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에이터를 틀어도 추운 계절이 왔네요. 일 좀 하고, 코x나 좀 걸리고, 다시 일 좀 하고, 후두염에 걸렸더니 한달이 넘도록 블로그를 비워뒀습니다ㅠㅠㅠ 지지난 주 주말에는 좀이 쑤셔서 우리 지역을 벗어나보기로 했습니다. 친구랑 릴에서 기차로 세 시간 안에 갈 수 있는 도시를 찾다 보니 아르덴 Ardennes 지역의 샤를르빌-메지에르Charleville-Mézières가 뜨더라구요! 바로 옆 동네의 스당 Sedan에는 유럽에서 가장 큰 요새가 있다고 합니다. 마침 기차표도 싼 걸 찾아서 친구와 함께 둘이서 떠나봤습니다.

주변에 샤를르빌-메지에르에 간다고 했더니 볼 것도, 놀 것도 아무것도 없는 도시라고 대체 거길 왜 가냐고 묻더라구요...차마 기차값이 싸서 간다고는 말을 못하고, 성을 보러 간다고 어물쩍 대답했지만 여전히 모두 의아해합니다. 릴에서 세 시간 기차를 타고 도착한 샤를르빌-메지에르 역은 아르덴 지역의 수도 치고는 너무 한적했습니다. 프랑스 시인 아르튀르 랭보가 이 도시 출신이라 역에 큼지막하게 랭보의 사진이 붙어 있었습니다. 점심을 먹으러 중심가인 공작광장 Place ducale으로 향했습니다. 

사진엔 보이지 않지만 사각형 광장의 각 면이 갤러리로 이어져서 꽤나 근사합니다. 

맛있는 수제버거를 먹으러 식당에 들어갔는데 꽤 쌀쌀한 12도의 날씨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테라스에서 밥을 먹고 있었습니다. 역시 현지인의 포스는 다르네요. 

만족스러운 식사를 하고 라 뫼즈 La Meuse 강을 건너 '메지에르' 구역으로 넘어갔습니다. 현대적인 스테인드 글래스로 유명한 소망 성모의 바실리카 la Basilique de Notre-Dame de l'Espérance가 마을 상부에 위치해 있습니다. 룩셈부르크와 독일에 근접한 이 도시는 프로이센-프랑스 전투와 제 1차, 2차 세계대전 당시 폭격을 여러 번 당합니다. 그래서인지 바실리카 외부의 부조와 환조들은 거의 파괴되고 뼈대만 남아있습니다.

René Dürrbach의 스테인드 글라스. 추상적 구도 위에 얽혀있는 몇 가지 상징들. 색과 도형의 배치가 아주 매혹적입니다.

12세기에 만들어진 기둥을 재활용한 곳이 있다기에 한 십 분 정도를 친구와 같은 자리에서 뱅뱅 돌다가 결국 찾았습니다! 천사 얼굴이 귀엽네요.

제 1차 세계대전때 사망한 교인들의 비석만 벽 한 켠을 차지한 것이 마음 아팠습니다.

바실리카를 다 둘러보고 나니 벌써 오후 세 시 반. 다리가 아파오는데 박물관을 하나도 들르지 못한 것을 깨달았습니다ㅠㅠㅠ 라 뫼즈를 또 건너 샤를빌로 돌아와 랭보가 즐겼다고 하는 (물론 농담으로 적은 거겠지만요) 버블티 가게에 들어 당 충전을 하고 이 도시에서 가장 큰 아르덴 박물관으로 향합니다. 오후 네 시, 이미 해는 거의 지고 있습니다. 이후의 이야기는 다음에...!

2에서 이어서...

프랑스 생활과 블로그 프로젝트 "프랑스 뮤제로의 짧은 산책" 등을 위한 블로그입니다. 자유연재합니다.

한별in플랑드르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