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 년도 더 전에 죽었다고 알려진 피터 페티그루가 나타났다.


그것도 시리우스 블랙의 무죄를 말하며 자수하면서 말이다. 피터 페티그루는 자수하자마자 포터 부부 사망 사건에 대한 진상을 밝히며, 시리우스의 재심을 요구했다.


당연하게도 마법 세계는 난리가 났다. 현상수배범인 시리우스 블랙이 무죄라니? 십 년도 더 전인 그 사건을 인제 와서 끄집어내는 이유가 뭔가.


어떤 이는 시리우스 블랙의 탈옥으로 페티그루가 겁을 먹어서 그렇다, 어떤 이는 그간 쌓인 죄책감 때문이다 등등 말이 많았다.


그중에도 가장 난리가 난 것은 시리우스의 옛 지인들이었다.


당연히 시리우스가 포터 부부를 죽였을 거라 여겼던 이들은 밝혀진 진실 때문에 혼란에 빠졌다.


그것도 죄책감과 미안함, 페티그루를 향한 역겨움이 섞인 혼란이었다.


그 뒤로 일은 잘못된 톱니바퀴가 이제야 제자리를 찾은 듯 일사천리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피터 페티그루의 지팡이 사용 기록과, 펜시브를 통해 증거는 충분했다. 재판은 피해자인 시리우스가 없음에도 열려 후다닥 진행되었다.



“이번 재판은 마법부의 무능을 지적하는 거나 마찬가지니까. 더 이슈가 되기 전에 빨리 잊게 하려는 거겠지.”



짐작대로 1면에는 페티그루가 재판받는 모습이었지만 2면부터는 자극적인 소재들로 가득했다.


1면을 덮으려 마법부가 묵혀둔 찌라시들을 푼 게 보였다.


드레이코는 쓸모 있는 내용이 없는 걸 확인하곤 1면으로 돌아왔다.


위즌가모트에 선 페티그루는 혼란스러운 얼굴로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겁먹은 쥐새끼처럼 이리저리 눈을 굴리며 몸을 움츠리는 게 영 좋은 꼴은 아니었다.


쥐로 오래 살아서인 건지 원래 그런 건지 등은 굽었고, 해쓱한 얼굴 위로는 불안이 요동치고 있었다. 손끝은 약간 검었는데 이건 드레이코의 작이었다.


왜 피터 페티그루가 자수를 했는가. 십 년을 넘게 쥐로 숨어 살며 잘 살았는데 말이다.


드레이코는 이걸 어찌할까 고민했었다.


시리우스에게 넘기면 흥분해서 바로 죽여버릴 것 같았고, 그렇다고 덤블도어에게 넘기자니… 그건 덤블도어에게 드레이코의 패를 보이는 게 되었다.


어떻게 페티그루가 범인이라는 걸 알았는가? 페티그루를 잡은 방법은? 이걸 그에게 넘기는 이유는?


왜 슬리데린인 그가 시리우스를 돕는가.


그가 해리포터의 대부라 하여도 말포이인 이상 그를 돕는 것보단 그냥 두는 것이 나을 텐데.


블랙이 승승장구 해봤자 말포이에게 좋은 것은 없었다. 말포이가 지금 귀족 가문을 꽉 잡고 있을 수 있는 이유는 블랙이 떨어져 나갔기 때문이다.


어둠의 마왕처럼 압도적인 무력이 없는 이상 말포이는 처세술과 정보력, 돈으로 통제해야 했다.


그런데 블랙이 돌아온다? 비록 끈이 떨어졌다고는 하나 괜히 오래된 가문이 아니었다. 블랙이라면 숨겨둔 비법서도 많을 테고, 그간 정치 쪽에도 연이 깊어 묵혀둔 비밀들도 알고 있을지 몰랐다.


그간 쌓아놓은 사업이며 자금들을 끌어모은다면 말포이의 사업에도 큰 위협이 될 게 분명했다.


그러니 드레이코가 시리우스를 돕는 이유를 설명하라 하면 답하지 못할 것이다.


이건 말포이가 아닌 드레이코로서 돕는 거였으니까. 그리고 드레이코는 그 사실을 최대한 숨기고 싶었다.


괜히 그가 나서서 이런 짓을 했다는 게 알려져봤자 좋을 것 없었다.


드레이코가 괜히 만화 보면서 주인공이나 악당보다 흑막을 좋아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편하고 멋지잖아.



“아, 복잡해.”



드레이코는 검은 활자들을 응시하다가 신문을 내려놨다.


이런 복잡한 계산은 드레이코와 맞지 않았다. 말포이가 된 이상 해보려 노력은 하나 역시 지루하고 재미없었다.


사업이야 뒤에 말포이를 업고 진행하고 있으니 복잡해할 것 없지만 말이다.



“그런 거 계산하느니 그냥 자수하게 만드는 게 편하지.”



그래서 드레이코는 그런 복잡한 계산을 때려치웠다. 돈과 기술이 있는데 깊이 생각할 필요가 뭐 있겠는가.


드레이코는 웜테일을 잡아 특별제작한 감옥(쥐 전용 철장)에 가두었다. 쥐 상태인 페티그루는 이지를 잃고 작은 철장에 갇힌 채 있었다.


그 안에 오래 있으면 있을수록 세뇌가 잘 되는데, 드레이코는 페티그루가 모든 걸 자백하며 제 죄를 까발리도록 세뇌를 건 것이다.


그것만으로는 부족할지도 몰라서 축적되는 독도 먹였다. 그 탓에 사진 속 페티그루의 손끝은 검었다.


아마 스네이프처럼 물약 좀 아는 이들이라면 페티그루가 중독되었다는 걸 눈치챌지도 모르겠다.



“이제 보내줘야겠지.”



드레이코는 유약하게 시선을 내리깔았다. 길고 옅게 반짝이는 속눈썹이 눈 깜빡임을 따라 팔랑였다. 고개를 숙이며 얼굴을 손에 파묻자 은은한 백금발의 머리카락이 사르륵 흘러내렸다. 가뜩이나 핏기 없이 창백한 피부는 하얗게 질려 있었다.


타인이 보았다면 그 처연하고도 안쓰러운 모습에 저도 모르게 다가가 위로를 건넸을 것이다.


신문 1면에 실린 이상 시리우스도 이 사실을 알았을 테니 드레이코를 떠날 것이다. 


더는 곁에 있을 이유가 없으니까.


아마 그라면 말없이 떠나지 않을까. 드레이코가 그를 걱정할 것을 알면서도 조용히 말이다.


근데 문제가 있었다.



“그 개 목걸이 나만 풀 수 있는데.”



특수 제작한 목걸이라 그거 아무나 못 푼다. 드레이코의 마력으로 각인해 놓아서 드레이코 외의 다른 이가 풀려고 하면 전기 뿜고 난리다.


만약 전기 뿜뿜 쇼를 보고 싶다면 개 목걸이를 뜯으려 시도해보면 된다.


그러니까 시리우스가 그거 억지로 풀려고 하면 전기에 지져진다.


아마 덤블도어가 오지 않는 이상 안 풀어질 거다.



“이야, 이거 진짜 어쩌지.”



회중시계를 꺼내 시간을 보니 벌써 밤 9시였다. 그리고 시리우스는 항상 8시에 산책을 끝마치고 방으로 돌아온다. 그러니 지금 안 오는 걸 보면 오늘 떠난 모양인데 이거 참 난감했다.



“신문에 ‘시리우스 블랙 개 목걸이 한 채 기절 상태로 발견!!’ 하는 거 아니야?”



이야 망신도 그런 망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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