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의식의 흐름이다 







아인 에프림의 추진력은 아마 그의 어머니에게서 유전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퇴근하고 잠깐 볼 수 있겠냐는 물음에 가벼운 마음으로 네, 괜찮아요. 라고 대답했더니 퇴근하고 나온 미술관 앞에 처음 보는 차량이 서 있었다. 관장님의 차도 아니고, 직원의 차도 아닌 것이…. 레너드는 이 비슷한 차량을 며칠 전에 본 적이 있음을 떠올렸다. 차량의 번호도, 모양도 똑같다.

……설마. 하는 마음으로 그냥 모른 척 지나가려는 찰나, 운전석에 그 때 봤던 사람이 나오며 살짝 인사했다. 같이 퇴근하기 위해 나왔던 직원들의 시선이 순식간에 레너드와 차에서 나온 기사에게로 향했다. 레너드는 앞으로는 이런 차량 보낼 필요 없다고 아인에게 직접 말해두는 편이 좋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


“모셔오라고 하셔서요.”


와, 레너드 씨 뭐에요? 누구 만나요? 누구 만나시는 거예요? 옆과 뒤에서 쏟아지는 질문을 뒤로 한 채, 레너드는 제 이마를 손으로 꾹 누르며 열어주는 뒷좌석에 올라탔다. ……역시 말하자. 이런 식으로 요란하게 차 보내지 말라고.

퇴근길인지라 차는 제법 오랜 시간 도로를 달려야만 했다. 차 안은 조용했다. 기사가 말수가 적은 것이 다행이었다. 조금 더 시간이 걸릴 것 같아 레너드는 핸드폰으로 전시 일정 등을 확인했다. 내일 오전에는 새로운 사진회에 대한 전체적인 회의를 하고, 점심에는 작가님을 만나기로 했고…. 한참이나 스케줄을 복기하고 있을 때, 자신의 하나뿐인 여동생에게 전화가 왔다.

무슨 일로 전화를 했지. 전화를 받고 여보세요? 라는 말을 하기도 전에 렌시아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뚫고 나왔다.


“진짜야?!?!?!”


레너드는 귀까지 파고드는 것만 같은 그 음성에 잠시 핸드폰을 거리에 둔 채로 대답했다.


“…뭐가?”

“오빠, 우리 대표님이랑 맞선 봤다면서?!”

“……뭐.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어. 그게 그렇게 놀랄 일이야?”

“당연히! 놀랄 일이지! 대표님도 누구 안 만나기로 유명한데. 우리 대표가 얼마나 까다로운 사람인데. 마음에 안 들면 보는 앞에 대고 욕도 하는 사람이라니까?”


“렌시아 그 당사자 앞에 있거든?”하고 아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에 레너드는 조금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같이 있는 거야?”

“잠깐 불러서 무슨 일인가 했더니, 오빠랑 만나보기로 했다잖아! 너무 놀라서 진짜 맞는지 확인 차 전화했지.”

“…전화할 필요 없는데, 나 지금 거기 가는 중이거든. 그건 이야기 안 하셨나 봐.”


그 말에 작게 웃는 소리가 났다. 렌시아의 웃음소리는 아니었다. “사장님!”하고 투정 어린 렌시아의 목소리에 “네가 뒷말도 안 듣고 전화부터 했잖아.”라고 목소리가 아주 작게, 들렸다. 레너드는 그 웃음소리를 들으며 기사에게 물었다.


“얼마나 더 걸릴까요?”

“퇴근길이라 차가 좀 막히네요. 앞으로 한 30분은 더 가야 할 것 같습니다.”

“들었지? 30분은 더 걸린다고 하니까, 그동안 좀 더 투정이라도 부리고 있어 봐.”

“와, 사장님. 30분 동안 저랑 수다 떠셔야겠다!”


“뭐? 좀 살려줘라.”라고 투덜거리는 소리와 함께 “오빠, 그럼 천천히 와~” 소리가 같이 들리곤 통화가 끝났다. 레너드는 핸드폰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결국 카시트에 등을 푹 기대앉았다.

생각보다 자기네 소속 연예인과는 별 거리를 두지 않는 사람인가 보지. 이것도 조금 의외였다. 정말로 직장 동료가 말한 것처럼, 다른 재벌들과는 조금 다른 면이 있나 싶었다. 고압적으로 나오는 것도 아니고, 문란한 생활에 관한 이야기도 없었다. 직장 동료 말로는 파파라치들이 그렇게 캐보려고 했지만, 좀처럼 뭔가 나오는 게 없었다는 이야기도 했었다. 애초에 사생활이 깔끔한 것도 있지만, 파파라치들에게 쉽지 않은 사람이라나 뭐라나.


…레너드는 그런 생각을 하다, 괜히 고개를 들곤 운전사를 바라봤다. 그는 아까부터 말없이 운전만 하고 있었다. 그 에프림 집안에서 일하는 사람인지. 아니면 아인의 회사에 소속되어 있는 매니지먼트 사람인지 조금 궁금했다. 레너드의 시선을 느꼈는지, 먼저 말을 꺼낸 것은 운전수였다.


“무슨 할 말이라도 있으십니까?”

“…아뇨, 그냥. 음. 조금 궁금해서요. 엔터에서 일하시는 건가요?”

“대표님 수행 비서 중 한 명입니다. 아마, 앞으로 대표님을 만나실 때마다 제 얼굴도 자주 보게 되실 겁니다.”


그 말에 레너드는 대답 대신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뭔가 좀 더 물어볼까 싶었지만, 마땅히 떠오르는 질문이 없어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 얼마 안 가, 차는 높은 빌딩 앞에 도착했다. “다 왔습니다.” 하는 소리와 함께 수행 비서가 먼저 내리려 하자, 레너드는 그가 내려서 문을 열어주려 하는 걸 눈치채곤 괜찮다고 손사래를 쳤다.


수행 비서는 조금 놀란 표정을 지었다가, 금방 원래의 표정을 되찾고는 “알겠습니다.”라고 대답했다. 레너드는 바로 차에서 내렸다. 그의 회사 사진을 몇 번인가 본 적은 있고, 여동생에게 가끔 이야기는 들었지만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이어서 잠시 저도 모르게 멍하니 로비를 구경하고 말았다. 로비에 들어서니 엔터의 관계자가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라고 물어와 그제야 정신을 제대로 붙잡을 수 있었다.


“아. 아인 에프림 씨와 약속이 있어서 왔습니다.”


그 말에 관계자는 어딘가와 통화를 하는 듯하더니 곧 “안쪽 엘리베이터로 맨 위층으로 가시면 됩니다.”라고 대답했다. 그 말에 레너드는 “감사합니다.”하고 말하며 살짝 고개 숙여 인사했다. 엘리베이터가 층을 더해갈수록, 어째서인지 조금 초조한 기분이 들었다. 제 동생에게는 그냥 맞선을 봤다는 이야기만 했나. 그 외의 이야기는 안 했나.

렌시아는 눈치가 빠른 편이라서 조금만 어색하거나 어딘가 이상해 보이면 바로 눈치챌 텐데. 레너드는 그런 생각을 하며 괜히 제 손목을 만지작거렸다. 띵. 하는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렸다. 열리자마자 보이는 건 너른 복도였다. 그 끝에 있는 문을 살짝 두드리자 곧 “들어와요.” 하는 목소리와 깔깔 하고 웃는 소리가 들렸다. 레너드가 문을 밀기도 전에, 문이 열리면서 누군가 팔을 뻗어선 레너드의 목덜미를 꽉 끌어안았다.


“오빠!”


렌시아의 행동에 당황해할 법도 한데, 놀라긴커녕 익숙한 듯 “얼굴 보는 거 오랜만이다.”라고 말하며 소파에 앉아서는 그런 렌시아의 행동에 난처해하고 있는 매니저를 향해 괜찮다는 손짓을 취해 보였다.


“거 참. 이렇게 사이좋으면서 왜 한 번도 오빠를 소개 안 해줬어?”

“오빠가 좀 사람을 많이 가리거든요. 낯가림도 심해서. 지금 매니저랑도 얼굴 튼 지 오래 안 됐어요. 그치?”

“…네. 뭐. 제가 좀 그래요.”

“자기 일 말고는 관심도 없고. 요즘에 SNS 같은 거 없는 사람이 있다면 대표님 믿어요? 오빠 그런 것도 안 한다니까요. 아마 대표님에 대해서도 잘 몰랐을걸요?”


그 말에 레너드가 조금 찔린 듯 어깨를 움찔거렸다. 그 모습을 잡아낸 듯 아인이 살짝 눈썹을 꿈틀거리며 “호오.”하고 소리를 냈다.


“전혀 그렇게 안 보이는데.”


바로 덧붙이는 아인의 말에 렌시아가 레너드의 팔을 잡아끌어 소파에 앉히며 말했다.


“그렇게 안 생겨서는 엄청 구닥다리에요.”

“오빠한테도 말하는 게 거침이 없는데?”

“날 좋아하는 사람들은 내 이런 점을 좋아하는 거죠. 근데 진짜 우리 오빠 실물이 훨씬 괜찮지 않아요? 사진빨 너무 못 받아서 매일 속상하다니까.”


안 그래도 그 이야기 이미 들었단다, 동생아. 레너드는 그런 생각을 하며 하하. 하고 살짝 웃을 뿐이었다. 조금 난처한 웃음을 눈치챘는지 아인이 한 번 어깨를 으쓱이며 다시 입을 열었다.


“이제 슬슬 가야지. 그동안 투어 도느라 피곤했을 텐데.”

“음. 하긴 두 사람 오늘 데이트하는데, 내가 이렇게 눈치 없게 있는 것도 안 되겠네.”

“데이트 아니다.”


렌시아의 말에 아인이 대답하며 슬쩍 의자에서 일어났다. 렌시아가 소파에서 일어나선 레너드의 볼에 살짝 입을 맞추고는 “오빠, 갈게. 대표님이 괴롭히면 나한테 바로 전화해.” 하고 손을 흔들었대. 매니저는 먼저 문을 열고 나갈 준비를 하면서 난처한 표정을 좀처럼 지울 줄을 몰랐다. 저러다가 울 것 같았다……. 렌시아와 매니저가 나가자 아인의 사무실은 언제 시끄러웠냐는 듯이 순식간에 고요해졌다.


“사이가 좋네.”

“…뭐. 워낙 렌시아가 성격이 좋아서 그런거죠.”

“안 그래도, 렌시아가 그러던데. 오빠가 많이 섬세한 편이라서 신경 써 줘야 한다고. 커피 마실래?”

“…섬세, 한 건 잘 모르겠는데요. 아, 네.”

“따뜻한 거? 찬 거?”

“어느 쪽이든 괜찮아요.”


레너드는 그렇게 말하며 아인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도무지 속내를 알 수 없는 사람이었다. 갑자기 제안한 계약 결혼부터가……. 레너드가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아인이 커피 두 잔을 가지고 맞은 편에 앉았다. 소파 옆 탁상 서랍 안에서 서류 봉투를 꺼냈다. 안에서 나온 계약서를 읽기 편하도록 테이블 위에 내려놓곤 먼저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한 번 봐봐. 추가하거나 수정할 조항이 있으면 말해주고.”


레너드는 테이블 위로 밀어진 계약서를 천천히 훑었다. 조건은 간단했다. 말로는 1년간의 결혼 생활이라고는 했지만, 실제 계약 기간은 1년이 넘었다. ……자연스럽게 연애를 하고, 결혼하는 그런 기간까지 생각한 건가. 그런 게 좀 자연스럽고, 이상하게 안 보일 거 같긴 하지만. 계약 기간 동안 다른 파트너를 만나거나 두는 것 또한 금지조항으로 들어가 있었고, 아인의 러트 주기에 대한 것도 제법 상세하게 적혀 있었다. 정확하게 한 달에 한 번. 보통 셋째 주에 하루에서 이틀 정도. 아주 가끔 스트레스로 한 주 늦추어지거나 빨라질 수 있고….


“…제 히트 주기도 말씀드려야 하죠?”

“뭐. 그래 주면 좋지. 말해주면 바로 계약서에 정리해놓지. 뭐든 기록이라도 해두는 게 나을 테니까. 근데…주기 정확하지 않다고 하지 않았었나?”

“…네, 좀.”

“휴가계 내기 힘들겠어.”


아인은 그렇게 말하며 가만히 레너드를 훑어봤다. 처음 봤을 때도 제법 깔끔하게 차려입고 온 게 잘 어울렸지만, 지금의 복장도 괜찮았다. ……확실히 얼굴은 취향이란 말이지.


“…일단은 에프림 씨 러트에 맞출게요. 저보다 주기가 정확하니까 제가 맞추는 게 나을 것 같네요.”

“…그럼 히트 때 어떻게 하려고?”

“약 먹으면 돼요. 다행히 약은 또 잘 듣는 편이라. 도저히 안 되겠다 싶으면 쉬는 수밖에 없긴 하지만요.”

“뭐. 그래도 정 힘들면 나한테 연락해. 조건에 추가해야겠군.”


아인은 그렇게 말하며 패드로 뭔가를 바쁘게 수정했다.


“…1년간 하자고 하시더니, 생각보다 기간이 기네요.”

“너무 성급하게 결혼한다고 하면, 여기저기서 의심할 게 뻔하거든. 자네 동생도 그렇고…이쪽 업계 일하는 녀석들은 좀 눈치가 빨라서. 그리고 자네한테도 괜히 헛소문 안 붙게 하려면 이게 나아. 그러니까, 밖에서는 최대한 다정하게 굴 거야.”


“자네도 연애를 안 해본 건 아니잖아. 그냥 평범하게 연애한다고 생각해.”라고 말하며 아인이 레너드를 바라봤다. 레너드는 조금 미묘한 표정을 짓더니 곧 어깨를 으쓱였다.


“…알파를 만나보는 건 처음이라서요.”

“알파랑 만난 적 없어?”


그 물음에 레너드가 손바닥을 올려 보이며 무언가를 정정하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정확히는…우성 알파는 만나본 적이 없어서. …열성 알파라고 그렇게 많이 만나본 것도 아니고요. 아니, 그냥. 좀 사람을 많이 안 만났어요.”

“왜? 뭐. 오메가라면 환장하고 덤비는 쓰레기들이 제법 많긴 하니까 아예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다만…혹시, 뭐 문제 있는 건 아니겠지.”

“…멀쩡해요. 그런 무례한 말 또 하실래요?”

“…이건 당연한 물음이야. 파트너의 건강 관리를 체크 하는 거지. 당장에 마킹부터 시작해야 하는데, 문제가 있으면 곤란해.”


그렇게 말하며 아인이 확 레너드의 손목을 낚아챘다. 순간 잡힌 손목에서부터 홧홧한 열기 같은 게 느껴져 레너드는 저도 모르게 몸을 움찔거렸다.


“……반응하네. 첫 만남 때는 페로몬이 거의 안 느껴졌는데 말이야.”


그렇게 말하며 아인이 잡은 레너드의 손목에 제 코를 묻었다. 체향을 맡는 듯, 깊게 숨을 들이마시는 소리가 났다. 레너드는 저도 모르게 몸을 움찔거리고, 잡힌 손을 움찔거렸다.


“…생각보다 더 정직한 반응인걸. 사람 안 만난 지 꽤 됐나 봐.”

“…우성 알파는, 그런 것까지 알아요?”

“대충 짐작 정도는 할 수 있지. 잘 들어. 난 당장 내일부터 너한테 첫눈에 반한 사람을 연기할 거야.”

“…그…럴 필요까지 있나요?”

“있어. 생각보다 이게 잘 먹히거든. 사람들은 이런, 로맨스 영화 같은 연애사를 좀 좋아해. 평생 결혼 안 하고, 파트너 안 만들 것 같은 사람이 우연히 누군가 만나서 첫눈에 반하는 거 말이야.”


아인은 잠시 숨을 골라 쉬곤, 다시 입을 열었다.


“…우리가 만나기 시작하면, 바로 그 주에 네 프로필이 인터넷을 돌아다닐 거야. 파파라치도 뜰걸.”

“…그건, 좀……사양하고, 싶은데요.”


여전히 손목이 붙잡힌 채로 레너드가 몸을 움츠리며 말했다. 주변에 이목이 쏠리는 건 사양하고 싶었다. 이러다가 미술관 일에도 지장이 생기는 거 아닐까 몰라. 그보다 이 사람은 손목을 언제쯤 놔주려나. 레너드는 손을 꼼질 거리며 아인을 바라봤다. 그는 여전히 손목을 놔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이상한 소문 같은 건 생기지 않게 해줄 테니까, 그 정도는 참아줘. 그보다…. 너 생각보다 좋은 향이 나는데. …내 쪽으로 와봐.”


아인의 말에 레너드는 좀처럼 이해할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이런 이야기는 처음 들어봤다. 지금까지 만났던 알파들이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었던가. 그들은 보통 레너드가 오메가여서 만났지, 그의 페로몬 향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한 적이 없었다. 아인이 레너드의 손목을 놓곤 제 허벅지를 두드렸다. “와보라니까.”라고 말하며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시선에 레너드는 결국 소파에 일어나선 맞은편 자리로 향했다.


그의 옆에 앉으니, 뭔가…묵직하게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무엇인지는 몰라도. 레너드는 괜히 마른 침을 삼키며 아인을 바라봤다. 아인의 손이 천천히 레너드의 허벅지를 더듬었다. …만났던 사람들이 만난 지 얼마 안 돼서 이러면 좋아했던가? 아니, 좀 기분 나빴던 것 같은데…. 근데 아인이 만지는 건, 저도 모르게 긴장이 됐다. 기분이 나쁘다기보단…이 사람이 이다음에 무엇을 해줄까 같은 그런 생각에.


“난 내 다리 위에 앉으란 소리였는데 말이야.”


그렇게 말하며 아인이 슬쩍 웃음을 터트렸다. 그 말과 웃음소리에 레너드가 아인의 몸을 살짝 밀어내며 사이를 벌려 앉으며 살짝 불만이 담긴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건 좀.”

“왜. 내가 확 잡아먹기라도 할까 봐 그래? 나 자제력 좋아.”

“…알파가 그런 말 하면 하나도 믿음이 안 가는데요.”

“나 철저한 관리의 아이콘이야.”


그렇게 말하며 아인이 슬쩍 레너드의 허리에 제 팔을 감으며 바싹 몸을 붙여왔다. 갑자기 바싹 붙여온 몸과 확 느껴지는 알파의 페로몬에 레너드가 어깨를 또 한 번 크게 움찔거렸다.


“…또 좋은 향 나네.”

“…이런 식으로 작업 걸어왔어요?”

“별로, 이렇게까지 해본 적은 없는데.”


아인은 그렇게 말하며 슬쩍 웃어 보였다. 레너드는 그 웃음이 정말 재수 없을 정도로 잘 생겼다고 생각하는 스스로가 어이없게 느껴질 정도여서 할 말을 잃고야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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