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왜 낳았어?

조금씩 피는 기대감을 꾹꾹 누르고 물어보았더니 돌아오는 답변.

그러게, 어쩌다 보니 낳게 되었네..

마지막으로, 그가 한 말.

내가 너를 괜히 낳은 것 같다.


세상에 태어난 걸, 궁금해하면 안되나요? 호기심을 품은 것이 그리 잘못되었을까?

난 정말 궁금했다. 나를 임신한걸 알았을 때, 얼마나 기뻤는지. 어떤 축복을 건넸을지. 나에게 어떤 사랑을 속삭였을지.

어쩌다 생긴 아이는 어찌저찌 자라고 떠돌았다. 많이 울고 십수개의 일자리를 전전하며 땀도 많이 흘렸다. 은연중에 받는 동정표는 주머니속에 구겨 넣었지만, 자신을 동정할 수 없었다. 자기연민이 시작되면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지는 걸 알기 때문에.

아이에게, 해야 할 말을 하는 것보다 하면 안 되는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한걸 그들은 몰랐다. 영원히 알지 못할 것이고, 알지 못한 채 숨을 마감할 것이다. 그런 부류들을 정말 잘 안다. 그들이 바뀌지 않을 것을 안다. 그래서 체념했다. ‘어쩔 수 없지’를 자주 말한 게 언제부터였는지, 흐릿하다.

생각 없이 낳음 당했으니까 당사자도 생각 없어도 되지 않을까?

그렇다고 자학하면서 마구잡이로 살기에는 건강과 목숨이 아깝고. 하고 싶은 거 하면서 가볍게 살고 있다. 어쩌다 얻은 생명. 바람 따라 대서양과 육지를 여행하는 깃털 한 자락처럼.

무겁디 무거운 철옹성의 고집을 소유한 채.


남의 말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제법 둔감한 깃털.

나는 그렇게 살고 있고, 앞으로도 쭉 고집스레 가볍게 움직일 거다.

그들은 내가 성대모사가 잔뜩 나열된 리스트를 자신만만한 태도로 친구에게 보여주고, Halsey의 Nightmare 후렴구를 진성으로 힘차게 부르는지 마는지 관심도 없겠지. 

상관없다. 나만 재밌으면 그만인걸.



얼렁뚱땅 김제로의 진지하고 코믹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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