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네가 물었다.
글 쓰는 게 그렇게 좋으냐고.
나는 그렇다고 답했다.
사각거리는 만년필이 손끝에서 노니는 느낌이 좋다고.
너는 살풋 웃었더랬지.
그 손끝에서 우리의 이야기도 쓰이는 거냐 물었다.
나는 부끄럽다고 했다.
아직 서툰 글솜씨가 우리를 다 담아내지 못할 것만 같아서.
갈고 닦고 좋아지면 꼭 긴긴 이야기를 담아내겠노라고 말했다.
그때 그 이야기를 썼더라면,
그랬더라면 우리의 이야기가 지금까지 만년필 끝에서 사각거리고 있었을까.
아직 시작도 못 한 이야기는 끝이 났고
내 글솜씨는 조금도 나아지지 못했다.
만년필은 여전히 손끝에서 서걱거리지만
이제 나는 글을 쓰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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