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드, 내가 잘못했어요. 내가 다 잘못했으니까, 제발 나 버리지 말아요."

어린아이가 떼쓰는 듯이 울고 있는 백금발의 소녀가 남자의 긴 다리에 안쓰럽게 매달려 있었다.

"그것도 명령이라면, 죽지 않는 한 받아드리겠습니다. My highness."
"싫어, 싫어."

고개를 도리질 하더니 집사 클로드가 아닌 클로드에게 다시 되물었다.

"나는 클로드에게 약속을 바래요."

집사로서의 클로드가 아닌 본연의 악마 클로드에게 자신의 사랑을 내걸었다.

"싫습니다."
"어째서죠?"

음습하게 눈을 빛내는 클로드가 빠르게 알로이스의 몸을 훑었다.

"당신은 더럽지 않습니까?"

그녀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자신은 악마고 사람을 무너뜨리는 것은 자신의 할일이였지만 그녀에게 그러는 것은 정말 내키지 않았다. 자신의 달콤한 영혼을 위해서는 복수심이 필요하고 증오스러움이 필요했지만 상대는 너무 어렸고 여렸다.

"그래도 난 포기하지 않을 꺼에요. 이 더러운 몸으로 집사 한번 홀려보죠."

물방울 어린 눈으로 클로드를 애처롭게 쳐다봤지만 클로드는 서서히 귀찮아지기 시작했다.

"몸을 섞어도 그때 당신이 제게 넘어오는지 아닌지 보겠어요."

남자들을 여럿 홀릴 것 같은 매혹적인 미소에도 클로드는 악마의 연륜으로 무시할 뿐이였다.

"클로드-"

유혹하는 듯이 말꼬리를 늘리며 옷단추를 풀어해치고 다가오는 그녀에게 조금은 그 향취에 홀리고 싶지 않았을까 했지만 그러기에는 영혼의 달콤함과 절망의 맛이 입을 자극하는 것보다 더하지는 않았다. 물론 덜하지도 않았다.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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