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는 니야가 소리내기 전에 입에다 손가락을 갖다 댔고, 그 제스처를 보자 그녀는 말을 할 수 없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할 말이 많았지만 입에서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고, 니야는 모로가 자신에게 무언갈 했다고 추측했다. 

니야는 모로를 째려보았지만, 그는 니야를 무시하며 방의 오른쪽 벽으로 인도했다. 모로가 벽에 손을 갖다 대자 벽에 문이 생겼고, 그는 문을 열었다. 니야는 여전히 모로를 의심했지만 방에서 나왔다. 그녀 앞에 보이는 건 길게 이어진 통로와 거대한 성이였다. 모로는 문을 닫고, 니야의 손을 잡았다. 니야는 뿌리치려 했지만, 모로는 그럴수록 꽉 잡았고, 그래서 그녀는 그로부터 도망치는 걸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그들은 긴 통로를 지나서 어떤 방 앞에 도착했다.모로는 이번에도 니야에게 먼저 들어가라고 했다. 니야는 모로의 손을 놓고 방으로 들어갔고, 모로가 방에 들어오자 벽에서 문이 사라졌다.


니야는 모로를 쳐다보았고, 모로는 침대에 걸터앉아 옆을 툭툭 치며 니야에게 여기 앉으라고 신호를 보냈다. 니야는 내가 순순히 네 옆에 앉을 것 같아라는 생각을 하며 움직이지 않으려 했지만, 니야의 몸은 의지와 달리 침대로 걸어가고 있었고, 모로 옆에 앉게 되었다.


"그러게 순순히 앉았으면 내가 이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됬됐잖아 카이의 동생 아니랄까 봐고집이 너무 세네."


니야는 모로의 멱살을 잡고 욕을 퍼부어주고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여전히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지금 표정을 보니 나한테 원망이 많은 것 같은데, 나도 어쩔 수 없었어. 닌자들은 기억을 잃어가지. 로이드는 저런 꼴이지. 나는 육체를 잃어가고 있으니 어쩔 수 없었지. 우리에게 유일한 희망은 니야 너뿐이니까."


모로의 말에 니야는 놀랐다. 닌자들이 기억을 잃고 있다고? 이번엔 무슨 일이 생긴 거지. 게다가 내가 유일한 희망이라니?


"일단 이 곳부터 소개할게. 이곳은 주술로 이루어진 세계야. 원소의 힘은 존재하지 않는 대신 주술을 통해서 마법을 쓸 수 있지. 다른 닌자들과 달리 이 세계로 넘어오자마자 넌 주술을 쓸 수 있었고, 카이와 난 이걸 숨기기로 했어. 나는 어린 너에게 봉인 주술을 걸었고 그건 이 세계에서 열일곱 번째 생일에 맞추어 풀리게 되어 있었지. 어째선지 조금 빨리 풀어진 것 같지만."


니야는 모로의 말을 듣고 놀랐다. 원소의 힘이 없는 세계라니. 그리고 주술이라니? 클라우스가 쓰던 흑마법 같은 걸까?


"주술의 효과는 강력해서 너는 현실세계의 기억도 잊어버렸고, 동쪽나라에서 카이의 보호 속에서 공주로 살고 있었어. 카이는 주술을 깨뜨리고 싶지 않아서 너에게 주술을 금지했지만, 내 예상보다 빨리 깨진 걸 보면 누군가가 너에게주술을 가르친 게 틀림없어. 그가 눈치채기 전에 내가 이곳으로 너를 옮기긴 했지만, 조심해서 나쁠 건없으니까."


흐릿한 기억은 전부 모로 탓이구나. 그리고 공주였다니, 자신이 생전 처음 보는 고급스러운 비단옷을 입고 있던 이유가 그거였어. 니야는 자신이 갖고 있던 의문을 모로의 말을 들으면서 하나씩 풀어나갔다.


"이 세계를 빠져나가려면 세 가지가필요해. 이곳을 이루는 가장 기본적인 주술이 담긴 물건, 주술을 펼칠 사람. 그리고 강력한 마음이 담긴 기억. 그건 모두 네 열일곱번째 생일날 모여지게 되어있었고, 지금의 넌 그걸 전부 가지고 있어. 주술은 일주일 안에 해내야 하고, 늦으면 이곳에서 영원히 갇히게 될 거야."


모로는 단검을 꺼냈다. 마스터 우에게서 빼앗은 열쇠, 본 모습을 비추는 단검. 이게 니야에게 도움이 될 것이었다.


"이건 본 모습을 비추는 단검이야. 이걸 갖다 대면 어떠한 거짓된 모습도 본래 모습으로 볼 수 있지. 이걸 통해서 이 세계를 만든 자를 찾아내야해. 그 자를 찾게 되면 반드시 죽여야 하고."
모로가 단검을 그녀에게 주면서 말했다. 그는 어린 니야에게 주술을 걸때부터 그녀가 이곳을 빠저나갈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며, 그녀가 가진 물의 주술은 강력한 마나를 가지고 있었다. 황제가 눈치채지 못하게 봉인을 했지만, 결국 새어나와서 자신의 주술을 풀어버린 걸 보면 확실했다.


모로는 니야가 매고 있는 단검을 봤다. 이 단검이 왜 여기에 있지? 분명 사라졌다고 들었는데 설마 하나 남아있었던 걸까? 이 단검은 특별했고,강력한 물건이었으며, 모로는 이 단검의 기능을 알고 있었다. 


"네가 매고 있는 단검은 주술을 담을 수 있는 특별한 물건이야. 그걸 어디서 어떻게 구했는지 모르지만, 그 단검을 사용해서 그자를 죽이게 되면 우리 모두 이 세계에서 벗어날 수 있을 거야. 일단 이 방에서 성의 구조를 외워두고, 되도록 내가 올 때까지 밖으로 나가지 마."


모로가 말을 마치고 사라졌다. 니야는 모로가 준 검과 자신이 매고 있던 검을 보면서 두개의 단검을 사용해 자신이 죽여야 될 자가 누굴지 궁금했다. 설마 아는 사람은 아닐거야.

모로가 두고 간 성의 지도는 복잡했지만, 니야는 금방 외울 수 있을 거란 느낌이 들었다. 처음 간 방과 달리 이곳에는 창이 있었고, 따사로운 햇볕이 그녀의 방에 들어와서 등을 따뜻하게 해주었다.


아마 모로가 돌아올 즈음에는 이 지도를 다 이해해서 눈감고도 돌아다닐 수 있을 것이다.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며 지도를 집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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