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의 이별 그 이후 토르는 아스가르드로 돌아갔다. 토르는 자신과 함께 돌아갈 것을 권유했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 돌아간다고 한들 환영받지 못할 것은 스스로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니까. 게다가 원래 살던 궁에 돌아가 보았자 더 이상 계시지 않는 어머니만 그리워질 것이 분명했다. 로키는 그 동안 몰아닥쳤던 모든 일들에서 벗어나 지친 심신을 위로할 필요가 있음을 절실하게 느꼈다. 지금 그에게는 안정이 필요했다. 아주 잠시라도 좋으니. 이곳에 홀로 남아 휴식을 취할까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고 이 즉흥적인 계획은 퍽이나 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토르가 떠난 이후 앞으로 머물 곳을 찾기 위해 길거리를 배회하던 로키는 잠시 생각을 정리할 겸 벤치에 앉았다. 하지만 그의 주변을 지나치는 수많은 사람들 틈에 있자니 소음이 자연히 따라붙어 머리를 어지럽혔다. 

-이토록 쉼 없이 떠들어대다니. 애당초 개미들에게서 기품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군. 

손가락을 가볍게 튕겨 주위에 결계를 치며 이곳에 머물기로 한 결정을 바꿔야하나 고민하던 찰나에 몸이 붕 뜨는 것이 느껴졌다. 당황할 틈도 없이 순식간에 몸이 허공에 생긴 구멍으로 빨려들어갔다. 몸부림을 치며 마법을 사용해 보았지만 낯선 결계에 번번히 튕겨져 나올 뿐이었다. 

-이건...무슨 경우지..

가늠할 수 없는 깊이로 추락하며 자신을 둘러싼 어둠이 꽤나 익숙하다고 로키는 생각했다. 또 다시 어둠에 갇히다니. 참 끈질기게도 나를 따라다니는군. 암흑같던 우주를 홀로 떠돌던 끔찍한 기억이 다시금 되살아나 몸을 휘감았다.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았는데.. 차라리 눈을 감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과 함께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로키는 끝없는 추락에 몸을 맡겼다.  


-윽...

갑작스레 바닥과 맞닿으며 통증이 온몸을 강타했다. 빛에 익숙해 지지 못한 눈이 자동으로 찌뿌려졌다. 쓰라린 몸을 반쯤 일으킨 채로 고개를 들어 둘러보니 휘황찬란한 스테인글라스로 장식된 고풍스러운 건물 한가운데였다. 이내 섬칫하게 느껴지는 마법의 기운을 따라 시선을 돌리자 붉은 망토를 두른 사내가 의자에 걸터앉아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자신을 향한 손 모양을 보니 방금 자신을 빼낸 자인 듯 했다. 추락에서 벗어났다는 안도감 보다는 누군가 자신을 내려다본다는 점이 상당히 로키의 심기를 건드렸다.

-미드가르드 개미들 중 마법을 사용할 줄 아는 이가 있다는건 몰랐는데.

로키는 여전히 시선을 낯선 마법사에게 고정한 채로 몸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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