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우클릭-'연속재생'을 누르시면 노래를 끊기지않고 들으실 수 있습니다.

(여유가 되시는 분들은 BGM과 함께 읽어주세요.







산넘어 산.


영혼탈곡기.

휘몰아치는 중간고사의 늪.혼을 탈탈 털리듯 시험을 치고나온 자리에 영혼을 놓고 나왔다고 할 정도로 힘들었다. 하루에 한 과목시험치는 것이 이렇게 힘든일이었다니. 고등학교때는 하루에 4과목정도는 봤던걸로 기억하는데, 지금 무슨 상황인가.


"아니, 오픈북이라며.."


터덜터덜.

발걸음에서 시험의 난이도를 말해주는 성우는 나의 어깨에 팔을 둘러왔다. 첫 중간고사에서 오픈북을 외친 교수님. 당연히 책을 보고 친다면 좋은게 아닌가. 크나큰 오해였다. 모든책을 들고와서 시험을 쳐도 상관없다는 뜻은 곧, 모든책을 들고 온다고 너희들이 문제를 풀 수 있을 것 같냐고 한방 먹이는 말이었다. 당했다. 첫 시험에서 된통 당한 나와 성우는 볼이 패일 정도로 기를 빨렸다.


"그래도 중간고사 마지막이었으니깐.."


끔찍했던 시험이 지나가고 남은 건 살과 영혼이 빠진 두명. 시험이 끝이나면 개운하고 힘이 쏫아서 신나게 놀러갈 줄 알았다. 그것 역시 크나큰 오해였다.

점심먹으러 갈 기력도 잃은 둘은 소파에 축 몸을 늘인채 간신히 숨만 내쉬고 있다.


"형, 느낌이 이상해."

"무슨 느낌.."

"냄새가 나.."

"옹성우 학점떨어지는 냄새.."


갑자기 몸을 일으키며 코로 냄새를 맡는 행동을 하는 옹성우.

아무 냄새도 안나는데, 괜시리 냄새가 난다고 하면 옆에 있던 사람도 불안해지는데, 코를 움직여본다.  


"진짜 냄새 나요. 형"

"나 아침에 샤워했는데."


나의 장난에도 사뭇 진지한 성우는 징크스를 말해주었다.

재수없는 일이나, 불길한 일이 일어나기전에 항상 냄새가 난다고 말해주었다. 어떤 냄새가 나냐는 물음에는 앞으로 일어날 일과 관련된 냄새가 난다고 말했다. 이번에는 술같은 알코올이 살짝 섞인 냄새가 올라오는 것 같다는 것이다. 그 전에 퍼마신 술이 해장이 덜되어 올라오는 것 같다고 말하고 싶다.

표정이 너무 진지해서 말장난을 걸어볼 새도 없었다. 

강아지마냥 소파며, 바닥이며 냄새를 맡고 다니는 녀석. 살짝 눈을 감으며 모르는 척을 했다. 다른사람이 보면 친구처럼 안보이겠지.. 관련없는 사람인 것처럼 있어야지.


"얘들아!!!"


우리를 부르는 익숙한 목소리에 뒤를 돌았다. 















"형.."

"성우야.."

"내말..맞죠..?"



과사무실에 끌려온 둘은 책상에 널부러진 그것을 처다보고있었다.

손을 뻗어 만지려는 성우의 손등을 소리가 나게 쳤다. 

아파하는 얼굴에 대고 눈빛으로 말했다. 


'만지지마. 큰일나.'


놈은 미끼를 던져부렀고, 우리는 미끼를 물어부린것이어.

옹성우는 잠시 정신이 나간듯, 손을 뻗어 만지려했던 자기자신을 후회하며 고개를 흔들었다.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살 수있다고 했다. 지금 앞에서 단호하게 우리를 처다보고 있는 사람은 호랑이가 아니라 과대형이지만, 최대한 눈을 부라리며 거절의 의사를 보여주었다. 당신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 의지만 있다면 모든지 할 수 있지 안..않을까? 


"너희 둘이 해주면, 형이 다음 축제 때 주점에서 일하는거 빼준다."

"와.."


안돼. 정신차려.

고작 주점에서 일하는 걸 빼준다는 먹잇감을 던지다니. 이래뵈도 사회생활에 몸을 깊숙히 담군 나를 꾀어내려하다니 상대는 얕은 수를 던졌다. 나중에 학교행사 때, 그런말 한 적 없다고 하면 그만아닌가. 거짓 미끼를 우리를 꾀어내는 것이다. 정신차려야해.


찰싹-

나를 보며 한번쯤 괜찮지 않겠냐며 입맛을 다시는 모습에 볼을 때렸다. 

그런 홀림에 넘어가면 안돼. 우리를 속이려는 악마의 속삭임에 이미 황홀한표정을 하고 있는 옹성우.

볼에서 들리는 마찰음과 고통에 한번 더 정신을 차리 성우는 그럴 수 없다며 다시 고개를 저었다.


"받고,레이스.. 형이 그럼, 주점에서 빼주고..다음.기말.. 족보 빼준다."

"와아아!!"

"혀어엉 좋아요!!"


과대형.. 족보라니..

달콤한 유혹에 넘어가버린 나와 성우는 두손을 머리위로 들고 환호성을 질렀다.

과대형의 얼굴에 만족스러운 웃음이 걸렸다. 형의 제안에 판단력이 흐려진 둘은 얼싸앉고 소리를 지르다가 시끄럽다며 조교선생님한테 쫓겨났지만, 한동안 행복해했다고 한다. 







여장.

그래. 그런 것 쯤이야. 가볍게 할 수 있지. 그게 뭐 대수라고.



























하계체육대회.

정말 격렬하게, 아무것도 안하고 싶다. 과대형은 저녁에 있을 행사에 우리둘 이름을 밀어넣고는 자취를 감춰버렸다. 물록 족보와 노동면제를 담보에 넘어가버렸지만 막상 행사일이 다가오니 어디로 도망가고싶은건 사실이다. 출근을 하는 아저씨의 뒤를 따라나와 학교에 가면서도 가기싫은 나는 한걸음에 3초가 들만큼 거북이 걸음을 걸었다. 왜 그러냐는 물음에 체육대회인데.. 운동을 하기싫어서 가기 싫다고 거짓말을 했다. 차마 여장같은걸 입에 올릴 수가 없었다. 딱히 걸리는 건 없지만 뭔가 말해선 안될 것 같은 기운에 이런저런 핑계를 댔다. 강의가 없는 날은 출근을 하지 않는 줄 알았더니, 그런것만은 아니었다. 언제 퇴근하냐는 물음에 5시 이전이라는 대략적인 대답을 듣고 한숨 쓸어내렸다. 행사는 6시이후에 진행 되기 때문에 마주칠일이 없다. 추한 모습을 보이지 않을 수 있으니 그걸로 됬다. 


잘근잘근.

시계를 들어 확인하는 시침과 분침이 느리게 갔으면 좋겠다. 앞에서는 다양한 경기와 행사가 펼쳐짐에도 집중이 되질 않는다. 달리기며, 농구경기며, 축구며.. 평소라면 환장을 하고 몰입했을 경기지만 말라가는 입을 축이기 바쁘다. 영화소재 중에서도 시간여행 스토리를 참 좋아했는데, 나에게 일어날 미래의 이야기를 예측한것일까. 인간의 촉이란. 점심도시락이 코로 넘어가는지 귀로 넘어가는지 모를만큼 씹어서 넘겼다. 

하늘은 점점 노란색을 머금다가 빨간 노을을 토해내고 있고, 까만 먹물이 물든다. 큰 운동장 중간에 설치된 무대에 조명이 켜지고 학생들이 모인다. 미리 받은 인쇄물을 꺼내서 순서를 체크했다. 


'개회선언, 어울림마당, 악기초청공연, 가요제1부, 여장대회, 가요제2부, 시상식&행운권추첨'


하. 보기싫은 글자가 중간에 있다. 

다르게 생각해보면, 악기초청공연과 가요제가 있으니 관심을 받지 못할 수 있다. 괜히 관심을 받을 것이라 오버를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직 희망이 있다. 간만에 얼굴을 보는 과대형은 커다란 종이박스에 여러가지 옷과 거미같은 가발을 들고서는 우리를 찾아왔다.


"얘들아, 미리 준비하고 대기하자"


도망갈 수 없는 상황에 몰리면 담담해지는 법. 

결연한 표정으로 앞서가는 과대형을 따라 빈강의실로 따라갔다. 성우와 나의 앞으로 쏟아지는 물건들. 저런걸 신고 걸을 수나 있을까 걱정되는 힐. 커피에 염색을 한듯한 스타킹이며, 반짝거리는 금속조각들이 촘촘히 박힌 원피스, 가만히 두면 머리길이가 자라날 것 같은 가발..


"아니 형? 이거는 왜?"


브래지어.

손으로 차마 잡기가 어색해서 손끝으로 브래지어를 향하여 말했다. 아무리 여장이지만은, 속옷까지 갖춰입어야 하냐는 질문에 그럼 뽕은 어떻게 넣을거냐면서 옷더미사이에 뽕을 들어서 보이는 과대형. 이렇게 전문성을 갖추고 여장을 할 지는 몰랐다. 그저 가발과 화장정도만 하면 되지않을까 했지만 이정도면 사업장을 차려놓고 영업을 하는 수준이랄까. 과대형 자연스런 행동을 보니, 선배의 티가 난다. 몇명이 형에게 희생된 걸까. 먼저 간 선배님들에게 기도를 올립니다.


"이날을 위해, 형이 섭외했지."


짝- 짝-

명쾌한 박수소리 두번에, 강의실 뒷문이 열리고는 메이크업박스를 쥔 누나들이 들어왔다. 누나인지 동갑인지 모르겠지만 외관상 누나의 향기가 가득했다. 강렬한 인상의 누님들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당당한 발걸음으로 다가왔다.


"우리학교 뷰티과 선배님들이시다. 1등하면 양주는 누님들 것."

"형, 1등하면 뭐 준대요?"

"상금, 양주"

"상금???"

"1등하면 상금은 너희몫. 양주만 형주라, 학과사람들이랑 나눠먹게. 뭐,, 안주조금 살 상금도 주면 거절하지는 않을께."


성우가 바로 이냄새를 맡은거 였구만.

녀석, 사업장을 내야하나. 안좋은일 냄새맡아드립니다. 라고 슬로건을 걸고 장사를 하면 성행할지도.

어쩐지. 전문적으로 나올 때부터 알아봤어야한다. 대회참가는 자율이기 때문에 우리과는 굳이 안참여해도 되는데 넣은 이유가 있었네, 이형 양주때문에 우리를 팔아먹다니. 이제와서 못한다고 소리를 내봤자 되돌릴 수 없기에 분노를 안으로 삭혀본다. 일단 옷부터 구겨넣었다. 브래지어를 처음 입어보는지라, 간질간질 가슴이 간지러워서 몇번을 긁다가 등짝을 맞았다. 그렇게 자꾸 긁으면 뽕이 빠진다면서 자제하라는 말을 들었다. 밋밋한 가슴에 동그란 밥공기같은 물건이 있자 어색하고 긁게된다.


"사이즈가.. 나랑 같네"


걱정을 했던 원피스가 잘 맞았다. 

지퍼를 열고 발부터 집어넣은 옷은 물고기처럼 미끄러지듯 입을 수 있었다. 마른편이지만 여자와 남자는 골격이 다른 탓에 걱정을 했지만 고민했던 것과 다르게 한번에 들어가다니, 반신반의하면서 자기 옷을 빌려준 누나도 의아하면서도 흡족해했다. 그리고 스타킹을 신을 때 문득 아주 어릴적에 학예회 때 신었던 하얀색 타이즈가 생각났다. 고아원 학예회라서 나를 봐주는 이는 없었지만 말이다. 옛날 이야기만 꺼내면 눈물없이 못듣는다는 아저씨의 말이 떠올랐다. 딱히 부러 그런 이야기만 꺼내는건 아닌데 있었던 일들이 그런것 뿐이데 어찌하리. 생각보다 답답한 스타킹은 골반까지 올리고 나서야 숨통이 트였다. 그리곤 의자에 앉아서 가발을 맞춰서 쓰고 준비가 됬다는 싸인을 보내자 냉장고같은 메이크업 박스가 열렸다.


"판도라.."


말그대로 판도라의 상자.

CG로 표현이 가능하다면 잠금해제를 하는순간 일곱빛깔의 광이 날 것 같다.

이렇게 많은 물건들이 들어갈 수 있다니, 처음보는 화장품들이 나와 성우를 맞이했다. 전장을 나가는 무기들이라면 정말 든든할만큼의 양. 그 뒤로 브러쉬를 양 손에 든 누나들의 표정은 장군의 모습. 여러말 하지않아도 믿음이 간다. 전쟁을 한번도 겪어보지 않았지만 저런 장군이라면 두려움따위는 없으리라. 머리속에서는 드넓은 벌판을 뛰어가는 칼을 쥔 나와 성우가 그려진다. 현실은 칼대신 립스틱을 쥐게되었지만.


간질간질.

피부위로 스케치하듯 지나가는 브러쉬가 간지러워서 웃음이 새어나온다. 코주위를 지나갈때면 간지러움에 몇번이나 코를 파다가 혼이났는지 모른다. 간지러움을 참는게 얼마나 어려운지. 아이라인을 그릴때는 눈이 자꾸만 파르르 떨리는 탓에 등짝에 다시 한번 불꽃이 내려앉았다. 하지만 눈동자를 향해 연필같은 첨단의 끝이 오는걸 보다보면 자연스럽게 깜박여지는 것을. 자기방어란 말이다. 마지막으로 입술에 빨간 칠을 얹고, 달달한 꿀향이 나는 립글로제인가, 립글로리인가를 발라주었다. 화장에는 관심이 없다보니 이름은 잘 모르겠다. 솔솔 간지럽고 달콤한 향이 코에 맴돈다. 


"이야..성운아 너는.."

"흠흠."

"오빠, 저녁에 양주먹을 수 있겠다."


괜..괜찮은가.

어색한 차림에 원피스 자락을 아래로 내렸다. 목에 와닿는 가발도 간지럽다. 괜히 어색한 마음에 앞머리를 만지고 있었다. 


"형,.. 형만 나가자, 나는 아닌것 같다."

"성우, 너는 정말..푸흐흡.. 8척 귀신같다."

"형들, 1등후보 한명만 나가면 되잖아. 나는 빼줘."


웃음이 새어나오는 이유는 왜일까.

성우는 잘생겨서 여장이 안어울리는건 아니지만, 키가 워낙 큰 탓에 힐까지 신어버리니 귀신 같은건 맞다. 여장을 한 모양새가 이쁘긴한데 어딘가 묘하게 웃긴거는 맞다. 이소룡같기도하고 .. 일단 너무 길다.


"성우야, 너는 인기상으로 가자."

"형. 이왕 이렇게 된거 맡겨주세요."


마지막으로 과대형은 가방에서 초록빛의 병을 꺼냈다.


"얘들아, 마셔. 그리고 적셔."


소주.

맨정신에는 못할 짓이니 마시고 취기에 용기를 빌린다. 

강한 알코올이 목을 넘어가는 데도 아무런 느낌이 나지않는다. 정말 긴장했나보다. 










또깍.또깍.또깍.



"아, 이상해 이거왜이래."



또깍.또깍.또깍.



"혀엉.. 살려줘."

"나도 몰라. 그냥 발가락으로 걸어봐."


마네킹이 된 느낌이다.

처음 신어보는 뾰족구두에 적응할 새 없이 대기실을 향해 걸어가고있었다. 다행인 건 어둠이 형상을 가려주어서 덜 부끄럽다. 다만, 무대위에 조명이 옷을 지나갈때마다 반짝이는 금속조각들이 내가 있다는걸 알려주고 있다. 무대 오른쪽 뒤에 준비된 대기실에 몸을 집어넣고는 사람들이 얼마나 몰렸나 얼굴을 뺐다. 우리 앞 무대는 태권도를 하면서 춤을 춘다고 하던데, 아마 인기가 없어서 사람도 적겠지. 악기도 연주한다고 하니깐 평범한 음악회정도에 이벤트로 우리가 껴있는 그런 것이겠지.






















"망했어. 망했어."


주여.

아니, 다들 집에가서 잠이나 잘 것이지 왜 여기에 다 몰린거야. 제일 잘하는 술이나 먹고 마시고 토를 하러 가란 말이야. 생각보다 많은 숫자에 입을 다물 수 없었다. 등록금이 비싼 만큼 행사가 많은 학교중에 하나이다. 기숙사 가요제, 무슨 장기자랑, 무슨 발표회 등등 행사가 많은 편이라 작은행사에는 사람이 많은 편이아니라서 기대했건만.. 학교 축제마냥 줄줄이 서있는 사람들은 무엇인가. 떨리는 손끝은 소주를 찾아 방황했다. 이렇게 몰린 이유를 물어봤더니 중간고사가 끝난 후에 행사는 스트레스를 풀러오는 사람들이 많다고한다. 대학생이외에도 근처 중고등학생도 비슷한 시험시기라서 모인다고 한다. 

하필 이시기에 참가하다니.. 








"다음 순서는- 여러분들이 기다리시던, 대회입니다. 상금이 가요제 다음으로 높은 그 대회 지금 바로 시작합니다-."


올 것이 왔구나. 

상금이 유독 높은 대회는 참여자가 많아서 4개조, 각 8명씩 출전하게 된다. 나는 그중 3번째 조에 배정됬다. 다행이 안정이 되는 건 나와 비슷한 분장을 한 사람이 우글거리기 때문이다. 가끔 여장이라는 개념을 조금이라도 알까라고 생각되는 몇몇 사람도 보였다. 수염은 깍고 나와야하는게 아닌가 생각했다가 인기상을 노리는 전략적인 계획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역시 틈새시장이던가. 이렇게 많은 사람중에 나는 튈 것같지 않아서 다행인 것같다. 반짝거리는 옷이 평범해보일 정도이니 다행이다.


"A조, 8명의 여성분들 먼저 모시겠습니다. 큰 박수로 맞이해주세요!"


머리를 대기실 천막사이로 빼내고, 먼저 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했다.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 알아야 그나마 당황을 덜 하지 않겠는가. 곳곳에 웃음이 터져나와서 분위기가 좋아보인다. 무대아래서 웃고있는 사람들이 괜히 미워지려고한다. 나도 무대 밑에서 마음껏 웃고 있을 수 있었는데, 그놈의 족보 때문에 넘어가다니.


아.. 내눈

음악이 바뀌더니 춤을 추는 사람들하며, 애교며, 섹시댄스며 눈 앞에 벌어지는 광경에 동공에서 피가 흐르는 듯하다. 생각보다 A조의 순서는 길었다. 가볍게 줄서서 15분이내로 끝낼 줄 알았건만 상금이 높은 탓에 여러가지를 보여줘야 되는구나. 대회의 진정성에 초록빛의 알코올로 갈증을 해소했다. 


"A조 여성분들 수고하셨구요. 다음은 B조! 박수로 모시겠습니다."


벌써 B조라니, 긴장된다.

B조가 나오자 환호성이 다르다. 경쟁자들이 다수 포함된 앞조는 인기상보다 순위권을 노리고 참가한 사람들이 많은 조이다. 이미 1등이 확정이 되어보이는 사람들도 보인다. 잘됐다. 이정도면 나는 참가했다는 소식을 모를만큼 묻힐 만 하다. 한시름 놓았다. 긴장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인데 자존심 상하게 말이야. 천막 밖으로 빼놨던 머리를 집어넣고는 나보다 더 긴장하는 성우의 어깨를 토닥여주었다. 너무 긴장하지마 형이있잖아. 이제서야 여유를 찾은 나는 허세를 부려보려했지만 손끝에서는 계속 알코올을 찾았다.


"참가자 여러분들. 뒤늦게 소개합니다. 오늘 이 대회는 공식적으로 심사위원님들이 있습니다."


무슨소리래. 

앞 조 염탐하느라 길게 뺀 목의 아림이 사라지기 전에 들리는 소리에, 다시 목을 꺼냈다. 이러다 목이 길어져서 키가 커지면 이득인건가. 그전에 디스크가 먼저 찾아 올 것 같다.


"심사위원님들은 바로..우리학교를 위해 힘써주시는.."


심사위원같은 소리하네. 

그냥 대충하고 박수 치고 끝내자. 

나 집에 가고싶어.


"국어국문학과 김상규 교수님, 의류환경학 김현진 교수님, 사회복지학 이광열교수님, 마지막으로 경영학과 강다니엘 교수님. 바쁘신 와중에도 자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와아아아 --"



아..

거기서 아저씨가 왜 나와?

아니 왜 자꾸나와?

함성소리에 내가 잘못들었으면 한다. 

누구라고. 강다니엘? 경영학과?


잘못들었던 게 아닐까 하는 작은 마음은, 전광판에 비치는 심사위원석을 보고는 절망했다.

지금 도망가야한다. 이런모습으로 나타났다가는.. 하아.. 

뒤돌아서서 도망가려고 주변을 살피는 나는 옹성우와 눈이 마주쳤다. 

너도 들었구나? 분명히 들었지? 방금 경영학과 강다니엘이라고 사회자가 말하는 소리 들었지? 너, 나 구해줄꺼지? 이녀석 너만은 나를 살려줄꺼지? 맞지? 나, 도망가게 도와줄꺼지? 

수많은 의미를 포함한 눈빛이 교환되었다. 고개를 끄덕이면서 안심하라는 듯 마주오는 시선이 말한다. 

천천히 입이 열리면서..


"과....아..대형... 성운이형..잡아!!!!"


의리없는 새끼. 돈과 족보에 나를 팔다니.

나의 바람과 달리, 진행을 잘 이어가고있다. 벌써 앞조의 매력발산타임이다.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고..

헝클어진 가발처럼 처참한 내 심정을 알기나 알까. 초조한 손끝은 소주병을 꽈악 쥔채로 놓지않았다. 누가보면 실연당한 여자로 보이겠지.


"3번후보. 심사위원님들에게 어필갑니까?"


뭔, 개소리야. 

고개를 안 빼서 볼수가 없네. 걔중 가장 1위후보라고 하는 사람이 꿀렁꿀렁 웨이브를 하면서 섹시댄스를 추고있다. 이쁘긴 하네. 쟤가 제일 이쁘니깐 춤도 시키고 시간도 끄는 거겠지. 저렇게 되면 뒷순서의 시간이 짧아지니깐 후다닥 하고 내려올 수 있겠다.


"아.. 한분이 웃고 계시질 않습니다. 마지막에 앉으신 교수님에게 마지막 어필시간 갑니다."


마지막에 앉은사람이면 아저씨겠네.. 

전광판을 보니 이미, 아저씨 얼굴이 가득 보인다. 

잘생긴 교수님은 관객들의 시선을 멈추게했다.


"아오.. 이 와중에 잘생겼어.."


카메라에 비친 아저씨는 전광판을 가득히 채우며 사람들의 환호성을 자아내고있다. 전광판에 비친 아저씨에게 섹시한 포즈를 지으면서 어필을 하고 있는 3번. 그러나 아저씨는 아무반응 없는 모습이다.


"아.. 계획을 바꿔서, 섹시말고 애교로 가봅시다. 우리 3번에게 힘을 주는 의미에서 박수부탁드립니다."


응원의 박수소리.

대충이라도 웃으면 넘어갈 법도 한데, 시종일관 무표정을 하는 탓에 애교까지 부리게 된 3번..

마이크에 목을대고는 볼에 바람을 풍선마냥 불어넣고서는 손을 머리위로 올려서 토끼모양의 귀를 만든다. 


"나 꿍꼬또, 기싱꿍꼬또."

"꺄아아아아아 --"


역대급 애교네. 

나는 죽어도 저런 건 못하겠다. 목젖이라곤 1도 없는 것처럼 내는 소리에 관객들은 쓰러지면서 환호성을 자아냈다. 누가봐도 1등의 위엄이 아닌가. 이건 아저씨가 웃을만하다. 웃음이 걸려있어도 인정해줄만큼의 애교와 자신감이 아닌가. 눈을 돌려 전광판을 처다봤다.

















"아.. 교수님 너무 냉철하십니다- 3번분 수고하셨구요. 다음 4번 후보 나오세요."



아니, 너무 무표정에 하마터면 웃음이 터질 뻔했다.

사회자도 아저씨의 반응에 서둘러 정리를 하고 다음후보를 불렀다.

이상황에 웃음이 나오는걸 보니 취했나. 누가보면 교장선생님 훈화말씀 듣는 조회시간이라 할만큼의 따분한 표정이다. 저렇게 대놓고 감정을 보여주면 어렵게 애교를 부린 사람이 무안하겠다. 관객석에서는 야유가 나올법한데 진지한 얼굴에 오히려 웃음이 터진 듯하다. 관객들이 웃고있으니깐 나도 웃음이 난 게 술취한게 아니네, 그럼 몇 잔 더 먹어야겠다. 그렇지 않으면 무대위로 올라가지 못할 것 같다.


"8명의 여성분들 고생많이하셨구요. 자, 이어서 C조 나오겠습니다."


에라이. 모르겠다.

벌컥벌컥. 술병의 남은 알코올을 모두 들이 붓고는 무대위로 올라갔다.









"C조는 인기상 후보가 대거 있습니다."


앞을 보지말자. 이것이 나의 계획.

바닥만 보고 무대에 올라갔다. 고개를 푹 숙이고 바닥의 줄눈을 처다보면서 바닥무늬의 숫자를 세자.

고개를 들라고하면 옆으로 비스듬히 돌려서 얼굴의 반정도만 보이고 반은 가발로 어떻게든 숨길 수 있지 않을까.


"이분은 키가.. 대단합니다. 거의 190정도 되는것같습니다."

"반갑습니다- 경영학과 새내기, 이름은 8척귀신입니다."


성우의 재치있는 말에 관객석에서 개구진 웃음 소리가 나왔다. 

아저씨는 나를 알아봤을까. 손을 물어 뜯으면서 머리를 굴렸다. 조금이라도 확인해볼까 하는 마음에 아주 살짝만 고개를 들어서 가발사이로 아저씨 쪽을 처다봤다. 앞에서 보면 물귀신처럼 머리를 추욱 내린 모습일 것같다.


"어우쒸.. ㅈ될뻔.."


아저씨와 눈을 마주쳤다.

놀란 마음에 욕부터 나왔다. 가발사이로 처다본 탓에 나를 완전히 알아보지는 못하는 지 긴가민가한 표정이다. 괜히 고개를 돌려서 처다봤나. 아저씨의 호기심을 자극한것 같다. 가만히 정자세로 쳐다보던 아저씨가 상체를 숙여서 내가 서있는 끝쪽을 연신 보려한다. 고개를 숙여서 얼굴을 보이지 않는 나의 행동에 아저씨는 책상이랑 뽀뽀라도 할 듯 고개를 숙여대는 탓에 내 얼굴은 가슴에 파고 들어갈 듯이 집어넣었다. 거북이는 부럽다. 얼굴을 완전히 숨길 수 있으니까.


"자, 마지막 여성분. 중앙으로 나오시구요."


아저씨를 피해서 요리조리 고래를 돌려대느라 내 차례인 것도 모르고 있었다.

한 걸음.. 한 걸음..

밑에만 보자..


"아~, 이분 제대로 입니다. 90년대 신비주의 컨셉을 가지고 나오셨습니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아..안녕하십..니까..8번입니다.."

"이름도 알려주지 않습니다. 부끄러움이 많은 분이십니다. 이분을 보니 역시, 세대가 바뀐게 실감납니다.요즘 강요하지않는 사회, 꼰대없는 사회를 지향하고 있는 만큼 더이상 묻지않고 제자리로 돌아가시면 되겠습니다."

"가..감사합니다."

"라고 말할줄 알았겠지만, 사회자는 굉장히. 꼰대적성향을 갖고있기 때문에 다시 무대로 나오셔서, 중앙 카메라를 향해 얼굴을 보이시고 돌아가주시면 되겠습니다. 만일, 얼굴을 보이시지 않으시면, 얼굴을 보일 때 까지 저희는 뒤에서 기다리겠습니다. 굉장히 힘든 시간이 되겠죠. 앞에계신 학생분들. 관계자분들, 또 뒷순서를 기다리시는 분들 또한 집에서 소중한 자녀를 기다리시는 부모님들도 힘든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하염없이 기다리다 보면 하루가 이틀이 되고, 이틀이 삼일이 되고, 일주일을 넘길 것 같습니다. 마음의 준비가 되시면 고개를 들고 카메라를 향해 윙크 부탁드립니다."



'썅'

바닥에 대고 욕을했다.

썅노무 시키. 무대 내려가서 만나면 금이빨만 빼고 다 털어줄테다. 

그래. 하자. 이거 빼서는 안되겠다. 

이 모양을 하고선 아저씨를 보기 싫은데, 기괴한 모습에 실망할지도 모른다. 

마음속으로 카운트다운을 하고서는 고개를 들자.


하나..

둘..

셋!


카메라를 향해 오른쪽 눈을 감았다.

다른 곳을 볼 자신이 없어서 카메라만 보고선 윙크를 하고는 고개는 제자리로 돌아갔다. 


"와아아아아아아..... 이게 무슨일입니까... 여러분들 보셨습니까.. 와아..."

"꺄아 하성운!!!!!"

"우오오오..."


눈치없는 과대형은 앞에서 내이름을 부른다. 

내려가기만하면 다 머리채를 잡고 뜯어버릴..아니 주먹다짐을 해야지. 옷차림이 이러니깐 머리채를 잡을 생각을 하다니.


"여러분 방금 1등이 바뀐것 같습니다.. 와아.. 환호성이 아니라 감탄사가 나왔습니다.. 8번분이 1등후보라고 생각하시면 함성부탁드립니다."

"꺄아아아ㅏㅏㅏㅏㅏ"

"우워어ㅓㅓ어어ㅓㅓ"


예상하지 못한반응에 당황했다.


"자, 이게 무슨일입니까. 얼굴을 감추고 있었던 이유가 있었습니다. 대단합니다."

"하성운!! 하성운!!"

"이분 성함이 하성운씨가 되는것 같습니다. 여러분들 진정하시고, 제가 매년 행사에 MC로 참여하는데 과히 세 손가락안에 들어갈 것 같습니다."


하, 입다물었으면 좋겠다. 

꽉. 주먹을 쥐었다. 절대 가만안둘꺼다. 


"여러분들 믿기지않습니다. 뒤를 돌아 심사위원석를 봐주시죠."






















"마지막에 앉으신, 절대 안웃으시던 분이 웃으셨습니다. 아무튼 대단합니다. 8번분"




아저씨가 기분좋을 때 보이는 미소. 

아저씨의 미소에 행사장은 열기가 올라갔다. 전광판에 보이는 아저씨의 얼굴에 나도 웃음이 새어나왔다. 이런모습을 보이는대도 웃어주다니 내가 더 민망해진다. 다행이 나빠보이지 않은 기분에 바닥만보던 얼굴을 조금씩 들어서 무대앞을 봤다. 사람이 이렇게 많을 줄이야..

게다가 연이어 터지는 플래쉬에, 앞이 보이지 않는 느낌도 들었다. 무대에 조금씩 적응하면서 긴장했던 몸은 풀리고 있었고 슬슬 취기가 올라왔다. 분장을 하면서부터 무대에 올라오기 전까지 한병은 마셔댄것 같다. 아닌가 두병인가. 모르겠다. 물처럼 마셔댄 탓에 얼마나 마신지도 모르겠다.


"자, 1번분 부터 매력발산 시작하겠습니다."


성우는 조신한 발걸음과 두손을 모으고 있었다. 잠시 후 미리 준비한 강렬한비트의 음악이 나왔다.

귀 뒤로 머리를 한번 넘기더니 눈빛을 바꾸고는 팝핀을 추기 시작했다. 예상외의 개인기에 또 다시 웃음이 터지고 분위기가 올랐다. 아니 저런건 어디서 배웠는지 터프한 춤에 한번터진 웃음을 사그라 들지 않고 퍼져나갔다. 맨 끝번호인 나는 다른사람들의 장기자랑을 구경하면서 즐기고있었다. 치마를 입고서 비보잉을 하는 사람도 있었고, 연기를 하는사람, 차력를 하는 사람도 있었다.


"마지막으로 8번분. 무대중앙으로 모시겠습니다."

"아니..저는 왜..?"

"가장 유력한 후보는 중앙으로 모셔서, 자세히, 더 길게 보여주셔야합니다."


저, 썅노무..

흠흠. 자꾸 튀어나오는 욕을 참을 수 없다. 천천히 앞으로 나가는 나를, 뒤에서 등떠미는 손에 금새 무대중앙으로 오게되었다. 나 떠민 놈들 하나하나 찾아서 금이빨 빼고 모조..리.. 하아 무슨 소용이야.

준비한게 없는데 어떡하지. 춤이라도 춰야하나.


"자, 마지막분은 관객석에서 원하는 개인기를 받아서 진행해보겠습니다."

"아니..나는.."


"애교!!!!"

"섹시댄스!!"

"애교!!!!"

"가즈아ㅏ 애교!!"


"아, 많은 분들이 애교를 외치셨습니다. 이분 수줍음이 많은 편이라, 제가 직접 애교멘트를 알려드리고 그걸 카메라를 보면서 부탁드리겠습니다."


어우씨.. 그와중에 진행은 열라잘해.

정신차릴 틈을 주지않고 진행하는 탓에 파도에 휩쓸린 것 같다. 마이크를 입에서 때고서는 귀에대고 멘트를 알려준다. 마지막으로 멘트를 하지않으면 무대아래로 못내려간다고 한번 더 속삭여주고서는 웃음을 보였다.


아..그건..그건.. 하,,


"자, 여러분들 심장 잘 부여잡으시고.. 3...2...1..."


개시키.. 내가 너 하나 조질 힘은 있다. 

나중에 보자..









"너라구 해두되엥, 내꺼라구 해두돼, 우리둘만 아는 애칭이 필요행."


"하성운! 하성운!"

"꺄아아ㅏ"

"결혼해줘라!!"


"이야야야~~ 1등가즈아. 8번분 바로 트로피 받아가세요!"


미쳤어.

처음으로 해보는 애교에 얼굴이 터질 것같았다. 두손으로 얼굴을 가리고는 고개를 숙였다. 반응은 어찌됫든 좋은건 같지만 귀까지 빨개졌을 것 같다. 무대조명의 온도를 넘어서서 부끄러움의 열기가 올라온다.


"이야야. 심사위원석도 반응이 남다름니다. 아 지금, 뒤에서 반응이 뜨겁습니다. 카메라, 마지막 교수님 비춰주세요"














아저씨의 반응에 목까지 빨개져버렸다.









"형, 뒷정리 부탁해요."


시상식에서 나를 부르는 소리에 과대형에게 대리수상을 부탁했다.

옷을 갈아입으러 강의실로 돌아갔다. 상같은건 안받아도 되니 말이 안되는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아래로 내려오니 차가운 밤공기에 나갔던 정신이 돌아오고 심장의 떨림도 돌아왔다. 이런경험은 오늘 하루만으로 족하니 다음에는 절대 하지말아야겠다. 옷을 갈아입기위해 강의실을 뒤졌지만 어디로 간건지 보이질 않았다.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


"형, 저 옷은요."

"얌마!! 니가 1등이야!!"

"아 하하. 형 됐고, 옷!! 내옷!!"

"네 옷?? 잠깐만..야야 성운이 옷어디에 놔뒀어?..응 과사무실에? 응 오케이. 성운아, 과사무실에 넣어놨단다."

"아, 네형 감사해여."

"고맙다, 성운아! 자세한거는 내일 알려줄께!"


또깍또깍. 

행사하느라 조용한 건물을 걸었다. 거슬리는 구두소리와 함께걸으니 어디에 내가 있는지 알 것같다.

만약 누구한테 쫓긴다면 이미 위치가 탄로나서 잡혔을 것같다. 영화에서는 신기하게도 힐을 신고 잘달리고 심지어 잘 잡히지도 않던데, 역시 영화는 영화일 뿐인가.

과사무실은 4층인데 엘리베이터는 점검중이고.. 걸어가는 수밖에. 

차가운 대리석 건물은 뾰족구두의 마찰음을 2배, 아니 3배로 크게 들려주는 탓에 조금 무섭기도 했다.


"아효.. 힘들어."


겨우 도착한 4층.

길었던 하루가 끝이 나는구나.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삭신이 쑤신다. 여자들은 이렇게 불편한 브래지어며, 구두며 딱붙은 옷이며 어떻게 입고다니는 걸까. 한번 하고 나니 그들의 수고스러움에 혀를 내두른다. 후드티는 편한다. 자세를 아무렇게나 잡아도 마음대로 늘어지는 탓에 세상 편할 수 없다. 세상을 살면서 한번쯤 이런경험쯤 해보는것도. 나쁘지.. 아니, 나쁘다. 이런 쓸모없는 건 없어도 된다. 지나간 일이니 다행이지 다시한번 하라고 하면 그대로 드러누워서 기절하고 말테다.









또각. 또각


파블로프의 하성운

이 소리는 내 것이 아니다. 

좀 더 낮은 마찰음은 여성의 구두에서 나오는 소리가 아니다. 게다가 귀에 너무나 익숙한 이 소리. 매일같이 아저씨를 기다리던 편의점에서 듣는 안정적소리. 

발걸음의 속도, 걸음걸이는.. 아저씨다. 어떡하지, 어떡하지. 

행사를 마치고 한시름 놓았다는 생각에 아저씨를 생각치 못하고 있었다. 도망가자. 



또깍..

안돼! 이바보야 소리가 나잖아. 구두를 신을걸 깜박하고 내달릴 뻔 했다. 

조용히 구두를 벗고 맨발로 도망가기만 하면된다. 

상체를 살짝 구부리고, 왼발을 들어서 오른손을 발을 가져대면..



툭..

응? 뒤에 누군가와 살짝 부딪힌거 같은데.. 아닐꺼야.. 


다시  상체를 숙여서 손을 뻗으려는 찰나.




툭-

확실히 뒤에 누가 있다. 

누군가와 부딪히는 작은 소리도 조용한 건물안에서는 큰 울림을 가져다 주었다.

천천히 고개를 돌리면서 아니길 바랐다. 

가발이 볼에 붙어있는 탓에 고개를 돌린 각도에 비해 사람이 잘 보이지 않는다. 

어둠속이라 잘 보이진 않는데..









"하하."


어색한 내 웃음소리.







"운아."


"네...네?"


당황해서 존댓말이 나온다.









"섹시하다."

















안녕하세요 Z입니다!

늘 부족한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타수정에 늘 힘쓰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의 하트에 늘 큰 감동을 갖고 열심히 하겠습니다.

사랑합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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