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잔 : 재환번외 1-3


By.둥휘


그날 퇴근하고 자주 찾는

단골집에 가 술잔을 기울였다


  "하아...이제 나만 끝내면 되나봐"


어찌되었든 다니엘은 성운과 

사귀고 있었고 아무런 진전이

없는 나는 내가 성우를 향한

이 마음을 끊어내야 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 밖에 들지 않았지만


내 말에 그가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요즘 성우씨가

  너 자주 쳐다보던데..대휘씨랑

  얘기할 때"


  "그래?"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대휘씨 귀여워하는거 티나나"


  "응 엄청"


잘 몰랐지만 나도 모르는 새에

대휘를 꽤 귀여워하고 있었나


  "그럼..그냥 거슬리는거 아닐까.."


내가 대휘를 귀여워하는걸 

성우가 신경쓴다고 해도

이제 의미없는 기대를

품고싶진 않았다


그래봤자 결국 상처받는건

또 나니까


  "그건 모르지 뭐.."


다니엘이 말 끝을 흐리며

잔을 들어 내 잔에 부딪히고

한번에 쭉 들이켰다


  "아 나 오늘 대휘씨한테

  말했다 옹대리님 좋아한다고"


내 말에 그가 눈을 크게뜨고

나를 바라보았다


  "엥?? 왜 대휘씨한테..?"


  "글쎄..."


다니엘에게 대휘가 남자와

사귀는 것 같아 이야기했다는

말을 할수는 없었다


그리고, 대휘에게 성우의

이야기를 꺼낸 이유에 물론 

묘한 동질감도 있었지만

이것은 그리 큰 이유가 아니었다


  "대휘씨한테는 그런 매력이 있나봐..

  진실을 말해야할 것 같은 눈"


내 말에 다니엘이 공감하는 듯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뭔지 알아"


  "그치?알 것 같지??"


  "응 근데 나는 대휘씨 무서워"


그의 말에 미간을 찌푸렸다


대휘가 무서울게 뭐가있을까

대휘가 무섭다 말하면서도

미소짓는 다니엘의

모습에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왜 무서워?"


  "성운씨랑 사귀는거 알고

  나한테 조심하래"


  "풉..! 아 이건 좀 웃기네

  대휘씨 그런면도 있구나"


나는 그 귀여운 얼굴로 자신보다

덩치도 큰 다니엘에게 진지한

표정으로 경고했을 대휘가

그려져 웃지 않을 수 없었다


귀엽다니까


  "멋있네 그래도 형아 지켜주려는거잖아"


내 말에 다니엘도 미소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귀엽지"


그와 내가 대휘를 생각하며

미소짓고 있을 때 다니엘이

생각났다는 듯 아..! 하는

작은 탄성을 내뱉었고 

나는 그를 바라보았다


  "요즘 우진씨는 무슨일 있는거야?"


확실히 우진의 분위기가 

많이 어둡긴했지만

대휘와 사이가 안좋아졌나

추측할 뿐이었다


  "글쎄..대휘씨랑 싸운것 같기도 하고"


  "그럼 성운씨도 힘들겠네"


그의 말에 나는 낯설음을 느꼈다


  "요즘 어쨌든 사무실 분위기가

  뒤숭숭하다..너랑 하대리님 그러지

  뜬금없이 대휘씨랑 우진씨도 

  어색해졌지, 옹대리님이랑

  나랑 분위기 띄우려고 하는데

  분위기 자체가 처지니까 지훈씨나

  관린씨도 힘들어하고.."


내 말에 다니엘은 눈을 살짝 아래로 

내리깔고 술잔을 만지작거렸다


오랜 친구지만 잘생긴건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외모였다


  "후우..내 잘못이다..이렇게 리더쉽이

  없나.."


그의 말에 나는 예전에 성운이

투덜대던 말이 생각나 


  '주말에 왜 모여야하는거야..'


피식 웃으며 그를 보았다


  "우선 팀원들 다 불러모아서 

  주말에 문화생활하는거 그만둬,

  그러면 팀원들의 사기가

  올라가지 않을까 싶다"


내 말에 그가 입술을 삐죽 내밀며

투정을 부렸다


  "그럼 나는 성운씨 어디서봐.."


  "야 사귀니까 그건 알아서해"


뭔가 깨달았다는 듯 그가 

아..소리를 내었고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하여튼 부러운 새끼"


이러나 저러나 자신의 애인걱정 뿐인

그의 모습이, 사랑을 하는 친구의

모습이 낯설었지만 


그 모습이 좋아보였다 


쓰게 미소를 짓는 그와 성운사이에

무슨 사연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대리님"


그러한 나날을 보내던 중

팀장실에서 나온

대휘가 나를 불렀다


  "어?"


  "혹시 팀장님이랑..하대리님.. 

  알고계세요?"


그들이 사귀는걸 얘기하는걸까

놀려주고 싶어 모른다고 했지만

빠르게 말을 돌리는 대휘의

모습에 웃으며 장난이라고

말하려던 순간


  "그보다 그때 해주신 

  얘기 자세히 

  듣고싶어서요"


  "어떤거?"


  "옹대리님이요"   


그의 이름이 나오는 순간 입을

다물어버렸다


다물었던 입을 천천히 열어

그에게 첫눈에 반한 것과,

어디가 좋은지, 어느 순간들이

좋은지 나는 천천히 나열했고


그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좋게 두근거리는 가슴에

미소지었다


당신은 내게 그런 사람이다


더 다가가지도, 물러서지도

않고 딱 이자리에 그냥

머물러 있기만해도 좋은사람


그를 보는 매순간마다

나를 행복하게 만들고 

사랑에 빠지게 만드는 사람


그런 당신이 좋았다


욕심내지도 않고,

이 마음을 버리지도 않고

나는 계속해서 이곳에

서있을것이다


설령 당신이 내 곁에

오지 않는다 하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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