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당신과 함께 있노라면

당신은 허수아비, 나는 씨앗이겠지.


당신의 그림자에 가려 어둠에서 고히 잠든 나.

여러 계절이 지나도 여전히 허수아비에게 가려진 씨앗.

여러 해가 지나도 항상 거뜬한 허수아비를 바라보는 씨앗.


씨앗도 태양을, 햇볕을 보고 파,

이리저리 흙을 뒹굴어도 여전히 허수아비 그림자.


태양도 허수아비도 내가 씨앗에서 뿌리를 내리면

어여쁜 열매를 맺어 새들이 허수아비를 공격할 것이라 알기에,

굳건한 뿌리가 그를 이리저리 흔들어 넘어뜨릴 것이라 알기에,


태양도 허수아비도 씨앗을 애써 무시했다.


하지만 나는 달맞이 씨앗이라네.

언제나 뒤를 보이는 당신은 달맞이 씨앗인걸 모르려나.

언제나 허수아비만을 바라본 태양은 달맞이를 모르려나.

언제나 나는 햇볕이 나를 사랑으로 비추어주기를 기다린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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