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이라는 이름을 가진 그를 처음 본 것은 대학교를 다닐 때였다. 그 학기의 수강신청에 실패해서 학점을 채우려고 교양 선택을 누르다가 수강신청이 되어 들어간 교양 수업에서였다. 그 강의는 금요일 1,2교시였는데 그 강의가 끝나고 난 뒤에는 다른 수업이 없었다. 그래서 오리엔테이션만 듣고 나서 취소하려고 생각하던 차에 강의실로 들어오는 그를 보았다. 강의실에 들어오는 그는 보기에도 갓 대학에 입학한 신입생으로 보였다. 대학에 갓 입학한 신입생을 보는 것은 익숙했지만 그에게 어쩐지 눈이 갔다. 강의실에는 금요일 1,2교시 수업치고는 사람들이 많았음에도 계속 그에게 눈길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 때 내 시선을 의식했는지 그가 나와 눈이 마주쳤다. 마주친 순간 그를 향해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의 주위에 있던 친구들처럼 보이는 이들이 내가 계속 그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 기분 나쁘다는 듯 나를 쳐다보고 있었지만 나는 상관없었다. 그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다 강의실이 조용해지는 것을 깨닫고 앞으로 몸을 돌리니 교수가 오리엔테이션을 준비하고 있었다. 준비를 끝낸 교수가 입을 열었다.

 

  “금요일, 그것도 1,2교시 수업인데 이렇게 많은 학생들이 신청해줘서 기쁘군요. 일단 제 소개를 하자면.....”

 

 입을 연 교수는 자신에 대해 소개한 후 이 강의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오리엔테이션을 시작했지만 나는 집중을 하지 못했다. 집중하려고 고개를 들면 어느 순간 시선이 그가 앉아있는 자리로 향했다. 계속 그에게 시선이 가서 이대로 가다가는 오리엔테이션에 집중을 하지 못할 거 같아 수강신청을 하고 나서 혹시나 이 수업을 취소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뽑아 놓은 수업 계획서를 꺼냈다. 수업 계획서를 꺼내 내가 듣는 과목의 이름이 현대 미디어의 이해라는 것을 오리엔테이션 때서야 알았다. 취소를 할 거라고 생각해서 수업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수업 계획서를 읽어보지 않았는데 오리엔테이션의 설명을 들으면서 든 생각은 오리엔테이션이 끝나고 나면 이 강의를 취소하는 사람이 많겠다는 것이었다. 교양 선택 수업이지만 조별 과제에 중간고사 대체 개인 과제와 개인 과제 하나가 있었고 2시간 중 1시간은 조별 모임이 있다는 교수의 말에 내가 교양 선택 수업을 듣는 건지 전공 수업을 듣는 건지 헷갈릴 정도였다. 교수의 말이 끝나고 수업이 끝났다. 수업이 끝나고 강의실을 나갈 준비를 하는 그에게 말을 걸지 못하고 보냈다.

 

 

 금요일에 있는 1,2교시 교양 수업을 취소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첫 수업 때는 그에게 시선을 빼앗겨 교수의 얼굴을 제대로 보지 못했지만 두 번째 수업을 들을 때 교수의 얼굴을 보고 왜 강의를 취소하는 사람이 없는지 깨달았다. 현대 미디어의 이해를 담당하는 교수는 대중매체의 분석과 관련된 주제에서 그와 관련된 분석을 인터뷰를 하는 사람이었다. 그 사실을 깨닫자 이번 학기에 수강신청이 망한 것은 그와 이 교수를 만나기 위한 포석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교수가 수업을 하는 동안 강의실 내에는 교양 수업임에도 불구하고 필기하는 소리만 가득했다. 1시간의 수업이 끝나고 조별을 짜기 위해 움직였다. 어떤 조에 들어가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는데 그가 먼저 내게 말을 걸었다.

 

  “아직까지 다른 조에 들어가지 않으셨으면 저희 조에 들어오시겠어요?”

 

 그의 말을 듣고 나는 속으로는 기뻤지만 겉으로는 아닌 척하며 그에게 말했다.

 

 “그쪽 조에 들어오시려는 분들이 많은 거 같은데 그 분들에게 먼저 말을 거는 것이 낫지 않을까요? 저는 다른 조에 들어가도 상관없습니다.”

 

 내 말은 거짓말이 아니었다. 그의 미모 때문인지 조에 들어가려는 남자들이 나를 노려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 시선들이 등 뒤에서 따갑게 내려오는 것을 느끼며 그와 같은 조가 된다면 귀찮은 일이 생긴다는 것은 불 보듯 뻔했기에 그런 일은 감당하고 싶지 않아서 그렇게 말한 면도 없잖아 있었다. 그러나 내 말을 듣고 나서 주위를 둘러본 그는 그런 시선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내게 말했다.

 

  “괜찮아요. 저들이 저를 어떤 눈으로 보고 있을지 어떻게 알아요? 근데 제 앞에 이렇게 앉아 계신 이 분이라면 같은 조가 되어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렇게 말해도 싫다고 하신다면 저는 같은 조가 되는 것을 강요하지 않아요.”

 

 어떤 남자인 줄 알고 나에게 이런 말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이제 겨우 두 번, 같은 강의실에서 봤을 뿐인데 나와 같은 조가 되고 싶다는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마지막에 내가 싫다고 한다면 더 이상 같은 조가 되는 것을 강요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목소리에서 슬프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그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 말했다.

 

 “경찰행정학과 01학번 이혁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내가 내민 손을 잡은 후 그가 대답했다.

 

 “안녕하세요, 신문방송학과 02학번 김선입니다. 저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그와 서로 인사가 끝난 다음 나는 같은 조가 된 사람들과 모임을 가졌다. 같은 조가 된 사람들은 나를 제외하면 모두 그의 친구들로 신문방송학과 02학번이었다. 조모임을 진행하는 동안 그의 친구들과 그와 같은 조가 되기 원했던 남자들의 시선을 받았지만 그와 인사를 나눈 것으로서 귀찮은 것도 다 견뎌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모임을 하는 시간은 금방 지나갔고 첫 번째 조모임이 끝났다.

 

***

 

 그와 처음 만났던 학기가 끝나고 나는 그와 연락을 하고 싶었지만 그가 미니홈피를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연락하지 못했다. 학기가 끝나고 바로 여름 입대할 곳이 결정되어 군대를 갔다. 군대를 간 후 길었다면 길었고 짧았다면 짧았던 군대를 제대하고 대학에 복학했다. 그러나 같은 대학을 다닌다하더라도 같은 학과가 아니면 넓은 대학 안에서 얼굴을 볼 기회가 없어서 그대로 대학을 졸업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그전부터 흥미가 있었던 범죄심리학에 대해 공부하고 싶어 대학원에 들어갔다. 더욱 더 깊이 공부하고 싶어서 들어간 대학원이었지만 대학원을 다니는 동안 내가 정말 이 전공이 나의 적성에 맞는지 회의감이 들었다. 대학원을 다니며 정신없이 한 해, 그리고 또 한 해가 지나고 그에 대한 내 감정이 흐릿해질 무렵 그가 아나운서가 되어 TV에 나오는 것을 보았다. TV에 나와 아나운서로 활동을 하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교수와 아나운서로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한 채 이제는 나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라고 여겼다.

 

 

 대학원에서 노력한 결과로 인해 같이 대학원을 다닌 사람들과 비교가 될 정도로 젊은 나이에 어느 대학교의 정교수로 채용되었다. 대학 정교수로 채용되었을 무렵 연쇄살인사건이 전국에 걸쳐 일어나고 있었다. 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이 잡히지 않아 경찰에 대한 대중들의 신뢰는 떨어졌고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범죄 때문에 밤에는 아무도 다니지 않았다. 경찰은 범죄심리학을 가르치는 교수들에게 좀처럼 손을 내밀지 않았다. 그 사건에 대해서 관심이 있어 분석하다가 범인에 대한 정보에 해당하는 실마리를 찾았다. 그 누구도 눈여겨보지 않았던 작은 실마리로 인해 경찰은 연쇄살인범의 범인을 잡았다. 범인이 잡히고 난 뒤 대중들은 범인 검거에 도움을 준 나에 대해 알고 싶어 각종 언론에서 인터뷰 요청이 들어왔다. 그러나 대중매체에 얼굴이 비치고 싶지 않아서 인터뷰 요청을 모두 거절했다. 그 때 정교수로 있던 대학에 그가 찾아왔다. 얼굴이 널리 알려진 한 방송사의 아나운서가 대학교수를 찾아오는 일은 다른 사람에게 있어서 소문을 만들 여지가 있어 연구실에 들어왔을 때 그의 얼굴이 보였을 때 놀랐다. 놀란 내 얼굴을 보고 일어선 후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KSC에서 아나운서를 하고 있는 김선이라고 합니다. 연락을 드렸는데 계속 거절하셔서 이러한 무례를 범하게 되었습니다. 죄송합니다.”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는 그의 목소리에는 나를 기억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강산이 한 번 바뀐다는 10년이 지나고 거기에서 2년이라는 세월이 더 흐르는 동안 한 학기에 교양수업으로 연을 맺었을 뿐인데 기억하고 있는 쪽이 이상할지도 몰랐다. 인사는 먼저 해야 할 거 같아 손을 먼저 내밀어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이 학교에서 범죄심리학 교수를 하고 있는 이혁이라고 합니다.”

 

 손을 내밀자 그도 손을 잡았다. 손을 잡은 후 그는 웃음을 짓고는 말했다.

 

 “사무적인 것은 여기까지 할래요. 이혁 선배, 오랜만이에요, 이제는 이혁 교수님이라고 불러야 할까요?”

 

 웃고 있는 그의 얼굴을 보며 그가 나를 기억하다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리고 이혁선배라고 불렀을 때 그것이 맞았음을 확인했다. 장난스런 말투로 이혁 교수님이라고 말하는 그의 말을 들으며 12년이 지나도 예전과 다름없는 그를 바라보았다. 그를 바라보다 그가 계속 서있는 것을 깨닫고 편하게 그에게 말했다.

 

 “계속 서있으면 그러니 일단 앉아. 이혁 교수님은 학생들에게 듣는 것만으로 충분하니 예전처럼 선배라고 불러주는 것이 더 나아.”

 

 자리에 앉아라는 내 말을 듣고 그때서야 그는 자리에 앉았다. 자리에 앉은 그는 큰 결심을 했는지 세 번 입을 열다 다시 닫기를 반복하다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러면 편하게 선배라고 부를게요. 이렇게 갑자기 선배를 찾아온 것은 일 때문이라는 것은 핑계고 선배한테 사과하고 싶어서요.”

 

 사과를 하고 싶다는 그의 말에 그가 내게 사과를 해야 할 만큼 잘못한 것이 있는지 떠올려보았다. 그러나 생각을 해도 사과까지 할 만큼 잘못한 것은 떠오르지 않았고 오히려 나로 인해 그에게 나쁜 소문이 있을까 걱정되어 말했다.

 

 “네가 나한테 사과할 건 없을 거 같은데, 오히려 네가 여기 찾아온 걸로 다른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된다면 내가 너한테 사과해야 하는 거 아니야?”

 

 내 말을 듣고 그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 일로 다른 사람의 입에 오르내리더라도 상관없어요. 이미 각오한 일이거든요. 대학교 교양 수업에서 조별 짤 때도 그렇고 지금도 항상 선배에게 미안한 마음뿐이네요. 선배를 처음 봤을 때 첫눈에 반한다는 의미를 알게 되었지만 나로 인해서 선배가 대학 생활을 하는 힘들게 하는 것이 싫어서 기말고사가 끝나고 선배가 제 미니홈피를 물었을 때 미니홈피가 없었다는 거짓말을 했어요. 선배의 미니홈피를 보며 선배가 어떻게 사는지 항상 지켜보고 있었어요. 제대를 하고 나서 복학했을 때는 졸업 준비로 바빠서 갈 기회조차 없었어요. 그러니까.....”

 

 내게 사과를 하는 그의 모습을 보며 한동안 멈춘 것 같던 심장이 다시 뛰는 것을 느꼈다. 빠르게 뛰던 심장의 고동을 느끼며 말하고 있는 그의 입술에 손가락을 댔다. 손가락을 대자 놀란 눈으로 그는 나를 쳐다보았고 그를 향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과거 일은 지나간 거니 그걸로 내게 미안할 필요도 사과할 필요도 없어. 과거 일을 돌아보는 시간에 지금부터 어떻게 할 건지 만들어 가자. 나야말로 그때 하지 못했고 지금에서야 너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어.”

 

 그 말을 하고 나서 잠시 동안 숨을 고르고 말을 이었다.

 

 “너를 좋아해. 이런 나라도 괜찮을까?”

 

 내 말을 듣고 일어나 내 옆으로 다가와 말했다.

 

 “선배가 어떤 모습이든지 저는 좋아요. 저야말로 이제야 선배에게 이 말을 전하네요. 선배, 미안했어요. 그리고 사랑해요.”

 

 사랑한다는 말을 한 그날부터 우리 두 사람은 사귀기 시작했다. 그러나 사귀는 시작하고 논문을 준비하느라 바빴고 그도 일이 늘어나 서로 만나기 힘들었다. 그렇지만 우리 두 사람 사이에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 멀어진다는 말은 헛소리에 불과했다. 만나기 힘든 만큼 서로의 시간이 맞아서 만나게 되면 그날은 만나지 못한 사랑을 더 깊게 나눴다. 만날 때는 대중매체에 얼굴을 비치는 그를 배려해서 사람들의 통행이 적은 곳에서 만났다. 사귀기 시작하고 1년이 되었을 때 준비하던 논문을 발표했다. 내가 준비하던 논문이 학술지에 실리고 나서 3개월의 시간이 흐른 후 우리 두 사람은 친척과 친구들만 초대해서 결혼식을 올렸다. 


***


 결혼을 한 후 다른 신혼부부라면 가는 신혼여행을 가지 않고 그 대신 그 돈을 성폭력 피해자들이 머무는 쉼터에 기부했다. 신혼여행을 가지 않은 것은 한참 뜨는 아나운서인 그를 배려해서였다. 아나운서인 그의 결혼을 숨길 생각은 아니었지만 결혼을 했다고 발표를 하게 되면 대중의 주목을 받게 되고 그만큼 그가 힘들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였다. 결혼을 하기 전에 그의 결혼과 관련된 기사가 나지 않은 다행 중의 다행이었다. 대중에게 그는 남자친구가 있는 여자 아나운서였다. 결혼을 하고 나서 일주일이 지난 어느 날 그가 내게 말했다.

 

  “여보, 이제 결혼도 했는데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싶어.”

 

 왜 그렇게 이야기 하는지 나는 어렴풋하게나마 눈치는 채고 있었다. 그러나 프리랜서가 된다는 것은 수입이 일정치 않고 그 스스로가 자신의 일정을 잡아야하는 것은 의미했다. 그래서 아나운서로서 계속 활동하기를 나 스스로는 바라고 있었기에 그를 설득시키기 위해 그의 옆에 앉아서 물었다.

 

  “이때까지 회사 생활을 잘 했으면서 갑자기 프리랜서라니..... 무슨 일이 있어?”

 

 최근 들어 그가 입사한 방송국의 예능 프로그램에 자주 출연한다는 것을 동료 교수들의 이야기로 알고 있어서 물어본 것이었다. 내 물음을 듣고 옆에 앉은 내게 평소보다 더 지쳐 보이는 얼굴로 내게 말했다.

 

  “여보와 관련된 일을 하고 싶은데 회사에서는 계속 예능 쪽에 나오라고 해서 지쳤어.”

 

 그가 시사와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고 평소부터 말했기 때문에 그의 마음이 이해가 되었다. 그러나 프리랜서가 된 아나운서들이 어떤 모습인지 알고 있어서 더욱 걱정이 되는 것이었다. 그런 그에게 설득을 하기 위해 말했다.

 

  “예능 쪽에 자기가 자주 보이니까 나는 좋던데, 자기는 그게 부담스러웠구나. 그런데 말이야 그렇게 자기가 일하다보면 다시 시사와 관련된 일을 주지 않을까?”

 

 내 말을 듣고 그는 기다렸다는 듯 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이 예능만 나가면 원하는 일을 준다고 한 게 몇 번째인데 더 이상은 힘들어. 대중매체에 나오는 이상 대중들이 알아보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예능만 나오면 저 아나운서는 예능에만 나온다는 편견이 생겨버리잖아. 나는 그건 싫어. 회사에서는 내가 여자라서 시사 쪽 일을 더 안 주는 거야. 프리랜서로 일하면 적어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할 수는 있으니까 그렇게 하고 싶어.”

 

 그 나름대로 이에 관해서 생각을 많이 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렇지만 프리랜서가 되어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한다고 한 들 방송사에게 그에게 그런 일을 줄지도 의문이었다. 여자 아나운서라서 시사와 관련된 일을 주지 않는 것이라면 프리랜서가 되었다면 더더욱 주지 않을 텐데 어떻게 하려고 저런 결심을 내리는지 나로서는 알 수 없어 그에게 물었다.

 

  “프리랜서가 된다면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선택을 할 수는 있는 건 사실이야. 그렇지만 자기가 프리랜서가 된다고 해서 자기에게 시사와 관련된 일을 다른 방송사가 줄지는 알 수 없는 거잖아. 그러니까 이에 대해서는 좀 더 생각을 해보는 게 낫지 않을까?”

 

 묻고 나서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눈이 마주치자 그는 생각해놓은 방안이 있는 듯 자신이 있다는 표정을 지으며 내게 말했다.

 

  “여보, 최근 들어 인터넷방송이 뜨고 있어. 방송을 하면서 방송을 보는 사람들이 방송을 하는 사람들에게 별풍선이라는 걸 주는데 그게 돈이 된대. 인터넷에서 활동하다보면 언젠가는 그런 일이 들어올 거라고 믿어. 나가고 싶지 않은 예능에 계속 나가는 것보다는 이 편이 훨씬 낫다고 생각해.”

 

 유튜브와 같은 동영상 사이트에서 방송을 하는 것이 국내에서도 조금씩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것은 알고 있었다. 동영상 사이트가 해외에서 관심을 받기 시작할 때 범죄를 연구하던 학자들이 그와 관련된 논문을 내서 읽어본 터라 그의 입에서 동영상 사이트에 관해 나왔을 때 걱정부터 앞섰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해서 끝까지 하려고 하는 사람이었기에 내가 설득을 시키려고 해도 설득을 할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한참 조용히 있다가 그에게 말했다.

 

 “자기가 이렇게까지 말한다면 나는 더 이상 반대하지 않을게. 그렇지만 어떤 결과가 나오던 그건 자기의 선택에서 나온 거니까 이에 대해서는 스스로 책임을 지어야 해.”

 

 내 말을 듣고 그는 나를 껴안았다. 껴안은 그의 입술에 내 입술을 맞추고 내 입술을 뗐다. 내가 입술을 떼자 그는 자신의 입술을 내 입술에 댔고 우리 두 사람은 키스를 나눴다.“

 

 

 나와 상의한 다음 날 그는 바로 회사에 사표를 냈다. 사표를 내자마자 그는 대중들의 관심을 받았다. 그 관심 때문이었을까, 그가 사표를 냈다는 기사에는 좋은 댓글들도 있었지만 익명성을 이용해서 차마 입에도 담지 못할 욕설들과 음담패설들이 있었다. 그렇게 과도한 대중들의 관심을 며칠 동안 받다보니 힘들었는지 한동안 내가 이때까지 보아온 모습 중에서 제일 약한 모습으로 내게 기댔지만 박사과정을 준비하면서 나의 앞가림을 하기도 바빠서 곁에서 버팀목이 되지 않았다. 그리고 퇴사한 지 한 달이 지났고 대중들의 관심이 사그라질 때 즈음 그는 생애 처음으로 인터넷 방송을 시작했다. 인터넷 방송을 처음 시작했을 때는 대중의 시선은 차가웠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부터 인터넷 방송에서 인정을 받기 시작했고 그와 관련된 프로그램의 일이 들어왔다. 그에게 시사 프로그램이 처음 들어왔을 때 나 역시 생활에 변화가 있었다. 정교수로 채용되었던 대학교에서 모교의 정교수로 채용되었고 그렇게 2년이 지났다.

 

*

 

 다른 대학교에 정교수로 있었지만 모교에서 정교수를 하는 것은 또 달랐다. 그래서 정교수로 채용된 후 그곳의 생활에 적응을 하느라 어떻게 2년을 지냈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시간이 날 때면 그와 같이 시간을 보내려고 했지만 그도 그 나름대로 일이 바빠서 일주일에 서로의 얼굴을 보는 것이 많아도 한 번이었고 그마저도 없을 때가 많았다. 정교수로 들어가서 내가 담당하는 학생들이 생겼다. 그 학생들 중에는 나에게 호감을 가지고 다가오는 학생들이 많았지만 그들을 대할 때의 나는 어디까지나 그들에게 교수라는 입장으로 그들을 대했다. 모교에 들어오기 전에 채용되었던 대학에서도 나에게 호감을 가지고 다가오는 학생들이 있었는데 나에게 여자는 결혼을 하고 평생을 약속한 김선이란 여자밖에 없었기에 호감을 가지고 오는 학생들에게는 다른 학생들보다 더 차갑게 대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태도 때문인지 매학기 강의 평가서를 읽어보면 조금 더 살갑게 대해 달라는 의견이 많았다. 동료 교수들은 내가 여자 친구가 있다는 것을 알았기에 학생들의 그런 태도를 보면서 조금 더 부드러운 태도를 가지면 어떻겠냐는 이야기를 할 뿐이었다.

 

 

 언론에서 아동학대 사건에 대한 보도가 매일매일 보도되었다. 대중들은 어떻게 부모가 저렇게 할 수 있냐면서 그들을 향해 손가락질을 해댔지만 나는 그 사건들을 보면서 어떻게 그들이 그렇게까지 밖에 할 수 없는지에 관심을 가졌다. 아동학대 사건은 잊을 만하면 새로운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하는 나날이 반복되었다. 그러던 중 내가 오랜만에 두 사람이 하루 종일 같이 지내는 날이 생겼다. 쉬는 날임에도 불구하고 일과 관련된 기사를 읽고 있던 그가 내게 말했다.

 

  “여보, 이번에는 내가 담당하고 있는 시사 프로그램에 나오면 안 될까?”

 

 그가 읽던 기사의 내용은 가장 최근에 일어난 아동학대 사건에 관한 것이었다. 그 사건에 대해 언론이 보도한 것은 도박중독인 친부모가 자매(8세,10세)를 방임하다 8살인 동생은 아사로 사망하고 10살인 언니는 교육부의 전수조사로 발견되어 현재 심리치료를 받고 있었고 그 언니조차도 부모가 도박을 하기 위해 10살임에도 불구하고 부모의 손에 끌려 몸까지 팔아 부모가 도박을 할 돈을 번다는 것은 그 사건을 다루는 형사로부터 들은 내용이었다.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의 부탁이라고 해도 내가 미디어에 노출되는 것을 싫어해서 그에게 말했다.

 

 “당신 부탁이라도 해도 그건 싫어. 자기도 내가 언론에 나오는 거 싫어하는 거 알잖아.”

 

 미디어에 한 번 나오기 시작하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사람들의 눈과 귀가 내가 하는 행동 하나하나에 관심을 쏟아서 그게 싫었다. 그래서 그와의 결혼도 비밀리에 한 것이었는데 그는 그런 나를 안으며 말했다.

 

“여보가 언론에 나오기 싫어하는 것은 알고 있어. 그래도 이번만 딱 눈 감고 내가 하는 방송에 나와 줬으면 좋겠어.”

 

 그에게 안긴 나는 그와 자리를 바꿔 그를 안았다. 사실 생각해보면 그로서는 나에게 몇 번이고 자신의 프로그램에 출연해줬으면 좋겠다고 말을 해도 되는 입장이었지만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한 후에도 그는 그런 말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시사 프로그램에 나와 달라고 그가 내게 부탁할 때는 그도 그 나름대로 많은 고민을 했을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었다. 그래서 안았던 팔을 풀고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당신이 이렇게 부탁하는 건 처음이니까 내가 나갈 수밖에 없지. 근데 나로 괜찮을까? 두 대학교에서 정교수로 있었다고는 해도 대중들이 내 이름을 알 리가 없잖아.”

 

 내 말이 끝나고 그는 내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가볍게 맞추고는 내게 말했다.

 

 “여보, 3년 전에 제공해준 실마리 하나로 경찰들이 연쇄살인범의 범인을 잡았다는 것을 잊었어? 그걸로 대중들에게 소개하면 되니까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아.”

 

 그 말을 듣고 바쁘게 살아가면서 잊었던 일이 떠올랐다. 나조차도 바쁘게 살아가며 잊고 있었던 일이었는데 그가 기억하는 줄을 몰랐다. 그래서 그에게 말했다.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자기와 내가 재회했을 때도 자기는 방송국 아나운서로 왔지만 그 때는 결국 그건 핑계였잖아. 그래서 실제로는 내 생애 처음으로 언론에 나가는 거니까 걱정도 되고 그러네.”

 

 내 말을 듣고 그는 나의 손을 잡고 내게 말했다.

 

 “여보, 괜찮아. 이번에 내가 말하는 프로그램은 TV 프로그램은 아니고 라디오에 출연하는 것뿐이니까 생각하는 것만큼 그렇게 사람들이 주목하지는 않을 거야. 그러니까 긴장하지 마.”

 

 그 말을 듣고 나는 그의 손을 잡았다. 그의 손을 잡자 나의 큰 손이 그의 작은 손을 감쌌다. 서로 그렇게 손을 잡고 있다 그가 내일 아침 방송 때문에 먼저 방으로 들어갔다. 방으로 들어가려는 그에게 입맞춤을 하고 내일 있을 강의를 준비하기위해 서재로 가서 강의와 관련된 자료를 찾았다.

 

*

 

 라디오 출연을 하는 날의 아침이 밝았다. 출연이 예정되어 있는 라디오 프로그램은 아침을 여는 방송이라 아침 일찍부터 준비해야했다.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그를 배웅한 적은 있었지만 이런 방식으로 그와 같이 나갈 것이라고는 생각을 한 적이 없었기에 기뻤다. 주차장에 도착해서 그가 방송을 하는 라디오 부스로 갔다. 이른 시간이었지만 라디오 부스 내에는 방송을 하기 위해 많은 스텝들이 일을 시작하고 있었다. 라디오 부스에 들어가자 모든 스텝들은 그와 같이 들어온 나에게 시선이 쏠렸다. 시선을 느끼고 그들에게 말했다.

 

“안녕하세요, 오늘 이 방송에 출연하게 된 이혁 교수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그들은 나를 바라보고 엉거주춤하게 서있다 내 말을 듣고 인사를 했다. 인사가 끝나고 스텝들은 방송 준비를 시작했고 라디오 부스의 문 위에 ON AIR에 불이 켜지고 방송이 시작되었다. 방송을 시작하는 동안 나는 결혼하고 나서 그가 일하는 걸 처음으로 본다는 것을 알았다. 일하는 그는 평소보다 더 활기찼고 생기가 넘쳐보였다. 일을 하는 그의 모습을 보다보니 잠시 광고시간이 되었다. 그리고 스텝들이 나를 부스 안으로 안내했다. 부스 안으로 들어가자 그가 내게 말했다.

 

“오빠, 고마워요.”

 

 어떤 식으로 직장에서 그가 내 이야기를 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오빠라는 명칭은 연애하던 시절에 그가 나를 불렀던 것이기에 그도 나처럼 연애를 하는 정도로만 알려준 듯해서 거기에 맞춰주기로 했다.

 

 “고맙긴 나야말로 이렇게 권해줘서 고마워.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것은 힘들었지만 써니가 일하는 모습을 보니 참 새로워서 좋았어.”

 

우리들의 대화를 듣던 스텝들은 그에게 남자친구가 있다는 이야기만 들었지 이런 사람일 줄은 몰랐다면서 한마디씩 하다 보니 광고시간이 끝났다. 방송이 다시 시작되었고 내가 어떻게 이야기했는지도 기억나지 않았다. 내가 출연하는 시간이 끝나고 광고시간이 돌아왔다. 광고시간동안 그에게 가볍게 입술을 맞추고 그에게 말했다.

 

“나도 이제 강의하러 가야 하니까 다음에 시간 되면 만나자.”

 

 그는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방송을 하면서 내게 인사했다. 그리고 그것으로만 끝날 줄 알았다. 방송출연이 또 다른 일의 시작이 될 것이라는 그 때의 나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

 

 라디오 방송을 출연하고 그날 오후였다. 전공 강의를 마치고 평소보다 더 많은 학생들이 나를 보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러다 연구실에 가서 그 이유를 깨달았다. 연구실에 가니 나와 함께 일하는 조교 한 명이 내게 휴대전화의 화면을 내 눈 앞에 보여주며 물었다.

 

 “교수님, 이거 사실이에요?”

 

 눈앞에 가까이 대서 보이지 않는 화면을 앞이 깜깜한 상태여서 물었다.

 

“뭐가 사실인지 육하원칙을 대서 말을 하던지, 눈앞에 있는 이걸 떼던지 둘 중 하나만 해주면 좋겠는데?”

 

 내 말을 듣고 나서 조교는 눈앞에 가까이 댄 휴대전화를 멀리 떼서 내가 읽을 수 있도록 적당한 거리를 두고 휴대전화를 보여주었다. 휴대전화를 보고서야 일어날 일이 일어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애를 하는 동안, 결혼식을 하는 동안, 결혼 생활을 하는 그 세월 동안 들키지 않는 것이 더 신기했다. 기사가 나자마자 대학교의 내 연구실 앞에는 무언가 특종을 잡으려는 기자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그러나 기자들은 대학교뿐만 아니라 어떻게 알았는지 부모님이 계시는 집에도 진을 치고 앉아있었다. 그 기사가 뜬 저녁, 그는 평소보다 더 지친 모습으로 날 맞이했다. 나를 맞이하고 그는 방으로 들어갔고 그가 방에 들어간 것을 확인한 후 씻기 위해 화장실로 갔다. 다 씻고 난 후 평소보다 더 힘든 하루를 보낸 탓인지 평소라면 강의할 자료를 한 글자라도 더 볼 텐데 그럴 기운조차 없어 바로 침대에 누웠다. 침대에 눕자 자고 있을 줄 알았던 그가 내 인기척을 느꼈는지 말을 걸었다.

 

 “당신이나 나나 오늘 힘든 하루였는데 어땠는지 모르겠네. 이 일은 내일 내로 내가 다 해결할 테니 당신은 당신이 할 일에만 집중해줬으면 좋겠어. 그리고 당신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었는데 이 일이 끝나고 나면 이야기 할게.”

 

 그 말을 듣고 그에게 어떤 말을 하려고 했지만 하루 내내 기자들을 피하느라 쌓인 피로 때문인지 잠이 들었다.

 

 

 다음 날 아침이 밝았다. 그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은 평일 오전 7시부터 9시까지였기에 평소처럼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위해 그는 출근했다. 출근하는 그를 배웅하고 나서 나는 다시 잠을 청했다. 오늘은 강의가 없는 날이기는 했지만 학생들이 주말을 제외하고 평일이라면 학생들이 언제든지 방문할 수 있도록 연구실에 나가는 것이 내 신조여서 그의 프로그램이 끝날 무렵인 8시 40분에는 일어났다. 일어나자마자 그의 방송을 듣기 위해서 휴대전화의 라디오 앱을 켰다. 라디오 앱의 방송은 끝을 향해 가고 있었고 평소 같으면 마무리를 짓는 할 시간이었지만 그는 뜸을 들이더니 이야기를 했다.

 

 “어제 저에 대한 기사가 올라간 후 하루 종일 포털 사이트 검색어 순위와 관련 기사가 끊임없이 쏟아져 나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는 그 기사들에 달린 댓글을 빠짐없이 읽었고 제 입장을 정리해 이 시간을 통해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제가 결혼했다는 사실에 많은 분들이 실망을 했다는 것을 알기에 자세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먼저 그 분들에게 죄송하다는 말씀을 먼저 올립니다. 

 첫 번째로 어제 방송에 나오셨던 이혁 교수님은 제 남편이 맞으며 그와 결혼을 한 지 2년이 다 되어 갑니다. 그렇다면 어떤 청취자 분들은 이혁이라는 사람이 DJ의 입김으로 출연한 것이 아니냐고 의문을 가질 수 있겠지만 그와 관련한 학계에서는 인정을 받고 있습니다. 

 두 번째로 제 그 기사가 나간 후 제 남편이 근무하고 있는 대학교에 취재를 하려고 몇몇 기자 분들이 가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로 인해 더 이상 주변 사람들이 피해를 보는 일이 없기를 바라기에 이런 방식으로 전하게 되었습니다. 저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것은 상관없으나 저 말고 제 남편은 일반인에 불과합니다. 그러니 제 결혼에 대해 궁금하신 기자 분들이 계시다면 저에게 직접 연락을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세 번째로 결혼식을 올린다는 것을 비밀로 한 것은 남편을 배려해서였습니다. 제가 남자친구가 있다는 것은 SBC의 아나운서 시절부터 말을 했기 때문에 그것에 대해서는 여러분들이 잘 아실 거라고 생각이 됩니다. 그러나 연애를 하는 것과 결혼식을 올리는 것은 다르기 때문에 저는 더 신중하게 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서 미루다가 발표를 할 시기를 놓쳐버리고 말았습니다. 처음부터 발표를 하는 것이 더 옳았을 텐데 정말 죄송합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그 사람과의 첫 아이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에 대해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이러한 방식으로 여러분에게 소식을 전하게 될 줄을 몰랐습니다. 그러나 아나운서라고 해서 여러분에게 제 모든 사생활을 공개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제 사생활은 보호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지금까지 아침을 열어주는 시사의 김선이었습니다.”

 

 그의 말이 끝나자 광고가 나왔고 나는 그와 나 사이에 아기가 생겼다는 사실보다 이번 일로 인해 그가 더 상처는 받지 않을지 걱정이 되었다. 준비를 끝내고 그에게 전화를 하려 했으나 전화기 저편에서는 계속 통화중이기에 음성 메시지를 남기라는 기계음만 들려왔다. 급한 대로 그에게 텔레그램을 보낸 다음 대학교로 향했다. 평소 같았으면 내 연구실 앞을 서성거리는 학생은 없었겠지만 그 방송이 나가고 그와 관련된 기사가 뜬 것 때문인지 내 연구실 앞에 많은 학생들이 서성거리고 있었다. 그 학생들은 나를 발견하자 물어볼 것이 있는 듯 각자 자신들이 궁금한 것은 내게 물어보았다. 그러나 한꺼번에 많은 학생들이 내게 말을 걸었기에 한 마디를 제대로 듣지 못했고 내 연구실 앞은 시장을 온 것처럼 시끄러워졌다. 내 연구실이 있는 곳은 내 연구실 말고도 다른 교수들의 연구실이 있었다. 시끄러워지자 다른 교수들에게 방해가 될까 걱정이 되어 그들을 향해 한 마디만 했다.

 

  “내게 연애나 결혼에 관련해서 물으려는 학생들은 그 대답을 들을 생각은 하지 않은 게 좋아. 내 사생활이기 때문에 그것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하지 않을 거니 그것에 대해 묻고 싶어 온 학생들은 가는 것이 좋을 거야. 그거 말고 궁금한 것이 있거나 휴학과 같은 용건이 있어 온 학생들은 내 연구실 안으로 들어오도록 해.”

 

 내 말이 끝나자 몇몇 학생들은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으로 몇몇 학생들은 무엇이라도 더 건지고 싶어 하는 표정으로 나를 한 번 보고는 내 앞을 떠났다. 한 무리의 학생들이 떠나고 내 앞에는 2명의 학생들이 남아있었고 그들을 내 연구실 안으로 들어오게 했다. 2명의 학생들은 내게 찾아온 용건이 끝나자 학생들이 낸 과제를 안고 조교가 연구실로 들어왔다. 연구실로 들어온 조교는 내게 채점이 끝난 과제물을 넘겼고 그 과제물을 하나씩 살펴보며 내 하루가 시작되었다.

 

 

 오후 6시가 되어 퇴근할 준비를 하는데 그가 내 연구실로 왔다. 연락도 없이 찾아온 그의 모습을 보고 조심스레 뒤에서 껴안고 물었다.

 

 “아침에 그런 이야기를 하고 나서 힘들었을 텐데 집에 가서 쉬지. 여기서 집까지 얼마나 된다고 그 사이를 못 참고 온 거야?”

 

 내 말이 끝나고 나를 향해 고개를 돌린 그가 말했다.

 

“오늘 기자들에게 시달리면서 당신의 얼굴이 떠올라서 걷다보니 여기로 와있었어.”

 

 껴안았던 팔을 풀고 그의 앞으로 가서 그와 눈을 마주쳤다. 그와 눈을 마주치는 순간 그의 볼에 가볍게 뽀뽀를 했다. 가볍게 뽀뽀를 한 다음 그의 손을 잡았다. 이번에 기사가 난 다음 밖에서도 평소처럼 할 수 있는 것이 우리에게 있어, 아니 곧 태어날 아기를 합쳐 세 사람의 새로운 반환점이 될 것이다. 


빙글빙글 돌아가는 연성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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