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월 30일 브런치에 게재한 리뷰입니다.


러블리즈는 'Destiny (나의 지구)' 이후로 3년간 착실하게 윤상과 OnePiece의 음악적 정체성과 취향을 고스란히 담은 곡과 앨범들을 쌓아왔다. 그런 만큼, 러블리즈는 울림의 (넬과 인피니트로 대표되는) 강렬한 색에서 조금은 다른 태도로 있어왔다. 고집스러워 보일 정도로 비슷한 음악적 세계관의 반복과 집중, 변주를 보여줬던 러블리즈의 디스코그래피에서 [Once upon a time]은 그렇게까지 새로운 스타일의 앨범은 아니다. 그렇지만, 하나의 구상에 집중함으로써 기획사와 레이블의 정체성을 바꿔버리는 팀들이 있다. 러블리즈와 이 앨범이 바로 그런 경우다.

인트로 트랙인 'Once upon a time'부터 스페이스 카우보이의 몽환적인 현악기와 신스 사운드가 절정으로 달려 나간다. 터져야 할 지점에서 갑자기 끝나버린 인트로 트랙은 타이틀 곡인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우리(Beautiful Days)'로 이어지는데, 귀를 확 사로잡았던 인트로 트랙의 에너지와는 다른 리듬감이 아쉽지만 스페이스 카우보이의 청량한 사운드는 여전히 생동감 있다. 러블리즈의 에너지 역시 여전하지만, 서정적인 멜로디와 흐름은 러블리즈의 어떤 활동곡들보다도 강하다. 이 서정성을 부여하는 소재는, -가사 자체가 과거의 사랑을 회상하는 메세지이지만- 러블리즈의 과거 혹은 현재이다 "우리가 가장 아름다웠던 순간"과 "러블리즈하면 떠오르는 음악의 분위기"가 포인트라는 멤버들의 코멘트에서 알 수 있듯, 미래의 러블리즈가 지금의 러블리즈를 어떻게 회상하고 기억할지를 상상하는 것이 이 곡과 뮤직 비디오의 목적이자 동시에 구성요소이기도하다. 두 개의 관점이 결합된 가사가 러블리즈 기존의 색에 결합됨으로써 곡의 서사와 감성은 깊어졌다. 울림의 기존 음악들에 있던 서정적인 멜로디 라인과 사운드, 러블리즈의 서사가 하나로 모이는 지점에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우리(Beautiful Days)'이 있다. 과거의 인피니트가 점점 울림 본연의 특징과 정서를 흡수하며 독특한 음악적 세계관을 쌓아온 것처럼, 지금의 러블리즈 역시 그렇다.

수록곡들의 완성도와 정서는 비교적 전작들과 비교할 때 크게 변한 점은 없다. 퀄리티 높은 곡을 만드는 것에 집중하는 팀이고 또 기획사인만큼, 80년대의 도트 그래픽 게임 사운드를 연상시키는 'LOVE GAME'이나 리드미컬하고 청량한 'Close To You' 등 재미있는 곡들로 채워져 있다. 그러면서도 'Secret Story'에서는 이번 활동의 주제와 소재에 어울리는 내용의 가사와 섬세한 오케스트라 사운드를 담았다. -앨범 내에서 상징적인 곡임에도 마지막 트랙이 아닌 점은 아쉽다.-  '언젠가 러블리즈가 더 이상 팀으로 존재하지 않을 때, 지금의 순간을 회상한다면'을 상상하며 녹음하고 연기했다는 멤버들의 설명대로 뮤직비디오 역시 회상적인 연출과 연기로 가득하다. 앨범의 전체적인 인상은 러블리즈의 전체적인 디스코그래피에서 평이한 수준으로 보일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자신들이 할 수 있고 또 잘하는 것에 집중해온 팀이 어느 순간 그들이 소속된 기획사의 색을 가장 잘 대변하게 되는 순간을 목격할 수 있는 일은 흔치 않다. 인피니트가 각자의 길을 개척하고 있고 골든 차일드가 그룹의 정체성을 찾아 고군분투하고 있는 지금, 울림의 음악을 대변하는 적장자는 러블리즈가 되었다. 

물론 아직도 도전해야 할 과제들은 남아있다. 인피니트가 그랬듯, 그들이 구축한 음악 스타일에 정체되어 더 이상 그것이 새롭게 느껴지지 않을 때가 그들에게도 올 것이라는 점이다. 러블리즈는 데뷔 5년 차에 접어든 팀이고, [Once upon a time]은 그들의 여섯 번째 미니앨범이다. 울림 엔터테인먼트가 러블리즈 멤버들 개인의 정체성을 셀링하거나 창작 활동을 활발하게 지원하지는 않는다는 것도 앞으로의 장애물이 될 수 있다. 그렇지만 [Once upon a time]이 지금까지의 그들의 활동과 음악을 되돌아보고 정리하는 상징적인 한 장인만큼, 러블리즈가 앞으로 어디로 향하게 될지는 알 수 없다. 그리고, 그들만의 색에 집중함으로써 한 레이블의 음악을 대표하게 된 걸그룹이 흔하게 볼 수 있지 않다. 아직은 그들의 성취를 좀 더 함께 즐길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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