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16년만에 돌아오는 특별한 할로윈의 날입니다.

"할로윈이라니, 미쳤니? 저것들 언어를 쓰면 저것들한테 지배되는 거야. 알아?"

오늘은 16년만에 돌아오는 특별한 10월 31일입니다.

태클 거는 저 분은 자기를 엄마라 부르라고 했는데, '엄마'도 인간들 표현 아닌가요? 지금 쓰는 말도 다 사람들 말인데 할로윈만 안 된다는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애초에 이날이 특별해진 것도 인간들 때문인데요.

원래 우리의 날이던 그날은 진작에 잊혀졌고, 우리가 돌아다녀도 인간들의 눈총을 받지 않게 된 날은 매년 10월 31일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올해는 드디어 16년만에! 제가! 무려 미라들을 대표해서! 월동 1구역에 미라임을 들키지 않고 미라 코스튬을 입은 인간인 척 하는 데에 성공하는 미션을 수행하는 할로윈이 도래했습니다!!

16년만인 이유는 제가 드디어 16살이 됐기 때문이죠. 내년에 제 친구 로벨리가 다음 미션을 수행하기는 할 텐데, 그건 뭐 내년 일이고요. 근데 인간들에게 미라임을 안 들키는 게 대체 무슨 의미죠? 전 친구를 웃기는 게 더 재밌던데요. 게다가 이거 다른 애들이랑 경쟁을 하는 거거든요! 딴 종족 열 여섯 살 된 애들이랑 해서 인간들을 오래 속일수록 이기는 겁니다. 어차피 새벽 3시가 되면 인간들은 우리를 잊을 테니 걸려도 상관은 없어요. 재우면 되거든.

일찍 지면 어떻게 되냐고? 가문에 먹칠을 했단 소리를 듣습니다! 우리 집만 그런가요? 아니 진짜 가문이 웬 말이야. 저기 문에 저게 모자인지 뭔지도 모를 문양 보이세요? 저게 우리 가문 문장이래요! 저 문짝 자체도 엄마가 나 만나고 만든 건데, 잘 만들긴 했지. 근데 뭔 가문이고 엄마겠어요. 그냥 같이 사는 건데 왜 호칭이니 뭐니 하는 데에 신경 쓰는지 원.

그러고보면 우리는 너무 개체가 적어서 매번 지는 바람에 인간 탐구를 한답시고 엄마가 휴먼..다큐멘터리를.. 엄청 봅니다. 그러다가 저건 나도 찍겠다면서 뭘 찍던데.. 솔직히 어떻게 찍었는지 이해가 안 갔거든요. 근데 잘 만들긴 했더라고. 웬 방송국에 투고..아니 투고는 어떻게 한 건지 모르겠지만, 암튼 투고를 해서 지역방송국에 송출된 적도 있어. 보통 방송국이 이렇게 양심이 없고 할 짓이 없는 걸까? 방송 하나가 펑크라도 났었나 보죠 뭐.

참고로 우리 나이는 별 의미 없습니다. 그냥 미라로 만들어진 시체 중 이이이이일부가 저처럼 깨어나면 동료를 찾아 모이기는 하는데, 어차피 언제 태어났든 깨어난 지 몇 년이든 별 상관 안 하거든요. '엄마'만 나이를 따지는데, 사실 좀 심심해서 그런 것 같아요. 제가 어떻게 대하든 '엄마'라고만 부르면 그러려니 하거든요. 참 희한해.

전 미라가 된 지도 깨어난 지도 비교적 얼마 안 돼서 대충 인간들이 상상하는 미라의 모습이랑 아주 큰 차이는 없습니다. 아닌가? 음.... 허연 붕대 쫙 두른 둥그렇고 사지 달린 그런 모습은 아니긴 해요. 가끔 인간들 상상이 모여 태어난 미라도 있거든요? 전 그런 경우는 아니라서, 이번 할로윈에는 하얀 붕대도 준비해 뒀습니다. 눈 있는 데가 어두운데 눈동자 비스무리한 곳은 노랗게 빛나는 게 미라 이미지라는 첩보를 들었어요.

인간이 생각하는 눈은 없는데, 조명이라도 달아야 하나. 어떻게 생각하세요? 별로? 아, 아니다? 달지 말라? 음,음. 그렇구나. 아, 지금 동작 이 쪽 보고 다시 해볼래요? 카메라에 안 잡힐 것 같아서. 네. 한 번 하는 거 어차피 이기겠지만, 다큐로 남기면 이 괴상한 의식에도 의미가 생기지 않겠어요? 고개 한 번 더, 응, 네. 좋아요~!

글로 세상을, 또 당신들을 만나는 여성주의자이자 레즈비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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