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를 하루 남기고, 예전부터 생각만 해오던 산을 등반했다. 강요한 이 하나 없지만, 스스로에게 등 떠밀리듯 온 산이라 며칠 전부터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산길은 가파르지 않았고 예상 시간보다 정상에 일찍 도착할 수 있었다.

콧구멍이 아릴 정도로 찬 바람을 맞으며 가장 먼저 한 생각은 '생각보다 별 거 아니었구나.'였다. 지레 겁부터 먹어 몇 년을 미뤄왔던 시간이 한심하기도 하고, 이렇게 높은 산을 그렇게 쉽게 등반해낸 내 자신이 조금은 발전했단 생각에 기쁘기도 했다. 그러다 문득, 그동안 날 거쳐갔던 선택들 중 괜히 겁부터 먹어 시작조차 포기한 것들이 있진 않을까, 싶었다. 노력하면 해낼 수 있는 걸 포기부터 한 건 아니었는지 말이다.

2022년은 내게 큰 탈 없이 무난하게 지나간 해였다. 그 무난함을 위해 애써 포기했다 생각한 것들이, 어쩌면 날 좀 더 발전시킬 수 있었던 것들이진 않았을까 뒤늦은 후회를 해본다. 다가오는 2023년엔 포기하는 용기보다 포기하지 못하는 용기를 기를 수 있길, 기원해본다.

안녕히 가시오,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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