와는 전혀 다른 모습에 바튼은 샘의 옆구리만 찌를 뿐이었다. 샘은 작게 한숨을 쉬며 스콧에게 시선을 돌렸지만 이미 어디로 사라졌는지 그는 보이지 않았다.


“무스..ㄴ”

“스콧!!!!!”


문이 열리자마자 뛰어 들어온 피터의 눈이 형형하게 빛나고 있었다. 마치 먹이를 노리고 달려드는 맹수와 같은 눈에 샘과 바튼은 한순간 말을 잇지 못했다. 피터는 자신의 시야에 두 사람 뿐이라는 것을 인지하곤 주위를 빠르게 돌아보았다.


분명 비전이 저 두 사람과 함께 있다고 했었는데.


“스콧- 여기 있는 거 다 알아요. 알고 있죠? 제 스파이더 센스?”


하지만 주위는 조용했다. 이렇게나 잘 숨었나 싶어서 바튼은 어깨를 들썩거렸다. 

아, 혹시 작아져서 도망갔나?


“..여기 없어요?”

“음...어딜 급하게 가더라고.”


샘은 피터에게 웃으며 잠시 자리에 앉으라고 권했다.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피터는 어느새 순한 초식동물 같이 변하여 시무룩한 표정을 짓는다. 눈에 띄게 서운해 하는 꼬마를 보고 있자니 샘은 스콧이 너무 피해 다니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웬만한 일엔 유하게 넘어가는 성격의 소유자가 저렇게 피하는 거지.


“스콧을 못 본지 벌써 일주일이 넘었어요. 시험기간이라고 토니씨가 어벤져스 사무실 출입금지 시키는 바람에 그동안 올수도 없었는데...”


피터의 눈가가 촉촉해진다. 톡-치면 주르륵 흐를 것 같은 얼굴. 바튼은 샘의 다시 한 번 옆구리를 푹 찌르고 빠르게 피터의 옆자리로 옮겨 앉았다. 다독여주는 손길에 결국 뚝뚝 눈물을 흘린다.


“아니, 진짜 너무 좋은데 어떡해요. 스콧을 처음 봤을 때부터 좋아했는데..훌쩍-”

“그래그래, 사람을 좋아하는 것이 나쁜 건 아니지. 네가 잘못한 것은 없어.”


흐어엉-

서럽다는 듯이 우는 피터를 보고 있자니 둘은 어찌해야할지 몰랐다.

이럴 땐 스콧이 잘 달랬는데...


원래 이렇게 스콧이 피터를 피하진 않았었다. 오히려 먼저 찾아서 잘 챙겨주고 누가 봐도 피터를 귀여워해줬었다. 하지만 어느 날부터 스콧은 피터를 피했다. 그래 명확하게 피했다.

도대체 무슨 문제가 있었던 것일까.


“제가 스콧을 너무 귀찮게 했나 봐요......”


불쌍한 표정으로 자신을 탓하는 피터에 샘과 바튼의 가슴이 말랑해졌다. 그래, 이 여린 아이가 무슨 잘못이 있는가, 그저 범법자 스콧이 모두 잘못했지.


“아냐, 너의 잘못이 아닐 거다. 스콧이 뭔가 걸리는 부분(빨간 줄이라던가)이 많기도 하고, 원래부터 생각이 많은 아저씨라서 그러는 것뿐 일거야.”


바튼은 힘겹게 웃으며 피터를 달랬다.




‘바튼 녀석 대단해, 정확히 집어냈어.’


스콧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소파 밑에 자리 잡고 앉았다. 스파이더 센스가 있다면서 본인을 찾지 못하는 피터에 감사한 마음이었다. 하지만 자신 때문에 저렇게 울고 있는 소년을 보니 지금이라도 미안하다며 달래줘야 할 것 같았다.

순간 가슴속에서 쩌릿한 기분이 든다. 스콧은 뭔가 끌어안을 것이 필요했다. 타이밍 좋게 옆을 지나가는 개미. 살짝 정신을 집중하여 개미를 불러본다. 갸웃 거리다가 이내 자신에게 다가와선 품에 안기는 개미. 꼬옥 안기는 것에 쓸쓸했던 마음 속 한쪽이 조금 채워지는 기분.


자신은 늘 혼자였다.

결혼을 했을 때도, 이혼을 당했을 때도, 감옥에 들어갔다 나왔을 때도 누구 하나 자신에게 맹목적인 사랑을 주는 이는 없었다(결혼할 때야, 뭐..). 하지만 공항에서의 싸움 이후로 자신에게 맹목적으로 사랑을 주는 이가 나타났다. 

그 사람이 바로 피터 파커였다.


처음엔 좋았다.

사랑스럽고, 너무 순수해서 그냥 자신도 그렇게 그를 받아들이려고 했었다. 하지만 웃어주는 얼굴이, 자연스럽게 다가오는 손길이, 자신을 사랑해주는 마음이 너무 좋아서 점점 더한 것을 원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커지는 자신의 마음이 무서워졌다.


‘...차라리 사라져버릴까-’


스콧은 품안의 개미를 좀 더 세게 안았다. 부드럽게 안겨주는 녀석에 눈을 살포시 감으며 미소를 머금었다.

그러다 무언가 기분 나쁘게 느껴지는 끈적함에 눈을 뜬다.

거미줄..

스콧은 머리가 삐쭉 스는 것 같았다. 눈앞에 진짜 거미가 실을 뿜으며 자신과 개미를 묶는 중이었기 때문이었다. 품 안의 개미는 도망가려고 발버둥 쳤고 스콧은 스위치가 켜진 것 마냥 소리를 질렀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악!!”


엄청난 비명소리와 함께 스콧은 커졌다. 그리고 소파 밑에 껴버렸다. 그 위에 앉아있던 피터는 밑에 깔려있는 스콧을 발견하곤 빼액 소리를 지르며 튀어 올랐다. 바튼 역시 놀란 눈을 하며 빠르게 일어섰다. 그와 동시에 피터가 소파를 번쩍 들어 올려 방구석으로 집어 던졌다.


“이 밑에 있었던 거에욧!?”


스콧은 허리가 아픈지 끙끙거리며 고개를 돌려 피터를 보았다. 붉어진 눈가, 가슴이 찌릿하게 울렸다. 괜히 눈물이 날 것 같은 기분.


“그, 미안해. 일부러 피해서..”


결국 사과할 거면서 난 왜 피해 다닌 거야.

스콧의 사과에 피터의 입꼬리가 천천히 올라갔다.


“스코옷...”


겨우 자리에 일어나서 앉은 그.

샘은 살짝 웃으며 헬멧은 벗지 않겠냐는 말을 건넸지만 스콧은 벗을 수 없었다. 자신의 얼굴이 얼마나 엉망일지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고개만 절레절레 흔드는 그의 모습에 ‘부끄러운가 봐~’ 라며 놀리는 샘과 바튼. 피터는 좀 더 활짝 웃었다.


“이젠 피하지 말아요.”


피터의 말에 스콧은 고개를 돌려 그를 보았다.

무엇에 홀린 듯 고개만 끄덕인다.


“조금은 관계가 개선 됐나?”


샘의 말에 분위기가 한층 가벼워졌다.

스콧은 그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지만 헬멧 밑으로 웃었다.


천천히, 더 다가가야지.







만족, 스럽다.


피터는 그랬다.

처음 텔레비전에서 봤을 때는 이야기 해보고 싶었을 뿐이었지만 공항 전투 후 그와 자신은 그저 친한 삼촌과 조카 같은 사이었다. 그래, 처음엔 자신도 벤 삼촌을 떠올리며 따랐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냥 평범한 고등학생이었던 자신을 바꿔 놓은 것은 스콧이었다.

자신을 보는 눈이 너무 맑았고, 웃으며 건네는 인사가 좋았고, 다가와 머리카락을 흩어 놔주는 평범한 애정이었지만 사랑을 받을수록 더욱 받고 싶어졌다. 그래서 그가 좀 더 빠져나올 수 없게 하고 싶었다.

왜냐면,

그의 모든 것을 얻고 싶었으니까.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을 바라보는 눈빛이 변한 것을 알게 되었다. 심장이 멎을 것 같이 좋았다. 피터 자신은 그가 자신에게 어떤 감정으로 시작했는지 그리고 그 감정이 어떻게 변해갔는지 알고 있었다.

똑같았으니까.

하지만 생각보다 스콧의 인내심은 강했다. 아무리 찔러도 넘어올 것 같지 않았다. 때로는 부드럽게, 귀엽게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했지만 그는 넘어오지 않았다. 아니 넘어 올 수 없었겠지. 그래서 조금 방법을 바꿨다.


오늘처럼,

남을 이용해서.

스콧은 착하니까.

역시 잘 통한다.


비전에게 샘과 바튼, 스콧이 함께 있으면 연락 달라하는 것.

그리고 시간을 두고 숨을 수 있도록 유도하고, 스파이더 센스로 그가 방안에 있는지 확인하는 것은 누워서 떡 먹기지. 없으면 제대로 일이 진행 안 되니까. 기댈 곳 없는 그에게 개미 한 마리를 주면 도망가지 않고 내 말을 잘 듣겠지. 그가 나타나야할 대목엔 거미를 풀어내면 놀라 원래의 크기로 돌아올 거야.


응,

역시 스콧은 상냥했다.

나를 믿게 되었으니, 이젠 도망갈 수 없게 해야겠어.


천천히, 더 빠져나갈 수 없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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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응ㅇ, 이게 뭐야...(도망..

블로그: blog.naver.com/kilafi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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