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riori_mf

*썰백업

*이야기 다소 혼란적



후타쿠치 가문에서 버림받은 아이인데

마츠카와 만나서 연애하고 결혼하고 평생 못받았던 사랑 받으면서 지내는거 보고싶다.



사생아도 아니고 어디가 아픈 것도 아니고 그저 평범한 아이. 하지만 후타쿠치 가문에서 쫓겨난 켄지를 그 누구보다 사랑으로 감싸준 것은 마츠카와의 가족이었어. 인적 드문 골목의 한 구석. 후타쿠치는 그곳에서 발견되었어. 버려진 것이라고는 생각이 들지 않을만큼 비싼 옷과 깨끗한 모습에 마츠카와 부부는 단순히 부모를 잃어버린 미아정도로 생각했지.



"아가, 엄마를 잃어버렸니?" 

"..아니요.." 

"길을 잃은거니? 아줌마가 도와줄게." 

"..아니요.." 



후타쿠치는 고개만 절레 절레 저었어. 아무리 생각해도 미아같은데. 마츠카와 부부는 고민을 하다 경찰서로 후타쿠치를 데려가. 



"어, 죄송하지만 •••."



후타쿠치는 경찰서에 가자마자 입을 꾹 다물었어. 아까 조금이라도 말을 했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지. 마츠카와 부부가 가까이 다가가자 후타쿠치는 작게 말했어. 아주 작게. 



"부모님이 저를 그곳에 두고 가셨어요. 저는 갈 곳이 없어요." 



후타쿠치의 말에 설마- 라고 생각하기가 무섭게 후타쿠치는 그곳에서 도망쳤어. 어찌나 빠른지 금방 모습을 감춰 찾을 수 없었지. 그렇게 마츠카와 부부는 후타쿠치를 놓쳤어. 다시 후타쿠치를 만나게 된 건 일주일 후. 후타쿠치의 말이 사실이라면 큰일이라면서 추운 겨울 날씨에 이곳저곳 돌아다니던 마츠카와 부부는 놀이터 뒷쪽 자그마한 통로에서 제 몸을 한껏 웅크린 후타쿠치를 발견했어. 추운지 몸을 떠는 모습이 너무도 안타까웠지. 



"아가?"



후타쿠치 흠칫 놀라. 고개를 천천히 돌린 후타쿠치는 마츠카와 부부를 보고 눈이 땡그래져. 웅크린 후타쿠치의 몸을 조심스럽게 빼낸 후 차갑게 식은 손을 잡아주었어. 



"춥지? 우리 집으로 갈래?" 

"..." 

"밖에 있으면 어둡고 춥고, 무서운 것도 많잖니." 

"..." 

"집이 없어도 괜찮아. 아가, 우리가 너의 가족이 되어줄게." 



후타쿠치는 제 손이 점점 따스해지는 기분을 느꼈어. 점점 뜨거워지는 눈시울에 결국 크게 울음을 터뜨려.



"그래, 그래. 우리집으로 가자."



그렇게 마츠카와 부부가 후타쿠치를 안아들고 집으로 돌아왔어. 



"잇세이? 잇세이-." 

"엄마! 아빠!"



후타쿠치 또래로 보이는 한 남자아이가 뛰어나와. 그러다 아빠 품에 안긴 후타쿠치 보고 멈칫하지.



"잇세이, 엄마가 말했었지? 우리 가족이 될 친구야." 

"...가족..." 

"응, 잇세이가 잘 챙겨줘야해?" 



후타쿠치는 마츠카와를 빤히 쳐다보다가 고개를 휙 돌려. 부끄럽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고. 마츠카와는 그런 후타쿠치 보면서 활짝 웃지.



"웅!"



그렇게 시작된 인연. 어느덧 마음을 연 후타쿠치가 제 이름도 알려주고 자기보다 1살 많은 마츠카와를 엄청 잘따라서 부모님들 안심하는거. 근데 애가 뭐든 나서서 하지 않고 방에서도 구석에 가만히 있는 시간이 많으니 너무 안타까운거지. 저 어린 애가 도대체 무슨 일을 겪었길래. 마츠카와 역시 이 자그마한 아이가 너무 걱정이 되는거야. 하루는 후타쿠치가 악몽을 꾸는지 몸을 비틀며 우는걸 보고 마츠카와 역시 크게 놀라. 자기도 울음이 나올 것 같은 기분을 꾹꾹 참고 후타쿠치를 꼬옥 안아줘. 



"괜찮아. 괜찮아."



울먹이는 목소리가 몇번 이어져. 괜찮아- 괜찮을거야.- 후타쿠치에게 그 목소리가 들렸단 것일까 눈물이 가득한 두 눈을 뜨곤 저를 안고있는 마츠카와를 발견해. 그 손이, 말이 너무 따뜻해서 후타쿠치는 마츠카와 옷자락 부여잡겠지. 태어나서 이렇게 따스한 온기도 처음이고 자신을 위해 같이 울어주는 사람도 처음이었던 후타쿠치. 



"...고마워."



후타쿠치에게는 모든 것이 처음일거다. 가족들이 다같이 모여 밥을 먹는 것도, 같이 외식을 하는 것도, 같이 외출을 하는 것도. 그리고 제 곁에는 아무도 없었던 후타쿠치의 곁엔 이제 늘 마츠카와가 있어. 둘이 초 중 고등학교 전부 다 같이 나오고 대학까지 들어가는거야. 이제는 진짜 가족이야. 가족사진에도 늘 후타쿠치가 함께하고 가족 모임에도 함께 해. 혹여나 애가 조금이라도 소외감 들까봐 마츠카와 부모님이 신경 쓰시겠지. 워낙 눈치도 많이 보고 겁도 많은 후타쿠치니까. 



"네들은 성이 다른데 왜 가족이야?"



초등학생때 반에서 누군가 말한 이야기에 후타쿠치가 엄청 상처받았거든. 그래 맞아. 우리는 진짜 가족이 아닌걸. 상처가 많은 후타쿠치는 또래보다 성숙했고 제 감정을 숨기는 날이 많았어. 덕분에 이 일을 한참뒤에 알게 된 마츠카와네는 후타쿠치 불러놓고 진지하게 얘기했겠지. 



"너는 우리의 가족이야." 

"성이 달라도 상관없어. 누가 뭐라고 하던 우리 가족이야." 



이렇게 자신을 정말 ''가족 처럼 여겨주는 마츠카와네 덕분에 후타쿠치는 마츠카와와 본격적인 연애를 시작할 때도 정말 힘들었을것. 가족인데. 나를 가족으로 생각하신다고 하셨는데. 그리고 나는 남잔데. 마츠카와는 걱정하지 말라고 했지만 어떻게 그래. 후타쿠치 그래서 고백도 바로 못받았어.



"켄지가 좋아." 

"나도 잇세이 좋아요." 

"그런 의미가 아니라는거 알잖아." 

"..."



자신을 거둬주고 키워준 마츠카와네 부모님께 죄를 짓는 것 같아서 후타쿠치는 차마 바로 받아들일 수가 없었어. 



"잇세이가 결혼 할 사람을 데리고 오는 날은 잔치겠지?" 

"만나는 사람이어도 괜찮아." 

"그럼 그럼-." 



누구보다 마츠카와의 결혼을 연애를 그리고 아이를 기다리시는 것 같았던 모습에 후타쿠치가 더 조심스러웠어. 실망을 끼쳐 드릴까봐. 소중한 사람을 잃게될까봐. 



"난 안돼요. 잇세이의 부모님 내게도 부모님같은 분들인데. 그분들을 실망시켜드릴 수 없어요." 

"너라면 더 좋아하실 분들이야."



그말을 후타쿠치는 믿지 않았어. 마츠카와의 끈질긴 구애에도 애써 외면했지. 자기 마음을 꼭꼭 숨겨가면서 말이야. 마츠카와랑 사이도 어색해지고 마츠카와의 얼굴을 차마 볼 수도 없어서 후타쿠치는 늘 일찍 출근해서 늦게 집에 왔어. 식사시간도 겹치지 않았고 들어오자마자 자곤 했지. 하지만 얼마 안있어 마츠카와 부모님은 그 이유를 알게되지 않을까. 마츠카와나 후타쿠치를 둘다 오래 봐온 분들인데 당연히 눈치채시지. 안타깝고 속상했어. 후타쿠치가 무슨 생각으로 거절하고 피하는지 아니까. 이미 부모님 눈에는 둘이 좋아하다 못해 이미 깊은 사랑에 빠져있었거든. 후타쿠치 마츠카와 따로 불러내서 말씀하시지. 아버지는 마츠카와를 어머니는 후타쿠치를. 



"켄지, 요즘 고민있니?" 

"네? 그런거 없어요." 



웃는 얼굴에 슬픔이 고여있어 마츠카와 어머니는 마음이 안좋을거야. 



"음, 좋아하는 사람은 있고? 연애도 해야지." 

"..그러게요." 



후타쿠치 씁쓸히 웃어. 



"켄지." 

"네?" 



마츠카와 어머니는 한참을 뜸들이다 이야기를 꺼내. 어찌 말해야 이 아이가 죄책감을 느끼지 않을까. 



"나는 우리 켄지가 잇세이를 만나는 걸 반대하지 않아. 오히려 고맙고, 행복해." 

"..어떻게.." 

"네들 눈에 한껏 사랑하는 중임이 보이는데 어찌 몰라. 너희들을 20년 이상 보는데." 

"..죄송..ㅎ.." 

"죄송하지 않아도 돼. 나는 우리 켄지가 그리고 잇세이가 행복하다면 다 괜찮아. 사랑하는 우리 아들들이 내린 결정에 절대 반대하지 않아." 

"...엄마.." 

"그래도 늘 엄마라고 불러줄거지?" 



타쿠치는 결국 참았던 눈물을 다 쏟아내. 너무 죄송스러운데 감사해서. 그래서 더 울었어. 마츠카와 부부는 사랑에 아파하고 제약에 아파하던 제 아들들이 너무 안타까웠을테니까. 그날 후타쿠치가 마츠카와의 고백을 제대로 받아들이고 둘이 손을 잡고 집으로 들어왔어. 어릴적부터 맞잡았던 손이지만 느낌이 달랐지. 몽글하고 따뜻하고. 그날 어머니는 그거 보시고 팥밥 하셨다고 :)

둘의 결혼은 조촐하게 이뤄졌어. 부모님과 정말 친한 친구들 끝. 후타쿠치 쪽의 부모님이 계시지 않기 때문에 마츠카와네 부모님이 반반으로 나눠서 앉아계시지 않았을까. 진심으로 쏟아지는 축복 속에서 둘은 반지를 나눠끼고 입을 맞췄어. 



"사랑해." 

"사랑해요."



이때까지 얼마나 힘들었을까. 둘이 독립해서 따로 나와 사는데 마츠카와는 후타쿠치가 하자는거 다 좋다하지 않을까. 어머니의 압력아닌 압력도 있었을 것ㅎ ㅡㅎ 



"켄지가 하자는건 다 해 그냥. 넌 그래야 해." 



근데 둘이 오래 같이 살아서 서로의 취향을 알고있으니 큰 충돌은 없을거야. 침실과 가구 그리고 음식이나 욕실. 서로가 마음에 들 신혼집을 꾸리고, 선물 받은 커플 잠옷과 커플 실내화. 그 어떤 부부 못지 않게 둘은 예쁘게 지낼거야. 아침잠이 많은 후타쿠치를 대신해서 마츠카와가 간단히 아침을 준비하고. 결혼 후 자택근무로 바꾼 후타쿠치는 출근하는 마츠카와를 배웅하고. 양 볼에 입을 맞추고 입을 맞춰. 

주말에는 마츠카와가 평일에는 후타쿠치가 집안일을 했는데 둘다 깔끔한 성격 탓에 그렇게 지저분하지도 않았어. 그러던 어느 날 누구보다 행복한 후타쿠치에게 청천벽력같은 편지가 도착해. 발신지는 [후타쿠치 아야네] 후타쿠치의 누나였어. 친누나. 후타쿠치는 편지를 물끄러미 내려다 보았어. 20년이 훌쩍 넘은 지금, 자신에게 편지를 보낸 이유가 대체 무엇일까. 대체 무슨 꿍꿍이일까. 차마 두려워서 열어보지를 못해. 무슨 이야기들로 자신을 괴롭힐까. 



"..도대체 무슨 생각이야."



한참을 망설인 후타쿠치는 조심스레 편지를 열어. 안에 적힌 깔끔하고도 짧은 내용은 금방 눈에 들어왔지. 후타쿠치는 기가찼어. 자신을 버렸던 사람들인데. 죽어서야 자신을 찾는거야. 근데 더욱 화가나는건.



"내가 이 편지에도 기쁘다는거야."



자신이 그 가문에서 잊혀지지 않았다는 것. 바로 그곳에서 찾아오는 이 작은 기쁨이 후타쿠치를 더 화나게 했어. 비참했지. 그렇게 버림받아 놓고. 하루종일 아무것도 할 수 없었어. 일도 손에 안잡히고 밥도 안넘어가고.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도 모르겠는데 마츠카와가 돌아왔어. 



"켄지, 나왔어."



아무 반응도 없는 곳에 마츠카와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방으로 들어갔어. 



"없네."



거실에도, 주방에도, 방에도, 화장실에도 그 어디에도 없었어. 조용히 베란다로 향하면 끊었던 담배를 물고있는 후타쿠치. 마츠카와는 그 모습 보다 소파 위에 던져진 편지를 들어. 



"..켄지.."



후타쿠치가 왜 저러고 있는지 이유를 알게되자 마츠카와는 주먹을 꽉 쥐곤 화를 삭혔어. 조심히 편지를 내려놓았지. 



"켄지."



사랑하는 내 사람이 상처라도 받았을까. 마츠카와의 목소리에 후타쿠치는 담배를 비벼끄곤 달려들어 안겼어. 익숙한 내음, 몸에 배여버린 바람냄새와 밤공기가 후타쿠치의 눈을 시리게 만들었어. 



"무서워.." 

"켄지야." 

"당신 덕분에 나 이만큼 행복해졌는데." 

"..." 

"나 또 슬퍼지면 어떡해, 응?" 



후타쿠치는 결국 눈물을 떨궜어. 더는 아프고 싶지 않아, 슬프고 싶지 않아. 파도가 치듯 일렁이는 마음에 불안감이 차올랐어. 얼마나 빨리 제 마음을 잠식했는지 손이 떨리고 숨이 가빠졌어. 무관심. 차라리 나를 때리기라도 하지. 어렸던 후타쿠치에게 무관심은 채찍보다 아프고 폭언보다 힘들었어. 



"잇세이, 나 좀 살려줘요." 



후타쿠치의 몸을 강하게 안은 마츠카와는 우선 제 사랑하는 사람이 빨리 괜찮아지기를 바라며 머리를 쓰다듬으며 귓가에 입을 맞췄어. 



"내가 있잖아. 당신 옆에 20년이 넘게 늘 함께하던 내가 있잖아. 자기야, 뭘 그리 무서워 해." 

"그래도, 그래도.." 

"당신에게 가족은 우리야. 그들이 아닌, 우리." 



그러니 걱정하지 말라고. 당신을 절대 놓지 않겠다고. 마츠카와는 후타쿠치를 한참 안고 있었어. 조금 괜찮아진 후타쿠치가 잠에 들락말락했지. 마츠카와는 그런 후타쿠치를 안은 채였어. 



"...죽었대요." 

"..." 

"왜 이제와서 찾는걸까요." 

"..." 



마츠카와 역시 이해가 되지 않았어. 그 어린아이를 차가운 밖에 버려놓고. 이제와서. 



"켄지가 원하는대로 해." 

"가지 않아요. 안갈거야." 

"그래." 

"죽어도, 죽어도 가지 않을거야."

"응, 그러자." 



후타쿠치는 눈을 꼭 감았어. 어쩐지 오늘 밤은 악몽을 꿀 것 같은 기분이 들었지. 어릴적 자주 꾸던.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편지가 후타쿠치의 머릿속에서 거의 잊혀져갈 무렵, 전화가 왔어. 



"네, 여보세요." 

"거기가 후타쿠치 켄지상의 댁인가요." 

"...당신 누구야." 



자신의 이름. 이제는 마츠카와 켄지가 된 자신의 이름이었지. 이 이름으로 부르는 사람이라면. 



"오랜만이구나. 켄지." 

"..누님." 

"편지가 제대로 갔는지 모르겠구나." 

"..왔습니다."



후타쿠치의 누나는 한참 말을 잇지 않았어. 후타쿠치 역시 입을 열지 않았지. 



"네가 오지 않을거라곤 생각했단다." 

"...그러면서 보내신 이유는요." 

"네 마음을 조금은 알고 싶었던거지."

"저희 집 주소랑 번호는 어떻게 아셨어요." 

"후타쿠치 가문이 어떤지는 네가 더 잘알지않니."



후타쿠치는 주먹을 쥐었어. 당장이라도 끊어버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꾹꾹 참았어. 저 입에서 대체 무슨 말이 튀어나올지 궁금했거든.



"편지 내용 그대로란다. 네게 남기신 유산이 있어."

"···제가 옳다구나 하고 받을 줄 아셨어요?"



후타쿠치는 차오르는 화를 막을 수 없었어. 이제와서 유산을 주면 내 20년이 달라져? 나의 그 시절이 치유가 돼?



"그것말고도 전해줄 것이 있단다." 

"필요없습니다. 저는 이제 후타쿠치 가문의 사람도 아니고, 이미 그 집과는 20여년 전에 연을 끊은 지 오래니까요." 

"켄지." 

"그렇게 부르지 마세요."



후타쿠치는 거칠게 전화를 끊었어. 제 인생에서 이제는 완전히 사라진 존재들이라고 믿었는데, 그렇게 믿었는데. 아파오는 머리를 쥐어싸고 있었어. 어디부터 잘못된 것일까. 



"···나를 좀 내버려둬."



전화가 왔다는 이야기는 영영 비밀이 될 줄 알았어. 마츠카와에게 말하지 않았거든. 



"켄지, 가보자." 

"어디를요?" 

"집에." 

"응? 엄마랑 아빠는 저번주에 뵙고 왔잖아." 

"아니."



너희 집말이야. 마츠카와의 말에 후타쿠치는 딱딱하게 굳었어.



"거기를 내가 왜? 내가 왜 가야하는데."

"너 계속 힘들어하잖아. 아니야?"

"아니야. 나 안힘들어. 그냥 조금, 피곤해서 그래요." 

"네게 줄 것이 있다고 했어."

"···어떻게 알았어요."

"회사로 찾아왔었어. 켄지의 누나라고 하는 사람이."

"······미안해요."

"나한테 왜 미안해. 미안해 하지 않아도 돼."



마츠카와가 얼마나 당황스러웠을까. 제 누나라는 사람이 너무도 미웠어. 자신으로 끝나지 않고 마츠카와까지. 미안해서 좀처럼 고개를 들 수가 없었어.



"미안해, 미안해요." 

"나랑 같이 가자."

"···잇세이."

"내가 같이 갈게. 켄지가 상처받지 않으려면 아예 안가는 것이 제일 좋지만."



마츠카와는 후타쿠치를 제 품으로 끌어당기며 말했어.



"그 사람, 정말 진심이었어. 켄지가 꼭 와줬으면 하는 마음."



***



"마츠카와상, 맞으신가요."

"네, 제가 마츠카와입니다."



후타쿠치의 누나라고 자신을 소개한 여성의 말은 하나였어.



"후타쿠치가 본가에 한번이라도 올 수 있도록 해주시길 바랍니다."



본가의 사람이 되어 대를 이으라고도, 본가로 아예 들어오라고도 하지 않았어. 그저 잠시 들릴 수 있기만 바랄 뿐.



"어머니 아버지께서 참으로 많이 후회하셨습니다." 

"그 아이를 그렇게 내치신 일을 돌아가시기 전까지 후회하시던 분들이십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켄지를 내치신 일이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저도 물론 압니다. 하지만 그 아이에게 꼭 전해 주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부탁드립니다."



아야네는 그렇게 머리 숙여 부탁을 하곤 떠났어. 마츠카와의 손에는 후타쿠치가의 주소가 적힌 종이뿐.



***



"네게 피해가 될 일을 할 것 같지않아."

"하지만, 난 싫어요. 끔찍해."

"켄지, 알아. 하지만 언제까지고 피할 수도 없는 일이야."



네가 후타쿠치- 라는 이름을 가지고있는 한. 후타쿠치는 그 말에 제 입술을 꽉 깨물었어. 피가 나올듯이. 



"켄지, 네가 그래도 싫다면 더이상 이 얘기 하지 않을게."



마츠카와는 후타쿠치를 끌어안고 이마에 입을 맞췄어.  새벽, 마츠카와는 곤히 잠들어 있었고 후타쿠치는 그 옆에서 제 무릎을 끌어안은 채 멍하니 앉아있었지. 처음에는 화가 났어. 자신을 버린 사람들이니까. 마츠카와를 찾아갔으니까. 후타쿠치는 손에 들린 편지를 다시 읽어보았어. 간결한 글씨가 누이의 성격을 보여주는 듯했어. 하나도 변하지 않았어. 얼굴도, 성격도, 말투도, 글씨체도.



"조금이라도 변하지."



후타쿠치는 자꾸만 떠오르는 기억들에 고개를 숙였어. 사실, 제 누이는 자신을 무시하지 않았어. 내쳐지기 전까지도.



"켄지, 어머니 아버지가 나가셨으니 얼른 밥이라도 먹으렴."

"켄지, 여기 있으면 위험하니 얼른 나가 있으련."



후타쿠치는 글씨체에서 느껴지는 아야네의 말투에 옅게 웃었어. 그나마 제 유년시절 기억 중에서 행복했던 순간을 고르라면 마츠카와네 부부를 만나기 전, 아야네에게 선물을 받았을 때. 후타쿠치는 조심스레 일어나 옷장 안쪽 깊숙한 곳에서 자그마한 상자를 하나 꺼냈어. 먼지 한톨 없는 상자를 조심히 열면 안에 보이는 자그마한 브로치.



"선물이야, 켄지." 

"선···물···?" 

"몸에 지니고 다니면 좋은 일이 일어날거야."



푸른빛이 감도는 초승달 모양의 자그마한 브로치. 그 물건을 받고나서 후타쿠치는 가문에서 내쳐졌어. 그래서 그 브로치가 자신을 해하는 것이라 여기고 던져 버리려 했을 때, 마츠카와 부부를 만났어. 그렇게 후타쿠치는 브로치를 제게 가장 소중한 보물로 여겼지.



"···그거 하나만 고마워요."



후타쿠치는 브로치를 쓰다듬다 눈을 질끈 감아. 



"갈게요." 

"응?" 

"본가에, 다녀올게요." 

"켄지." 

"나 혼자서." 

"···괜찮겠어?" 

"잇세이를 데리고 가고 싶지는 않아요."



내게는 지옥같은 곳이니까. 후타쿠치의 마음을 읽은 마츠카와는 그저 머리를 쓰다듬어 줄 뿐이었어. 



"언제 다녀오게?" 

"오늘이요." 

"오늘?" 

"연락하지 않아도 알 거야."



내가 오늘 간다는 것을.



"잘 다녀와." 

"응, 그럴게요." 

"당신이 좋아하는 얼그레이 케이크 사놓고 기다릴게." 

"좋다." 

"사랑해, 당신이 무슨 일을 하던 나는 당신을 사랑해." 

"응, 나도 사랑해요."



마츠카와는 제 기운을 나눠주듯 후타쿠치의 이마에 입을 맞췄어. 



"다녀올게요." 

"다녀오세요." 



후우- 후타쿠치는 크게 숨을 내쉬었어. 

[二口]

그 어릴 적 봤던 것이 전부인데, 여전히 크고·····.



"토할 것 같아."



후타쿠치가 벨을 누르자 익숙하게 문이 열렸어. 길을 따라 천천히 들어가면 아야네가 문앞에 서있었지.



"올 줄 알았단다." 

"좋아서 온 것은 아닙니다." 

"알아, 들어가자."



아야네의 방으로 보이는 공간으로 들어섰어. 책상에 놓인 부모님의 사진에 후타쿠치는 제 입을 틀어막았어. 울렁거려-. 그 모습을 본 아야네는 조심히 액자를 눕혀놓았지. 



"감사합니다." 

"켄지, 네 앞으로 유산이 남겨졌단다." 

"그건 필요 없어요." 

"네 몫이야." 

"아니요, 필요 없어요." 

"켄지." 

"그 돈은 받고 싶지도, 받아서도 안돼요."



후타쿠치의 단호한 태도에 아야네는 잠시 숨을 삼키곤 입을 열었어.



"네가 이 집에서 나간지도 딱 23년이구나." 

"·····."

"처음에는 나도 몰랐단다. 내가 일주일간 자리를 비운 사이 그렇게 된 일이니." 

"······." 

"나 역시 부모님을 원망했단다." 

"부모님이 너를 미워한 일은, 내가 아닌 이 편지가 말해줄 것 같구나." 

"···뭔가요." 

"어머니의 편지야. 물론, 아버지의 말씀도 있고."



제 앞에 놓여진 편지. 

[켄지]

정갈하게 쓰인 이름은 어릴 적부터 본받고 싶었던 어머니의 글씨였어. 후타쿠치는 자꾸 올라오는 구역질에 숨을 참았지.



"어머니는 돌아가시기 전, 내게 부탁을 하셨단다." 

"······." 

"너를 만나 이 편지와 유산을 전해주라고." 

"·····." 

"네게 사죄할 수 없는 마음을 모두 내게 짊어주셨지." 

"·····." 

"야속하게도 말이야."



아야네는 쓰게 웃었어. 후타쿠치는 그런 아야네를 바라보았지. 



"행복하게 살고 있더구나."



아야네는 짧게 웃었어.



"그 사람, 참 좋아보였어. 너를 많이 사랑하더구나." 

"······." 

"그 사람의 가족이 너를 거둬준 것, 다 알고있었단다." 

"······." 

"부모님도 알고 계셨어. 내게 말씀해주셨지."



후타쿠치는 묵묵히 아야네의 말만 듣고 있었어. 



"네가 행복해서 정말 다행이야, 다행이다." 

"그 편지는 네가 꼭 가져갔으면 한단다. 나 역시 무슨 내용인지는 몰라." 

"···고맙습니다." 

"네가 이곳에 오기까지 얼마나 힘들고, 큰 결심으로 왔을 지 알아."



아야네는 후타쿠치의 머리를 천천히 쓰다듬었어. 제 머리색과 똑같은 이 머리카락이.



"그래도 반갑고, 고마워." "···누님." 

"정말 잘 컸구나. 어릴 적 모습 그대로야. 변한게 없네."

"···누님도 마찬가지인걸요."

"나는 이제 많이 늙었지."

"···아니요, 안늙었습니다."



아야네는 5살의 후타쿠치의 모습을 머릿속으로 그려보았어. 항상 주눅들어있던 그 모습이 참으로 안타까웠는데. 자신을 보면 활짝 웃는 그 모습이···.



"참, 사랑스러웠는데."



아야네는 후타쿠치에게 팔을 벌려보았어. 후타쿠치는 그 제스처에 잠시 놀랐다 이내 울상을 지으며 그 품에 안겼어.



"너를 이렇게 안아준 것이, 그때가 마지막이었어서···."



아야네는 결국 눈물을 떨어뜨렸어. 그 작았던 아이가 이제는 이렇게 자신보다 커서는. 



"자주는 아니더라도, 종종은 와주겠니." 

"······." "네 옆에있는 그 사람과도 오려무나." 

"·····." 

"너를 키워주신 그분들도 모시고 꼭." 

"···네, 그럴게요."



후타쿠치는 아야네의 어깨에 눈물을 떨궜어. 5살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 들었어. 벚꽃이 휘날리는 아래 자신을 안아주던 아야네가 떠올랐어.



"누님, 사실··· 사실은, 정말 많이 보고싶었습니다."

"켄지."

"저를 키워주신 분들로 인해 외로움은 많이 적어졌다고 생각했는데···!"

"······."

"아버지와 어머니는 기억도 하고 싶지 않았는데."

"······."

"누님은 자꾸 보고싶었습니다. ···누님은요."

"····켄지-."



후타쿠치는 엉엉 울었어. 오랜만에 만난 남매는 그렇게 한참을 울었어. 과거로 돌아간 듯 소리내서 울었지. 저보다 10살이 어린 동생이 아야네는 늘 안타까웠어. 아픈 손가락이었지.



"···다음에는 잇세이랑 올게요."

"그래, 또 오렴."



후타쿠치는 아야네에게 받은 편지를 한손에 쥐고는 제 사랑이 기다릴 곳으로 떠났어. 



"다녀왔습니다-." 

"왔어?"



후타쿠치가 신발을 벗으며 들어오자 마츠카와는 환히 웃으며 반겼어. 몸이 녹아내리는 듯한 착각이 들만큼 따스했어. 



"보고싶었어요." 

"응?" 

"잇세이가 너무 보고싶었어." 

"나도. 우리 켄지가 너무 보고싶었네."



마츠카와는 후타쿠치의 입술에 입을 맞췄어. 마츠카와의 품에 거의 안기듯 주방으로 간 후타쿠치는 평소와 다름없이 밥을 먹고, 소파에서 마츠카와와 이야기를 나눴어. 마츠카와 역시 별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았어. 그나마 다행인 것은 후타쿠치가 편해보인달까. 눈밑은 조금 빨갛게 부었지만. 



"잘자요." 

"응, 켄지는 아직 안자?" 

"아직요."



마츠카와가 곤히 잠들었을 때 후타쿠치는 편지를 손에 쥐고 거실로 나왔어. 열어보고싶지는 않았어. 하지만, 무슨 이야기가 들어있을 지는 궁금했지. 



"···쓸데 없는 이야기겠지. 온통 변명뿐."



후타쿠치는 감흥없는 손길과 눈빛으로 편지를 꺼냈어. 조금 두터운 종이들. 



"뭘 이렇게 많이···."



[켄지에게.]

짧은 문구로 시작하는 편지는 빽빽하게 글씨로 채워져있었어.

[너를 이름으로 불러보는게 얼마만인지 모르겠구나. 잘지내고 있으니 다행이다.]

후타쿠치를 멀리서 보고있던 듯 이야기는 순차적으로 이어졌어.

[네가 태어나고 이틀째 되던 날, 마을에 기괴한 소문이 돌았단다.] 

[어디에선가 남자 아이가 태어났는데, 이 아이때문이라고-. 그리고 그 시기에 태어난 아이는 너 하나뿐이었지.] 

"우리 아이는 아니라고요! 아니야!" 

"그 아이가 이번에 태어난 남잔데 무슨!" 

"아니야! 아니라고! 켄지!"

[너를 빼앗길까 두려워 너를 버리겠다고 했단다. 그래야 너를 잃지 않으니.] 

"넌 절대 여기서 나오면 안돼. 알겠니." 

"어머니라고 아버지라고도 부르지 말거라."

[그 어렸던 너를 내치는 내 마음도 찢어질 듯 아팠지. 하지만 너를 밖에 내보낼 수가 없었단다. 너를 본 사람들이 분명 너를 데려갈테니.]

"나는 너를 낳은 적이 없어. 알겠니."

"···어, 머니···." 

[네가 커가면서 더는 이 집에서 너를 감출 수 없다고 생각했다. 네게 정을 주지 않으면서까지 떨어뜨려 놓았는데, 너는 나날이 커갔지. 너를 다른 사람에게 빼앗겨 생사도 모를 바엔. 그래, 차라리 내가 너를 놓자-. 이것이 나와 네 아비의 결정이었다.]

"후타쿠치가에는 얼씬도 말거라." 

[너를 데리고 간 마츠카와가 역시 조금 알아보았단다. 따뜻한 사람들이더군. 다행이라고 생각했단다. 너를, 그렇게 멀리서라도 볼 수 있어서.]

"형! 같이 가!"

"켄지, 얼른 와!"

[미안하구나, 미안하다. 너를 잃을까봐-. 라는 변명이지만 이렇게밖에 할 수 없는 내가 너무도 밉구나.] 

[너를 보내고 몇달을 입을 떼지 못했다. 구역질이 나와서, 내 자신에게 말이지. 그 어린 너를 내 스스로 정을 주지않고 떼어버린 그 순간부터 나는 어미로서의 자격도 잃어버렸겠지. 아야네에게도 말이야.]

"어머니께 실망입니다. 켄지를, 켄지를···, 다시 데려와주세요."

"그럴 순 없다." 

"어머니." 

[이 편지를 쓰는 지금, 아야네와 이야기를 조금 했단다. 네가 행복하다는 이야기를 들었지.] 

"켄지는 행복해요. 우리가 없어서 더욱이." 

"···그렇구나." 

[너를 차마 볼 수는 없어서 5살 이후로는 네 얼굴을 볼 수 없었단다. 그냥 들려오는 소식을 의존할 뿐. 커가면서 나를 닮던 너를.] 

"켄지, 에게···, 이 편지를 꼭···." 

"···네." 

[아가, 미안하구나. 너무 미안하구나. 어미가 이런 사람이라서 미안하구나.] 

"부탁한다···, 아야네." 

[부탁 하나만 들어주겠니.] 

"네···."

[이제껏 너를 불행하게 했던 일들보다 너를 행복하게 만들어줄 순간을, 많이, 만들렴.]

[너를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너만을 아껴 줄 사람을 만나길 바란다. 아니, 만났을거라고 생각한다.] 

"편히 쉬세요."

[그리고 정말 마지막으로, 네게 평생 하지 못했던 말을 이제야 하는구나.] 

"켄지는, 걱정 마세요." 

[켄지, 사랑한다. 나의 아가.] 



***



후타쿠치는 한참 말이 없었어. 아무리 그래도 버리지 말았야지. 아니, 나를 무시하지는 말았어야지. 내게 상황을 설명하고 차라리 멀리 유학이라도 보내···. 



"이게 뭐야···, 이게 뭔데···." 



후타쿠치는 어깨를 들썩이며 울음을 터뜨렸어. 원망하던 사람을 이렇게 편지로 만나는 것도 싫었지만 편지 내용 역시 혼란스러웠어. 지금 당장 용서를 할 수는 없었어. 20년이 넘게 상처받았던 마음을 쉽게 돌릴 순 없으니까. 



"너무 늦었어."



하지만.



"그래도 고마워요."



늦게라도 내게 손을 내밀어줘서. 후타쿠치는 한참을 편지를 손에 쥐고 울었어. 그동안의 상처를 닦아주는 것 같아서. 상처가 났던 자리에 새살이 돋았어. 다음날 후타쿠치는 느즈막히 눈을 떴어. 주말이라 다행이지, 하마터면 마츠카와 배웅도 못할 뻔 했어. 마츠카와는 밖에서 음식을 하는지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려왔어. 후타쿠치는 잔뜩 부은 눈을 겨우 떠 서랍에 넣어놨던 다른 편지 하나를 들고 나가.



"잇세이." 

"켄지, 깼어?" 

"응."



후타쿠치는 마츠카와에게 제 손에 들린 편지를 건냈어. 



"이게 뭐야?"

"잇세이꺼."

"응?"

[안녕하세요, 지금 켄지의 옆에 계신 분이시겠지요.]

"잇세이 오늘 아침은?"

"점심입니다만?"

[어린시절, 무능한 아비 어미때문에 사랑을 많이 받지 못했습니다. 사랑받을 자격이 충분한 아이인데요.] 

"뭐야, 그럴 수도 있죠!" 

"네네-, 연어덮밥입니다."

[분명 많은 사랑을 주실거라고 믿습니다.]

"맛있어?"

"응, 최고!"

"입에 묻었다."

"응? 어디?"

[부디, 잘부탁드립니다. 끝까지 사랑해주세요.]

"여기-."

"아, 뭐야···, 손으로 떼주면 되는걸."

"그래서 싫어요?"

"싫다고 안했어요!"

[감사합니다. 켄지를 지켜주셔서.]

"오늘은 뭐할까." 

"엄마 아빠한테 갈까요?" 

"그럴까." 

"엄마표 치즈케이크!"

[멀리서나마 축복하고 있겠습니다. 마츠카와상, 감사합니다.]

"미리 연락드려야겠지."

"서프라이즈-! 어때요?"

[당신의 사랑에 감사드리며.]

"좋아."

"응!"

[후타쿠치 히카리]



"사랑해, 켄지."

"응? 뜬금없이?"

"사랑해."

"뭐야···, 나도 사랑해요."



남은 삶, 더없이 행복하게 만들겁니다.

켄지가 행복하다면 저도 행복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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