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유학 앨범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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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 BEACH  2:03pm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이번 주말에는 서핑을 해보자며

근 1주일을 들들 볶았다.


처음에는 그냥 던지는 소리인 줄 알았다.

하지만 재현이는 집념의 사나이였다.

인스타를 둘러보던 재현이는 냅다

내 앞으로 핸드폰을 가져다 대며 물었다.


"이거 재미있겠지."

"뭐야? 서핑?"

"엉. 이거 딱 주말에 하면 좋겠는데?"

"그래?"


물론 나는 수영을 좋아하는 성격이 아니라

그냥 우스갯 소리로 넘겼다.

다시 시선을 거두고 웹서핑을 하는데

재현이가 팔을 둘러 제 품에 끌어 당겼다.

그리고는 한 눈을 못 팔게끔 다시

제 핸드폰을 넌지시 보였다.


"아, 이거 완전 재미있겠는데."

"......"

"서핑 해볼까?"


아무것도 모르는 척 묻는 물음에

고개를 돌리니,

그 특유의 느슨한 표정으로 눈을 게슴츠레 뜬

재현이가 두 눈썹을 들썩였다.


"서핑."


말이 서핑이지.

그의 음성은 서~핑~ 이라고 했다.


"...... 서핑 뭐."


툭하고 던지니

재현이가 노골적인? 윙크를 날렸다.


"앙."


그의 살짝 도톰한 입술이 요망스레 벌어졌다 닫혔다.


"해보자. 우리."


일반적인 성격이라면 혼자서도 잘 하는 재현인데

같이 하고자 하는 이유가 있겠거니 싶어서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주말은 다가왔고

약속대로 우리는 예약해 둔 비치를 찾았다.

선글라스에 민소매, 수영복까지

차려입은 재현이는

'아 날씨 좋다.'

'이런 날씨에는 서핑이지.'

라며 해변을 걸었다.


연습을 할 때부터 얼마나 열심히 하는지.

가만 재현이만 보면

물 만난 고기와 같았다.

아니 어쩌면 물에서 첨벙첨벙 헤엄치는 리트리버?


먼저 지친 나는 서핑 센터에 앉아

기다렸고, 즐길 거 다 즐긴 재현이는

시간이 한참 지나서야 흐느적이며 걸어 나왔다.


큰 타올을 들고 일어서니,

젖은 머리를 좌우로 턴 재현이 냅다 달려들었다.

몸에 타올을 둘러주니

제 어깨를 들썩이며 세상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아 따뜻해~"

"너 배고프지. 밥 먹으러 갈까?"

"콜. 좋아."

"뭐 먹을래?"


나란히 센터 부스 안으로 들어가며 다음 일정을 잡았다.


"자기 먹고 싶은 걸로."




2 street   4:42pm

늦은 점심을 먹었다.

수영을 하고 씻어서 그런지 노곤노곤한 게

딱 맥주가 땡겨서 덤으로 같이 먹었다.


라이트한 비어 잔을 맞부딪히는데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다.

영롱한 노란빛깔과 맛보고 미간을 좁히는 재현이는

금방 제 입가에 묻은 거품을 손등으로 닦아내며

그루브를 타듯 끄덕였다.


"이거 완전 우리 스타일이다. 그치."

"너무 맛있는데?"


입맛도 다행히 비슷해서 먹는 걸로

싸우는 일은 없었다.

대신 자잘자잘한 걸로 투닥이는 경우가 많은 정도.


배불리 먹고 둘다 발그레해서는

길을 걸었다.

손잡고 걷다가 또 LP판에 눈이 먼

감성파 재현이는 잠깐만 보자며 이끌었다.


"그냥 우리 기숙사 가서 쉬지..."

"아니, 이거 한 번만 보자."

"나 잠오는데..."

"아 잠깐만. 응? 이것만 보자."


음흉하게 취해서는 아양을 떠는데

무시할 수는 없었다.

평소에도 잘 챙겨주는 재현이라

그냥 투덜거리며 빨리 보라는 식으로

고개짓을 해보였다.


"아 이거 여기 있네."


히히 웃으면서 여러가지를 눈독 들이는

재현이를 가만 바라보고 있으니,

너무 우스웠다.


둘 다 하는 꼴이라고는

맥주에 취해서 투덜거리고, 좋다고 웃고.

몇 개 눈 여겨 보던 재현이는

금방 와서는 어깨를 끌어 당겼다.


"다음에 다시 와야겠다."

"왜? 그냥 마음에 들면 지금 사지?"

"안돼. 나 그러면 소중한 거 잃어."

"뭐?"


가게 밖으로 나가자

우리의 머리 위로 쨍쨍한 햇빛이 쏟아졌다.

금방이라도 정수리가 타버릴 것 같았다.


"소중한 거, 나한테 제일 소중한 거."


재현이는 금방 어깨를 붙잡고 있던 손으로

내 정수리를 덮어줬다.


"야! 내 정수리가 너한테 소중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는 소중해."

"아 뭐야!"


정재현 옆 태를 두 손으로 힘껏 밀어냈다.

몇 발자국 밀려나는 듯 하더니

재현이는 금방 내 뺨을 살짝 꼬집고는

손을 잡아 기숙사로 이끌었다.


"가자. 자러."



.

.

.



기숙사 친구들이랑 또 모여서 벌어진 술판.

재현이는 이미 넉다운 된 여주가 걸린 벌주를

혼자 들이켜야 했다.





기숙사  11:23 PM

늦은 밤.

학생 중앙센터에서 이야기를 나누면서

재현이 핸드폰 속 앨범을 뒤적이는데,

익숙한 옷차림새의 재현이를 발견했다.


그건 바로 첫 데이트를 하던 날의 재현이었다.

재현이의 방에서 찍은 사진이었다.

이 외의 다른 옷들을 몇 벌이나 입어봤는지

만났을 적에 입고있던 옷이 제일 마지막이었다.


"너 은근 신경 썼나보다?"


같은 소파에 나란히 앉아 재현이 어깨에 턱을 괸 채,

그의 품을 끌어안았다.

핸드폰을 들여다보던 재현이

피식 웃었다.


"첫 데이트인데 당연한 거 아냐."

"웃겨."

"내가 얼마나 고민했는데."

"아 그러셔요?"


어깨를 타고 쇄골 쪽으로 얼굴을 기울이자

가만 내려다보던 재현이 불쑥 얼굴을 낮췄다.

급격하게 줄어든 거리에

재현이로부터 뽀뽀라도 받을까

냉큼 도망쳤다.

그러자, 이럴 거 있냐는 식으로 눈을 동그랗게 뜨는 재현이가

너무 웃겨 보였다.


"아니, 이렇게 공개된 곳에서는 좀."


그의 면전 앞으로 검지를 좌우로 흔들었다.

가만 응시하던 재현이 포기하는 줄 알았는데,

냅다 일어나 내 손을 낚아채듯 잡았다.


"뭐, 뭐야?"

"그러면 우리 방으로 가서 하자."

"뭐?"


잡았던 손을 놓아줌과 동시에

팔을 둘러 어깨를 감싸 쥔 재현이가

각오라도 하라는 식으로 얼굴을 내려다봤다.


"내 룸메 오늘 안 들어와."


선전포고였다.

미국에서는 룸메가 있어도 하는 게

다반사였다.

물론 그런 게 예의도 배려도 없는 일이다.

하지만 이렇게 룸메가 안 들어오는 날이라면

예외고 말이다.


"야. 잠깐만. 어?"

"아직 우리 남은 거 많아. 자기야."


재현이가 제 방으로 나를 끌어 당기며

배시시 웃어보였다.

끌어당김과 동시에 문은 잠겼고,

학구열로 불타는 기숙사가 아닌

사랑에 불타는 기숙사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재현, 아..!"



.

.

.




룸메가 없는 날,

재현이가 에어드랍 또는 메세지로 

종종 보내는 신호.







재현

기다리는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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