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작가 중 한명이 레인보우 로웰이다. 지금까지 로웰을 쓴 책을 이번에 <어태치먼트>를 마지막으로 다 읽었고 이제 언제 또 새 책이 나오나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이 포스트 전에 레인보우 로웰의 <캐리 온>을 읽고 찬양들을 쓴 적이 있다. 하지만 오늘 쓸 포스트는 찬양과는 거리가 먼 글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레인보우 로웰의 처녀작인 <어태치먼트>를 읽으면서 계속해서 눈쌀을 찌푸렸기 때문에. 

먼저 <어태치먼트>가 레인보우 로웰의 나중 소설들과 다른 점을 보자면 주인공이 백인 성인 남자다. 로웰의 후기 작품들을 보면 남자 주인공들은 자주 등장한다. <캐리 온>에서도, 그녀의 가장 성공한 소설인 <엘리노어 & 파크>에서도 남성 화자 또는 주인공은 등장한다. 하지만 <어태치먼트>의 주인공 '링컨'은 '백인' '성인' '남자'다.

자비에 돌란은 절대 헤테로 남자 주인공의 문제들을 소재 한 영화를 만들지 않겠다고 한 적이 있지 않은가. 왜냐하면 그들을 자신이 대변해줘야할만큼 고통받고 있지 않기 때문에.

아무튼 문제는 이미 나에게는 주인공 설정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내가 가장 공감을 못하는 인물이 주인공으로 설정이 되었기 때문에. 이야기 속으로 더 들어가자면 시간은 1999년 인터넷이 이제 막 사람들의 삶에 들어오게 되었을 시기다. 그리고 링컨의 직업은 사람들이 거의 다 퇴근한 밤에 신문사 직원들의 메일을 읽고 필터링하는 것이다. 그야말로 남의 이메일을 읽고 욕이나 포르노가 있는 이메일 또는 일 외의 개인적인 이메일은 링컨의 필터에 걸려 경고를 받게 된다. 안그래도 남들의 사적인 삶을 침해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에 죄책감이 드는 찰나, 링컨은 '제니퍼'와 '베스'의 이메일을 보게 된다.

링컨이 본 회사 절친인듯한 베스와 제니퍼의 이메일은 이렇게 시작한다: "I think I'm pregnant."

그리고 몇달이 지나는 동안 그들의 이메일의 주된 주제는 남자친구와 결혼 그리고 임신이다. 

물론 제니퍼와 베스 둘다 똑똑하고 재미있고 글을 잘 쓰는 캐릭터들이다--그렇게 링컨은 생각하고 있고 책에서도 그렇게 묘사된다. 왜냐하면 책에 나오는 묘사는 링컨의 의식의 흐름을 따르기 때문에.

레인보우 로웰이 이 책을 쓸 당시 임신을 했었거나 출산을 한지 얼마 안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이야기는 여자들의 '마더 네이처'에 집중을 한다. 오히려 링컨의 연애사가 서브풀롯이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어태치먼트>에는 베스와 제니퍼 말고도 여러 여성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가장 눈에 띄는 등장인물은 아무래도 링컨의 엄마이자 싱글맘인 '모린'이다. 위에서 링컨이 아직 엄마랑 같이 살고 있다는 정보를 빼먹은 것 같다. 28살 링컨은 엄마랑 같이 살고 있고 그게 책이 진행되는 동안 '자신의 삶을 찾아서 독립하는' 링컨의 문제와 직결된다. 그의 누나 '이브'는 항상 링컨에게 독립을 하라고 추궁하고 너의 인생을 찾으라고 그런다. 문제는 나는 링컨의 이 고뇌에 대해 정말이지 don't give a fuck이었기 때문에 이 문제에 대해서는 신경을 쓰지 않았던.

모린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자면 요리를 잘하고 아들을 사랑하고 집에서 항상 요리를 하고 있고 저녁에 일을 나가는 아들을 위해 항상 맛있는 요리를 해서 도시락을 싸준다. 그리고 모린은 자신의 아들인 링컨이 독립을 하고 자신의 곁을 떠나지 않길 바란다. 모린은 그냥 '엄마'라는 역할을 하기 위해 만들어진 캐릭터였다. 그녀가 요리를 안하는 시간에는 무엇을 하는지, 아들이 집에 오지 않는 시간에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전혀 나오지는 않는다. 모린이 그렇게 많이 등장하지만 우리는 모린에 대해 링컨의 요리 잘하는 엄마정도밖에 알지 못한다. 이것도 로웰이 말하고 싶었던 'attachments' 의 한 종류인가...아들을 위해 사는 어머니의 모습...?

그렇지만 내가 가장 읽으면서 '이건 뭐지?' 싶었던 부분은 링컨의 자신이 직면해 있는 문제(여자친구가 없고 직장도 별로고 학교도 잘 다니지 못 했고 아직도 엄마와 함께 살고 있는 것)가 아빠없이 자란 아들이어서가 아닐까 고민하는 장면이였다. 아주 짧은 고민이었지만 이 부분이 너무 안좋은 쪽으로 인상 깊었다. '아빠없이 자란 아들' 이야기는 이미 자비에 돌란이 7년전 <나는 엄마를 죽였다>에서 하지 않았던가? 그때 샨탈의 대사를 통해 아빠 없는 아들이 father figure의 부재로 다른 아이들보다 혼란스러운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 그렇지 않다는 것을 주장하지 않았나. 근데 2011년에 나온 이 책에서 나는 왜 후베르의 기숙학교 교장선생님이 할 법한 이야기를 주인공의 입을 통해서 듣고 있어야 하는건가.

그렇게 여성 캐릭터들은 소비되었다. 그저 링컨의 엄마로 링컨의 상대역으로 임신과 아이 출산 연애에만 관심이 있는 그런 여성으로.

그리고 이 책에서는 끊임없이 어떤 것이 manly, masculine, feminine하다, 하지 않다라는 문장이 자주 사용된다. 심지어 '그녀의 머리가 여성스럽게 길었다.'라는 문장까지 있었는데?? 링컨은 연보라색 침대보를 사고 '이게 그렇게 남성스럽지는 않지만 링컨은 그 색을 좋아했다.' 라는 문장이 나오기도 한다. 이 문장을 읽고 잠시 어리둥절했다 1. 모린이 링컨에게 파란색 데이지가 그려져 있는 식기를 사준다. 그리고 링컨에게 이렇게 말한다: '이게 남성스럽지는 않지만...' 이 문장을 읽고 잠시 어리둥절했다 2. 남성다운 색은 무엇이며 남성다운 식기는 무엇인거냐며 레인보우 로웰을 찾아가서 따지고 싶었다.


그래서 결론은 과연 레인보우 로웰은 남성의 눈에 보여지는 여자들의 모습을 그려냈고 그가 '생각'하는 여성들의 모습을 보여준 것이냐는 것이다. 여성 캐릭터들을 이렇게 소비시킨 이유가 남자가 생각하는 여자들을 그려내기 위해서였나는 것이다. 링컨은 제니퍼와 베스 둘 중 한명의 얼굴도 보지 못하고 그들의 이메일을 읽고서 사랑에 빠졌기 때문에. 그리고 링컨은 자신의 첫사랑인 샘을 따라 대학교를 가고 그녀에 대해 환상을 품고 9년동안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을 정도로 바보인 캐릭터이기 때문에. 만약 로웰이 담아내고자 했던 여자들의 모습이 순전히 이 바보같은 남자의 관점에서만 볼 수 있는 여성들의 모습이었다면 레인보우 로웰은 그것을 너무 성공적으로 잘해냈다고 본다. 그야말로 링컨을 비웃고 그와 더불어 여자를 그저 아기 주머니로 보는 남자들을 비웃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하지만 그렇게만 생각하고 좋게 넘어가기에는 뒷끝이 너무 씁쓸하다.


#책 #레인보우로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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