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쿠로오랑 켄마가 알게된게 켄마 7살, 쿠오오 8살 때라고 치면 나중에 켄마가 학교에 가게됬을때 이것저것 챙겨줬으면 좋겠다. 이를테면 어릴때는 알림장 쓰게 했으니까 그것도 하나하나 확인하고 안내문 나눠주는 것도 챙겨줬으면. 알림장이야 쓰고 난 후에 담임선생님께 확인받았으니까 꼬박꼬박 썼지만 그걸 확인하질 않았고 안내문도 마찬가지였다. 초반엔 몇번 선생님이 하라는대로 하더니 그 뒤로 한두번씩 까먹기 시작하니까 선생님이 조례시간에 자기 이름 부르는게 너무너무 무섭고 부끄럽고 싫어서 그 다음부턴 쿠로한테 켄마가 직접 부탁했으면 좋겠다. 나한테 맨날맨날 알림장이랑 안내문 챙겼냐고 물어봐줘. 하고. 안내문 중에 부모님 싸인받는건 그렇게 켄마가 쿠로에게 직접 부탁했고, 그 외 학교 일정 등이 나와있는 것들은 쿠로가 따로 한 학년 아래의 것들까지 챙겼으면. 켄마 부모님은 맞벌이에 자주 야근을 하시는데 그 덕택에 켄마는 부모님께 학교일정을 제대로 말하질 않았다. 못했기도 했고. 그래서 쿠로가 따로 일정을 알아다가 가끔 뵙는 켄마 부모님께도 말씀드리고 켄마에게도 말해줬으면.


    2.쿠로는 켄마에게 엄청나게 중요한 존재고 인생의 아주 커다란 부분을 차지하는데 중학교 때 쯤까지 쿠로에게 켄마는 그렇게까지 커다랗지 않은 것. 켄마는 항상 쿠로의 의중을 묻는 듯한 말을 하거나 하는데 그건 소심하고 결단력이 다소 부족한 탓에 조언을 구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뭔가 쿠로에게 맞추려는 마음이 더 큼. 쿠로는 그걸 깨닫지 못하고 마음대로 나가놀았으면 좋겠다. 중학교때는 게다가 엄청 놀고싶을 나이고 막 나갈 나이니까 쿠로처럼 성격좋고 체격좋은 애를 가만 둘 사내녀석들이 아니지. 쿠로는 공부는 잘 하지만 어울리는 친구들이 날라리거나 했던 적이 일이년 정도 있었으면 좋겠다. 1,2학년때는 뭣 모르고 그런 친구들이랑 어울려지내다가 3학년쯤 부터는 능글맞은 성격대로 많은 친구들과 두루 잘 지냈음. 성격이 좋아서 당연히 인기도 많았는데 그러다보니 친구가 없고 남들이랑 어울리는걸 못 견뎌하는 켄마랑 점점 멀어졌으면. 켄마랑 등하교를 항상 같이 했는데 중학교 올라가면서 하교 후에 놀러갈 일이 많이 생기다보니까 종종 켄마만 혼자 보내곤 했었음. 원래는 하교 후에 약속이 잡히면 먼저 가서 알려주거나 종례 후에 바로 가서 알려주거나 그것도 아니면 전화나 문자로 알려주는데 종례시간에 갑작스럽게 놀러갈 약속이 잡힌 어느날에 켄마를 까맣게 잊어버리고 놀러갔으면. 켄마를 떠올린건 한참 놀고 7시가 덜 됐을 때 친구들이 '그러고보니까, 너 항상 같이 다니던 그 1학년 애는?' 라고 말할 때 알았다. 쿠로가 아차하는 기분이 들어서 뒤늦게 켄마에게 전화했지만 켄마는 받지않았고, 중학생인만큼 일곱시 정도면 파하곤 하니까 먼저 집에 가겠다고 하면서 무리에서 나왔다. 어짜피 조금 시시해지려던 참이었고. 쿠로는 느긋하게 휘파람이라도 부르며 가다 어느 순간부터 집을 향해 뛰었다. 시간이 시간인만큼 켄마가 집에 도착해있겠지 하면서도, 조금 말도안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그런데 설마가 사람 잡는다더니, 가방을 내려놓고 들러본 켄마네에서 켄마는 집에 들어오지 않은 상태. 켄마네는 부모님 정상퇴근 후 집에 도착하시는 시간이 8시라 이 시간이면 초인종을 눌렀을 때 켄마가 나와야 했음. 쿠로는 그 때부터 곧장 학교까지 전력을 다해 뛰었다.
    켄마는 학교 운동장 벤치에 앉아있었는데 어쩐지 쿠로에게서 오는 전화를 받고싶지 않아서 옆에 두고 멀거니 바라보고만 있었다. 어쩐지 게임을 계속할 기분도 나지 않아서 벤치에 앉은 뒤 두시간 정도 부터는 게임기도 꺼놓고 가만히 앉아만 있었다. 쿠로가 친구들이랑 놀러 갔을거란건 정말 잘 알고 있는데도. 학교가 끝난 뒤 반에 앉아있다가, 한참을 기다려도 쿠로가 오질 않자 쿠로네 반까지 올라갔었다. 한 학년 차이이긴 하지만 그래도 선배들 교실은 무서워서 조금 긴장하고 쭈뼛거리며 올라갔는데 하교 시간이 한참 지나서인지 복도에도 사람은 없었다. 후우 한숨을 내쉬고 용기 내어 가본 쿠로의 교실에도 한 명도 없었지. 책상에 가방이 걸려있는 곳도 없었다. 뭔가 엄청난 기분이 몰려들어서 가방을 챙겨 그대로 학교 건물을 나오다 어쩐지 오기가 생겨서 운동장 벤치에 털썩 앉아버린 것. 쿠로한테 잔뜩 삐쳐서 화를 내고 싶은 심정이었는데 동시에 내가 너무 쿠로한테 집착하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나고, 쿠로가 친구들이랑 놀러가는게 왠지 서운하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면서는 켄마도 조금 지쳐서 쿠로에게 삐친감정도, 서운한 감정도 닳아버렸으면. 8시엔 부모님이 오시니까 7시 반까지만 있다가 가야지 생각하고 앉아있는데 아무것도 안하고 등받이도 없는 벤치에 앉아있으니까 엉덩이도 아프고 점점 체력도 딸려서 벤치위로 무릎을 감싸안고 앉아서 무릎 안에 얼굴을 묻고 있어라. 쿠로한테 서운하고 어쩐지 쿠로에게서 점점 소외된다는 생각에 슬프기도 한데 그보다는 이젠 피곤하고 힘들다는 생각 뿐이다. 피곤해... 엄청나게 우울해졌다는 자각도 못하고 축축 처지는 몸이 감당이 안되서 결국 30분까지 채우지 못하고 13분 정도에 벤치에서 일어나버렸다. 너무 오래 앉아있던 탓에 힘이 풀려서 운동장 바닥에 풀썩 주저앉아버려서 생각없이 바닥을 짚은 두 손바닥이 까져버렸다. 가슴이 찌릿찌릿한 기분이 드는게, 나 지금 많이 슬픈가. 하고 생각만 할 뿐이다.

@gagru_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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