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자가 광야를 걷고 있었다. 그는 사십 일째 금식으로 굶주렸다. 세례 받았던 머리카락은 버석버석 말라 바람에 흔들렸고, 먼지투성이의 긴 옷자락은 땅에 끌렸다. 그러나 그는 멈추지 않았다. 마치 영원히 걷기만 할 사람처럼, 걷는 것이 숙명인 사람처럼, 걷지 않으면 그 자리에서 죽어 버릴 사람처럼. 느리지만 꾸준한 걸음으로 끝이 없는 광야를 홀로 가로질렀다.

사십 일째. 무아지경으로 걷던 그의 앞에 한 점 불빛이 나타났다. 광야 한가운데 지펴진 그 모닥불 앞에는 한 젊은이가 앉아 있었다. 금발, 희고 맑은 피부, 생전 처음 보는 옷과 신을 신은 젊은이였다. 아래위 모두 검정 일색인 젊은이의 복장은 그의 시대, 그의 나라, 아니 그 어떤 세상에도 속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가 모닥불 앞에 서자, 젊은이는 친근하면서도 공손한 미소를 지었다.

“안녕하십니까?”

이 황량한 광야에 왜 이런 젊은이가 있는 걸까. 그는 의아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그러나 젊은이의 표정은 너무 자연스러웠고, 눈동자에는 악의가 없었다. 자신 역시 이 땅을 찾아온 사람이라는 생각도 떠올랐다. 자신이 걸을 수 있는 길이라면, 다른 사람 역시 걸을 수 있다는 생각도.

“안녕하십니까.”

그는 사십 일째 물 한 방울 마시지 못해 말라붙은 목구멍으로 잔뜩 쉰 답례의 말을 돌려주었다. 젊은이는 연민을 담은 미소를 지으며 물주머니를 들어 보였다.

“한 모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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