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감도 없어서 종종 사람들이 잊지만... 나는 쿠로코가 어디 있는지 단번에 알 수 있다. 처음으로 좋아하게 된 계기는 밀크셰이크 주문에 오류가 있었는지 두 개를 시키게 됐을 때다. 두 개는 다 못 먹는데... 하는데 옆에 언제부터 있었는지 '안 드실 거면 저 주실래요.'라는 목소리가 들려 깜짝 놀라 바라본 상대의 명찰에는 쿠로코라고 적혀져 있었다. 얼떨결에 주고 나서 고맙다는 말과 함께 돌아가는 뒷모습을 보며 누구지, 저 사람은. 했지만 알고 보니 내 짝이라는 걸 알고 황당해서 미쳤었다. 내 옆에 아무도 없는 줄 알았는데 의식하고 나니까 보이는 거다. 그때부터 관심이 가고, 청소 주번이 도망갔을 때 묵묵히 청소를 하는 모습에 반했다고 할 수 있다. 남자라면 성실하고 조신해야지. 저렇게 조용하고... 자세히 보니까 근육도 좀 보이는 거 같은데? 농구부라고 했지. 관심은 점점 집착으로 이어졌다. 그가 농구 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그는 또 무시 아닌 무시를 당해, '쿠로코 이 녀석 거기 있었냐!' 라는 핀잔을 듣기도 했으니까. 바보들. 진작부터 저기 있었는데. 그 날도 연습이 끝나고 가는 길을 쫓아가려고 했는데 쿠로코가 안 보여?!


"왜 자꾸 저 따라다니세요."

"에... 알고 있었어?"

"네. 수업 시간에도 저만 보시잖아요."

"그, 그건.. 그러니까... 그냥..."

"밀크셰이크 드시러 가실래요."


쿠로코는 무슨 생각을 할까. 스토커랑 나란히 앉아 밀크셰이크를 먹을 수 있는 걸 보니 참 비위도 좋고 마음도 넓다. 더더욱 내 마음에 쏙 들어오는데 이거 사랑 맞겠지? 집착은 사랑이 아니라는데… 


"농구 좋아하시나요."

"응? 아니, 아니. 난 운동은 영 못 해서."

"그러면 농구 하는 건 왜 보고 계셨어요."


들켰다. 그냥 전부. 모를 줄 알았는데 쿠로코는 눈이 대체 어디에 달린 거야. 사실 시시티비가 쿠로코의 눈이 아닐까. 모든 동태를 다 찍혀버린 나는 이실직고를 하기 시작햇다. 고백을 곁들인.


"내가 너를 좋아해!"

"저를요."

"응. 쿠로코를 좋아해."

"전 연애 생각 없는데요."


윽. 하지만 괜찮아. 나도 바라만 보는 거로 만족했으니까. 그리고 쿠로코가 나를 좋아할 거란 생각을 한 적도 없었어. 다 들킨 줄도 몰랐는데 그런 것도 알면 무당이지, 암.


"그런데 조금 관심은 가지게 됐습니다."


어라? 


"저한테 관심을 그렇게 가지니까 저도 흥미가 생겼다는 말이에요."


방금 대단한 말을 한 것 같은데 쿠로코는 태연하게 셰이크를 다시 먹기 시작한다.

어... 그래서 우리 뭔데? 뭐 하자는 거야. 에이, 답답해!


"그러면... 호감이라는 뜻으로 알아들어도 돼?"

"네."


"....그럼, 그럼. 우리 이제 썸인가?"


그렇게도 볼 수 있겠네요. 다 마셨으니 가요. 저거 여우 아니야? 아니, 가만히 보니까 귀가 조금 붉다.

부끄럽긴 했나 보네. 집을 데려다주겠다는 쿠로코. 으으... 이런  날이 올 줄 알았으면 방 청소라도 해서 집까지 부르는 건데. 밤이니까 자고 가라고... 이런 음흉한 생각하는 거 쿠로코는 모르겠지.


"이상하게 웃고 있네요."

"아, 아,아니야..!"

"조심히 들어가세요."

"쿠로코도-! 조심히 가야 해."


"이렇게 보여도 남자니까, 괜찮습니다. 내일 봐요."


귀여워... 귀여우면 답도 없다는데 답이 없는 썸을 타는 건 아닐까. 

그래도 내일 보자는 말에 설렌다. 학교 가는 것이 더 즐거워졌어. 

계속 봐요

찬란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