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가 평소보다 일찍 끝난 날이었다. 버스에 올라 사람들과 어깨를 맞댄 채 흔들리며 창밖을 내다봤다. 그날따라 금빛 물결이 너울거리는 강변이 좋았다. 호박빛 하늘을 조각내고 반짝이는 가루와 섞어서 강에 띄운 것만 같았다. 한편으로 윤슬이 마른 입술을 뜯어서 떨어진 껍질과 겹쳐보이기도 했다. 지금 지하철을 타면 더 멋진 풍경을 볼 수 있겠지 싶었다. 아주 약간은 들뜬 마음이었을까.

전철을 타자 먹먹하게 저무는 석양이 창문 너머에서 들어왔다. '노을이 손잡이에 걸려 있다'는 생각과 함께 자리도 많은데 괜히 일어나서 손잡이를 잡았다. 노을이 내 손에 들어왔다며 바보 같이 기뻐하고, 내 손바닥도 노을을 담으면 예뻐질까 하면서 히죽거렸다. 하루 내내 가라앉던 기분이 좋아지나 싶다가 문득 흘러가는 자연을 붙잡고 뭐하는 짓인가 우울해지기. 이런 이상한 행동이 나의 일상이다.


‘저 노을빛을 입에다 담아내 마른침과 함께 삼키면. 나도 밤이 될 수 있을 것만 같아서. 인간인 나는 밤도 아니고 어정쩡한 땅거미 밖에 되지 못하겠지만.’  

-2018.7.29.

어둠을 헤매는 자에게 글로써 작은 빛줄기라도 비추어 그들이 새로운 길을 찾도록 돕고 싶다. 세간의 병든 운석이 나를 상처 입히려 해도 나만은 이 빛을 잃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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