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무례한 손가락이 준비되지 않은 곳을 파고든다. 원치 않는 자극에도 몸은 쉽게 흥분해버리고 불쾌감을 앞지르는 쾌감에 성의 없이 몸을 지나다니는 혀를 쳐내지 못 한다. 듣기 싫은 신음이 지나치게 가까운 곳에서 들린다. 입에 억지로 들어오는 살덩이에 소리가 멈추고 나서야 가장 큰 소리를 낸 게 누군지 깨닫는다. 눈을 떠도 흐릿하다. 어두운 공간에 번진 색색의 빛만 겨우 구분된다.

고통과 함께 허락하지 않은 게 들어오고 나서야 겨우 얼굴이 찌푸려진다. 그것도 잠깐이다. 미는 대로 흔들리는 몸은 점점 밀지 않아도 움직이고 몸을 따라 머리가, 아니 입 속의 혀까지 움직인다. 희뿌연 것이 시야를 가리며 얼굴을 덮어도 입 밖으로 나오는 것은 거절이 아니다. 그게 싫어 입을 닫으려는 노력이라도 한다. 그 입에 이상하리만치 조심스럽게 뭐가 닿아왔다.

홍수가 눈을 뜨자 이준의 얼굴이 보였다. 동그랗게 내민 입술 위로 눈을 세게 감고 있었다. 뽀뽀를 끝낸 이준은 충분히 멀어지고 나서야 눈을 떴다. 홍수와 눈이 마주치자 힘이 풀리던 입이 바로 열렸다.


-깨웠어요?

-아니... 괜찮아.


이준의 미안한 얼굴에 홍수도 짧게라도 입을 맞추려 했다. 얼굴을 움직이자 미간에 있는 이준의 손이 느껴졌다. 이준이 손을 내리며 홍수의 볼을 감쌌다.


-또 찡그리고 있길래..

-응... 일찍 일어났네.

-오늘 개강이잖아요.


이준이 내려뒀던 휴대폰을 주워 홍수에게 보여줬다. 홍수의 휴대폰 배경화면이 바뀌어 있었다. 외워버린 1학기 시간표 대신 낯선 시간표가 있었다. 저번과 달리 모양이 단순했다.


-이번엔 수강신청 잘해서 아저씨 일할 때 나도 학교 가요. 아저씨 일찍 올 때랑 비슷하게 끝나니까.. 아마 집에 오면 나 무조건 있을 걸요?

-좋다.

-좋아요?


이준이 휴대폰 두 개를 베개 위로 던지고 홍수에게 다가왔다. 웃으면서 등을 안는 듯하더니 손은 금방 허리로 내려왔다. 홍수가 끄덕이며 이준의 어깨를 감쌌다.


-근데 너 일어날 수 있어?

-아저씨가 깨워줘야죠. 오늘은 일찍 안 가도 되는데 너무 일찍 일어났어요.


이준의 손이 더 내려와 홍수 엉덩이를 당겼다. 이준의 몸도 다가왔다. 홍수가 허벅지에 느껴지는 걸 애써 외면하고 있는데 이준이 굳이 알려줬다. 대단한 비밀이라도 되는 듯 조용한 목소리였다.


-아저씨. 나 섰어요.

-…그냥.. 아침이라 그런 거잖아.

-그래도 이왕 일어났으니까.... 시간도 많고..


이준은 아저씨 때문에 선 거라고 웅얼거리면서 홍수의 엉덩이를 주물렀다. 처음엔 손길이 끈적했는데 점점 밀가루 반죽이나 다루듯이 만지고 있었다. 엉덩이 살을 꼬집어 늘리는 손을 홍수가 쉽게 치웠다.




이준은 나갈 준비를 하는 홍수를 졸졸 따라다녔다. 학교를 간다고 한 주제에 방학 때와 다른 게 없어 홍수가 시간표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밥을 차릴 때만 잠깐 떨어졌던 이준은 홍수를 따라 현관문 앞에 섰다. 구두를 다 신은 홍수가 고개를 들었다.


-너도 빨리 씻고…

-아직 괜찮아요.


이준이 뽀뽀 사이사이에 말했다. 신발장에 나가 있는 홍수의 키가 이준과 비슷해졌다. 귀여운 뽀뽀를 하는 이준을 눈 뜨고 구경하던 홍수가 이준의 어깨를 잡았다. 시간표에 의하면 수업이 끝날 때쯤 홍수도 돌아올 수 있었다.


-…오늘 약속 있어?

-무슨 약속이요?


이준은 어깨가 잡힌 상태로도 계속 입술을 짧게 찍어댔다. 홍수가 손가락들을 모아 바쁘게 움직이는 입을 막자 이준은 홍수의 손가락 마디에라도 입을 댔다. 감았던 눈을 떠 홍수를 바라봤다. 손을 내주고 입이 자유로워진 홍수가 그런 이준에게 말했다.


-데리러 갈까?


이준이 실실거리며 웃느라 입을 멈췄다. 신발장의 얕은 턱에 발을 걸치며 다가와 홍수의 허리에 팔을 감았다. 얼굴로 홍수의 손을 치우면서 좋다고 대답한 이준은 다시 입술로 다가왔다. 웃으며 다가오는 입술에 홍수도 눈을 감았다.

이준의 혀가 여유 있게 홍수의 입 안을 헤집었다. 그 순서에 적응한 홍수도 이준이 하듯이 치열을 훑었다. 같은 치약 맛이 느껴지는 순간에 이준이 혀를 깊게 밀어 넣었다. 홍수가 그 힘에 고개를 젖혀줬다. 침을 조용히 삼키다 감당이 안 되어 울대가 움직였다. 홍수의 예상대로 이준이 입을 뗐다. 촉촉해진 입술에 마저 뽀뽀를 하다 엄지로 한 번, 검지로 한 번 입술을 닦아줬다. 익숙한 루틴을 받던 홍수가 내내 궁금했던 걸 물었다.


-너 왜.. 자꾸.. 먹여?

-네..?


입술을 보던 이준의 눈동자가 올라왔다. 살짝 흔들리는 동공과 함께 홍수의 허리를 더 세게 안았다. 홍수가 그 눈을 더 똑바로 쳐다봤다. 고개를 꺾어 보이며 침, 이라고 작게 말했다. 정액도 아니고 침 정도야 계속 삼켜줄 수 있었지만 궁금했다. 삼키면 키스가 끝나버리는 것과 관계가 있나 싶었다. 이준의 울대는 삼킬 것도 없는데 혼자 움직였다.


-알았어요..?

-그렇게 대놓고 먹이는데, 어떻게.. 몰라...


홍수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졌다. 알고도 받아먹었다는 소리가 되어가고 있었다. 이준의 목소리는 홍수에 비하면 컸다.


-그.. 맛있게 먹길래..

-그게... 맛있.. 진 않지... 그냥 넘어오니까.. 그런... 거지..

-싫어요...?

-아니, 아니. 싫다는 게 아니라.. 꼭 먹이려고 일부러 그러는 것 같아서...


뒤늦게 이준이 얼굴을 돌렸다. 홍수가 눈을 맞추려 고개를 움직이자 이준의 손이 풀렸다. 허리에서 떨어지는 손을 홍수가 잡았다. 이번에는 이준의 목소리가 작아졌다. 죄라도 지은 것마냥 제 발등을 보며 말했다.


-이제 안 그럴게요...

-…아니야! 계속해! 맛있어! 네가 주는 건 다 맛있어...


홍수가 이준을 당기면서 달래줬다. 말이 나오는 대로 뱉다가 멈칫했다. 당겨진 이준이 홍수의 어깨에 기대며 얼굴을 숨겼다. 금세 신나있을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당황한 홍수가 이준의 등을 안았다.


-앞으로는 안 할게요..

-아냐, 해도 돼. 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궁금해서 물어보는 거야. 일부러 그랬었어? 왜?

-모르겠어요.. 그냥... 기분이 좋아서..

-기분이 좋았어? 넌 나 먹이는 거 좋아하나 봐. 자꾸 뭘 먹이네. 살찌워서 잡아 먹으려는 건 아니지?


홍수가 이준을 토닥이며 달래줬다. 실없는 소리에 이준이 고개를 돌렸다. 축 처져 있던 손이 홍수에게로 올라갔다. 홍수의 목에 입술을 대고 말했다.


-살찔 시간 없지 않아요..? 그리고 잡아 먹는 건 내가 아니라 아저씬데...


웃음기 어린 목소리와 함께 이준의 손이 홍수의 엉덩이를 벌렸다. 두 겹의 천 너머로 손가락 끝이 닿는 게 느껴져 홍수가 이준을 밀쳤다.


-너… 하, 이제 그만 속을 때도 됐는데..

-속인 거 아닌데. 아저씨가 날 너무 잘 다루는 거예요.


이준이 자신을 미는 홍수의 손에 손을 올렸다. 고개를 저은 홍수는 손을 떨치고 현관문으로 향했다. 문을 열고 나가기 전에 이준을 돌아보며 전화하겠다고 약속했다.




본부에 출근했던 홍수는 성도가 있다는 곳으로 향했다. 제일 막내를 구슬려 알아냈다. 기약 없이 본부로만 출근했었다. 섬으로 들어왔던 마약이 외국에서 넘어온 게 아니라는 게 확실해졌는데도 혼자만 그랬다. 본부에서 공항이나 항구로 뛰쳐 나가봤자 다른 팀 관할로 넘기게 될 일들뿐이었다. 본부장님도 성도도 자꾸 못 끼게 했다. 성도의 팀과 제 팀을 같이 묶어놨으면서 저만 빼고 일이 돌아가고 있었다. 뭘 걱정하는지는 알지만 이제는 정말 아무렇지 않았다. 섬에서는 혼자서도 약에 취한 사람들을 마주했었다.

흔해빠진 회색 철문은 잠겨 있었다. 도어 록을 발견한 홍수는 쭉 쓰고 있는 비밀번호를 눌러봤다. 힘 없이 경쾌한 소리가 났다. 건물처럼 낡은 모양이었다. 들어가니까 익숙한 책상과 소파가 가득 차 있었다. 섬에서는 카페를 빌려다 써서 쓸데없이 넓었는데 이쪽은 좁았다. 땅 값의 차이려나 생각하던 홍수는 아직 확실한 게 없는 걸로 아는데 왜 굳이 이런 번화가 한복판을 골랐나 싶어졌다.

홍수는 소파 뒤부터 들여다봤다. 라꾸라꾸 침대에서 이불까지 덮고 자는 성도가 보였다. 담요가 아니라 이불이었다. 가을이라고 하기엔 더운 날씨인데도 두께감이 상당했다.


-야.


이불을 머리 끝까지 올린 성도가 작게 뒤척였다. 홍수가 소파 뒤로 넘어가 얼굴을 가린 이불을 걷었다. 눈이 부신 지 성도는 실눈만 뜨고 홍수를 확인했다. 다시 올라오는 이불을 홍수가 막았다.


-여기서 뭐 해?

-뭐하긴... 우리 맨날 이런 식이잖아. 이번엔 약간 흥신소 스타일인 거지. 구려...

-그게 아니라, 뭘 안다고 여깄어.

-일어나서 알려줄게.

-일어났잖아.

-나 자고 있어. 잠꼬대하는 거야.


홍수가 이불을 놔주자 성도가 다시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불이나 꺼달라고 성도가 부탁했지만 홍수는 무시하고 책상이나 뒤졌다. 그러려면 밝은 편이 좋았다.




성도는 홍수가 책상만 아니라 사무실 전체를 뒤지고도 한참 뒤에 일어났다. 책상에 팔을 올리고 앉아 있는 홍수를 봤으면서 여유롭게 이불을 갰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홍수는 성도의 옷차림부터 지적했다.


-뭐냐, 그 유행에 뒤처지지 않으려 발악하는 아저씨 같은 꼴은.

-적어도 대학원생 같지 않아?


성도가 팔을 펼치고 한 바퀴 돌아줬다. 홍수는 찌푸린 얼굴을 보여줬다. 항상 입던 정장 바지는 청바지로, 흰 와이셔츠는 밤색 셔츠로 바뀐 것뿐인데 뭔가 싫었다. 묘하게 셔츠 품이 큰 게 거북했다.


-그러네. 대학원에 30대는 꽤 흔하네.

-그래도 무지개색 츄리닝보다는 낫지.

-너, 너 때문이잖아!


성도는 홍수의 분노에 아랑곳 않고 가까이 다가왔다. 홍수가 보란듯이 책상에 꺼내놓은 걸 살폈다. 검지로 종이를 밀어 훑어보기만 하고 아무 말이 없었다. 홍수가 다시 물었다.


-섬에는 츄리닝이 어울리면 넌 왜 그게 어울리는데?

-다 본 거 아냐?

-말하는 거 좋아하잖아.

-…섬이랑 같은 약이 이 근처 클럽들 위주로 돌고 있고. 주 소비층은 또 젊은 애들이고. 덕분에 나도 클럽을 다니는 중이고. 본 게 다야.

-근데 왜 난 빼.

-번갈아 해야지. 넌 섬에서 한동안 썩어났잖아.


성도를 보던 홍수가 고개를 내렸다. 펼쳐놓은 걸 한 데 모았다. 성도의 눈도 그 손을 따라 움직였다. 얼추 정리가 되고 나서야 홍수가 입을 열었다.


-클럽이라서? 벌써 7년 전 일인데. 아직도 그러고 있을까 봐?

-무슨 소리야. 본부장님이 이제 내 차례라고 하신 것 뿐이야. 넌 작년 나처럼 적당히 하고 놀아.

-네가 뭘 놀았어. 그런 거 아니잖아. 본부장님이랑 너랑 무슨 생각하는지 아는데.. 이제 괜찮아. 신경 안 써도 돼.

-괜찮다고?

-어.


아직도 시선을 피한 홍수 위에서 성도가 한숨을 쉬었다. 그럴 차례라는 변명이 통하지 않을 건 알았다. 홍수를 설득할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다. 마땅한 게 떠오르지 않은 성도는 협박을 선택했다.


-너 나 입 싼 거 잊지 마라.

-뭐.

-섬에서, 마지막 날에.


성도의 말에 홍수가 움찔했다. 일반인은 모르게 해야 한다는 이유로 이준이를 데리고 나갔었다. 이건 잘한 일이었다. 처음엔 그냥 민박집에 두고 올 생각이었는데 두고 오려면 한 번 정도는 해야 했다. 빨리하고 가려고 아직 덜 풀린 곳에 넣어달라 말했다. 문제는 이준이가 한 번으로 끝내주지 않았다. 그래도 잠들자마자 다시 복귀했었다. 이준이가 나오면 올 곳이 뻔해 전화하라고 했었고 전화가 오는 바람에 돌아갔을 뿐이다. 또 발생한 문제는 이준이가 정말 더 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겨우 떳떳함을 회복한 홍수가 항변했다.


-이준이는 거기 있었으면 안 됐잖아.

-보통 그렇다고 떡을 치진 않아. 방법이 그거…

-야,


둘 밖에 없는 데도 홍수가 일어나 성도의 입을 막았다. 홍수의 귀가 빨개졌다. 시작은 이준이었어도 막지 않은 건 맞았다. 어쩌면 부추겼는지도 모른다. 몸이 그런 건 그렇다 쳐도 머리도 그랬다. 약간은 달랐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했었고 그래서 그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다시 섬에 돌아갈 줄 알았다면 그러지는 않았을 텐데. 민박집을 못 벗어나는 동안 성도가 마무리를 다 했었다. 홍수가 심란해진 사이 성도가 파닥거리며 벗어났다.


-근데 너 그만 그러고 싶다고 섬에 들어간 거 아니었냐.

-갑자기 그 얘길 왜 하는 건데. 본부장님한테 말하겠다고? 말하면 뭐가 달라져?

-달라지지! 너 다시 심해졌다는 뜻이잖아. 아니, 사실 괜찮아진 적이 없지. 본부장님이 알면 너 아예 팀도 바꿔버릴 걸. 내가 너 쭌한테 보내라 할 거야. 개들이랑 놀기나 해.

-야, 본부장님이나 너나.. 나를 무슨... 주워서 키우고 있는 줄 아는 거야? 아니… 하, 어쨌든 나 이제 안 그래.

-뭘 안 그래. 목에 빨간 거 다 보여, 새끼야.


홍수가 왼쪽 목덜미를 얼른 가렸다. 분명 아침에 안 보이는 걸 확인했는데 이상했다. 성도와 눈이 마주치고 나서야 속았다는 걸 깨닫고 손을 내렸다. 이겼다는 눈빛을 노려보며 말했다.


-이준이는 그런 거 아냐.

-아니지, 아는데. 따지고 보면 달라진 거 없지 않아? 너 아직도 그 꿈 꾸잖아.

-달라, 네가 뭘 알아. 이제 안 꿔.

-그 꿈을 안 꾼다고? 하고 싶어지면 야한 꿈 꾸는 거 말고. 이준이가 물어봤었어.

-뭐...? 그걸 왜 너한테 물어봐.

-네가 안 말해주니까. 오늘도 물어봤어, 너 오기 전에. 오늘도 꿨어?

-…너.. 말하기만 해.

-말하겠냐? 말해도 네가 말해야지. 나 입 무거운 거 알잖아.

-무거운 거야, 싼 거야. 하나만 해. 하... 번호 교환 못하게 막았어야 했는데..

-이준이가 내 번호 딴 건데.

-닥쳐, 이준이라 부르지 마.

-이름이 이준인데? 그럼 뭐라 불러?


홍수가 다시 의자에 주저앉았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불특정 다수가 한 명으로 바뀐 것 뿐이긴 했다. 종종 그러긴 했었다. 그래도 이준이는 달랐다. 그런 애를 속이려는 건 아니다. 언젠가 헤어지게 될 거 굳이 말하고 싶지 않았다. 나서서 이별을 당길 이유가 없었다. 바보도 아니고. 관자놀이에 손을 댄 홍수가 책상에 팔꿈치를 기댔다. 고개를 숙여버린 홍수에 성도가 주춤거리며 물러났다. 무릎에 소파가 느껴져 팔걸이에 걸터앉았다. 홍수는 양 팔꿈치 사이의 책상 무늬나 관찰하고 있었다. 일어날 기미가 없자 성도가 말했다. 이준을 이준이라 부르지 못했다.


-너 오늘 이준, 아니 걔 학교로 데리러 간다며. 빨리 가.


홍수가 천천히 성도를 향해 고개를 들었다. 어이가 없었다. 자신은 성도가 이미 아는 것들이 많아 어쩔 수 없다 해도 이준도 그러고 있을 줄은 몰랐다. 입이 저렇게 싼 인간인데.


-그것도 말하디...

-이건 자랑이었어. 궁금한 거 물어본 다음에 꼭 자랑해. 질투하나 봐. 하는 짓이 귀엽다니까.

-귀여워하지 마.

-하? 안 귀여워. 걔도 이상해.

-뭐가 이상해. 네가 제일 이상해. 누굴 과보호하는 거야. 아직도 불쌍해 보이냐.

-네가 제일 이상하지. 난 이상한 널 걱정하는 거고. 형이니까.

-혀엉..? 한 달 형은 누구도 형이라고 안 쳐. 누가 들으면 나 빠른인 줄 알겠다.

-쌍둥이는 1초도 형동생 따져.


홍수가 더 말리기 전에 입을 다물었다. 이미 충분히 휩쓸렸지만 성도 말대로 가야 했다. 휴대폰을 꺼내 시간을 보며 시간표도 확인했다. 문을 열자 성도가 일어나는 소리가 들려 뒤를 돌았다.


-비번 바꾸게?

-…오! 굳이? 또 오게?

-…아니. 시킨 대로 놀 거야. …부럽지?


홍수가 성도를 이겨보려 톤을 높이며 약을 올렸다. 성도는 잘 생각했다고 말하며 홍수 옆으로 배웅을 나왔다. 그것 만으로도 홍수는 충분히 진 기분이었는데 성도가 말을 더 얹었다.


-출근은 지금처럼 본부로 하면 돼. 시간 많다고 걔 붙잡고 하지만 말고. 하는 건 효과 없었잖아. 임시방편이지. 마음 먹고 섬에 들어 갔으니까 괜찮아진 줄 알았는데… 어휴..

-자꾸, 뭔 소리야! 내가 알아서 해. 진짜 아들한테도 섹스 잔소리는 안 해. 미친 놈아.

-있지도 않은 아들한테는 안 해도 너한텐 해야겠어. 그리고 이준이도 내년엔 4학년인데 공부할 시간은 줘야지.

-이준이라 부르지 말랬다. …그리고.. 이준이가 더 하고 싶어 하거든.

-으... 그런 건 안 말해줘도 돼. 친구 사이에 뭐 그런 거까지 말해..?

-하아.. 말을 말자... 간다.

비수 / visu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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