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연인과 바다를 보러 갑니다. 기차가 봄 사이를 달리는 와중에 제 옆자리에는 곤히 잠든 연인이 앉아 있습니다. 기차 안은 다행히도 따스해 잠을 자기에 좋은 환경입니다. 글을 쓰기에도요. 이 기차의 종착지 이후의 시간은 어떨까요. 연인의 즐거워하는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크게 차오릅니다. 얼마나 기대한 여행인지...


#1-1 
방금 연인이 고개를 움직이며 기댈 곳을 찾는 몸짓에 반응해 손 베개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한쪽 손이 묶여 더는 글을 쓸 수 없었습니다. 잠결에 기대어 손에 무게를 싣는 모습이 어찌나 사랑스럽던지. 오른쪽 볼을 살살 문질렀습니다. 무슨 꿈을 꾸나요.


#2 
시간이 지나가는 것이 아쉬워 글과 사진으로 순간을 붙잡는다는 연인의 초조함을 달래고자 전날 기차에서 쓰던 글에 대해 얘기했습니다. 행복하면 글이 쓰고 싶어지는 건 당연하고, 네가 기차에서 잠들었을 때도 글을 쓰고 있었다고요. 그러자 연인은 무슨 글을 썼냐며 궁금해했고, 손 베개를 해주느라 몇 자 적지 못했다고 답하자. 무슨 고양이가 발자국 남긴 그림처럼 그 순간의 상황으로 글이 맺어졌다고 재밌어합니다.


#2-1 
활짝 웃으며 즐거워하는 연인의 모습에 이 글을 마무리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그의 감상이 없었다면, 짧고 이상하고 어색하게 맺어질 글을 이렇게 쓰고 있을 리가 없을 테니까요.


21.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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