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크 only 논커플링 짧글.

* 의식의 흐름 주의.





언젠가 펜리스가 말했었다. 너는 너무 다른 사람 일에 자주 끼어드는 것 같다고, 좀 더 스스로를 돌보면서 조심할 필요가 있지 않겠느냐고. 그때는 웃으며 넘겼었다. 농담도 섞어서. 그거 참 쌓아둔 보물을 지키는 드래곤 같다고 낄낄거리니, 펜리스는 낮게 한숨 지으면서 드래곤도 결국엔 사냥당할 수 있다고 답했다.

인정한다. 나는 머리 아플 정도로 많은 일을 한꺼번에 떠맡곤 했고, 커크월에 온 뒤로 이 지역의 심부름 센터장이라도 된 기분이었다. 이름이 점차 알려질수록 일은 더 많아졌고 크고 작은 사건들에 심심찮게 휘말리곤 했다. 개중에는 주정뱅이들 싸움 말리기 같은 시시한 일에서부터 높으신 분들의 정치 알력 다툼까지 복잡하고 까다로운 사건도 왕왕 있었다. 물론 귀찮았지만, 구태여 거절하지도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야 자신이 있었으니까. 

나는 강했고, 능력이 있었고, 어떤 문제든 간에 복잡하고 귀찮고 까다로울지언정 반드시 해결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 어떤 난처한 상황이 닥치더라도, 결국에는 그 모든 걸 마무리할 수 있으리라고. 그렇지 않았다면 맡지 않았을 것이다. 당연하지 않은가. 내 자랑은 아니지만 이것은 오만도 과신도 아니었다. 결과적으로 결정을 번복하거나 물리는 일 없이 마침내는 어떤 방향이든 해결을 보았으니까. 그렇기에 아무 데나 끼어드는 것처럼 보였던 것이다. 나는 만사 자신감에 차 있었고, 언제나 활력이 넘쳤다. 그것은 용기나 모험심의 영역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사실에 대한 확신이었다. 나의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알고 있으니, 맡는 일을 해결하는 데 필요한 능력과 한계가 어디인지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어떤 계기로 꺾이고 무너져, 능력의 유무와 관계 없이 벗어날 수 없는 벽을 만나, 무기를 빼앗기고 팔다리가 잘리고 결코 헤어나갈 수 없는 구덩이에 빠진 것 같은 상황이 되면.

어떤 일을 마주하는 데, 망설임이 생긴다. 해결 방법이 아니라, 해결을 할 수 있는지 없는지부터 고민하게 된다. 그러면서 대부분의 일을 마주하는 게 아니라 무시하고 지나치고 만다.

그렇게 나는, 내가 아니게 된다.

사냥당할 운명의 드래곤.

사냥당한 드래곤은 더 이상 드래곤이라고 불리지 않는다. 그것은 그냥 누군가의 전리품이다. 먼지 쌓인 장식대 위에서 잊혀져 가는 트로피.


—하지만, 그건 내 역할이 아니야.



The stone is cracked, split, jagged. the hawk would have been safe if it had stayed, but that isn't what hawks do.

갈라지고 쪼개지고 부서진 돌. 그대로 머물렀다면 매는 안전했겠지만, 그건 매의 역할이 아니야.


그때 그때 좋아하는 것을 막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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