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마츠의 말들은 온통 공허하고 겉치장으로 점철되어 경박하게로만 들린다. 언제나 잔뜩 폼을 잡고서 보는 사람이 낯뜨거울 정도로 뻔뻔하게 어디서 주워들어온 건지 모를 미사여구를 내뱉고 있는 것을 듣고 있으면 과연 저 의미를 알고 쓰는 건지 의문이 든다.

카라마츠의 그런 참을 수 없는 경박함이 이치마츠는 질색이었다. 칠칠맞고 어리숙한 주제에 겉을 포장하는 데에만 열중인 그를 보고 있으면 괜히 화가 치솟았다. 다름 아닌 그가 자신의 형제이며, 몇 분, 몇 시간 먼저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연상 취급을 해야 한다는 점이 싫었다. 그래, 이치마츠는 카라마츠를 상당히 얕보고 있었다. 자기 앞가림도 제대로 못하면서 형이랍시고 형노릇 하려드는 게 상당히 우습게 여겨졌다. 자신만이 아니라 다른 형제들도 은연 중에 카라마츠는~ 카라마츠 형은~~하면서 차별화를 두고 있었다. 우리는 쌍둥이이다. 얼굴도, 체형도 거의 비슷비슷해 처음 보는 타인은 물론이고 오랫동안 면식을 둔 지인들도 형제들을 완벽하게 구분하는 것은 어려워했다. 그렇게 자신과 닮은 상대의 추태는 더더욱 혐오감이 일기 마련이다. 매번 걱정하는 듯한 한 마디에도 누가 누굴 걱정하느냐는 식의 짜증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것이다.

"이치마츠....괜찮아? 그 얼굴은 뭐야? 다쳤어? 누구에게...."
"쓸데없어. .....내버려둬."

평소보다 상당히 날카로워져 있던 날이다. 부은 볼을 움켜쥐고 걸어오던 중 카라마츠와 마주쳤고 예상대로의 패턴으로 그는 당혹스러워하며 내 쪽으로 달려왔다. 또 쓸데없이 참견하려 드는 카라마츠의 말을 끊고 차갑게 쏘아붙였다. 냉정한 대꾸에 살짝 움츠러들더니 그래도....하고 머뭇거리며 이쪽의 눈치를 살피는 카라마츠는 뒷전으로, 이치마츠의 속은 상당히 곪아들어가고 있었다.

"이치마츠..... 일단 집에 돌아가서 오소마츠 형에게..."
"쓸데없는 참견이랬지. 병신이야? 사람 말귀 못알아들어?"
"이..."
"닥쳐. 누구한테 이야기할 생각 하지 마.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해. 누구완 달리."

누, 구. 에 힘을 주며 카라마츠 쪽을 노려보았다. 그 눈빛에 카라마츠는 움찔하더니 이윽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왠지 이 때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언가에 홀린 듯이 입이 제멋대로 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정말 얼굴에 철판을 깔고 잘도 그렇게 사네. 누가 누굴 걱정한다는 거야. 네가? 네가 그렇게 걱정한다는 듯이 오지랖 떨면 누가 고마워 할 것 같아? 눈꼴시다고. 겨우 먼저 나왔다는 이유만으로 형 노릇 할 생각이라면 집어치워. 너 따위 형으로 생각하지도 않거든. 잘난 것도 없는 주제에 잘난 척은. 정말로 네가 잘났다고 생각하는 거야? 어디든 끼려고 발버둥치는 모습, 정말 추해. 보기 싫다고."

한 마디, 한 마디 쏘아붙일 수록 딱딱하게 굳는 얼굴을 보며 왠지 속이 시원한 것도 같았다. 줄곧 해주고 싶었던 말이다. 그 같잖은 나르시즘 설정이고 자뻑이고 전부 유치해서 못 봐주겠다. 사실은 주먹을 휘두르는 것만으로 쫄아서 아무것도 못하는 허세덩어리 주제에.

가장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그렇게 욕을 얻어먹고도 실실대며 또 평소처럼 하던 짓을 계속 반복하는 것이다. 다른 건 몰라도 얼굴가죽만큼은 정말 두껍구나. 나라면 벌써 자살했다.


스스로도 인정하고 싶지 않았었지만 타인과 어울릴 수 없는 자신에게 절망하고 있었다. 언제나 그들의 영역 밖에서 안에 섞여들지 못하고 마치 홀로 다른 세계에 있는 것처럼, 뻔뻔스레 웃음을 위장하며 비위를 맞추는 일도 하지 못했다.

그런 나를 아니꼽게 보는 몇 명이 있었던 건지, 그 불화의 감정은 곧 행동으로 이어져 으슥한 곳으로 불러내고는 이해할 수 없는 시비와 함께 폭력을 행사했다. 여러 명이었기에 혼자서는 당해낼 수 없었고, 그렇다고 형제들을 부르기엔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자신의 추한 몰골을 드러내며 도움을 요청하느니 얌전히 구타당하는 것이 차라리 나았다. 내가 아무런 반항도, 말도 하지 않고 두들겨 맞으면서도 별 반응을 보이질 않으니 때리던 녀석들도 혀를 차며 재미없다고 바닥에 침을 내뱉고 멱살을 내팽개친 채로 등을 돌렸다. 그들이 가버리고서야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았다. 몸이 사시나무 떨리듯 벌벌 떨렸다. 일어서려고 했지만 긴장이 풀려서인지 일어설 수가 없었다. 벽을 가까스로 짚고 간신히 일어났다. 비틀비틀 걸어가는 자신이 너무 약해빠져서, 창피하고 눈물이 났다. 너무 싫다. 싫어서, 지금 당장 죽어버리고 싶다.

형제들의 앞에서만큼은 최대한 담담하게,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걸어가다가 넘어진 것처럼 굴어야지. 몇 가지 변명거리를 생각해둔다. 일단은 상처를 치료해야 하는데.... 집에 아무도 없길 바라며 걸어오던 도중 하필이면 카라마츠와 마주쳐 버린 것이다.



목에 걸리는대로 말을 쏟아내고 씩씩대고 있으면, 카라마츠는 아무 말도 못하고 미안하다는 말만 번복하며 엉거주춤하게 서 있었다. 미안해, 이치마츠. 싫었다면 사과할게. 귀찮게 안굴게.

알았으면 사라지라고 소리질렀다. 카라마츠가 우물쭈물하면서도 어색하게 등을 돌렸다. 얼른 이 자식이 사라졌으면, 눈을 질끈 감고 이 자리를 벗어나려 할 때.

"그래도 상처는 꼭 치료해... 알았지? 집에 지금 아무도 없으니까.... 구급상자는 선반에 있어."

아, 이래서 카라마츠가 질색이다. 말귀를 알아듣긴 한 건지. 발걸음이 그 자리에 멈춘다. 가까스로 북받쳐오르는 감정을 억누르고 겨우 몇 마디를 던진다.

"참견하지 말라고 했잖아. 내가 설마 구급상자 위치도 모른다고 생각한거야? 까불지 마."

그, 그렇지만...! 하고 뒤돌아섰던 몸을 이쪽으로 돌리며 카라마츠가 목소리를 높인다. 카라마츠 쪽을 흘깃 보면 벌써 얼굴은 엉망진창으로 눈물이 고여있다. 얻어맞은 건 나인데 왜 지가 처우는지 모르겠다. 갖잖은 망상따윌 갖다붙여서 감정이입이라도 한 걸까.

"그래도 난 이치마츠의 형인걸.... 상처가 있으면 걱정되는게 당연하잖아."

성가신 놈.


좀 꺼져, 하고 내미는 손길을 뿌리치고 뒤돌아서면 코를 훌쩍이는 소리가 유난히도 서럽다. 에이, 씨발.


"아, 어쩌라고. 좀. 가버려."

"미안해....귀찮게 안 굴게."


그렇게 말하면서도 내 눈치를 힐끔힐끔 보는 것이 단단히 귀찮게 하기로 마음을 먹었나보다. 금방 쫄아버리는 울보 주제에, 집념만은 강해서 어지간한 욕에는 굴복하지 않는 것도 안다. 또 언제 울었냐는 양 실실 웃으며 다가와선 혼자 붕대하기 힘들지. 이 형이 도움의 손길을 베풀어도 괜찮은가. 그 말에 대꾸도 부정도 하지 않고 그저 반응하는 것이 귀찮아 묵묵히 바라보면 그걸 멋대로 승낙으로 알아들었는지 구급상자의 붕대로 손을 뻗어 둘둘 말린 걸 적당한 길이만큼 풀어헤친다.


이치마츠. 너는 강하니까 뭐든 혼자서 할 수 있는 걸 알지만 그래도 가끔은 주변을 의지해줬으면 하는게 형의 마음이다. 그게 가끔은 네게 부담스러울 수도 있겠군. 하지만 피로 맺어진 혈연이라는 것은 물보다 진하다고?


평소대로의 개소리를 늘어놓는 카라마츠를 적당히 무시하며 이치마츠는 자신의 팔에 감기는 붕대를 곁눈질한다. 생각보다 그럴듯한 모양새를 내는 것이 아주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혼자 할때보다는 낫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손길의 주인공이 카라마츠라는 생각에 미치면, 또 알 수 없는 거부반응으로 차오른다.


.....언제까지 잡고 있을거야. 다 했으면 놔.

아, 응.


일부러 심술궂은 대응을 하는 것도, 계속해서 싫은 점을 되뇌이며 생각마저 덮어버리려는 것도, 자신조차도 이해할 수 없는 충동이 이치마츠를 부추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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