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이드라캡 X 토니

* 시크릿 엠파이어 이벤트에서 하캡의 시도가 성공하고 하이드라 세상으로 변했다는 가정의 이야기










토니 스타크는 미래학자였다. 미래를 예측하고 창조하며 그를 대비하는 자였다. 하지만 맹세컨데 토니는 의식불명을 딛고 일어난 미래가 이럴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하이드라가 세계를 지배한 미래. 어벤져스가 존재하는 한 희박할 가정이었을 뿐 그 자체로는 불가능하지 않았다. 그러니 그런 걸 예측하지 못했다는 것은 아니다.

“깨어난 걸 축하하네, 토니.”

“스티브…?”

그가 예측하지 못했건 건 그 하이드라의 수장이 다름아닌 스티브 로저스라는 것이었다.

     

     





     

초록색의 제복에 고급스럽게 수놓아진 하이드라의 문양을 응시하며 토니는 목을 감싸고 있는 검은색의 금속 초커를 만지작거렸다. 여덟 개의 다리가 굽이치는 문양이다. 한 치의 어긋남도 없는 자수는 강박적일 정도로 깔끔했다. 

“그건 자네가 스스로를 금제시킬 목적으로 만든 자네의 기술이네, 토니.”

스티브 로저스의 얼굴을 하고 스스로를 하이드라의 최고 영도자라 소개한 남자가 말했다. 토니는 그제야 자수에서 시선을 떼고 그의 얼굴을 쳐다봤다.

“내 기술이라고?”

“자네는 기억에 없을 거야. 자네가 잃어버린 기억 속에만 존재하는 기술일테니까.”

그 말을 들은 토니는 자신의 목에 달린 것이 무엇인지 바로 이해했다. 만든 기억은 없어도 구상한 기억은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토니가 자신의 몸에 익스트리미스 바이러스를 주입했을 때의 일이었다. 그는 익스트리미스로 몸을 재구성하면서 그 자신을 비유하자면 의지를 가지고 걸어 다니는 슈퍼컴퓨터로 만들었다. 그는 좀 더 세밀하고 빠른 계산과 기계적 판단이 가능해졌고 지구의 모든 네트워크와 전자기기에 접속할 수 있었다. 그 모습은 사람들에게 경이로움을 넘어 이질과 공포를 느끼게 할 정도였다. 토니 역시 스스로가 인간을 벗어난 존재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때때로 들 정도였다. 그러니 자신을 향한 사람들의 시선을 눈치 채지 못할 리 없었다.

공존을 위해서라면 금제가 가능한 수단, 즉 누군가에겐 목줄을 넘겨줄 필요가 있었다. 당장은 자유로이 움직여도 토니는 그게 머지않은 미래가 될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익스트리미스가 없는 ‘평범한 인간’이 될 수밖에 없는 차단 기술을 구상했었다. 토니는 인간이 아닌 자신이 되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그의 모든 수단은 세상의 평화와 공존을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내 몸엔 지금 익스트리미스가 없어. 이런 걸 채워봤자 의미가 없을 텐데.”

“토니.”

스티브가 못 들을 말이라도 들었다는 듯 어이없는 표정으로 웃었다. 

“내가 자네를 모를 것 같나?”

토니는 침묵했다.

지금 토니에게 당시의 익스트리미스 바이러스와 같은 기술은 적용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로인해 한번 변해버린 몸은 평범한 인간과 동일하다고 보기에는 또 무리가 있었다. 캐럴 댄버스와의 싸움에서 그의 일격을 정통으로 맞고도 토니가 즉사하지 않은 건 그 때문이었다. 육체가 평범하지 않았으니까.

토니는 그동안 익스트리미스를 비롯하여 많은 기술을 수집했고, 개량했고, 창조하여 스스로에게 실험을 거듭했다. 가설을 세웠고, 시스템을 만들었다. 검증은 그 자신의 몸으로. 성공한다면 획기적인 기회가 될 지도 몰랐다. 그리고 빈사상태에 빠진 그의 몸은 더는 활동이 불가할 정도로 망가졌다는 판단 하에 시스템이 작동하여 새로이 ‘재생산되고 있었다’. 그 시스템은 익스트리미스의 원리를 기반으로 한 기술이었다. 그 기술이 망가진 몸을 대신해 새로운 몸을 만들고 기억을 옮길 예정이었다. 문제는 이 빌어먹을 초커가 기억을 옮기는 그 마지막 단계를 이루지 못하게 하고 있다는데 있었다.

완전한 마무리를 위해 메모리는 옮겨져야 한다. 망가진 과거의 육체는 그것을 위한 재료로 쓰여야 했다. 하지만 그러려면 고유의 네트워크에 접속되어야 했고, 초커는 그것을 방해했다. 알고 채운 건지 모르고 채운 건지 모르겠지만, 어느 쪽이든 아주 걸작이었다.

“어떻게 날 깨운 거지?”

미리 구축해둔 시스템 덕에 실제로 죽은 건 아니었지만 엄밀히 따지면 토니의 육체는 죽은 게 맞았다. 그러니 새 육체가 완성되고 의식이 옮겨가기 전까진 깨어날 수 없었고, 설사 깨어난다 해도 예전처럼 멀쩡하게 육체를 사용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랬다면 시스템이 움직이지 않았을 터였다.

“우리 세상에는 기적을 일으킬 수 있는 것들이 존재하지. 덕분에 자네를 깨울 수 있었네. 우리 과학자들 말로는 자네의 몸이 조금 약하긴 해도 살아가는데 문제는 없을 거라더군.”

“우리 과학자라….” 스티브의 목소리로 듣기엔 이질적이게 느껴지는 표현을 곱씹으며 토니가 주먹을 쥐었다 폈다. 아머의 통신 시스템과도 완전히 단절된 느낌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자신을 하이드라라고 지칭하는 저치는 결코 스티브 로저스일 수 없었다. 적어도 토니의 생각에는 그랬다. LMD, 클론, 성형, 어쩌면 스크럴일 수도 있다. 스티브 로저스를 모방하고자 하면 방법은 많았다. 과거에도 스티브 로저스의 얼굴을 하고 그의 행세를 한 이가 없었던 게 아니었다.

하지만 그의 왼쪽 눈썹 끝에는 유심히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희미한 흉터가 있었다. 토니는 그 흉터를 알았다. 그와 같이 나섰던 미션에서 얻은 상처였다. 토니를 구하려다 생긴 상처다. 스티브의 혈청은 모든 상처를 깔끔하게 치유해주지만 그 당시의 스티브에겐 혈청이 없었다. 그래서 그때 얻은 상처는 완전히 치유되지 못했다. 눈썹에 가려진 그 흉터의 존재는 워낙 미미해서 그와 밀접한 존재가 아니라면 알아챌 수 없었다.

무엇보다 기억이다. 기억과 경험에 근거하여 나오는 토니를 향한 그의 말투와 표정은 허투루 얻은 정보 따위에 근거한 대응이 아니었다. 이 시점에 토니는 그가 진짜 스티브 로저스가 아니라면 스크럴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추측했다.

하지만 스크럴이 하이드라 행세를 한다라.

“그래, 좋아. 내 사정은 그렇다 치고 자네 이야기를 좀 해 봐, 스티브.”

토니는 잘 알던 사내의 변함없는 눈빛에 낯설음을 느끼면서 물었다.

“내가 잠든 사이 자네한테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방의 구조는 놀랍도록 기억 속의 것과 같았다. 해산한 어벤져스가 레프트 탈옥 건으로 다시 뭉치게 된 그때, 헤드쿼터로 토니는 스타크 엔터프라이즈의 사옥 펜트하우스를 제공했었다. 그 후, 여러 사건을 거쳐 그 건물은 잠시 오스본의 손에 떨어졌었지만 그가 실각한 후 원래 소유주인 토니에게 다시 돌아왔다. 그리고 그곳은 그대로 시빌 워의 격난을 겪고 다시 뭉친 히어로 커뮤니티의 새 보금자리가 되었다. 반전마법의 영향을 받아 샌프란시스코에서 토니가 저질렀던 익스트리미스 앱 건으로 보상처리를 하느라 빈털터리기 되기 전까지는 말이다. 사실상 어벤져스는 다시 해체되었고 히어로들은 뿔뿔이 흩어져 각자의 자리에서 역할을 수행했다. 토니는 한때 어벤져스 타워라 불렸던 건물을 매각했다. 이젠 어벤져스 타워란 존재하지 않는 건물이었다.

하지만 지금 토니가 머무는 이곳은 그 어벤져스 타워였으며, 토니에게 주어진 방은 그 옛날 그가 쓰던 모습 그대로 구현된 그의 방이었다. 

악취미가 따로 없었다. 이 방은 토니에게 많은 기억을 불러 일으켰다. 다시 뭉쳐서 새롭게 시작할 수 있을 거라 믿었던 나날들. 초인등록법이 곧 닥치게 될 불안. 그리고 토니가 잊어버린 공백. 기억하지 못하지만 틀림없이 존재하는 실패. 기억이 없기에 더 어깨를 짓누르던 죄책감과 후회. 그럼에도 함께하는 미래를 꿈꾸기 시작하던 기쁨과 다시 산산조각 나 버린 희망. 그 모든 것들.

행복하고 불행했던 모든 것들이 녹아있었다.

무슨 일이 있었느냐는 토니의 물음에 스티브는 원래부터 진작 존재했어야 할 지금의 세상과 자신의 사명을 논했다. 거짓 세상을 지우고 진실 된 세상을 다시 이룩하기 위한 숱한 노력과 투쟁을 읊었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토니는 눈앞의 인물이 스크럴 일수도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스크럴 종족은 스스로를 드러내고 뿌리 내릴 수 있는 새로운 고향을 원하는 거지 어쭙잖게 하이드라 행세를 하며 지배자 노릇을 하고 싶어 하는 종족이 아니었다.

“자네가 정말 내가 알던 그 스티브라고?”

“엄밀히 말하면 아니야. 그는 거짓으로 꾸며진 나약한 자였으니까. 나는 그의 모든 기억과 감정을 공유하지만 그와는 다르네.”

토니의 시선은 스티브가 가진 흉터로 향했다. 자신을 구하려다 얻은 흉터였다. 토니의 시선을 깨달은 스티브가 왼쪽 눈썹을 쓰다듬었다.

“그는 이제 존재하지 않아, 토니.”

“그럼 대체 왜 날 깨운 거지?”

스티브는 토니가 알던, 토니와 함께 지키던 그 세상이 거짓이라고 말했다. 원래는 하이드라가 이긴 전쟁을 연합군이 강제로 지워버린 거짓 세상이라고. 그 거짓 세상을 코즈믹 큐브의 힘으로 원래 있어야 할 모습으로 되돌렸다고 했다.

그러니 그 거짓 세상을 거짓이 아니라 진실이라고 믿고 있는 토니의 존재는 스티브에게 하등 쓸모가 없었다. 오히려 손끝에 박힌 가시처럼 골칫거리인 존재일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토니는 지금 이 순간도 끊임없이 이 변해버린 세상을 ‘다시 되돌리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각하고 있으니까. 반격의 순간을 끊임없이 재고 있으니까.

다시 일어난 히어로 커뮤니티 내의 내전이 계기로 토니가 의식 불명이 되었다. 그렇다면 그것은 스티브에게 있어 오히려 훨씬 이득이었던 것이 아니었는가.

그의 말대로 그가 스티브 로저스가 아니라면 그는 토니를 깨워서는 안 되었다. 설령 깨웠다 해도 이렇게 ‘멀쩡한’ 정신 상태로 깨워서는 안 되었다.

토니는 스티브처럼 하이드라의 세상을 진심으로 인정하고 믿고 있는 히어로들을 봤다. 스티브가 보란듯이 토니의 귀환을 알리며 그들을 불러 토니의 앞에 세웠다. 캐럴은 그 중의 한 명이었다. 그녀는 토니를 의식 불명에 빠뜨리게 된 걸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캐럴은 토니가 깨어나서 정말 다행이라고 말했고, 다치게 한 점에 대해서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그것뿐이라면 토니는 캐럴이 단순히 세뇌되었다고 여길 수도 있었다. 하지만.

“하지만 내가 판단하고 행동한 것이 잘못되었다고 사과하지는 않을 거야. 그건 내 진심이었고, 신념이었어. 난 정말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 싶었으니까.”

굳은 의지가 담긴 눈동자가 밝게 빛났다. 캐럴은 토니가 알던 모습 그대로였다. 토니가 알던 히어로 중의 한 명이었다. 그녀는 여전히 더 나은 세상을 바라며 싸우고 있었고, 곧은 신념을 지닌 사람이었다. 동시에 하이드라의 세상에서 나고 자란 역사를 가진 사람이었다.

충격을 감출 수 없는 토니의 시선을 받은 스티브가 환하게 미소 지었다. 캐럴은 토니에게 몸조리 잘 하라며 당부하고 임무가 있다며 나갔다. 나가는 길에 스티브 보고 토니를 잘 부탁한다는 소리까지 했다. 그들은 여전히 친구였다. 그들은 여전히 서로를 의지하는 동료였다. 캐럴 뿐 만이 아니라 다른 모든 히어로들도 마찬가지였다.

오직 토니 혼자만 제외하고. 토니만이 이 세상에서 유리되어 고립되어 있었다.

“…대체 이게 무슨 짓거리지? 나한테 복수하는 건가?”

“복수?”

어이없다는 걸 들었다며 스티브가 비릿하게 웃었다.

“복수. 생각할 수 있는 게 겨우 그 정도인가? 응?”

토니가 입술을 깨물었다. 차라리 제가 스티브에게 한 짓거리들이 용서할 수 없어져서 질 나쁜 복수라도 하고 있는 거라면 차라리 나았다.

“………전리품이군.”

“역시 자네는 똑똑해. 그래서 참 좋아하지.”

토니가 주먹을 쥐었다. 걸음 소리가, 가까이 다가왔을 때의 체온이, 목소리가, 기억 속의 것과 하나도 다르지 않았다. 실제로 토니는 스티브가 달라졌다는 걸 눈치 채지 못했다. 혈청을 잃었던 스티브가 다시 혈청이 있는 몸으로 되돌아왔을 때 토니는 그저 순수하게 잘됐다고 축하했었다. 하이드라의 역사를 가진 스티브는 그때 온전한 기억을 되찾았다고 말했다. 그때 진정한 의지와 목적을 기억해냈다고 말했다. 토니는 바뀐 스티브를 알아보지 못했다.

“자네는 거짓 세상을 대표하는 자야, 토니. 자네가 만든 세상이자, 자네가 이룩한 세상을.”

“…….”

“그러니 자네는 전리품이 되기에 아주 적합하지. 무엇보다 자네가 유일해.”

“뭐가 말이지?”

“목숨을 놓고 나와 대등하게 대적하는 자는, 말이야.”

스티브의 손이 토니의 목을 지나 가슴에 닿았다. 토니는 그가 초인등록법을 두고 싸웠던 때를 암시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기록에 의지한 기억은 온전치 않으나 자기 자신이 저지른 일이었다. 무슨 생각으로, 어떤 각오로 임했는지 유추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그 자는 자네를 죽이지 못했지만, 난 죽일 수 있어.”

“오, 그래?”

“그래. 그러니 이런 짓도 할 수 있지.”

스티브가 토니의 멱살을 잡고 끌어당겨 핏기 없는 입술에 키스했다. 토니가 놀라 몸이 굳은 것 따위 아랑곳 않고 입술을 깨물어 강제로 입을 벌리게 하고 혀를 집어넣었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행동에 토니의 머리가 하얘졌다. 토니는 ‘스티브’가 자신에게 키스를 할 수 있을 거라고는 단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토니가 머뭇거리는 사이 스티브는 마음껏 토니의 입안을 유린했다. 혀를 감고 치열을 훑고 호흡을 빼앗았다. 혀를 뽑아갈 것처럼 세게 빨아들이고 다시 달래듯 살살 핥았다. 스티브의 팔을 잡은 토니의 손이 떨렸다.  

“흐응….”

입에서 새어 나온 신음을 깨달은 순간 토니가 정신을 차리고 이빨을 세웠다. 하지만 진작 눈치 챈 스티브는 바로 몸을 뒤로 뺐다.

“제기랄, 이게 무슨 짓이야?”

차오른 숨이 짜증스러웠다. 스티브는 젖은 입술을 핥고 토니의 뺨을 쓸었다.

“전리품에게 하는 짓이지. 뻔한 거 아닌가?”

“빌어먹을! 난 남자야, 스티브.”

“이런, 이런, 토니. 순진한 소리 하지 말게.”

“자네는 이런, 이런 거엔 관심이 없잖아!”

“과연 그랬을까?”

스티브가 되물었다. 토니는 망연자실해져서 털썩 주저앉았다. 여지를 둔 되물음이 오래 전에 묻어두고 외면했던 가슴 한 구석을 헤집었다.

토니 스타크는 아직도 어쩔 수 없을 정도로 스티브 로저스를 사랑하고 있었기에.

“기대해도 좋아, 토니. 전리품은 전리품 답게 잘 대해줄 테니까.”


     





어벤져스 타워는 토니의 손이 닿은 건물이었다. 매각하느라 시스템은 전부 걷었다. 물론 백도어를 남겨두긴 했다. 그것도 염두에는 뒀다. 당장은 초커 탓에 직접 접근할 수 없지만 컴퓨터에 접근만 할 수 있다면 유효한 수단이 될 수는 있었다.

그리고 토니가 기억하는 한 건물을 허물고 다시 세운 적이 없고 리모델링에 대한 이야기도 들은 적이 없으니 건물 구조 역시 큰 변화가 없을 터였다. 모든 예외는 하이드라의 손길이 어느 정도 미쳤는지였다. 그리고 모든 수단을 동원했을 때 토니가 얻을 수 있는 최대의 효과가 무엇인지 확신이 필요했다.

세상을 다시 되돌려야 한다. 조력자의 손은 기대할 수 없었다. 하이드라라는 조직을 무너뜨리는 건 단순한 수준의 결과밖에 얻을 수 없었다. 온 세상이 하이드라였다. 그냥 전쟁은 의미가 없었다.

“인피티니 젬이라도 있었다면 어떻게든 했을 텐데.”

토니를 비롯한 일루미나티 멤버들이 가지고 있던 젬은 파괴되어 사라졌다. 이제 이 우주에 인피니티 젬은 존재하지 않았다. 어쩌면 어딘가에서 다시 생성되고 있을지도 모르나 당장 손에 없으니 소용이 없었다. 

인피니티 젬만 있었어도. 생각하던 토니는 순간 깨달았다. 아니, 그러고 보니 하나 있었다. 스티브가 직접 언급했다. 코즈믹 큐브의 힘으로 연합군이 지운 세상을 ‘다시’ 되돌렸다고.

코즈믹 큐브. 토니는 그 큐브를 찾아 손에 넣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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