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가는 모든 것 속에 내가 있었다. 그것들을 사랑해보려 했으나 그러지 못했다.

사그러지는 여름의 노을, 세상의 화형식 같았던 해질녘을 기억한다. 찬 기운이 발바닥을 두드리듯 깨어나는 아침과 더 이상 발가벗은 나체들의 밤을 거닐 수 없는 계절이 찾아오면 참을 수 없이 슬퍼지곤 한다.

우울은 지성의 대가라던 그 오만한 문장을 곱씹고 또 곱씹고 하도 눌러서 짓물이 나올 때까지 끊임없이 되뇌어보고…. 

한기가 나를 잠재운다. 동면하는 마음이 지나간 녹음(綠陰)을 그리워하고 타오르는 생명력을 갈구하고 지속되던 해놀음의 잔상을 떠올리려다 실패하고 끝내 종말을 맞은 계절의 추모식을 올린다. 

죽어가는 모든 것들을 아쉬워했다. 그것들을 멋대로 죽이고 장례를 치뤘다. 끝 다음에 시작이 있음을 알지 못했다. 충분히 할 수 있었으나 그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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