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가 끝났을 뿐인데 오너들이 너무도 진심이 되어 곤란한 형사X괴도로 한 장면. 팬텀 블루 미스트 1부를 끝낸 후 두 사람이 어떻게 조금 더 가까워졌는지에 대해 썰 풀다보니 이런 게 나왔네요.

향수 향으로 잡은 거 아님?/향수 잔향 체향이랑 섞이면 좀 느낌 달라지는데 길 가다가 그거 맡고 어? 하고 뒤돌아보니까 익숙한 흑발이 뙇/사쿠야 잡힌 다음에 어떻게 알았는지 이유 들으면 마약탐지견이시냐고 눈 땡그랗게 뜨고 놀랄듯ㅋㅋㅋㅋㅋ/먹어보면 못할 것도 없을지도...하고 진지하게 고민하는 에이든ㅋㅋㅋ/먹냐고!! 하는 텐션이었네요 하 즐거웠습니다...



『그럼 여러분, 다음 이시간에 또 만나요~! 그럼 지금까지~당신의 팬텀 블루 미스트였습니다. 챠오~☆』

대체 세상의 누가 이게 범행을 마치고 현장을 떠나는 범인이 남길 말이라고 믿을 수 있으랴. 몇 번을 봐도 한숨밖에 나오지 않는 멘트였다. 에이든 라이트는 한숨과 함께 오늘 들어 몇십 번을 보았는지 알 수 없는 자료 화면을 껐다. 맨 처음 이 영상을 서의 브리핑실에서 봤을 때가 떠올랐다. 이, 경찰의 연속된 패배를 예견하는 영상은 예의 괴도가 몇 번의 범행을 마치고 꽤나 유명해진 이후에야 서의 브리핑실에서 대규모 상영회를 열 기회를 얻었다. 수많은 상급자들과 현장 요원들로 가득찬 브리핑실은 차마 소리를 높이지도, 그렇다고 평온한 마음으로 이를 시청할 수도 없어 끙끙대는 소리로 가득찼더랬다. 분노와 탄식과 으르렁대는 소리가 가득한 그곳은 마치 치통 걸린 사자들로 가득한 지옥의 동물원 같은 양상이었다…고, 이후 함께 참석한 동료 경찰은 그 자리를 평했다. 

"…그러고 보니 그 땐 분명 나도 이걸 봤을 텐데. 왜 오히려 내용은 거의 기억을 못 한 거지?"

에이든은 여러 번 영상 자료를 보느라 조금 뻐근해진 눈을 주무르며 요 며칠 간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의문을 입에 담았다. 요 며칠간 팬텀 블루 미스트라는 제목이 붙은 자료 영상을 전부 돌려 본 결과, 에이든은 꽤 많은 키워드를 얻을 수 있었다. 긴 흑발, 몸매가 드러나지 않는 복장이지만, 이를 감안하고 돌려본대도 꽤 가녀린 체구. 재빠른 몸놀림. 가면 너머임에도 바로 눈에 띄는 금빛 눈동자. 그리고 여자. 이 모습이 변장한 것일 가능성을 고려한다 해도 일반적인 경우라면 충분히 몽타주를 그릴 수도 있을 법한 라인업이었다. 경찰서에 보관되어 있는 영상만으로도 이러했다. '그녀'에 대해 어느 정도 개인적인 정보를 알고 있었기에 유리한 위치였기는 하지만, 전문적인 프로파일링 기술이 없는 에이든이 며칠에 지나지 않는 시간 동안 보았음에도 이 정도인 것이다. '팬텀 블루 미스트'는 어찌 되었건 눈길을 끄는 유쾌범이었고, 그녀에 대한 조사는 적어도 1년 이상 진행되어 왔다. 에이든이 보아 알 수 있는 것을 전문가들이 알 수 없다는 건 역시 말이 되지 않았다.

"경찰 상부에 연줄이 있을 가능성이나… 아니면, 정말로 마법이라거나."

누군가가 들었다면 수면부족으로 헛소리를 한다고 비웃을 말이었지만, 에이든은 진지했다. 의도한 건지 아닌지, 에이든에게 도움을 청했던 그녀는 꽤 많은 정보를 대화 속에 흘렸다. 마법이라는 키워드 또한 그 중 하나. 게다가 이전의 사건에선 그와 비슷한 것도 실제로 봤고 말이지.

"한 사람만이라면 모르겠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지켜봤는데도 이 정도 특징을 뽑아내지 못한다면…역시 뭔가 좀 이상하지."

에이든은 수첩에 휘갈겨 쓴 키워드들을 톡톡 펜 끝으로 쳤다. 어쩐지 석연치 않았다. 모두의 눈을 가린 안개가 갑자기 자신의 눈앞에서만 벗겨진 이유는-대체 무엇일까.

"뭐야, 에이든. 아직도 안 간 거야? 철야하고 나서 또 개인적으로 조사?"

갑작스레 등 뒤에서 들린 목소리에 에이든은 흠칫 놀랐다. 커피를 두 잔 든 동료가 눈을 휘둥그렇게 뜬 채 그를 보고 있었다. 동료의 시선이 책상 위에 쌓인 CD들에 가는 걸 보며, 에이든은 희미하게 웃었다.

"팬텀 블루 미스트, 팬텀 블루 미스트, 팬텀 블루 미스트라… 열심이잖아, 스타 형사님."
"맡은 일을 하는 건 당연한 일인걸요… 그리고 너무 그러지 마세요. 부끄러우니까."
"뭐 어때? 그 망할 괴도만 언론에 주목받는 건 맘에 안 들었단 말이야. 우리도 아이콘이 있어야지!"

그 아이콘이 자기 자신이 되면 말이 달라지겠지만, 일단 그가 즐거워 보이니 에이든은 아무 말 않기로 했다. "그나저나." 하고 동료는 들고 있던 커피 중 한 잔을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아무래도, 아직 안 간 거냐고 짐짓 놀란 건 허풍인 듯했다. 에이든이 요새 영상 자료에 몰두하고 있는 걸 알고 있는 것이겠지. 따끈한 커피는-이제 와서 들을지는 모르겠지만-어쨌든 일에 지친 몸에는 꽤 잘 스몄다. 

"스타 형사라고 듣는 게 달갑지 않은 것치고는, 꽤 열성적으로 조사하잖아? 팬텀 블루 미스트."
"아무래도 자주 엮이니까요. 인연이 있는 범인이란 건, 아무래도 생기기 마련이잖아요."
"아~있지, 있지. '사랑에 빠져버리는' 거 말이지?"

동료는 나름 위트있는 대사를 쳤다고 생각했는지 찡긋 윙크까지 해 보였다. 

"…토비 씨가 말씀하셨죠. 그거."

어떤 사건에 푹 빠져, 침식도 잊고 그 뒤를 쫓게 되는 것. 마치 사랑에 빠진 누군가가 다른 누군가를 쫓는 행위와 비슷하게 보여 관용적으로 쓰이는 말이다. 에이든은 의식적으로 머릿속에 그 관용적 표현의 사전적 의미를 떠올리려 애썼다. 피곤해진 탓일까. 그러지 않았다간 저도 모르게 어린애처럼 동요해 버릴 것만 같았다. 

"그래, 그래. 시인이셨다니까. 그 영감님. 여튼, 봐 봤자 별로 나오는 것도 없는 비디오 너무 뚫어져라 보지 말고 쉴 때는 쉬라고. 그러다 쓰러진다."

동료는 책상 위에 놓인 CD 더미를 질린 듯이 바라본 뒤 그대로 발걸음을 돌렸다. 

"……."

봐 봤자 별로 나오는 것도 없는. 에이든은 동료의 마지막 말을 곱씹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신이 이 비디오를 볼 때 느끼던 감상 그대로였다.

"…사쿠야."

툭, 하고 입술 사이로 그녀의 이름이 흘러나왔다. 탄식이었다.
다들 당신이 안 보인다고 하네요. 눈 앞에 보이는데. 이렇게나 선명해서, 잊을 수가 없는데.
'쓸쓸해요.' 라고 가면을 쓴 소녀가 하던 말이 떠올랐다. 커피가 이상하게 입에 썼다.
에이든은 수첩을 접어 점퍼 안에 넣고 CD를 정리했다.



이틀 만에 보는 뉴욕의 거리는 철야로 시린 눈에는 아플 정도로 쨍하니 맑았다.
그새 주말이 되었는지 거리는 사람으로, 에너지로 넘치고 있었다. 에이든은 마치 거기에 떠밀리듯이 극채색의 평화 속을 떠돌았다. 기뻐하는 사람, 슬퍼하는 사람. 혹은 아무렇지도 않은 사람. 온갖 색의, 사람과 사람과 사람. 거기에 있는 것만으로도 그들은 독특한 에너지를 뿜어내, 지켜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때로는 에너지를, 때로는 토하고 싶을 정도의 피로를 선사하곤 한다. 지금의 에이든은-전자였다. 반쯤 마비된 머리에 저릿할 정도의 에너지의 덩어리는 기분 좋은 자극이었다. 비록 거기에 섞여들지는 못할지라도. 

온갖 색의 에너지를 한몸에 맞으면서도, 머릿속에 떠오르는 건 아까부터 변함이 없었다. 밤하늘에 녹아들듯 나부끼는 검은 머리카락이 마치 제 머릿속에도 녹아든 듯 떠나지 않아, 눈이 쨍할 정도의 한낮임에도 에이든의 머릿속만 여전히 한밤중이었다. 이래서야 사랑에 빠졌단 말을 관용구라고 웃어넘기질 못하겠다. 그녀는 범죄자고, 자신이 잡아야 할 대상이고, 그리고-그런데도.

의미를 가지지 못한 말들 가운데, 송곳처럼 웃음소리가 와서 빼족하게 꽂혔다. 낭랑하게 잘 울리는, 쾌활한 금빛의 웃음소리다. 

눈이 뜨였다.

화려한 장미 향기 가운데, 희미하게 풍기던 달콤한 향이 코끝을 스쳤다. 무도회장의 그녀가 품 안에 짐짓 장난스레 답삭 안겼을 때 아주 잠시 느껴졌던 향기.

안개가 걷혔다. 

에이든 라이트는 뒤를 돌아보았다. 눈앞에 검은 머리카락이 나부끼고 있었다.

밤이 돌아왔다.
저도 모르게 손을 뻗어, 그 옷자락을 잡았다.

"…에?"

거짓말. 어떻게? 하고 작게 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금빛 눈동자가 호동그랗게 뜨여, 경악을 담고 저를 보고 있었다.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희열과 닮은 감정이 솟구쳐 올랐다. 얼굴 한가득 피어오르는 웃음을 자각하며, 에이든은 그 이름을 입에 담았다.

"레이디 사쿠야?"

 A rose by any other name would smell as sweet
-셰익스피어, 로미오와 줄리엣 中- 


뭔가 이 뒤에 '오호호호 사쿠야라니 대체 누굴까요 그런 사람 모르는데요~~~' 하고 시치미 떼는 사쿠야 뒤로 '사쿠야~안 가?' 하는 친구들이 나오고 결국 더이상 시치미떼지 못하는 사쿠야랑 에이든 둘이 카페에 가서 뭐죠 여기서 현행범 체포할 거라면 나도 생각이 있어요 소리지를 거니까, 하고 볼 부풀리는 사쿠야와 그거 보면서 ㅇwㅇ)*그냥 친구랑 만나서 기쁜 것뿐인데요? 해서 사쿠야 독기 다 빼버리는 에이든이라거나,  얼굴 까고 이름 까고 대체 왜 에이든만 혼자 사쿠야 얼굴을 인식하게 됐는지(1부 마지막의 그 선물 때문이라는 설정을 멋대로 붙이고 있었습니다)알게 되고 그래서 어떻게 알았냐/향기로 알았다/잠깐만 설마 나 체취가 그렇게 심하다는 건 아니겠죠? 맞아도 아니라고 해요 좀 울고 싶으니까 하는 일련의 과정을 거쳐 둘이 사적으로 이름과 얼굴을 까는 과정을 그리고 싶었는데요

지금 페이스 보아하니 너무 길어질 것 같아 일단 여기까지로 합니다.......이상하다 왜이렇게 길어지고있는거지요 이렇게 폭주기관차가 될 예정은 없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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