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ongojihai 와 함께하는 합작.

* 후타쿠치 시점으로 풀어나갑니다.

* 오타, 맞춤법에 유의해주세요.

* 둘이 같은 학교에 재학, 동갑인 설정입니다.

* 부담이 돼 - 정키(feat. 휘인) https://www.youtube.com/watch?v=wxQZ48TgqZk






애별리고(愛別離苦) :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져야 하는 괴로움







"나 먼저 갈게."

"····잇세이-"



뒤돌아서는 너를 붙잡을 수가 없었어. 늘 나에게 뒷모습을 보여주지 않던 너였는데, 도무지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어. 내가 너한테 무슨 잘못이라도 한 건지, 아니면 그저 내게 질려버린 건지. 지난 3년이라는 시간 동안 큰 다툼 없이 지나갔던 우리가 이렇게 멀어진 이유가 도대체 무엇인지.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고 생각을 해봐도, 그 이유를 찾을 수가 없었어.


늘 나를 불러주던 다정한 목소리도, 나를 바라보던 따뜻했던 눈동자도, 나를 향해 웃어주던 너의 미소도, 어느 순간부터는 사라진지 오래더라. 있잖아, 나 처음엔 괜찮다고 생각했어. 너도 금방 돌아오겠지, 다시 내가 알던 잇세이로 돌아와 주겠지. 몇 번이고 생각하고 또 생각했어. 일부러 연애 초 때처럼 옷차림에 더 신경도 쓰고, 조금이라도 틀어질 기미가 보이면 내가 먼저 물러서기도 했었어.


많이 무서웠어. 맞잡고 있는 이 손이 억지로 잡혀 있는 것 같아서, 금방이라도 네가 놓아버릴 것 같아서. 손을 놓아버리곤 뒤돌아서 떠나버릴 것 같아서. 네 눈은 이미 나를 향해있지 않았고, 우리는 언제나 서로 발맞춰 걸었었는데 이제는 앞서가는 널 내가 뒤따라가고 있더라. 솔직히 그때 직감했어. 너는 이제 나를 떠날 준비를 하고 있구나. 이제 정리를 해야 할 때가 온 거구나. 근데 그거 있잖아. 믿기 싫은 거, 나는 너를 아직도 사랑하고 있으니까 믿고 싶지 않았어. 너는 이제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그 사실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어.



"후타쿠치."

"왜, 잇세이."

"······후, 너도 알고 있잖아."

"······뭐를? 난 모르겠는데? 무슨 할 말 있어?"



아니, 다 알고 있었어. 네 입에서 나올 말들을 전부 예감하고 있었어. 우리의 끝을 이야기할 거라는 걸 난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지. 얼굴엔 잔뜩 짜증을 머금고 머리를 헝클어뜨리며 뒤를 돌아서는 너를 바라보는 내 모습이 이렇게 초라할 줄 누가 알았겠어. 이제 더 이상 다정하게 "켄지-"라고 불러주지도 않고, 나와 함께 있는 것조차 버거워하는 너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찢어질 것 같았어. 하지만 내 마음은 아직도 너와 함께 하고 싶은 걸, 너를 잡고 싶은 걸 멈출 수 없었나 봐.



"모르는 척 하지마. 우리 그만하자."

"잇세이, 아니야.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아니, 지금까지 많이 생각해왔어."

"아니···, 잇세···."



타악-



그렇게 한참을 망설이다 뻗은 내 손을 거세게 뿌리치는 너를 본 순간, 이제는 정말 놓아줘야 한다는 걸 깨달았어. 아, 우린 이제 정말 끝이구나. 고개를 들어 너와 눈이 마주쳤을 땐, 평소 같았으면 당황해 내 눈치를 봤을 네가 차갑게 식은 눈으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지. 네 앞에서는 괜찮다며 애써 웃어 보였지만 이젠 솔직하게 말해도 괜찮겠지? 사실 많이 아팠어. 손이 아니고 내 마음이. 찢기듯이 아려왔어. 아니 비참하고 눈물이 쏟아져 나올걸 간신히 참았다는 게 맞는 말이겠다. 더 이상 너에게 다가갈 수 없는 벽이 생겨버린 것 같아서, 내 모든 시간이 무너져 버리는 것 같았다면 넌 이해할 수 있을까?



"그만해, 솔직히 너도 질렸잖아?"

"아니···! 어떻게 장담..!"

"더 이상 숨기려고 하지 마. 3년이야. 3년이라는 시간이라고."

"잇세이···."

"3년이라는 시간 동안 지치지 않았다고? 질리지 않았다고?"



마지막까지 인상을 찌푸린 채 말하는 네 모습을 보면서도 자꾸 떨리는 내가 너무 싫었어. 내 마음까지도 단정 지어버리는 네가 뭐가 그리 좋다고. 나도 이런 내가 이해가 안 되는데 너는 오죽했을까.



"그럼 난 말 다 끝난 걸로 알고 간다."

"···잇세이, 하나만.. 하나만 물어볼게."

"뭔데."

"우리··· 더 이상은 못 만나는 거야?"



예전부터 계속 이 말을 물어볼까 말까 엄청 고민했었어. 괜히 물어봤다가 네 화만 돋우는 게 아닐까 생각도 했었고, 하지만 이제 끝날 사이라잖아. 네 말대로. 그래서 물어봤던 거야. 결국 예상대로 였지만. 속에서부터 끌어 오르는 깊은 한숨소리가 들려오고, 내가 그렇게 좋아하던 눈으로 넌 나를 싸늘하게 내려다봤지. 울컥 차오르는 감정을 겨우 억누르고 너를 마주 봤을 땐, 예쁜 말만 내뱉던 그 입에선 남아있는 마음마저도 난도질할 말만 나왔어.




"어, 다시는 못 만나. 아니 안 만나."

"······그럼, 너 3년 동안 나를 사랑했어?"

"······후, 그것도 이제는 모르겠다. 그러니 너도 나 잊어."

"······그래."



뒤 한번 돌아보지 않은 네가 떠나고 난 그 자리에서 난 한 발짝도 움직일 수가 없었어. 예상을 하고 있었는데도 그랬던걸 보면, 나 너를 많이 좋아했나 봐. 지나가는 사람들이 나를 쳐다보고, 지나가다 부딪혀도 발걸음이 떨어지질 않았어. 그리고 그제야 꾹 참았던 눈물이 터져 나오더라. 그래도 네 앞에서 울지 않아서, 우리의 이별이 너에게는 눈물바다로 기억되지 않아서. 다행이야, 그치? 


있잖아 잇세이······, 나는 그 3년이라는 시간 동안 많은 표현은 못했어도 내 모든 걸 놓을 수 있을 정도로 널 사랑했어. 이제 와서 이러는 거 웃기겠지만, 그래도 너를 많이 좋아했고, 사랑했던 사람으로 너의 기억 속으로 남아있고 싶다는 건 너무 큰 욕심인 걸까? 


아니, 사실 나 네가 너무 미워. 뒤도 한번 안 돌아보고 떠나버린 네가, 이젠 질렸다며 말하던 네가, 더 이상 나를 사랑하지 않는 네가, 내 말은 들어보지도 않는 네가, 우리의 3년을 한순간에 '지겨웠다'고 표현하는 네가. 미워서 당장이라도 달려가서 따지고 싶은 마음이 정말 굴뚝같은데, 잊을게. 이게 너를 위한 거라면 잊을게, 나.


너와 함께 갔던 카페도, 같이 들었던 노래도, 자주 지나가던 길거리까지도. 모든 게 너를 떠올리게 해서 한동안은 많이 힘들 것 같아. 하지만 걱정 마. 시간이 얼마가 걸리던 잊어갈게. 노력할게. 





그러니 제발 우리의 3년을, 나의 3년을, 너의 3년을···, 나쁜 기억으로 남기지는 말아줘.







* 다음편 : https://writer-tori.postype.com/post/92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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