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수연 생일 축하 플라워샵 이벤트에서 규환님의 멋진 캘리그라피와 함께 실린 짧은 글입니다.
  • 예쁘고 향기 가득한 이벤트 감사하고 정말 고생 많으셨어요😭😭
  • 수연아 생일 축하해!






12세의 하수연, 세상의 중심이 어디인지는 모르라도 그 가운데에서 외치고 싶은 것은 많다고 하였다. <세상의 중심에서 __을 외치다!> 어릴 적 보았던 문구를 두고 이것저것 아는 체 하는 경우가 많았던 제 혈육은 그 빈칸에 들어갈 말이 사랑이라고 했었다. 그러나 때는 이제 막 저만의 예쁜 글씨를 가지고 싶어 심혈을 기울여 꾹꾹 눌러 그린 지렁이를 ㄹ이라 주장하며 적어내던 시절, 사랑을 사탕으로 바꿔 적어도 이상한 것을 몰랐던 하수연이었고 그것은 지금도 다르지 않았다. 세상의 중심에서 외칠 __. 사랑은 모르겠고, 사탕은 아닌 거 같고, 비슷하지 않아도 뭐든 들어갈 만한 말이면 납득이 되지 않겠는가?

22세의 하수연은 이제 그 빈칸에 들어갈 말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퍽 낭만적이고 멋들어진 말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실상 그리 반짝반짝 빛나는 이야기의 제목이 아니었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정답을 채울 마음은 들지 않았다. 어릴 적 놀이터 뺑뺑이의 가운데를 차지하고서 놀다가 저 멀리 튕겨나가며 스쳤던 친구들과 혈육의 표정(괴상하고 웃긴 얼굴)을 보았던 순간부터 세상이 저 중심으로 돌아가지 않는 다는 것도 어련히 알았던 것이며, 놀이터 한 구석에서 매일같이 돌아가던 뺑뺑이의 가운데가 세상의 중심이 아니란 것 정도는 산꼭대기에 세워진 남산타워보다 한강 옆 잠실타워의 높이가 더 높다고 하더라는 충격보다는 덜했던 사실이다. 그래, 세상이 얼마나 넓은데, 어디서 중심을 찾겠다고.

그러나 일 년 중 한 번, 그래도 그날 하루만큼은 넓어야 할 것만 같은 그것이 꼭 양팔과 다리를 뻗어 둥글게 돌아가는 좁은 세상이어도 아쉬울 게 없을 것 같다. 이만큼의 작은 세상이면 어디든 중심이라 삼아본들 상관이 없겠지. 귀를 기울이면 들리는 소리들, 그 손짓들이 꼭 이쪽을 향해 보이는 것처럼. 공전하는 지구가 얼마만큼 돌고 있는 것인지는 어느 날 문득 스친 봄날의 라일락 향기 덕에 알게 되는 것처럼, 일 년 중 어느 날의 아침 눈을 뜨면 어쩐지 둥글게 모아진 아담한 세상이 있다. 그 자그마하고 따뜻한 세상에선 귀를 기울이지 않아도 외치는 말들을 들을 수 있다. 마치 그 세상의 중심이라도 된 것처럼.

5월 7일 22세의 하수연,

세상의 중심에서 아직 제 할 말은 외치지 못했어도 작은 세상에 가득 찬 여러 사랑의 소리는 듣는 날이다.

잡식성 독거 오타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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