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페이지에 쓰자니 너무 길어서 따로 풀어서 쓰는 비하인드 썰.

※ 회지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있으므로, 완독 후 읽어주세요! ※


1. 제목

일단 제목이 플레이 리스트가 된 이유는 가장 먼저 카세트 플레이어 컨셉으로 책을 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단순)

그리고 노래 안에도 구성이 있고 또 그런 노래들을 모아 플레이 리스트를 엮어내듯이, 사람의 인생도 비슷하지 않나-싶어서요. 글 중간중간에도 노래/플레이 리스트를 의도한 묘사가 있습니다. (흘러가는 음악이나 엉킨 테이프 등)

2. 철이의 생활비

대충 흘려서 언급하고 지나간 부분인데, 철이는 어머니의 유산+보험금을 상속 받았습니다. 큰 돈이 생기자마자 냅다 지른 게 오토바이라니, 불꽃남자의 애인은 불꽃효자입니다.

어쨌거나 미성년자일 때도 기관에서 다달이 생활비처럼 지급 받았고, 용이는 이걸 알고 있어서 대만이를 처음 봤을 때 지갑이 아니라고 단정지었다는 설정이었습니다.

3. 주거 설정

철이 사는 곳은 일본식 작은 아파트. 안방/옷방 정도에만 다다미가 있는 투룸 규모의 아파트입니다. 대만이는 고급 멘션에 살고 있는데, 철이는 그 앞에 대만이를 내려주기만 할 뿐 집에는 놀러가지 않았다는 설정입니다. 아쉽게도 회지를 쓰다보니 이 내용이 쏙 빠져버리고 말았네요.

투명인간이 된 박철 연성에서도 그랬지만, 이상하게 저희집 철이는 대만의 공간에 침범하지 않으려 합니다. 자기 공간을 마구 침범하는 대만이는 그저 내버려두면서도요.

대만이가 종종 철의 허락없이 영걸이네를 데려가는 에피소드를 구상했으나 결국엔 들어가려다가 말았습니다. 대만이도 철이를 독점하고 싶었는지, 의외로 다른 녀석들을 데려가지 않더라고요.

네. 무자각이지만 대만이의 첫사랑은 박철이니까요.

4. 기념일

사실 여러 계절을 지내면 특별한 기념일이나 명절도 함께 보냈을 법도 한데, 이상하게 그보다도 더 무난하고 평범한 일상만 포커싱하고 싶더라구요. 그나마 가장 큰 기념일이라곤 대만의 생일 정도. 철이에겐 예수님의 생일보다 저게 더 크게 다가왔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5. 금성

대만이가 박박 우긴 별은 일단 100% 아니 10,000% 금성은 아닙니다. 철이 말대로 인공위성이거나 혹은 다른 별이라고 생각합니다.

6. 사진 기사 후배

원고를 다듬으면서 통으로 편집되긴 했는데, 철과 대만의 사진을 찍어준 후배는 대만이가 농구로 돌아간 일에 크게 감명받아 본인도 불량 써클을 탈퇴하고 사진의 길을 걷게 됩니다. 훗날 선수가 된 대만이를 촬영하는 일도 있지 않았을까요?

7. 테이프를 방치한 이유

첫 번째로는 대만이 말한 것처럼 소중하게 여기느라. 그리고 대만 본인은 몰랐지만, '힘들고 외롭지 않아서'입니다.

철이의 곁에서는 철이가 있어서 외롭지 않게 버틸만 했고, 농구로 돌아가서는 더더욱 그런 감정과 멀어졌으니까요.

8. 둘의 첫 만남과 재회

둘 다 별이 밝은 여름 밤입니다(만남은 헤어졌을 때를 기준/재회는 만났을 때를 기준). 둘 다 계획하지 않은 만남이었고요.

철이 그냥 대만을 무시할 수도 있었고, 애초에 꾸역꾸역 다른 길로 가도 됐었습니다. 대만이 아무리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철이를 기다렸다 한들, 철이가 그곳에 나타나지 않았을 수도 있죠. 애초에 철이가 나오는 날이 평일이거나 학기중이라 대만이 못 나올 수도 있었습니다.

네, 맞습니다. 사실 플레이 리스트는 운명론적인 이야기입니다.

박철과 정대만은 운명이라서 둘이 의도하지 않아도 만날 수밖에 없는 거죠. 외로운 박철에게 목격된 중학생 정대만이 그러했고, 힘들던 대만의 앞에 나타난 박철이 그러했고, 제대로 된 인사를 하지 못한 헤어짐 이후의 재회도, 영원할 것만 같았던 이별 후의 재회도요.

철이의 개인적인 장소(식당과 집)는 오직 대만만이 알고 있는데, 용이가 우연히 식당을 알게 되어 연락을 한 것부터 대만과 철을 위한 운명이 강제한거죠. 그 운명을 거스를 정도의 불운으로 설령 재회가 늦어지게 됐다 한다고 해도, 언젠가 분명히 만나는 사이-입니다. 적어도 이 책에서의 대만과 철이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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