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망주의





쌍둥이가 태어나니, 반각의 차이가 둘의 운명을 결정지었느니라.

황제는 한 명의 아들을 오지로 보내는 선택을 하지 않으니.

이는 불행의 시작이라.


월국왕조실록 12장


두 개의 달

●●



아, 이것은 아마 어렴풋이 알고 있었던 일 일 것이다. 궁이 불탔고, 이미 나와 함께 공부를 하던 수 십명의 학도들은 목숨을 잃었다. 나의 쌍둥이 형, 아키테루가 왕좌를 탐내고 있다는 것을 알게된 것은 불과 며칠 전이었는데 그가 소중한 사람을 다 죽여서라도 왕좌를 얻고 싶어할 것이라곤 생각도 하지 못했다. 


힘들게 궁을 빠져나와 숲에 몸을 숨겼지만, 이도 얼마 지나지 않아 발각될 터였다. 


하늘을 바라보니 오늘은 보름달이 환하게 떴다. 밝게 빛나는 달을 바라보니 예전, 신관인 코우시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하늘 아래 두 개의 달은 있을 수 없지 않습니까.' 그는 예언했던 것이다. 그저 내가 너무나 무지하여 그 뜻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었다. 형보다 먼저 선수를 치라고 말했던 것이다. 


먼저 검을 뽑아들고, 먼저 창을 들어 심장 깊은 곳에 창을 찔러 넣으라고.


"오늘도 달이 참 예쁘게 떴습니다. 태자저하."

"여긴 어떻게 알고 찾아온 것이냐."

"어리석은 질문이시군요."


바위 아래에 몸을 숨기고 있던 나를 찾아온 사람은 코우시였다. 어리석다라, 그래. 네가 알지 못하는 것은 없지. 웃을 상황이 아닌데, 그의 대답에 낮은 미소가 흘렀다. 


"앉거라, 너로 인해 내가 죽을 것 같으니."

"그럼."


코우시가 앉았다. 그와 나는 하늘에 뜬 달을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으나, 어렴풋이 그가 나에게 하려는 말을 알 것 같았다. 


"전 저하께서 형님께 칼을 들지 못할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형은 이미 왕좌에 미쳐계셨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전한 것과 같은 말을 전한 것인가?"

"저는 황실의 신관이지 태자저하의 신관이 아니지 않습니까. 같은 말을 전하는 것이 제가 할 일입니다."

"너무 착실해서 토가 나올 지경이군."

"칭찬으로 듣겠습니다."


* * *


다그닥, 다그닥.

말 발굽 소리가 들렸다. 코우시는 "저는 이만 가봐야 겠습니다. 그럼, 부디 옥체 보존 하시길." 이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말타는 것은 꽤 좋아했는데. 말발굽소리가 이토록 무서웠던 적이 있던가. 


"핏자국입니다!"

"근처에 있을 것이다. 근처를 수색하라!"

"네!"


도망쳐야 하는데, 이미 화살이 한 번 박힌 다리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어찌저찌해서 옷으로 출혈은 간신히 막고 있지만 이 또한 오래가지 못할 것이었다. 


그때, 쓱-! 하는 소리와 함께 바위의 풀숲이 걷히는 소리가 들렸다. 내 운명을 직감하고 고개를 드니, 얼굴을 피로 뒤집어 쓴 형님이 피가 뚝뚝 떨어지는 칼을 손에 쥐고 날 바라보고 있었다.

이미 그는 내가 아는 형이 아니었다. 광기에 미쳐 붉은기를 띠고 있는 눈동자와, 길에 찢어진 입꼬리. 진정 그 모습이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였다. 


"안녕하십니까. 형님."

"고작 간다는 곳이, 이런 곳이라니. 어리석구나 아우여."

"제가 형님 손에 벗어나는 것 자체가 불가능 하지 않겠습니까."

"검을 뽑아라."

"그 또한 어리석은 짓이지요. 전 이미 불구입니다."


흰 천으로 둘둘 감긴 다리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는 실망했다는 듯 심장 부분에 칼끝을 댔다. 


"죽음을 택하겠다는 것이냐?"

"하늘 아래 두 개의 달은 있을 수 없지요. 그리고 이미 한 개의 달이 지고 있지 않습니까. 저는 이미 빛을 잃었습니다."

"네 그 멍청한 형제애가 널 죽음으로 이끈 것이다."

"그 멍청한 형재애 덕분에, 약 이십년간 행복하였습니다."


그는 내 말에 답을 하지 않았다. 날카로운 것이 내 살갗을 뚫고 들어왔다. 깊은 곳으로 아직 차가운 밤공기에 얼어붙은 칼날이 들어오는 게 고스란히 느껴졌다. 역류한 피가 입 안을 가득 채웠다. '죽음'이라는 단어는 그리 와닿지 않았다. 그저 서서히 빛을 잃어가는 중, 그렇게 생각되었다. 


나는 달이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달일 것이다.


저 하늘에서, 왕좌에 자리에 앉아있는.

나의 형님을 비추는 달일 것이다.


그것이 나의 운명이니.




--------------------------------------------------------------------





트위터 @middlelife__

독고. 독산.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