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igger warning

본 소설은 체벌 요소, 폭력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W. 편백







화면 속 2번이 E-338실의 문을 여는 동시에 S도 보안실의 문을 열고 나갔다. J와 C는 아직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채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C가 마우스를 두어번 클릭 하더니 E-338실의 확대 화면에서 지하 3층 전체 분할 화면으로 바꾸었다. 몸을 비틀거리며 복도를 걷고 있었다. 맨 몸으로 걷기가 불편한지 벽을 짚어가며 힘겹게 발을 옮긴다.


"...데리러 갑니까?"

"S께서 가셨잖아요."


"근데 S는 사무실로 가고 있지 말입니다?"


J가 왼쪽에 위치한 듀얼 모니터를 턱짓하며 S가 있는 화면을 가리켰다. 어찌나 빠르게 걷는지 긴다리를 몇 번 쭉쭉 뻗을 때마다 화면이 옮겨진다.


"사자가 사자 새끼를 키우는구만."

"별이라..."

"J도 이제 별이라고 부르려고요?"

"저 영화같은 장면을 보니 애가 새삼 특별해보여서 말입니다."


C가 피식, 웃음 치며 말 했다. 2번은 별이라고 부르면 질색을 하던데요. 엿새 전에 의료실에 잠깐 갔었는데 Medi랑 2번이 같이 있더라고요. 거기서 Medi가 2번을 별이라고 부르는데, 2번이 탄식을 하면서 차라리 개똥이라고 불리는 게 더 나을 것 같다며 투덜대지 뭡니까.


"그래서 Medi가 뭐랍니까?"

"앞으론 개똥이라 부르겠답니다."


푸핫, J가 소리내며 웃기도 잠시 '어디서 저런 애가 나온 건지...'라며 중얼거렸다. 똘똘하고 생명력 있는 아이. 무궁무진한 가능성과 재능을 가진 채 등장한 혜성 같은 놈. 본래 이미 세공된 보석보다 커다란 원석이 더 세공사들을 자극하는 법이다. 10번이 전자라면 2번이 후자겠지. 그러니 다들 탐낼 수 밖에.


"...그러게요."


C도 조용히 중얼거렸다. 화면 속 고통의 길을 걷고 있는 2번과 분노의 길을 걷고 있는 S를 번갈아보던 J가 그 소리에 C를 바라봤다. 저 네 음절에서 깊은 의미가 느껴지는 기분이었다.


"그나저나 C 얼굴이 왜 그러십니까?"

"...S한테 맞았습니다."

"아..."


왜 맞았는지는 묻지도 않고 고개를 끄덕인다. 보나마나 별이 놈 때문이겠지. 상사한테 얻어 맞은 게 몇 년 만인지 모르겠다. 그 자식 비밀 하나 지켜주자고 입을 다물다니. 조직의 기강이 이렇게 흩어졌으니 바로 잡아야 할 필요가 있긴 하다. 그동안 팀장들끼리 친하게 지냈더니 위계가 사라져 이 참사가 났겠지. J는 본인의 잘못을 성찰했다. 


"그나저나 아까 저 S한테 맞을 때 왜 방관 하셨습니까?"

"맞다, 그 후드 무리들이나 추적 해봐야겠다."

"진짜... 너무 하십니다..."



*






'20:58'



똑똑, 똑



'...21기 2번 교육생입니다.' 문 너머로 2번의 목소리가 들어왔다. 데스크에 걸터 앉아있던 S가 벌떡 일어나 순식간에 문 앞으로 갔다. 쾅, 굉음을 내며 문이 열렸다. 밖에 서 있던 2번 놈은 들어오라는 말 대신 직접 마중을 나온 S에 놀란 듯 몸을 삐죽 거렸다.

생각보다 빨리 왔다 싶었더니 의료실도 안 들리고 그 모양 그 꼬라지로 제 사무실로 왔다. 과제 검사가 목적이면서 과제물 한 장도 안 가져오고 맨 몸으로 와 있다. S의 싸늘한 표정에 겁을 먹은 듯 침을 꿀꺽 삼켰다.


"...늦어서 죄송합,"

"왜 늦었는데."



초장부터 사과를 하고 들어오는 놈의 말을 잘라버렸다. 왜 늦었는지 뻔히 알면서, 직접 눈으로 다 확인 해놓고선 아무것도 모르는 척 물었다. 저를 직시하던 눈이 아래로 내리깔린다. 입을 꾹 다물고 손가락을 꼼지락 댄다. 누가봐도 수상한, 불안한 낌새를 풍기면서 아무런 대답을 안 한다.


"꼬라지는 또 왜 그러고?"


어디까지 가는지 보기 위함이었다. 일말의 희망이자 마지막 기회였다. 지금이라도 알려라. 지금이라도 솔직하게 다 털어놔라. 궁지에 몰렸으면 도와달라고 손이라도 뻗으란 말이다.



"...죄송합니,"


짜악-!


2번이 비련의 여주인공마냥 옆으로 풀썩 쓰러졌다. 자신이 온 길에 온통 핏방울로 흔적을 남기고 왔다. 바닥을 짚고 있는 손바닥에서 피가 나오고 있는 것인지 손자국이 흰 바닥에 그대로 남았다. 아까 깨진 도자기로 로프를 자르다 베였나보다. 


진짜 사람을 끝까지 병신으로 만든다. 그렇게 다쳤으면 의료실이나 쳐 다녀 오든가. 그 정도면 길 가는 사람도 걱정돼서 널 붙잡고 어쩌다 그렇게 됐냐 물을 거다. 이미 엉망이 된 얼굴 위로 세게도 손찌검을 했는데 신음 소리 하날 내지 않는다. 뺨을 매만지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눈물 한 방울을 떨어트리길 하나, 입술을 깨물기나 하나. 그냥 주저 앉아만 있다. 대체 무슨 심보인 건데?


이성을 잃은 S가 2번의 멱살을 잡고 사무실로 질질 끌고 들어갔다. 이미 엉망진창인 놈을 구석에 놓여진 소파 위로 집어던졌다. 잘그락, 손목에 감긴 시계를 풀어헤치고 소매를 걷은 S가 쇼파에 엎어져 숨을 헐떡이는 놈 위로 올라타 손목을 붙잡았다. 2번이 뿌리치려 들자 빡 소리가 나게 머리통을 후려갈긴다.


"아, 으..."


역시나. 두 손바닥이 다 베여있다. 손목에는 로프자국이 선명했다. 생채기가 잔뜩 나 있는 채 부어 있었다. 온 바닥에 피를 떡칠해놓고 가려봤자지. 그렇게 체력을 소비해 와 놓고 제게 저항할 힘이 남아있나보다. 숨기고 싶으면 제대로 숨겨오기라도 하든가. 어차피 늦은 거 의료실이라도 다녀오지, 과제물도 하나 안 챙기고 여긴 왜 온 거냐고.


"하."


상처를 직접 확인해보니 화가 도무지 주체가 안 됐다. 붙잡아 확인했던 손목을 던져버리고 2번의 셔츠 단추를 풀기 시작했다. 녀석이 제 손목을 붙들며 막는다. 씨발 내가 강간이라도 하냐? 왜 이렇게 필사적으로 막는 건데? 2번의 피가 손목에 덕지덕지 묻었다. S가 길게 한숨을 쉬며 머리를 쓸어넘겼다.


"아, 하지 말라고요!!!"


짜악-


가차없이 뺨을 날렸다. 고개가 돌아간 녀석이 다시 고개를 돌려 저를 막는다. 역시 이 새끼한테는 신사적으로 나가면 안 됐다. 뚜둑, 그냥 셔츠를 잡고 냅다 뜯어버렸다. 단추가 터져 나와 사무실 바닥을 굴렁쇠 마냥 굴렀다. 제 옷을 동여매며 몸을 감추는 놈의 머리통을 서너대나 후려치고 나서야 두 팔을 고정시킬 수 있었다. 온 몸이 멍이다. 노란빛 푸른빛 보랏빛 가지각색으로 물들어 있다. 그 말은 즉슨 과거부터 지금까지 매일 같이 맞아 왔다는 뜻이다. 몸을 돌리며 악을 쓰길래 뺨을 두어대나 더 때려버렸다.


"누구야."

"...흐윽...하.."


심장이 미친듯이 뛰었다. 도무지 진정이 되질 않는다. 두근대는 소리에 아무 소음도 안 들리는 이곳이 너무나도 시끄럽게 느껴졌다. 화가 나서, 속이 너무 상해서 눈에 뵈는 게 없었다.


"어?! 누가 이렇게 만들었냐고!"


울지도 않는다. 차라리 나 좀 도와달라, 나 매일 같이 후드 쓴 무리한테 끌려가서 몹쓸 짓을 당한다. 당신은 높은 사람이니까 충분히 갈아 없앨 수 있지 않냐, 두 손 모아 빌어주길 바랐다.


"제가, 하, 알아서 하겠습니다."


넌 나한테 아무런 존재도 아니야.


그렇게 말하는 것만 같았다. 가슴이 울렁거렸다. 누구한테 머리를 세게 걷어차인 기분이었다. 몇 초간 굳어있던 S가 천천히 몸을 일으켜 다시 2번의 멱살을 붙잡아 들어올렸다. 


"똑바로 딛어."


구급용 들것으로 옮겨져도 모자랄 판에 멱살 잡혀 의료실 행이라니. 해도 해도 너무한 처사였다. 한가했던 의료실에 S와 2번이 불청객처럼 등장하니 다들 경악하며 놀랐다. 회진을 돌던 Medi가 쾅 소리에 문을 쳐다봤고, 그 사이로 나오는 엉망진창의 모습인 2번과 그런 놈의 멱살을 잡고 있는 S에 잔뜩 눈을 키우곤 뛰어왔다.


"너..., 너 이게 무슨 일이야?"


Medi를 빤히 바라보고 있는 2번의 눈가가 촉촉하다. S가 옆에 서 있는 의료 팀원에게 2번을 밀어 던지며 멱살을 놓아줬다. 간신히 2번을 붙잡은 의료 팀원이 아이를 부축해 베드에 눕혔다. 셔츠 단추를 다 뜯어놓은 바람에 상체가 그대로 다 드러났다. 의료 팀원들이 카트를 끌었다.


"S가 저랬어?"


의심 받기 딱 좋긴 하지. 멱살을 잡고 끌고 오질 않나, 손목엔 2번의 피가 묻어 있질 않나, 평소에 제 팀원들을 반 죽인 적이 한두 번이어야지. Medi의 의심에 기분이 썩 좋진 않았지만 과거로부터 쌓아 온 업보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합리적 의심이지.


"난 아직. 쟤 치료 다 끝나면 전화 해."


S는 그 말만을 남겨둔 채 의료실을 나가버렸다. 멀리서 희미하게 '이건 봉합 해야 해.'라는 Medi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테라스에서 내내 담배만 피웠다. 바람이 부는데도 덥다. 구둣발 아래 쌓여있는 꽁초와 담뱃재가 날린다. 연초를 연속으로 태우고, 두 개를 물어 피웠는데도 모자라서 하나를 더 꺼내는데 남아 있는 게 없었다. 방금 뜯었는데 다 피웠나보다. Medi가 하도 잔소리질을 해서 끊으려 했던 건데 2번 놈이 다 망쳐버렸다.


'지잉-'


"어."

['치료 다 됐어.']

"...갈게."


한 자리에 망부석으로 앉아있던 S가 드디어 바지를 털고 일어났다. 의료실로 걸어가는 동안 무슨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다. 그 사이 바닥을 다 닦아낸 것인지 2번이 가는 길 마다 떨어트려 놓은 핏자국이 없어져 있었다. 기분이 참 이상했다.


"검사 다 해봤는데 장기나 인대들 파열된 곳은 없어. 손은 다 봉합수술 했고, 엑스레이상 갈비뼈 2개에 실금만 가있길래 복대 채웠어. 겉면만 저렇게 멍들어있지 다행히 안은 멀쩡해."


다행인 걸로 봐야하는 건가. 온 몸이 멍투성인데. 참... 보모 다 됐다. 다른 놈들이었으면 다쳤든 말든 신경도 안 썼을텐데 저 놈은 갈비뼈에 실금 두 개만 가도 속이 뒤집어 질 것 같은 게.


"어쩌다 이렇게 된 거야? 쟤가 나한테는 죽어도 말을 안 해."

"나한테도 죽어도 말을 안 해."


그래서 한 번 죽여볼까 싶어. Medi는 녀석에게 못 들은 전황을 저에게나마라도 뭔가 들을 수 있을 줄 알았는지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물론 아는 바가 있긴 했지만 내가 아는 바는 누군가의 입을 거쳤을 뿐이고 아주 극히 일부인 걸. 나도 쟤 입으로부터 듣고 싶은 걸.


챠륵, 커튼이 큰 소리 내며 걷어졌다. 2번이 의료용 베드에 걸터앉아 있없다. 두 손에 흰 붕대를 감고 지 얼굴만한 밴드를 면상에다 붙이고 저를 쳐다봤다. 상의는 언제 갈아 입은 것인지 검은색 티셔츠로 바뀌어 있었다. 하긴 Medi가 그 꼬질꼬질한 모습을 어떻게 가만히 뒀겠어. 분명 제 케비넷을 뒤져 옷 한 벌 줬을 것이다.


"난 너 봐 줄 생각 없어. 지금 네가 아프든 말든."


녀석이 입술을 꾹 깨물고 시선을 내리깔았다. 요즘따라 왜 자꾸 저만 보면 눈을 깐다. 예전에 그 기세등등하고 당돌했던 모습은 어디갔는지 모르겠다. 


"따라와."







*







'타.' 비싼 외제차 앞으로 2번을 데려간 S가 무심하게 말 했다. 누가 개차반 아니랄까봐. 두 손 불편한 녀석에게 문 한 번 당겨 열어주질 않는다. 뭐 문을 못 열 만큼 붕대가 칭칭 감겨져 있던 건 절대 아니었기에 2번은 뒷좌석 문고리를 당겼다. 



"내가 네 기사야? 앞에 타."



...그런 뜻은 아니었는데.


그냥 앞에 타라고 하면 덧나나. 팀장님을 기사 취급한 게 아니라 옆에 탈 만큼 친한 거 같진 않아서, 그리고 별로 옆에 앉아있고 싶지 않아서 뒷자석 문을 연 거 뿐이었다. 아까까지만 해도 저를 막 때려팬 상사인데 자기 같으면 옆에 앉고 싶겠나. 하는 수 없이 2번이 조수석에 앉았다. 문도 이제 겨우 닫았는데 안전벨트는 지만 매고 출발해버린다. 어차피 두 손 다 병신 됐겠다, 그냥 안 맸다. 가다가 사고나면 그냥 죽지 뭐.


"...어디 가요?"


2번은 차에 올라탄 지 10분 만에서야 목적지가 어디인지 물었다.


"내 집."

"네? 왜요?"


신호등이 초록불로 바뀌었다. 사람은 그렇게 비윤리적이게 때려패면서 교통 신호는 참 잘 지키는 게 영 모순적이다. 2번은 아무 대답 없는 S에게 더 이상 대답을 요구하지 않고 창문을 바라봤다.


그나저나 차가 참 깨끗하네. 매일 청소하는 건가? 아까보니까 겉에도 반짝반짝 윤기가 나던데. 그렇게 신형은 또 아닌 것 같은데 차만 보면 새 차라고 해도 무방했다. 운전도 가감이 없다. 일차선 도로에 반대편에서 차가 오는데 후진 한 번을 안 하고 스무스하게 피해 간다.


S의 차가 빌라 주차장에서 멈췄다. 주차마저 한 번에 성공한 그는 내리란 말도 없이 먼저 안전 벨트를 풀고 차에서 내렸다. 2번은 눈치껏 차 문을 열었다.


"어,"

"......"


퍽, S가 2번의 뒤통수를 갈겼다. 아, 내가 일부러 그랬나! 그냥 문을 열었는데 기둥이 있었던 걸 어쩌라고. 손이 이 모양인데 뭐 어떻게 열어야 하는데? 단 한 번을 배려해 준 적 없으면서. 그렇게 불안하면 본인이 문 열어주고 닫아주면 되는 거 아냐? 제겐 관심도 없던 작자가 본인 차에 기스가 난 것 같으니 저 대신 문을 닫고 차부터 확인한다. 스크래치도 안 났구만, 사람 머리를 그렇게 세게 후려치냐. 지가 깡패야, 뭐야.


"좀 살살 다뤄, 이 새끼야."

"아 진짜..."


진짜 싫다. 의료 팀장님이나 정보 팀장님이었으면 제 손 상태가 이 모양인 것을 아니 직접 문을 열어줬을 거고, 그러면 차 문도 안 박았을텐데.


"눈 예쁘게 떠라. 너 지금 청산할 거 많은 거 알지?"


자기 말부터 예쁘게 할 것이지. 차가 멀쩡한 것을 확인한 S는 다시 발을 옮겼다. 절뚝거리는 다리에 힘을 주고 혹여나 S를 놓칠까 빠르게 발을 움직였다. 아니 6층 빌라에 4층에 살면 엘리베이터를 탈 만도 한데 왜 걸어서 올라가는 거야?


삑, 삑, 삑삑삑삑, 삑, 삑


비밀번호가 몇 자야 대체. 그걸 또 3초 만에 치고 문을 연다. 안으로 들어가는 S는 2번에게 들어오라는 말도 없이 휙 들어갔다. 문이 닫힐 뻔 한 걸 2번이 몸으로 들이 받아 겨우 막았다. 못마땅한 표정으로 그의 집 안에 들어 선 2번은 고개를 천천히 돌려가며 집을 구경했다. 차만큼이나 집도 참 깨끗했다. 엄청나게 넓은 건 또 아니었다. 졸졸 꽁무니만 쫓으며 걷다가 팀장님의 발길이 멈추는 곳에서 저도 함께 멈춰 섰다.


서재인가? 아니면 집무실? 문을 벌컥 열며 저를 쳐다보는 팀장님을 흘끗 바라보다 방 내부를 살펴봤다. 여기서 자라는 건 아니겠고, 여기서 패겠다는 뜻이겠지.


"들어가 있어."


S는 동그란 뒤통수가 제 말에 쪼르르 집무실로 들어가는 것을 보곤 곧장 문을 닫았다.


S가 2번 놈을 제 집으로 데려온 건 나름의 큰 이유가 있었다. 누가 봐도 사내 괴롭힘인데 제가 없는 사이에 또 무슨 일이 벌어질 줄 알고. 일단 안전한 곳(과연 안전할까?)에 애를 두는 게 우선이었기에 그 무리들에게서 가장 안전할 곳인 제 그늘 아래로 데려온 것이다. 그리고 오늘은 기어코 저 놈의 입을 열고 말 것이었다.


S는 블레이저를 벗어두고 손부터 씻었다. 아까 저 놈이 피나는 손으로 제 손목을 잡은 탓에 혈흔이 잔뜩 남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





철컥, 문이 열리는 소리에 별은 뒤를 돌았다.


"......"


팀장님의 손에 무기가 들려있다. 아직 맞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엉덩이가 아파오는 기분이었다. 훈련할 때 보던 건데, 저걸 뭐라 하더라. 아, 무술용 목봉이었나. 현장 팀장님께서 멋진 거 보여주겠다며 휘두르는 걸 본 기억이 있었다. 딱딱하고 무게도 꽤 나가보였던. 맞으면 아플 것 같아서 멀찍이 떨어져서 구경했었던 것 같은데.


"뭘 쫄아. 맞을 거 알고 있었으면서."


그 논리라면 사람은 죽음에 두려워 할 이유가 없답니다? 맞을 걸 예상하고 있다고 해서 안 아프나. 아무리 제 맷집이 좋아도 팀장님이 때리는 건 아픈데. 더군다나 아직 멍이 안 빠져 있단 말이다. Medi 팀장님께서 얼마나 지극정성으로 돌봐주면서 치료해주신 건데... 그 공을 그렇게 무참히 깨부시겠다고? 별은 일단 무슨 말이라도 내뱉어 제 몸을 건사해야만 했다. 엿새 전에 맞은 기억이 아직도 새록새록 했다. 두 번 맞기 싫어서 과제도 잠 줄여가며 다 했단 말이다.


"내일 회사 가면 과제 가져올,"

"내가 지금 그거 때문에 이걸 든 줄 알아?"


무슨 말을 해야 할 지는 잘 알고 있었다. 별이 고개를 푹 숙이고 입술을 꽉 깨물었다. 아는데, 말하기가 싫은 걸 어떡하라고. 그냥 망할 자존심이었다. 치사하게 꼰지르는 사람이 되기 싫었다고 해야 할까. 일반 사회면 그게 정의겠지만 여기는 어둠의 세계잖아. 이것도 하나 못 버텨서 나가리 되면 어떡해.


"야, 별아."


별이라는 호칭에 2번이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시선을 올렸다. S가 어느새 책상에 걸터 앉아 목봉으로 바닥을 짚고 있었다.


"네가 내 별이라며?"

"제가 왜 팀장님 별입니까."


말투가 상당히 공격적이었다. 아까까지만 해도 제 눈을 똑바로 못 마주치더니 갑자기 또 쌈닭 눈을 하고선 저를 쳐다본다. 두 손 다 병신 된 주제에 뭘 믿고 저런 눈을 하는 거지. 별, 예쁘구만 뭐가 그리 불만인 거지.


"아까도 말 했다, 눈 예쁘게 뜨라고."


물론 곱게 뜨지 않아도 예쁘게 생긴 눈이긴 하다만 S는 그냥 저 표정이 마음에 안 드는 거였다. 반 쯤 농담으로 던진 말에 저렇게 반응을 하니 기분이 참 별로였다. '내' 별이라는 게 싫은 건지, 내 '별'이라는 게 싫은 건지 모르겠네. 왠지 전자로 들리는 것 같다.


"너 나 싫냐?"


"......"


예, 아니오, 그래 몰라요도 봐줄게. 세가지 경우로만 대답하면 되는데 굳이 묵묵부답인 이유가 뭘까. 봐주고 싶어도 이 새끼 하는 꼬라지만 보면 화가 난다. 짜증나네 진짜? 목봉을 쥔 손에 힘이 실렸다. 


"그래, 싫다 치고. 너 왜 늦었었냐?"


역시나. 또 입을 다문다. 아까 담배 한 갑을 모조리 비워내며 풀어놨던 화가 다시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다. 얘 입장에서 나는 여전히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인데, 알려줄 생각이 없어 보인다. 대체 어디까지 가려는 거지. 날 얼마나 오랫동안 속이려고 하는 거지.


"네가 뺑이 친 2시간 동안 내가 가만히 앉아서 기다리고 있을 줄 알았나봐?"

"...다 알면서 왜 물어보세요?"


순수한 궁금증이었다. 자꾸 저를 떠보는 느낌이 단순한 촉은 아니었나보다. 왜 다 알면서 나한테 굳이굳이 물어보는 건지 궁금했다. 어차피 알면서 대체 뭘 확인하고 싶은 거죠? 허를 찌르는 놈의 질문에 S는 잠시 입을 다물고 가만히 별을 내려다봤다.


"내가 어디까지 알 것 같아?"


목소리가 또 가라앉았다. S의 분노는 조용할 때 더 무섭다는 걸 이미 겪어 알고 있는 2번이 몸을 움찔거렸다. 


"누구야."

"......"


S가 진지한 눈빛으로 2번을 직시했다. 입술을 꽉 깨문 녀석이 눈을 내리깐다. 역시나 대답을 안 할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S는 엉덩이를 떼고 일어나 목봉을 들었다. 2번을 바라보며 책상을 턱짓한다. 잡으라는 뜻이었다. 벌써부터 엉덩이가 쑤셔왔다. 나는 동네북도 아닌데 자꾸만 여기 치이고 저기 치인다. 또 맞아야한다니. 별이 느린 발걸음으로 다가와 책상 끝을 잡았다. S가 소매를 걷었다.


"서른 대."


어차피 네가 누군지 안 알려줘도 내가 알아낼 거란다. 그러니까 나 바보 등신 천치로 만든 그 대가만 치루자. 나한테 거짓말 한 거, 숨긴 거, 사람 속 다 뒤집어 놓은 거, 전부 다 합쳐서 딱 서른 대로 퉁치자.


매 끝으로 허리를 툭툭 치자 때리기 좋게 엉덩이를 더 내밀었다. S는 목봉을 고쳐잡고 단숨에 후려갈겼다. 아. 바람 가르는 소리만 들어도 그 날의 기억이 아득하게 떠오른다. 저 말벌 소리는 매일 들어도 적응이 안 될 것 같다. 퍼억, 힘을 꽤 실었더니 아이가 놀란 듯 몸을 크게 움찔거렸다.


퍼억, 퍽,

"아, 으..."


또다, 또 그 묵직한 고통이 올라왔다. 예전에 S에게 맞았던 곳이 다 아물어 가긴 한다지만 여전히 어디 앉을 때는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 그런데 그 위에 그때와 엇비슷한 고통이 떨어진다니. 이러다 괴사하는 거 아냐? 차라리 다른 곳을 때리지 왜 하필이면 아직 멍도 덜 빠진 엉덩이인지 모르겠다.


퍼억-!, 퍽!


생각보다 템포가 빨랐다. 묵묵히 견뎌내기엔 버거운 고통과 빠르기에 점점 책상을 짚은 손에 힘이 들어갔다. 발바닥을 툭툭 치는 느낌에 질끈 감은 눈을 슬며시 뜨며 뒤를 돌아보니 저도 모르게 한 쪽 다리를 들어 올리고 있었다.


"똑바로 맞아라. 다시 처음부터 가는 수가 있어."


퍼억-!


"아...! 윽,"


와, 씹. 제대로 맞았다. 맞은 면적은 일부일텐데 엉덩이 전체가 얼얼한 게 너무나도 고통스러웠다. 매번 맞을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오래 가지 못할 것 같다. 2번이 죽상을 하고 S를 쳐다봤다.


"손 안 치워?"

"아..."


붕대가 감긴 손바닥 위로 빼꼼 튀어나와있는 손가락으로 슬쩍 엉덩이를 비비던 별이 울상을 지으며 다시 자세를 원상복구 했다. 매자국 그대로 굵직하게 부어 오른 것이 느껴졌다. 책상 위로 손을 올리자 마자 연속적으로 목봉이 떨어졌다. 맞을 때마다 허리를 안 쪽으로 집어 넣으니, 그 마저 거슬리는 듯 팀장님은 허리를 툭툭 치며 눈치를 줬다.


"아흑, 윽...!!!"


열 대 쯤 넘어가니 죽을 맛이었다. 더럽게 아프다. 서른대라는데. 눈 감고 딱 삼십 번만 참으면 되는데 너무 어렵다. 아파도 너무 아프게 때린다.


퍼억-!


"하읍, 아, 팀장님, 잠시만, 잠시만요."


결국 몸을 돌려버렸다. S가 팔을 공중에서 멈추고 반대손으로 책상을 손가락질 했다.


"잡아. 하나, 둘,"


끄응, 엉덩이를 두어번도 채 못 비비고 다시 책상을 잡고 말았다. 저 팀장님 사람 때리는 데에 일가견이 있는 게 분명하다. 책상을 짚자마자 다시 매가 떨어졌다. 하나, 둘, 셋,


"아...! 아윽,"

"하나,"


노이로제 걸릴 것 같다. 책상에서 손만 떼면 카운트 업을 하니 셋까지 세어졌다간 어떤 대참사가 일어날지 몰라 다시 책상을 짚을 수 밖에 없다. 조금만 기다려주지. 나 이미 환자인데. 이 어린 것이 아파 죽을 것 같다는데 그 잠시를 못 기다려줘서 사람을 이리도 힘들게 하냐고.


부웅-, 이어질 고통에 눈을 질끈 감았는데 몇 초가 지나도 아픔이 느껴지지 않았다. 눈을 슬며시 뜨니 팀장님이 제게로 다가왔다. 제 팔을 잡은 팀장님은 책상을 짚고 선 자세에서 책상에 엎드린 자세로 교체시켰다. 그제서야 손바닥에서 고통이 찌르르 밀려왔다. 몸무게를 실어 책상을 거의 누르다시피 짚었더니 하마터면 상처가 벌어질 뻔 했다.


"이 새낀 똑똑한 건지, 멍청한 건지."


퍼억!

"아!"


기껏 자세를 고쳐줬더니 한 대만에 벌떡 일어선다. 이제 열 대 남짓 남았는데. S가 어처구니 없는 눈빛으로 별을 바라봤다. 민망하긴 별도 마찬가지였지만 이건 누가 맞았어도 저처럼 반응 했을 거라고 자부할 수 있다. 개 세게 때렸다.


"뒤질래?"


뼈가 있는 말에 꼬리를 내린 녀석은 다시 허리를 숙이고 엎드렸다. 이렇게 엄살이 심한 새끼가 후드 무리한테는 그동안 어떻게 당해왔는지 모르겠다. 더 이상 움직이지 못하도록 허리를 꾹 눌렀다. 딱 열 한 대만 버티자 개 별난 것아.


"읍..., 흐윽... 아! 흑, 아, 팀장님...!!!"


S는 제 손아귀에 잡힌 녀석이 버둥거리든 악을 쓰든 관여하지 않고 남은 댓수를 성실히도 채웠다. 2번은 너무 고통스러웠다. 단 한 대도 삐꾸나는 법 없이 모조리 다 아팠다. 그럴 리 없겠지만 기자가 와서 내게 '서른 대 중 몇 번 째 매가 제일 아팠나요?' 물어보면 일말의 고민도 없이 '일에서 서른 번 째요.' 라고 자신있게 말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댓수를 다 채우자마자 엉덩이 양쪽을 감싸 쥐고는 뒤로 두 발자국 물러났다. 다행히 서른에서 딱 그치니 눈물 바람은 나질 않았다. S가 제 앞에 서 있는 어린 녀석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누가 뒤로 가래. 이리 안 와?"


쭈뼛쭈뼛, 이젠 웬만한 귀신보다도 더 무섭게 느껴지는 사람의 호통에 곧장 말을 따랐다. 잔뜩 쫄은 주제에 엉덩이가 여간 아프긴 한 것인지 아직도 두 손을 못 떼고 비비적 댄다. 여기서 딱 다섯 대만 더 때리면 울 것 같은 눈망울을 하고 제 앞에 선다.


"네가 내 교육시간에 왜 늦었는지, 오늘 왜 늦었는지까진 알아."


S는 데스크에 걸터앉아 별의 팔을 당겼다. 비틀 거리며 S의 쭉 뻗은 다리 사이로 들어왔다. 치료를 받았대도 보기 힘든 몰골이다. 후드 무리와 제게 얻어 터져 입가 양쪽이 터진 것도, 뺨이 보랏빛으로 물들어 있는 것도 마음이 쿡쿡 쑤셨다. 얘는 미인계만으로도 먹고 살 수 있을 얼굴인데. 어쩌다 이런 세계에 발을 들여 이런 꼴이 된 건지. 제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축축한 눈을 한 채로 저를 바라본다.


"근데 그 상황만 알지, 전말에 대해선 하나도 몰라."

"...다른 팀장님들이 알려주신 거예요?"

"내가 말 했지, J보다 내가 더 높다고. 보스 다음이 나야."


다른 팀장님들이 알려줬으면, 지가 뭐 어쩔 건데. 해봤자 3급 교육생인 주제에. S도 조용하고 별도 조용하니 집무실이 더할 나위 없이 고요했다. 일할 땐 시계 초침 소리 조차 거슬려 전자 시계를 달아놓았더니 정적 그 자체였다. 쥐 새끼 한 마리 지나가도 곧장 알아챌 만큼. 별이 눈을 내리깔고 볼기짝을 비벼대던 손을 천천히 내려 놓았다. 그 행동을 눈으로 쫓던 S가 꽤 다정한 목소리로 운을 뗐다.


"말 해. 그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면 어떻게 하실 겁니까?"


휙,


S가 목봉을 쥔 손을 들어올려 위협을 가했다. 하마터면 팔뚝에다 붉은 선이 그일 뻔한 별이 눈을 질끈 감고 두 손을 올렸다. 이 새끼는 하여간 좋게 말해선 말을 안 듣지. 


"서른으로 부족해? 더 맞아, 그럼. 잡아."

"아니, 아닙니다. 말 할게요."


서른으로 부족해? 그건 제가 묻고 싶은 말이다. 그렇게 때려패놓고 서른으로 부족하신가요? 이젠 아예 저를 때리면서 대하기로 마음을 굳힌 건지 뭐만 하면 몽둥이 들고 위협한다. 요즘 누가 사람을 때리면서 가르치냐고.


"숙소 입소 한 날 새벽에 선배들이 신입들 다 불러서 군기 잡길래 안 응했더니 그때부터 데리고 가서 때렸습니다."


...


"끝?"


고개를 한 번 끄덕인 저 순진무구한 표정을 보니 다시 골이 당겼다. 정말 저게 다인가보다. 아, 혈압. 내가 지금 저 10초도 안 되는 설명을 들으려고 며칠을 기다리고 빡쳐하고 생각하고. 아 열 받아.


"대. 그냥 더 맞자."

"아아... 팀장님."


팔을 끌어당기니 몸을 뒤로 내빼며 고개를 가로로 젓는다. 이게 얌체야, 사람이야. 어디서 앙탈이야, 뒤질라고. S가 한숨을 크게 내쉬며 목봉을 내려놓았다. 얘를 대체 어디서부터 가르쳐야할지 모르겠다. 상사한테 보고 하는 법부터 알려줘야하나. 누군 일분 일초 단위로 썰 풀기 바쁜데 며칠 간의 일을 싹다 포괄해 뭉뚱그려 한 문장 안에 정리하는 게...


참 재주라면 재주다.


"개 별난 새끼."


누구냐고 물어봤자 선배들 기수도 교번도 모를테니 직접 색출해낼 수 밖에. 저렇게 쉽게 불 거면서 그동안 왜 참았대? 아, 쉽게 분 건 아닌가. 하긴 저 정도로 다쳤으면 조선시대 때 고문 심문 당한 죄인이랑 비슷하겠네. S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정리될 때까지 여기서 생활,"

"아..."


얘 지금 싫어하는 거야? 우리 집이 뭐, 어디가 어때서. 아니 보나마나 구릴 교육생 숙소보단 삐까뻔쩍한 우리집이 훨씬 낫지. 왜 싫은 기색이지? 별의 짧은 탄식에 S가 눈썹을 꿈틀거리며 다시 목봉을 들었다.


"씨발, 그럼 그 새끼들 있는 데서 먹고 자고 쌀래?"

"저도 집이랑 돈 있습니다. 팀장님 집보다 더 가까,"

"뭘 믿고 보내. 거긴 경비도 있는데 느그 집엔 그런 거 없잖아."


그냥 힘이랑 권력으로 밀어붙이면 되는 건데. 이 놈이랑 있으면 자꾸 말을 받아주게 된다. 저 자기주장 확실한 새끼를 또 어떻게 가르쳐야할지 고민이다. 엄하게 가르치면 줏대가 사라질 것 같고 봐주면서 가르치면 머리 위에서 놀려고 할 것 같으니. 육아서적이라도 사서 봐야하나. 저렇게 별난 새끼는 어떻게 가르쳐야 하나요? 


제 의견이 모조리 묵살당하자 발 끝으로 바닥을 툭툭 치며 우물쭈물 거린다. 할 말은 있는데 사리고 있는 것 같았다. 운을 뗄 때까지 기다렸다.


"팀장님 무서워요..."


덜컥. 저 7음절에 순간 심장이 훅 내려앉았다. 본인 안 무서워 하는 팀원 어디 있다고 이렇게 충격이 오는 건지 모르겠다. 당연히 무섭겠지. 초면에 머리를 후려치고 그 다음엔 몽둥이질 그 다음엔 마구잡이 폭력에 그 다음은 또 몽둥이질을 해댔는데 누가 안 무섭겠어.


매일 밤마다 다짐했다. 개차반 같은 성격 버리고 이 애한테는 정말 잘 해주겠다고. 다른 팀장들이 본인이 아끼는 팀원을 챙겨주는 것보다 더 챙겨주고 싶었다. 근데 사람 쉽게 안 바뀌나보다. 되려 다른 놈들보다 더 거칠게 대했으니, 어쩌면 당연한 처사였다.


"네가 말 잘 들어봐. 내가 이렇게 때려?"

"다른 팀장님들은 제가 입을 아무리 동여매도 꿀밤 한 대 안 때렸습니다."


"......"


진짜 사람 할 말 없게 만든다. 지가 뱉는 말이 나한테 비수처럼 꽂히는 걸 네가 알까? 안다면 진짜 개새끼고 모른다면 덜 개새끼다.


"...다음부턴 거짓말 하지 마. 숨기려고 들지도 말고, 묻는 말에 솔직하게 대답해."


S가 제 눈을 못 마주치고 바닥을 툭툭 쳐대는 별의 얼굴을 두 손으로 잡고 눈을 맞췄다. 볼 위에 든 멍이 건드려졌는지 옅게 인상을 쓴 녀석은 S의 알 수 없는 표정에 침을 꿀꺽 삼켰다. 눈을 피하고 싶은데, 거짓말 한 것도, 숨기려고 한 것도 제가 잘못한 거였어서 저 눈을 차마 마주하기가 미안한데 팀장님이 눈을 맞춘다. 그래서, 그냥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내가 너한테 캐묻지 않고, 직접 알아내지 않은 건 너에 대한 신뢰이자 배려이고 존중이며 예의였어."

"......"

"네가 날 바보 등신 천치로 만드는데, 그럼 뒤지게 혼나야지. 안 그래?"


나즈막한 목소리로 타이르듯 말하는 S를 사슴같은 눈망울로 바라보던 녀석이 입을 오므리고 눈을 깔았다. S는 별의 얼굴을 놓아주곤 아까 의료실에서 하나 쌔벼 온 연고를 내밀었다.


"...죄송합니다."


건네는 연고는 안 받고 사과를 한다. 이제 와서. 제가 본인을 왜 그렇게도 때려댄 건지 이제서야 납득이 됐나보다. 하마터면 고개를 꾸벅 숙이는 저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을 뻔 했다.


"알면 됐어."

"...다시는 안 그럴게요."


그거면 됐다. 물론 내 속은 그동안 문드러졌고 앞으로 내가 신경 쓸 일이 더 많아졌지만 네가 잘못한 걸 알고, 앞으로 거짓말 안 하고 나를 안 속이겠다고 진심으로 약속했으니 됐다. '약이나 받아.' 저의 삐뚠 재촉에 녀석이 붕대가 칭칭 감긴 두 손으로 연고를 받는다. 아끼는 놈이 저렇게 두 손 빙신이 됐으니 여간 신경이 안 쓰일 수가 없다. 저 손으로 어떻게 씻고 어떻게 약을 바르지. 다 해 줘야 하는 건가?



'꼬르륵-'



"......"


"......"



진짜 가지가지 한다...










-작가의 말

안녕하세요, 편백입니다. 

벌써 9월이네요. 이제 약 4개월만 더 보내면 2021년도 끝이 난다는 게 믿기지가 않습니다. 이른 감이 있지만 전 그동안 이뤄낸 것이 많아 나름 후회없는 9개월을 보낸 것 같습니다. 물론 그 사이 큰 일들이 많았지만 말이에요. 그 중 하나가 이 포스타입을 시작한 것이고, 개별이 단편을 장편화한 것이겠죠? 한 회에 정해놓은 에피소드를 풀려고 하다보니 매번 분량 조절에 실패하곤 합니다. 하하.

개별이 별명이 참 많네요. 별, 여우, 사자새끼, 펭귄, 개똥이 (NEW), 얌체, 개새끼 등등등... 개별이 빼고 다 나오는 중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작전 팀장과 개별이가 티키타카 하는 부분이 쓰는 저도 가장 좋아하는 부분이랍니다. 그리고 팀장들끼리 티키타카 하는 것도 너무 재미져요. Medi랑 별이랑 같이 티키타카 하는 것도 재밌네요. S빼고 다 친한 개별이, 그리고 그것을 질투(?)하는 S. 참 재밌는 구도군요.

다음 편도 조만간입니다. 근데 그 다음 편은 잘 모르겠습니다. 벌써 바빠질 기미가 보이네요. 잠을 잘 자둬야할 것 같아요. 재미있게 읽어주신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좋은 밤 되세요 :).

트위터: @PB2022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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