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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서 나와 샤워를 하고, 우리는 지은이네 집으로 저녁을 먹으러 갔다. 나무 평상 위에 앉아 다리를 죽 뻗고 있으니 피로가 한결 가시는 기분이었다. 아주머니는 나와 시우를 위해 맛있는 밥을 한 상 준비해 주었다.

“많이들 먹어. 우리 지은이는 벌써 밥 다 먹고 효준이랑 놀러 나갔단다. 아주 고등학생이 되어 가지구 공부하는 꼴을 못 보겠어, 꼴을.”

나는 아주머니를 도와 부엌에서 반찬을 옮겼다. 지글지글 팬 위에서 익어가는 노릇한 삼겹살, 꽃게를 넣어 국물이 시원한 된장찌개, 청양고추를 넣어 매콤달콤한 애호박전, 입맛을 자극하는, 푹 익은 간장게장까지. 모두, 작은 식탁 위에 차려졌다.

“그래도, 우리 지은이. 누구보다 건강해서 다행이야, 그렇지?”

“네, 아주머니. 당연하죠.”

나는 아주머니의 말에 대답하면서 잘 먹겠습니다, 하고 말했다. 시우도 나를 흘끗 보더니 조그만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잘 먹겠습니다.”

하고.

아주머니는 생글생글 웃으면서, 간장게장을 밥에 슥슥 비벼 입안 가득 넣는 시우를 보며 말했다.

“아유, 시우 얘기를 효준 엄마한테 많이 들었지. 공부를 그렇게 잘한다며? 애가 아주 순하고 참한 게 아주 귀여워. 그렇지, 지안아?”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주머니가 말을 이었다.

조금 쓸쓸한 표정으로.

“지안이에게 좋은 친구가 생겨서, 그래서 참 다행이다. 시우가 와 줘서, 정말 고마워. 지안이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에 지안이가 있잖니, 몇 달을 집에 박혀서 나오지를 않았잖아. 그런데 지금은 이렇게, 잘 맞는 좋은 친구랑 함께 웃는 걸 보니까, 아줌마 마음이……”

아주머니는 잠시 말을 잇지 못하고 손가락으로 눈물을 훔쳤다.

“아이구, 애들 앞에서 이게 무슨 주책이냐. 많이들 먹어, 응? 물도 마시고.”

그런 말을 남기고서, 아주머니는 부엌으로 향했다.

나와 시우 둘만 남겨진 조용한 밥상.

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런 이야기는 시우에게 알리고 싶지 않았는데. 그런 생각을 하면서. 어색한 침묵이 돌았다. 콩콩콩 울리는 심장 소리와 젓가락이 부딪히는 도란도란한 소리만이 거실을 채우고 있었다.

나는 슬며시 고개를 들어, 내 앞에 앉은 시우를 바라보았다. 시우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이었다. 

그저, 열심히 국물을 들이켜고 있었다.

후룩후룩.

콩콩콩.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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