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정보 : Photo by Anita Austvika / Unsplash (저작권 프리사이트)




봄빛을 바른 잔디가 흔들렸다

손바닥만한 마당을 채운 초록풀이 좋았다

다들 와줘서 고마워 얼른 먹자

찻잔에 차를 따르던 나는 말갛게 웃고 있었다

메이플 시럽을 올려 구운 과자 위로

준비한 시나몬 가루도 솔솔 뿌렸다

잠깐만 금방 돌아올게

바람에 실려 가는 시나몬을 쫓아

내달리는 동안 티타임도 지났다

뛰면서 나는 푸른 단맛을 지웠다

 

걸어온 나날에 돌아가지 못할 나날을 겹친다

오래된 과자는 입에다 욱여넣어 씹을수록

자책 어린 맛으로 텁텁해서 목이 막힌다

마당의 빛바랜 봄놀이를 적고 싶다

달콤한 비결을 찾아서 따랐던 시나몬의 안내

그런 건 이제 아무래도 좋을 만큼

마당에서 너무 멀리 나와 버렸다

아직도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얄미운 봄이면 상해버린 땅냄새가 고소하다

낯선 생기나 두른 땅을 저벅저벅 노크하며

발바닥으로 꾹꾹 눌러 추억을 불러낸다

발밑에서 뭉개지는 것들이 있다

사랑하던 초록풀, 깨져버린 찻잔, 내려앉은 시나몬

누군가는 아직도 기다릴 흔적뿐인 티타임

앞으로 얼마나 오랫동안 이 흙을

죄많은 발로 딛고서 살아가야 할까

 

여린 것은 여린 빛으로 살피다 보면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뭉개진 것들이 남긴 흔적에 앉아

새로운 커피타임을 준비하며

여리게나마 빛을 내어봐야지

언젠가 다시 찾아올 봄날도

멀리서 나를 발견할 수 있게.


-2019.11.18 ~ 2020.11.20.

어둠을 헤매는 자에게 글로써 작은 빛줄기라도 비추어 그들이 새로운 길을 찾도록 돕고 싶다. 세간의 병든 운석이 나를 상처 입히려 해도 나만은 이 빛을 잃지 않을 것이다.

은하수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