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 수칙


1. 이상 현상을 발견할 때마다 앞 장부터 차례대로 적을 것

2. 작성자 이름, 작성 날짜, 현상을 발견한 시간, 장소를 차례대로 기입하고 상황에 대해 정확히 작성할 것

3. 대처법이 있다면 반드시 적을 것. 만약 대처법을 발견한 경우 밑에 적어둘 것

4. 이 공책은 절대 미연, 현주, 기훈, 성철을 제외한 사람들에게 보여주지 말 것(+지온 추가!)

5. 공책은 기훈의 사물함에 있음. 작성할 때 기훈의 사물함에서 꺼내서 적고 다 적으면 다시 제자리에 갖다 놓을 것 이제 기훈이 집에 있음. 옮겨 적어둔 수칙을 잃어버리면 기훈이 집에 찾아가서 다시 옮겨적기.

ㄴ잃어버렸으면 수칙 다시 적어야 되는 거 아니냐…? 누가 보면 어쩌려고.

ㄴ동네에는 휘음 성당이 있으니까 괜찮아.



괴형동에서 지켜야할 수칙


본 수칙은 장기훈이 작성함(마지막 수정 1996년 12월 29일)


1. 자정 이후에는 밖에 나가면 안 돼. 경찰 아저씨들이 학생들을 보시면 이름이랑 어느 학교 다니는지 물어보시거든. 우리 동네는 치안이 좋지 않아서 새벽에 돌아다니면 어른들이 걱정하셔.

1.1. 만약 자정에 돌아다니다가 경찰 아저씨를 만나면 말을 잘 듣는 게 좋아. 그런데 모자를 쓰지 않은 경찰들은 의심해야 돼. 물론 모자를 쓰지 않은 경찰 아저씨들이 전부 이상한 사람인 건 아니지만, 경찰 흉내를 내는 것들이 있거든. 하지만 어깨에 견장이 없다면 대화도 하지 말고 무조건 도망쳐. 근처 파출소나 휘음 성당으로 달려가는 걸 추천할게. 모자를 깜빡하는 경우는 있어도 어깨에 달린 견장을 떼고 다니는 경찰 아저씨는 없겠지? 이건 낮에도 마찬가지야. 사칭을 조심해야 돼.


2. 괴형동에는 괴형초등학교, 광재초등학교, 괴형중학교, 괴형고등학교 이렇게 네 개의 학교 밖에 없어. 만약에 다른 이름의 학교를 봤다면 얼른 그 근처에서 벗어나. 학교에서 나오는 사람들하고는 눈도 마주치지 마.

2.1. 특히 서귀고등학교가 보이면 무조건 쳐다보지 않고 도망쳐야 돼. 학교를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들어가고 싶은 충동이 생기거든. 만약 그 안에 들어가려는 사람이 있다면 말리는 건 추천하지 않을게. 그러다 같이 끌려들어가면 빠져나갈 방법이 없어.


3. 만약 위험한 일이 생긴다면 휘음 성당으로 달려가. 하지만 괴형 교회는 가지 않는 걸 추천할게. 너희가 기독교 신자라면 다른 동네에 있는 교회로 가길 바라. 가족들한테도 꼭 괴형 교회는 들어가지 말라고 얘기하고.

ㄴ종교 동아리 애들 거기 다닌다. 걔네 딱봐도 기독교 아니던데 걔네가 괴형 교회 이상하게 만든 거 아냐? 재작년까지만 해도 멀쩡했던 거 같은데.

ㄴ정확히 말하자면 작년부터 괴형동 주민들이 단체로 홀린 것처럼 보였어.

3.1. 누가 괴형 교회로 오라며 무언가를 줬다면 그건 꼭 버리길 바라. 특히 간식을 줬다면 먹지 말고 버려. 박규민 선생님한테도 빨리 말해줄 걸 그랬어.


4. 가위손 이발소는 가지 않는 걸 추천할게. 미용실은 많으니까 꼭 갈 필요는 없겠지?

ㄴ근데 거기가 잘 자르는데… 아저씨가 진짜 가위손이야.

4.1. 만약 가위손 이발소를 이용해야 한다면 이발만 하길 바라. 머리는 절대 감지 마. 파마, 염색 등등 머리를 필수적으로 감아야 하는 건 절대로 하지 마.

4.1.1. 그리고, 당연한 이야기지만 여자들은 이용하면 안 되는 거 알지? 그런데 여자들이 가도 머리를 잘라주시는 거 같더라고. 그런데 주인 아저씨가 자기 딸에게 이발을 맡기겠다고 하는 경우가 있어. 절대 아저씨 딸이 자르게 놔 두면 안 돼. 무조건 거절하고, 아저씨한테 잘라 달라고 해. 아저씨가 여자는 자신없다, 바쁘다 등의 이유로 거절한다면 차라리 나중에 오겠다고 하고 자리를 떠나.


5. 밝음 슈퍼는 오후 10시 이후로 이용하지 마. 거기 영업 종료 시간이 10시인데, 가끔 점원 분이 마감이니 나가달라고 하지 않는 경우가 있어. 시간을 꼭 확인하고 10시 안에 슈퍼에서 나와. 그리고 미소 슈퍼는 절대 이용하지 마. 발도 들이지 마. 주인 아주머니가 들어오라고 불러도 절대로 들어가면 안 돼.

ㄴ미소 슈퍼 아줌마 우리 동네 사람이라 길에서 자주 봤어. 뭘 자꾸 주는데 그 슈퍼 음식인 거 같더라.

ㄴ절대 먹지 마.

ㄴ엑설런트도 주시던데…

ㄴ넌 그게 중요하냐?

5.1. 밝음 슈퍼에서 10시 이후까지 남아있게 된다면, 다른 점원들한테 들키지 않게 조용히 나와. 거기서 나오기만 하면 안전하니까.

ㄴ거기 점원들이 10시만 되면 뭐에 홀린 듯이 이상해지더라;;;


6. 괴형 극장에 이상한 영화 포스터가 걸려 있을 때가 있어. 그럴 때는 극장 밖으로 나가는 게 좋아. 만약에 꼭 극장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면 관에 들어가기 전에 무슨 포스터가 걸려있는지 다시 한 번 봐봐. 그 이상한 포스터가 걸려있다면 그날 영화 보는 것은 포기하고 나와.

ㄴ서울에는 CGV 생긴다는데 여기는 왜 이 극장 밖에 없냐…

6.1. 만약 포스터도 멀쩡한데 화면에 이상한 영상이 틀어진다면… 최대한 거기에서 도망쳐. 직원들이 쫓아온다면 뿌리치고 도망쳐. 직원들은 극장 밖으로 나와서도 쫓아온다고 하더라고. 휘음 성당으로 최대한 빨리 뛰어.


7. 우리 동네에 있는 햄버거 가게는 롯데리아 밖에 없어서 항상 거기에 사람이 몰려. 그런데 들어가자마자 손님이 아예 없는 경우에는 무조건 밖으로 나가. 거기 음식들은 절대로 먹으면 안 돼.

ㄴ여친이랑 영화 보러 갔다가 괴형 극장에 이상한 포스터 떠서 롯데리아 갔는데 사람이 아예 없어서 또 나갔다. 그날 데이트 망쳤다…

ㄴ깨졌냐?

ㄴ미연아 성철이 울어.


8. 가끔 다른 지역에서 온 사람이라고 길을 가르쳐달라고 하는 경우가 있어. 선생님들이 모르는 사람 따라가지 말라고 했잖아? 길만 가르쳐주고 절대로 같이 가서 안내해 주지 마. 어린아이가 길을 묻는다고 해도 안심하지 마. 애초에 어린아이 혼자서 다른 동네에 와서 길을 묻는 게 더 이상하지 않겠어?

8.1. 만약 길을 묻는 사람이 괴형 교회가 어디냐고 물으면 모른다고 하고 떠나. 괴형 교회에 다니는 사람들은 전부 다 피해야 할 대상임을 기억해. 손을 잡으면서 같이 가자고 끌고 가는 경우에는 소리를 질러.

8.2. 서귀고등학교가 어디냐고 묻는다면 괴형 교회가 있는 방향을 가리켜. 절대 폐교했다고 말하면 안 돼. 괴형 교회가 어디 있는지 모른다면 그냥 모른다고 하고 가는 게 좋아. 절대 다른 방향을 가리키면 안 돼.


9. 어린아이들이 모여서 공기놀이를 하고 있다면 무엇을 갖고 노는지 유심히 봐봐. 만약 돌맹이를 가지고 공기놀이를 하고 있다면 문방구에서 공기를 사서 아이들에게 줘. 그런데 치아로 보이는 것으로 공기놀이를 하고 있다면 조용히 그 자리를 떠나.

9.1. 만약 그 아이들이 같이 놀자고 한다면 “괴형 교회에 이를 기부할 예정이야.”라고 말하면서 거절해. 그러면 아이들이 손을 놓아줄 거야.

9.1.1. 다른 이유는 통하지 않아. 그 아이들에게 오래 붙잡혀 있다면 괴형 교회의 목사가 아이들을 찾아올지도 몰라. 특히 아이들에게 붙잡힌 시간이 저녁이라면 빨리 거절하고 자리를 떠나. 목사를 만나면 괴형 교회로 가게 될 테니까.


10. 만약 괴형 교회 신자가 주는 음식이나 미소 슈퍼 아줌마가 주는 음식을 먹었다면 바로 휘음 성당의 김경준 신부님을 찾아. 신부님에게 이유를 설명하면 알아서 해결해 주실 거야.

ㄴ김경준 신부님 지온이랑 닮지 않았냐?

ㄴ기분 탓이야.

10.1. 늦은 밤이나 새벽에 성당을 찾아가는 건 예의가 아니야. 물론 성당은 항상 문이 열려있지만 신부님들은 집에 돌아가셨을 거야. 그럴 때는 성당 입구에 있는 성수를 마셔. 그리고 아침에 바로 김경준 신부님을 찾아가. 성수를 마신다고 완전히 해결되는 건 아니니까 학교 늦는다고 안 찾아가면 안 돼.


11. 괴형 아파트의 부녀회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조심해. 특히 부녀회장 아주머니. 그냥 괴형 아파트 안으로 들어가지 않는 걸 추천할게.

ㄴ박규민 선생님이랑 지온이는 왜 거기로 이사를 가서…

ㄴ지온아 집들이 한 번 하자.

ㄴ그 위험한데서 왜 집들이를 해. 오지 마. 나도 그냥 집값이 싸서 거기로 들어간 거야.

11.1. 부녀회장이 가끔 떡을 줄 때도 있는데 절대 먹지 마. 먹었으면 바로 김경준 신부님을 찾고.

ㄴ부녀회장님이 주신 떡 맛있던데… 깜빡하고 하루 김경준 신부님 안 찾아갔는데 아무 이상 없었다.

ㄴ먹지 말라면 먹지 말라고 좀.

ㄴ그거 뭘로 만들어졌을 거 같아?

11.2. 괴형 아파트에서 박규민 선생님을 보면 무조건 도망쳐서 휘음 성당으로 가.

ㄴ지온아 이사가자ㅠㅠ

ㄴ그게 쉬울 것 같냐.

ㄴ우리 집에서 자는 거 어때?

ㄴ고맙지만 우리 가족들 전부 재우는 건 불가능하니까 거절할게.


12. 실종된 사람들이 보이면 휘음 성당으로 도망쳐.

ㄴ학교에서 실종된 사람들은 여기에 안 보이더라. 유성철 그 새끼 제외하고. 씨발…


13. 휘음 성당 이제 안전하지 않다… 괴형 교회가 안전하더라 이젠… 김경준 걔도 회까닥 돌아버린 듯…

ㄴ유성철 개새끼야 손대지 말라고.

ㄴ유성철 씨발새끼야. 말 가려서 해.


괴형 교회 사람들이 주는 음식 맛있다! 미소 슈퍼 아줌마가 주는 음식 맛있다! 괴형 아파트 부녀회장 아주머니가 주는 음식 맛있다!

ㄴ이 새끼는 언제 교실에 들어가서 공책 가져가는 거야. 위치 좀 바꾸자.

ㄴ이제 곧 방학이니까 우리 집에 가져다 놓을게.


13. 웬만하면 집 밖으로 나가지 말자. 누가 문을 두드려도 함부로 열어주지 말자. 경찰 아저씨라고 해도 열어주지 말고 무조건 모자랑 견장 전부 확인하고 열어줘.




괴형고랑 괴형동 관찰일지를 번갈아가면서 연재할 생각입니다. 하나만 몰아읽기보다는 순서대로 읽기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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