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블에 있는 잔을 만지작거리는 이와이즈미 하지메의 표정이 유독 씁쓸하게 보였다. 뭔가 말하려는 듯 입술을 달싹거리던 이와이즈미는 생각에 잠긴 듯 잔을 만지작거리던 손길을 멈추었다.


‘하지메, 너도 혼기가 찼으니까….’

‘한 번 만나만 봐. 정말 괜찮은 사람이야.’


아직 펼친 마음을 채 접지 못한 이와이즈미는 그저 시간이 필요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자식을 걱정하는 부모의 그 눈빛을 끝내 외면하지 못했다. 그리고 지금, 목전에 있는 소꿉친구이자 이와이즈미가 채 접지 못한 마음의 주인공인 오이카와 토오루는 평소와는 다르게 조용한 그녀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왜 그래, 이와쨩. 무슨 일 있는 거야? 이와이즈미는 눈을 감았다. 평소와 같은 목소리였는데, 이상하리만치 다정하게 묻는 그 목소리에 목울대가 차오르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래, 이제 접자. 정말 접는 거야. 천천히 눈을 뜬 이와이즈미는 걱정스러운 듯한 눈빛의 오이카와와 마주했다.


“…오이카와.”

“이상하네, 이와쨩. 정말 무슨 일 있는 거야?”

“나, 맞선 봐.”



그날의 실루엣




“…헤에. 이와쨩이 맞선?”

“응. 엄마가 한 번 만나 보라고 해서.”


열여덟, 이와이즈미가 오이카와에 대한 마음을 품고, 서서히 펼쳤을 때가 열여덟 살 때였다. 그리고 지금, 스물여덟의 이와이즈미는 어느덧 고등학생 때보다 자못 성숙해진 오이카와를 마주하고 있었다. 십 년. 이와이즈미가 오이카와를 짝사랑한 지 자그마치 십 년이 흘렀다. 오이카와는 언뜻 멈칫한 듯 했지만 이내 하등의 상관이 없다는 듯 이와이즈미 앞에 비어 있는 물 잔에 물을 따라 줄 뿐이었다. 어찌 된 까닭인지 이와이즈미는 그런 오이카와의 담담한 말투와 행동이 더 아리게 느껴졌다. 


“그렇구나. 이와쨩이랑 맞선 보는 그 남자, 완전 불쌍하네?”

“…왜?”

“왜냐니, 생각해 봐. 못생긴 이와쨩한테 완전 코 꿰이는 거잖아!”

“……아.”


십 년이란 세월은 이와이즈미를 단단하게 만들었다. 겉모양만 단단해졌을 뿐, 이와이즈미의 가슴속 한 켠에 자리한 어린잎마냥 여린 마음은 속에서 맺힌 이슬에 녹녹해져 툭 건들면 찢어질 것만 같았다. 예전부터 듣고 또 들었던 말이었다. 면역력이 생긴 줄만 알았다. 무뎌졌다고 생각했다. 이미 너덜거리는 해어진 마음이 비수가 되어 돌아온 오이카와의 말에 채 견디지 못하고 갈기갈기 찢어진 것이었다.


‘이와쨩을 누가 데려가?’

‘이와쨩을 좋아해 줄 남자가 있기는 해?’


채 배설되지 못한 감정에 이와이즈미는 뜨거워지는 목울대를 애써 눌러 삼키며 단념한 듯 입가에 호선을 띄웠다. 억지로 입꼬리를 올리지 않으면 쉬이 축 처져 낙담한 제 마음을 들킬 것만 같았다. 오이카와의 뒷모습만 바라보며 앙선했던 옛 기억들을 추상해 어린 저 자신을 매만지려 했다. 허나 돋혀 있는 가시에 곪았던 상처가 재차 터질 뿐이었다. 그 상흔에 이와이즈미는 품었던 마음을 끊어내고자 했다. 괜찮아. 이와이즈미는 스스로 되뇌였다.


“……그러게. 날 데려갈 남자가 있을까?”

“…이와쨩?”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평소라면 메아리처럼 돌아올 이와이즈미의 날선 목소리가 아니라 체념한 듯 가련한 목소리에 오이카와는 물잔에 집중했던 시선을 이와이즈미를 향해 돌렸다. 어딘지 씁쓸해 보이는 이와이즈미의 얼굴빛에 오이카와는 그제야 아차, 했지만 살짝 건드리면 왈칵 눈물을 쏟아낼 것 같은 이와이즈미에게 무어라 말을 붙일 수 없었다. 결국 오이카와는 우물쩍 이와이즈미를 따라 웃을 수밖에 없었다. 그 뒤로 둘은 말없이 식사를 끝마쳤다. 그날 밤, 이와이즈미는 먹은 것들을 모두 게워내고 말았다.



*



오전 열한 시, 커튼 사이로 비치는 햇살에 이와이즈미는 착 달라붙어 있던 눈꺼풀을 힘겹게 떼어냈다. 전날 밤, 침대 위에 누워 부스러기마냥 올라오는 상념에 차오르는 눈물을 차마 감내하지 못하고 베갯잇을 적신 탓이었다. 세안을 하기 위해 화장실로 간 이와이즈미는 거울에 비치는 제 몰골에 한숨을 내쉬었다. 낙루한 흔적이 만연한 얼굴은 잠옷 소매로 눈물을 훔친 탓인지 군데군데 붉게 상기되어 있었다. 꼭 이런 날, 이런 몰골이라니. 차라리 오늘 오이카와를 보지 않는다는 사실이 다행이라고 생각한 이와이즈미는 문득 이 상황에서조차 오이카와를 떠올린 저 자신이 우습게 느껴졌다. 스스로에게 조소를 내비칠 수밖에 없었다. 고개를 두어 번 내저은 이와이즈미는 떠오르는 상념을 애써 떨쳐 버리려는 듯 얼굴에 찬물을 여러 차례 끼얹었다.

화장대를 마주하고 앉은 이와이즈미는 붉게 상기된 얼굴을 식히려 찬물을 끼얹었다는 사실이 무색하게도 여전히 붉은 제 얼굴을 보니 더욱 울적해졌다. 평소보다 배는 형편없는 몰골에 그 누구도 만나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자식을 걱정하는 엄마의 그 눈빛이 아른거렸다. 언제까지고 이루어질 수 없는 짝사랑에 목을 맬 수는 없었다. 차라리 이렇게라도 마음을 접을 수 있는 계기가 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애써 뜨거워지는 목울대를 꾸역꾸역 눌러 삼킨 이와이즈미는 화장대 위로 손을 올렸다. 느릿하게 움직이는 손동작이 퍽 애처롭게 보이기까지 했다. 화장품을 만지작거리는 손에 힘이 없어 보였다.


“…뭘 입지.”


평소 오이카와와 만날 때처럼 옷을 꺼내려던 이와이즈미는 잠시 주춤했다. 오늘 만나는 사람은 오이카와가 아니다. 어쩌면, 미래를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이다. 미래를 함께할 수 있는 사람. 어쩐지 함께라는 그 단어로 인해 오이카와에게서 멀어지는 느낌과 더불어 소격감마저 느껴졌다. 이와이즈미는 거푸 떠오르는 오이카와 생각에 저 자신이 애통스럽게만 느껴졌다. 결국 옷장에 있던 갓 스무 살을 넘겼을 때, 훗날 일어날지도 모를 오이카와와의 로맨스를 꿈꾸며 부푼 마음으로 구입했던 블라우스와 하늘거리는 치마를 꺼내 들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체격에 급격한 변화가 없었기에 옷은 이와이즈미의 몸에 알맞게 들어맞았다. 거울 앞에 서 옷매무새를 가다듬었다. 자꾸만 새어 나오는 한숨을 참을 수 없었다. 걷잡을 수 없이 커져 버린 오이카와에 대한 마음이 애써 제 감정을 거두어 접으려는 이와이즈미를 더욱 아리게 만들 뿐이었다. 이와이즈미는 벽에 걸려 있는 시계로 시선을 돌렸다. 오후 두 시. 그 남자와 오후 두 시에 만나기로 약속했다. 침대 위에 있던 휴대 전화를 든 이와이즈미는 오이카와와 주고받았던 메일이 맞선을 보기로 했다고 이야기했던 그날이 마지막이라는 걸 보고 입술을 힘없이 터뜨렸다.


“……정말, 너에게 있어서 내가 여자로 보였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구나.”


잠잠한 휴대 전화를 보며 이와이즈미는 재차 스스로에게 조소를 내비쳤다. 오후 한 시가 막 지나고 있었다. 다시금 옷매무새를 가다듬던 이와이즈미는 가방을 챙겨 집을 나섰다.



*



솔솔 불어오는 춘풍이 이와이즈미의 머리칼을 흩날렸다. 제 마음과는 다르게 성큼 봄이 다가왔음을 실감하게끔 만드는 달큰한 날씨에 이와이즈미는 공연스레 입안의 씁쓸함을 느꼈다. 흘려들었던 일기 예보에서 산책하기 좋은 날씨라며 가족과 연인, 친구와 가볍게 성큼 다가온 봄을 느끼는 건 어떠냐는 기상 캐스터의 목소리가 재차 재생되는 것 같았다. 둘, 아니면 삼삼오오 짝을 이뤄 길을 거닐고 있는 사람들이 이와이즈미의 시야에 잡혔다. 그 속에서 혼자인 저 자신이 초라하게만 느껴졌다. 숨을 한 번 길게 몰아 내쉰 이와이즈미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차라리 그 사람을 만나 떠오르는 뭇생각을 지우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어.”


돌연 빠르게 발걸음을 재촉하려던 이와이즈미의 시야에 가득 차 들어온 게 있었다. 꽃집이었다. 근방에서 풍겨 오는 화향은 이와이즈미의 후각을 자극했다. 발걸음을 멈춘 이와이즈미는 봄 날씨와 어울리게 만발한 꽃을 바라보며 굳어 있던 얼굴을 편안하게 풀었다. 이와이즈미는 안개꽃을 좋아했다. 누군가에게는 볼품이 없다 하더라도 작게 터진 새하얀 그 꽃망울이 저 자신과 닮은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이와이즈미는 지금 만나러 가는 이 남자와 어떻게 된다 한들, 돌아가는 길에 안개꽃은 꼭 사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뭐 드릴까요?”

“…아, 죄송해요. 다음에 올게요.”


이와이즈미는 미소를 머금은 채 다가온 직원에게 고개를 꾸벅이고는 거듭 발걸음을 재촉했다. 덧없는 상념에 빠져들며 느릿하게 걷던 탓이었을까, 그 남자와 만나기로 한 시간까지 이십 분도 채 남지 않은 시각이었다. 풍겨 오는 봄 내음과 화향을 애써 떨친 이와이즈미가 발걸음을 옮길 때였다.


“아까 저 여자분이 보던 게 이건가요?”

“네, 맞아요. 안개꽃을 유심히 보시더라구요.”

“한 다발 포장해 주시겠어요? 아, 여기 이거. 빨간 튤립도요. 이건 한 송이만.”

“네, 조금만 계세요.”


누가 보더라도 좋은 피지컬을 더욱 부각시키려는 듯 제 몸에 알맞게 맞는 정장을 멋드러지게 입은 남자가 이와이즈미의 뒤를 따르던 발걸음을 멈췄다. 안개꽃으로 가득한 꽃다발과 빨간 튤립 한 송이를 구매했다. 그는 꽃이 포장될 동안 왁스로 고정한 듯 보이는 갈색 머리칼을 매만졌다. 긴장한 기색이 역력해 보이던 남자는 넥타이를 매만지며 목을 가다듬었다. 곧이어 포장된 꽃다발과 튤립 한 송이를 받은 남자는 손목에 자리한 시계를 보더니 이와이즈미가 걷던 그 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이와이즈미가 남자와 만나기로 하기까지 십오 분도 채 남지 않은 시각이었다.



*



서둘러 장소에 도착한 까닭이었을까, 약속 시간까지 십 분 정도 여유가 생긴 이와이즈미는 먼저 자리를 잡고 앉았다. 불현듯 이와이즈미의 뇌리를 스치는 의문이 하나 있었다. 이와이즈미는 십 분 뒤면 조우할 남자의 이름과 나이, 심지어 사진도 보질 않아 생김새조차 모르고 있었다. 제 엄마의 걱정스러운 눈빛에 대충 고개를 끄덕였던 저 자신만 떠오를 뿐이었다. 하지만 이미 약속 장소에 나와 앉아 있는 제 모습을 보니 어쩔 수 없겠다 싶어 한숨을 내쉬었다.

공연스레 답답하고 씁쓸한 마음에 이와이즈미는 휴대 전화를 꺼냈다. 여전히 오이카와로부터 온 연락은 없었다. 울적해진 마음을 애써 감추려 이와이즈미는 앨범부터 시작해 휴대 전화의 부가 기능을 이것저것 살폈다. 하지만 불필요한 짓이었다. 앨범에는 오이카와가 이와이즈미의 휴대 전화로 저 자신의 모습을 찍은 셀프 카메라가 전부였고, 최근 통화 목록조차 오이카와의 이름으로 가득 찼기 때문이다. 왜 여기까지 왔음에도 난 온통 네 생각뿐인 걸까. 울컥 가슴에서 치미는 무언가가 느껴졌다. 자칫하면 억지로 접어가던 오이카와에 대한 마음이 범람할 것만 같았다. 이와이즈미는 목전의 물 잔을 움켜쥐었다. 물을 들이키려던 이와이즈미의 앞에 돌연 빨간 튤립을 한 송이가 비쳤다. 시야에 잡힌 튤립 한 송이와 포장된 튤립을 잡은 그 손이 익숙하게 느껴진 이와이즈미는 잔기침이 돋우는 것을 느꼈다. 이윽고 고개를 올려 목전에 있던 인영을 마주했을 때,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이와이즈미의 눈이 동그랗게 뜨였다. 일렁거리는 시야가 흐릿하게 보였지만, 목전의 남자가 누군지 분명히 알 수 있었다.


“안녕하세요, 이와이즈미 씨.”

“너…….”

“오이카와 토오루라고 합니다.”


눈을 꿈뻑 감았다 뜬 이와이즈미는 창밖 너머 눈부시게 비치는 봄 햇살이 마치 오이카와의 뒤로 비치는 후광과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왁스로 고정한 머리는 제법 잘 어울리는 모양새였고, 알맞게 몸에 아우러진 정장은 오이카와의 피지컬을 더욱 돋보이게 만들었다. 맺혀 있던 눈물이 이와이즈미가 눈을 한 번 깜빡이자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오이카와는 이와이즈미의 손에 들고 있던 튤립 한 송이를 쥐여 준 뒤 빠르게 그녀의 볼을 타고 흘러내리는 눈물을 훔쳐냈다. 그제야 저 자신이 울고 있단 사실을 깨달은 이와이즈미가 어깨를 움찔했다.


“…너, 뭐야?”


어리둥절한 이와이즈미의 반응에 오이카와는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 등 뒤로 감추고 있던 안개꽃 한 다발을 재차 이와이즈미에게 안겨 준 오이카와는 자유로워진 손으로 이와이즈미가 애써 세팅한 앞머리를 흐트러뜨렸다. 여전히 멍한 이와이즈미가 아무런 말없이 저 자신을 바라보자 오이카와는 긴장이 풀린 듯 목을 죄이고 있던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었다. 문득 시야에 잡히는 이와이즈미의 옷차림에 미간을 찌푸린 오이카와는 맞은편에 자리한 의자에 앉았다.


“뭐야, 이와쨩. 치마 입은 거야?”

“…아니, 그보다 네가 어떻게…….”

“와, 맞선 본다고 치마 입은 거지. 나 만날 때는 한 번도 안 입었으면서!”

“……어?”


오이카와는 어쩔 수 없다는 듯 피식 웃음을 터뜨리고는 테이블에 턱을 괴고 여전히 놀라 눈만 동그랗게 뜨고 있는 이와이즈미를 마주했다. 가까이서 보니 연하게 화장을 하고 있었지만 살짝 부어오른 눈두덩이가 시야에 잡혔다. 저도 모르게 이와이즈미를 울린 것 같았다.


“이와쨩이 나 좋아하는 거 아는데, 자꾸만 숨기려고 하니까.”

“…어?”

“그래서 이와쨩 어머님한테 도와달라고 그랬어. 이제 곧 우리 어머님인가?”

“……뭐?”


오이카와의 입에서 자연스럽게 나온 어머님이란 단어에 이와이즈미가 정신을 다잡았다. 홀가분한 듯한 표정의 오이카와는 그저 이 상황이 즐겁다는 듯 생글생글 미소만 짓고 있을 뿐이었다.


“…오이카와, 너 지금,”

“그래서, 이와쨩.”

“어?”

“……그렇게 예쁘게 꾸미고 나왔는데, 맞선 상대는 마음에 들어?”


언제 웃고 있었냐는 듯 자못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오이카와의 표정에 이와이즈미는 저도 모르게 합, 숨을 들이 마셨다. 대답을 기다린다는 듯 오이카와는 테이블을 사이로 두고 있던 몸을 이와이즈미의 앞으로 가까이했다. 오이카와로부터 받은 꽃다발을 쥐고 있는 손에 힘이 들어갔다. 문득 얼굴에 몰리는 열감에 이와이즈미는 고개를 푹 숙였다. 그리고 느리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와이즈미의 대답에 안도한 듯 오이카와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와쨩.”

“……응.”

“우리, 앞으로 결혼을 전제로 만나는 거야.”

“…응?”

“나 이와쨩 맞선 상대라니까.”


맞은편에 앉아 있던 몸을 일으킨 오이카와가 이와이즈미의 앞으로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꽃다발과 오이카와를 갈마보던 이와이즈미는 이윽고 떨리는 손으로 오이카와의 손을 잡고 일어섰다. 마주닿는 오이카와의 손이 따스하게 느껴졌다. 약속 장소였던 곳을 벗어나며 자연스럽게 이와이즈미의 가방을 어깨에 멘 오이카와는 잡고 있던 손을 움직여 손가락을 엇갈렸다. 재차 얼굴이 달아오름과 동시에 그동안 오이카와가 뱉었던 말들이 이와이즈미의 귓가를 스치고 지나갔다.


“……오이카와.”

“응?”

“나랑 맞선 보는 남자는 불쌍하다며?”

“…아, 아니, 그건,”

“…너, 불쌍해?”

“……아니. 얼마나 기다려 왔던 순간인데.”


이와이즈미의 뒤를 따르던 희미한 실루엣이 벗겨졌다. 그리고 지금, 그 실루엣은 이와이즈미의 손을 맞잡고 있었다.




빨간 튤립의 꽃말은 사랑의 고백

안개꽃의 꽃말은 사랑의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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