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은 항상 그랬던 것처럼 날 불행하게 했다.


먹은 나이만큼 학대를 받아왔기에, 그들은 나를 효과적으로 무너뜨릴 수 있다.

간만에 나온 소중한 나들이의 하루를 망치고, 내가 절대 행복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뇌리에 심고 또 심어줄 수 있다. 나에게 온정을 베푸는 사람들을 의심하게 하고, 다른 꿍꿍이가 없는지 믿지 못하게 할 수 있다. 머리로는 아닌 걸 아는데, 가슴 속에 아직 상처받은 어린 시절의 내가 남아있어서 그렇다. 하지만 날 밑으로 꺼뜨리는 말들에 아무렇지 않게 답장할 수 있는 정도로 조금은 성장했다. 올해의 내 생일도 그러했다.


나를 축하해주지 못해 서운하다, 아쉽다 연락이 왔다. 본인밖에 모르는 나르시시트 두 명은 나를 축하해주는 본인들에게 취한 채, 이기적으로 문자를 보냈다. 얼마나 좋은 명분일까? 생일을 축하한다는 명목은. 과거에 보낸, 학대경험을 열거한 내 문자는 안중에도 없을 거다. 본인들이 그런 행동을 했던 줄도 모르고, 자기연민에 깊게 빠져 숨을 마감할 것이다.

한 명은 내 생일이 언제인지 모르고, 다른 한 명은 내가 낳았으니까 본인이 축하 받는 날이라 했다. 그래서 내 생일은 나의 것이 아니었다. 축하받는 게 민망하고 왜 그래야 하는지도 몰랐다.


감옥 같은 집을 나오니 그제야 부랴부랴 생일날 문자를 보내는 그들이 참 가증스러웠다.

사실 아직도 어안이 벙벙하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축하와 선물을 받는 것이 어색하다. 내가 느끼는 감정이 뭔지도 모르겠고, 계속 눈물만 흘렸다. 어렸을 때 참았던 울분이 단단한 실타래처럼 뭉쳐있었는데, 어느샌가 매듭이 풀렸다. 그래서 그 이후로 엄청 잘 운다.


고마워서 몸 둘 바를 모르겠지만, 사실 내가 사랑받아도 되는 건지 끊임없이 의심이 든다. 아팠던 기억은 잊을 수 없으니 행복한 경험을 크루아상처럼 겹겹이 쌓아서 덮고 있다. 한입 물었을 때 두껍고 바삭하게 입안을 가득 채우는 날이 오면, 그때는 사랑이라는 단어가 어색하지 않겠지.




얼렁뚱땅 김제로의 진지하고 코믹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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