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2021년 수능이 일주일도 채 남지 않았습니다. 개강하느라 난리쳤던 3월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11월이라니 세월이 참 무색하네요. 우선, 먼저 2022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보시는 모든 수험생 여러분께 응원의 말을 전합니다. 수능대박나십시오.

(참고로 저는 수능 며칠 전날 이재용 삼성 부회장과 점심식사를 같이 하는 꿈을 꾸고 수능날 총 20문제짜리 탐구과목에서 10문제 이상 찍은 것 중 10문제를 맞고 해당 과목 2등급을 받았습니다. 제 기를 가져가세요. 파이팅!)

(점심시간에 도시락 안 열려서 20분동안 밥 못먹은 것은 비밀입니다. 아니지, 비밀이 아니지? 뜨거운 밥을 바로 싸면 김으로 생긴 압력때문에 도시락이 잘 안 열릴 수 있습니다. 도시락 뚜껑을 닫기 전에, 랩으로 한 번 감싸고 닫으면 이런 일이 안 생깁니다. 혹시 모르니 조심하세요)

이쯤에서 먼저 이 글의 주제를 말씀드리자면, "수능은 큰 시험이지만 인생을 좌지우지 하는 시험은 아니다. 나는 주변에서 대학과 무관하게 성공한 사람들을 더 많이 봤고, 인생은 좋은 대학을 나오는 것보다 자기가 계속 깨어 있고 인생을 주체적으로 방향잡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런 사람이 더 행복하고 성공하더라. 그리고 6+@년 동안 참 고생 많았고 수고했다. 좋은 결과 있기를 바란다"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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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분들에게 그렇겠지만, 저에게는 수능이 참 큰 시험이었습니다. 저는 부모님께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한다고 죽도록 맞고 살아왔던 사람이었거든요. 중간고사 하나에 맞고, 모의고사 하나에 맞고, 기말고사 하나에 맞고...... 그런데 저를 매맞게 했던 그 어떤 시험이든 전부 수능으로 완결되는 것 아닙니까. 그래서 전 이 시험이 굉장히 두렵고, 원망스러웠고, 기다려졌었습니다. '왜 그렇게 나를 맞게 했나?' '수능 한 번 망치면 내 인생이 고꾸라질텐데...' 하고요.

왜, 많은 어른들이 성인되면 시작될 인생의 스타트를 제대로 잡아라, 인서울은 해야 한다, 대학 한 번 잘못 가면 인생 고꾸라지는거다. 대학을 못 가면 돈을 못 번다. XX대 이하로 가면 취업 안되고, 공장이나 가야 된다. 그런 삶 네가 견딜 수 있겠느냐? 하고 무지막지한 스트레스를 주지 않습니까? 또 학원이라던가 인강 강사들 분위기도 꼭 좋은 대학을 가야만이 사람구실을 할 수 있는 번듯한 사람으로 취급하지요. 저는 운 좋게 실강을 들은 적이 있었는데 쉬는 시간에 강사가 자기는 개인적으로 SKY 밑으로 가는 애들이 이해가 안 되고, 도대체 왜 그러는 지 모르겠다. 하고 농담하는 것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때는 그 사람 마음에 꼭 들어야 하고, '진짜 SKY 밑으로 가는 것은 바보짓이구나. 바보가 되기 무섭다. 무시받고 살기 싫다'라고 생각했었는데, 글쎄요... 전 SKY를 가지 못했지만 거기 간 친구들과 비교해서 그렇게 루저인생은 아닌 것 같습니다. 더 나은 부분도 있고 더 못한 부분도 있고 비슷비슷한 것 같아요.

SKY를 못 갔다는 말이 나와서 하는 말인데, 저는 사실 실패의 쓴맛은 외고 입시 실패로 이미 경험해 본 적이 있었습니다. 이러면 또 "아니 이 사람 공부 잘했네;;" 하고 그만 읽으시려는 분도 있으실 텐데 걱정 마세요. 이후 찾아온 우울증으로 머리가 헷가닥 가서 최종 등급은 3학년 1학기 기준으로  내신이 7등급, 1.2학년 성적 합치면 5점댄가 그랬습니다. 딱 대한민국 평균만치 했습니다. 그래서 대학도 중학교 친구들(놀랍게도 전부 외고, 특목고, 자사고 루트를 거쳐 SKY에 입학함)보단 못 갔습니다. 그렇다고 부끄럽진 않아요. 학벌로 차별하는 친구도 없었고, 학벌로 멀어진 친구도 없었습니다. 멀어졌다면 다른 성격 차이 같은 이유였지 우정에 대학이 이유가 되진 않았습니다. 

저는 학창 시절에 돈을 굉장히 밝혔습니다. 왜냐? 부모가 저 외고 특목고 자사고 준비하는 잘사는 친구들 풀에 던져 놓고 한달 용돈을 만원 준 적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 기간이 자그마치 3~6년 정도 되었습니다. 제 친구들은 기분 좀 꿀꿀하면 한 끼에 만원을 쓰는데, 제 수중에는 간식 먹을 돈이 없고.... 그런 경험을 하고 보니 돈을 밝히게 되더라고요. (지금은 별로 안 그럽니다.) 그런 저에게 부모는 협박을 했습니다. "너, 안 좋은 대학 가면 돈 못 번다." 

"너, 안 좋은 대학 가면 취직 못 한다."

대학교 와서 보니 개소리였습니다. 대학은 돈 버는 게 목표라면 딱히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비트코인, 주식,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이런 거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닙니다. 물론 이것들도 돈을 버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좀 더 주제에 적합하게 이야기해보자면, 제 주변에서 돈을 잘 버는 사람들은 전부 대학과 무관하게 커리어를 쌓고 있습니다. 

대학을 와서 이젠 수능이 아니라 취직과 사회생활을 목전에 두니 대학보다는 다른 것이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컴공, 이것은 다른 글에서 더 상세히 저술하겠지만 코딩 실력과 아이디어, 센스,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더 중요한 것 같고요. 미술도 자기 브랜드를 갖거나 캐릭터 사업이 잘 되면 딱히 밥 벌어 먹고 사는 데에 대학 졸업장이 중요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당장 웹툰 작가들도 대학서열로 작품 인기순이 세워지는 것 아니잖아요. 문창과는 또 어떻습니까? 대학 나온다고 글의 질이 급격히 좋아집니까? 일반 사무직도요. 서울대를 나오면 지방대 나온 친구보다 엑셀을 기가 막히게 쓴다고 널리 알려져 있습니까?

저는 대학도 대학원도 정말 공부에 뜻이 있는 친구(제 친구 중에는 물리와 수학이라면 사족을 못 쓰고 돈을 못 벌어도 좋으니 연구 필드에 뛰어들어 최신 이슈로 연구를 하고 싶다는 친구가 있습니다)와 정말 전문지식을 배워서 써먹고 싶은 사람만이 가야만 정말 행복한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한 때 코딩이 좋고, 이걸로 밥벌어먹고 싶어서 컴공으로 대학을 왔습니다. 근데 웬걸요, 제가 내신공부 할 때 코딩한 사람이 대학 자퇴하고 대기업 입사해 있습니다. 프로젝트를 성공해서 사장님이 된 선배는 대학에서 배운 건 별로 없다고 합니다. 레드오션이라는 미술 디자인 판에서 프로젝트 몇 개를 따고 회사 정규직까지 거머쥔 지인은 아예 고졸입니다. 

여러분, 인생에 있어서 대학은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사회적 성공과 행복 모두, 학벌이 좋은 사람보다는 자기 인생에 있어서 성찰을 할 줄 알고 세상 돌아가는 것에 깨어 있고, 자기 주관이 있어서 스스로 판단을 내릴 수 있고 그래서 자기 인생의 방향을 잘 잡는 사람의 것이더군요. 여러분의 앞날은 아직 창창합니다. 그렇다고 수능을 버리라는 말은 아닙니다. 여러분의 앞날만큼 지나온 날들도 무척이나 소중합니다. 분명히 좋은 결과가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모두들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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