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게니움의 전투불능은 프로피의 참전으로 반전되었다. 쇼우의 개성으로 인해 한 덩어리가 되어버린 코스튬은 여전히 잉게니움의 움직임을 구속하고 있었지만 엔진으로서의 역할을 하기에는 오히려 더욱 유리해졌다. 우라비티의 능력으로 무중력 상태가 된 잉게니움은 프로피의 혀에 묶여 우라비티의 등 뒤에 고정되었다. 직선 방향의 발진은 잉게니움의 독무대였다. 잉게니움을 뒤에 업은 우라비티는 그 힘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방향 전환이 쉽지 않다는 단점은 프로피가 해결해주었다. 무중력 상태의 잉게니움과 우라비티는 무게가 없었다. 프로피의 힘만으로도 손쉽게 움직일 수 있었다. 세 히어로의 협동공격에 쇼우는 단연 밀렸다. 공격은커녕 방어하는 데에 급급했다. 바닥을 벽으로 바꾸는 것은 시도조차 할 수 없었다. 급하게 주운 잡동사니들을 하나로 뭉쳐 방패를 만들어내는 것이 최선이었다. 그러나 상황은 그 누구에게도 기울지 않았다. 세 히어로들의 협업이 쇼우에게서 반격할 시간을 빼앗은 것은 사실이었지만 그 이상의 것은 만들어내지 못했다. 우라비티, 잉게니움, 프로피 모두 화력이 강한 히어로는 아니었다. 쇼우의 방어막을 뚫으려면 순간적인 강한 화력이 필요했다. 세 히어로도, 쇼우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우라비티의 경로를 예상하여 방패를 휘둘렀지만 허공만을 가르기를 벌써 수 차례였다. 눈만으로는 쫓기 어려운 빠른 속도에 프로피의 변칙이 더해지니 상대하기 까다로웠다. 직접적인 공격을 먹은 적은 없었지만 방패를 휘두르는 데에도 꽤 많은 체력이 소요됐다. 거기에 우라비티에게 한 번이라도 닿으면 바로 제압당한다는 부담감도 있었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불리해지는 것은 쇼우였다. 어쩔 수 없어. 인생은 원래 모 아니면 도다. 다짐한 후 방패를 던졌다.

 원래 아무 생각없이 한 행동이 가장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는 법이었다. 쇼우의 손을 떠난 방패는 마침 잉게니움의 엔진이 잠시 멈춘 순간을 파고 들었다. 의도적으로 던진 것이 아니었기에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프로피가 황급히 혀를 잡아당겼으나 방패의 경로에서는 벗어나지 못했다. 우라비티가 반사적으로 허리를 뒤로 젖혔다. 방패는 그녀의 눈 앞을 아슬아슬하게 지나갔다. 무너진 자세로 인해 끊임없이 움직이던 우라비티가 멈춰서자 쇼우가 기회를 놓치지 않고 달려들었다. 개성으로 바닥을 무너뜨려 우라비티의 발목을 잡았다. 잉게니움이 개성을 사용하기 전에 공격에 성공해야만 했다.

 “해제!”

 우라비티의 외침에 고개를 들자 작은 돌맹이들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 보였다. 통하지도 않는 공격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가 했더니 돌맹이들을 공중에 띄운다는 작전을 들키지 않기 위해 주위를 끌기 위해서였던 모양이었다. 그러나 쇼우는 멈추지 않았다. 기껏해야 작은 돌맹이들이었다. 이 정도에 겁을 먹고 물러설 줄 알았다면 큰 오산이다. 생각하며 다리에 힘을 주었다. 우라비티와의 거리는 충분히 좁혀져 있었다. 크게 뛰어올라 한 번에 다가갈 생각이었다.

 그 순간 쇼우와 우라비티 사이에 커다란 폭발이 일어났다. 공중에 떠 있던 쇼우는 뒤로 날아가 벽에 부딪혔지만 발이 바닥에 묻혀 있던 우라비티는 타격이 없었다. 팔을 들어올려 얼굴을 가린 것이 끝이었다. 등 뒤로 가해진 강한 충격에 삼켰던 숨이 한 번에 터져나왔다. 그러고보니 폭살왕의 수류탄 하나가 공중에 떠 있었지. 전투는 순간 기억력이 좋은 쪽의 승리로 끝이 났다. 살짝 흐려진 초점 속에서 프로피의 도움받아 발목을 빼내고 있는 우라비티가 보였다. 팽팽했던 줄다리기가 끝이 났다.

 “3대 1이라니, 히어로가 할 짓이냐.”

 힘겹게 몸을 일으키려다 실패하며 쇼우가 말했다.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우왓, 너무해. 무시는 상처받는다고. 마음 약하기로 소문난 우라비티 정도는 대답해줄거라 생각했지만 차갑게 내려다보는 시선만이 돌아왔다. 빌런과는 말도 섞기 싫다고 말하고 있는 듯 했다. 혼자서는 움직이지 못하는 잉게니움을 안전한 곳에 옮겨 놓은 우라비티와 프로피가 쇼우에게로 조금씩 다가갔다.

 히어로의 직감이라는 것이 발동되고 있었던 걸까. 왠지 모르게 빠르게 달려가면 위험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최대한 조심스럽게 다가가고 있었던 것이 정답이었다. 방금 전과 비슷하게 빌런과 히어로 사이에 강한 폭발이 일어났다. 다만 위력만은 달랐다. 우라비티는 황급히 팔을 들어올려 급소를 방어했으나 열기만은 막을 수 없었다. 온 몸이 불에 탄 듯 화끈거렸다.

 “자, 잠깐만, 바쿠고! 쇼, 쇼우가 이제 그만 돌아가라고….”

 강한 폭발 후 찾아온 정적 속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전력질주를 한 듯 숨을 헐떡이는 목소리가 익숙했다. 아, 젠장. 계획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네. 쇼우는 체념한 듯 중얼거렸다.

 “어이, 등신. 거기 앉아서 뭐하냐.”

 자욱한 연기 속에서 바쿠고와 기조가 모습을 드러냈다.

 “…너희 셋은 아지트로 돌아가라고 말한 것 같은데.”

 “내가 니 말을 들어야 하는 이유는?”

 없지. 할 말을 잃은 쇼우는 원망할 상대를 바꿨다. 차마 가까이 다가오지 못하고 기둥 뒤에 숨어 있는 기조를 쳐다보며 ‘억지로라도 끌고 가라고 했잖아!’ 라는 눈빛을 보내자 ‘억지로 끌고 가려다가 마크가 기절해버렸는걸…. 나 혼자 어떻게 이겨….’ 하는 눈물 가득한 답이 돌아왔다. 어쩐지 모습이 보이지 않는 동료의 얼굴을 떠올랐다. 설마 바쿠고에게 제압당했을 줄이야. 쇼우는 강한 통증이 느껴지는 갈비뼈를 붙잡으며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

 “돌아가자. 얼른.”

 연기가 가라앉기 전에 도망가야지. 라고 말하며 바쿠고의 어깨에 손을 올렸지만 다친 동료를 부축해주는 손길은 오지 않았다. 손에 힘을 주고 어깨를 뒤로 밀었으나 바쿠고는 순순히 물러나지 않았다. 억지로 힘을 주고 버티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야, 돌아가자니까?”

 “저 녀석들은 안 죽여도 되는거냐?”

 바쿠고의 엄지 손가락이 자욱한 연기를 가리켰지만 그가 지칭하는 것은 그 너머에 있는 히어로들이라는 것을 쇼우는 알았다. 절대 안돼. 답지 않은 진지한 얼굴로 강력하게 말했지만 그것이 오히려 바쿠고를 자극했다. 눈을 가늘게 뜨고 눈썹을 꿈틀거렸다.

 “…너, 내가 저 따위 녀석들한테 질 것 같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당연히 아니지. 쇼우는 생각했지만 말할 수는 없었다. 그럼 왜 도망가는거냐고 되물어오면 할 말이 없었다. 지금까지는 잘 따라오다가 왜 하필 오늘..! 울컥했지만 생각해보면 지금까지 순순히 따라왔던 것이 오히려 바쿠고답지 않았던 것이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래, 이게 바쿠고지. 이런 성격인 걸 알면서도 나는….

 “…바쿠고군?”

 쇼우의 과거 회상을 멈춰세우는 목소리가 들렸다. 아차! 싶어 더 강한 힘으로 바쿠고를 뒤로 밀었으나 그의 시선은 이미 한 곳에 고정되어 있었다. 어느새 옅어진 연기 너머로 우라비티와 프로피의 모습이 보였다. 두 눈을 크게 뜨고 눈썹을 축 늘어뜨린 표정은 절대로 빌런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진짜 바쿠고군이야? 정말로?”

 “…하? 우라라카?”

 이름을 불린 우라비티는 본능적으로 한 발자국 앞으로 나아갔다. 진짜 바쿠고군이야. 고등학교 졸업 이후 처음 듣는 목소리가 반가웠다. 그렇게 친한 사이는 아니었지만 당장이라도 달려가 세게 안아주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들었다. 유에이 시절 몇 명을 제외하고는 쉽게 다가오지 못하게 했던 그 바쿠고의 어깨 위에 쇼우의 손이 올라가있는 것이 신경쓰였지만 지금은 가볍게 무시하기로 했다. 바쿠고가 빌런 폭살왕이 되어버렸다는 소문만큼 유명했던 것이 그의 죽음에 관한 소문이었다. 그럴 리 없다며 무시했었지만 완전히 잊기는 어려웠던 그 소문이 말도 안되는 헛소문이었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금방이라도 흐를 것 같은 눈물을 억지로 참아내려 눈에 힘을 주자 이상한 표정이 되어버렸다. 그런 우라비티를 덤덤한 표정으로 쳐다보던 바쿠고는 한 쪽 입꼬리만을 올리며 웃기 시작했다.

 “하, 참나.”

 자신의 어깨 위에 있는 쇼우의 손을 쳐내고는 그의 멱살을 잡아올렸다.

 “너 설마 내가 저 녀석들이랑 만나는 걸 막으려고 한거냐?”

 쇼우는 황급히 바쿠고의 손을 두드리며 항복의 의미를 전달했다. 목의 압박보다는 금이 간 갈비뼈의 고통이 더욱 컸다.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바쿠고는 공중에서 쇼우의 멱살을 놓아주었다. 쿠션 없이 바닥에 엎어진 쇼우는 으억 하는 이상한 비명소리를 냈다. 갈비뼈에 금이 하나 추가된 것만 같은 고통이었다. 고통에 몸부림치는 동료를 내려다보면서도 바쿠고는 웃기만 했다. 하, 진짜 어이가 없네. 가소롭다는 듯 말하고 있었지만 이를 잔뜩 드러내고 있는 모습에는 분명 즐거움이 숨겨져 있었다.

 “고등학교 동창이든 아니든….”

 “…프로피, 뒤로 물러서!”

 두 팔을 뒤로 뻗으며 허리를 숙이고 다리를 벌리는 바쿠고의 모습에 우라비티가 황급히 외쳤다.

 “내 발판이 되는 건 마찬가지야!!”

 “얼른!!!”

 우라비티의 고함소리에 프로피는 황급히 뒤로 물러섰다. 개구리의 개성을 가지고 있는 프로피는 보통 사람들에 비해 탄성력이 좋았지만 멀리 뛰려면 그에 걸맞는 준비시간이 필요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무릎을 충분히 굽히지 못하면 그만큼 거리가 줄어든다는 것이었다. 본인조차 깜빡 잊고 있던 사실을 단 한 사람만이 눈치채고 있었다. 방어 자세를 잡으며 자신을 막아서려는 우라비티를 더 큰 폭발로 가속하여 지나친 그는 순식간에 프로피의 눈 앞까지 도달했다. 피할 곳 없는 공중에서 바쿠고와 마주한 프로피는 말 그대로 포식자 앞에 놓인 개구리였다. 눈보라 속에서 홀로 남겨진 것 같은 싸한 느낌에 개굴… 하는 소리가 저절로 흘러나왔다.

 “프로피!!”

 우라비티가 고개를 돌려 동료를 바라보았을 때는 이미 커다란 폭발이 일어난 후였다. 무엇인가가 빠르게 추락하여 바닥에 박히는 모습이 보였다. 빌런과 전투를 벌이는 상황에서 동료를 구하겠다며 정해진 자리를 이탈하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라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달려나가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 다른 사람을 신경 쓸 여유가 있냐?”

 얕보는거냐?!! 하는 고함소리가 뒤쪽에서 들려왔다. 그제서야 덤블링을 하듯 공중에 떠 있는 바쿠고의 기척을 느낄 수 있었다. 어느 틈에?! 라고 생각할 겨를도 없이 몸을 수그렸다. 고등학생 때 바쿠고의 싸움을 자주 보았기에 저절로 튀어나온 본능이었다. 우라비티의 등을 노린 폭발은 공중에서 일어났다. 칫. 하고 바쿠고가 혀를 찼다. 그 무엇도 공격하지 못한 폭발은 우라비티는 앞으로, 바쿠고는 뒤로 밀어냈다. 자신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는 우라비티를 따라잡기 위해 두 팔을 뒤로 뻗어 폭발을 일으켰다. 순식간에 자세를 고쳐잡은 바쿠고와 다르게 우라비티는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앞으로 넘어지지 않게 두 팔을 이리저리 흔들고 있는 그녀의 등 뒤에 자리를 잡고 다시 한 번 기습을 노리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이번에야말로 죽여주마, 둥근 얼굴! 하고 소리치며 자신마저 뒤로 밀려날 정도의 큰 폭발을 일으켰다. 이번에는 폭발의 반작용을 거스르지 않았다. 아직까지도 바닥에 붙어 빌빌 기고 있는 동료의 앞까지 물러났다. 폭발로 인한 연기가 가라앉고 쓰러진 히어로들의 모습이 보이기만을 기다렸다. 자신의 능력에 자만하여 적이 쓰러진 것을 확인도 하지 않고 등을 보이는 허술한 빌런들과는 달랐다. 바쿠고는 눈조차 깜빡이지 않은 채로 연기의 너머를 바라보았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연기가 가라앉고, 히어로들의 모습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바닥에 고개를 쳐박고 기절해 있을 줄 알았던 우라비티가 죽다 살아난 사람 같은 표정을 지은 채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그녀의 오른쪽 발이 검게 그을린 바닥에서 아슬아슬하게 벗어나 있었다. 칫, 살아있었냐. 우라비티의 허리에는 프로피의 혀가 감겨 있었다.

 “고등학교 때보다는 나아진 것 같네, 그래봤자 모브 놈들 수준이지만.”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올리며 말했다.

 “지, 진심으로 죽이려고 했지, 지금!!”

 사색이 되어 소리치는 우라비티를 보며 바쿠고는 뭐 그런 당연한 소리를 하냐는 듯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하? 너 지금 나랑 장난하는거냐?”

 “…우라비티. 아무래도 바쿠고군은….”

 “그, 그럴 리가 없어! 데쿠군이 분명..!”

 강한 부정으로 프로피의 말을 가로막았지만 뒤로 갈수록 자신감이 떨어져 목소리가 작아졌다. 형체를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검게 타버린 바닥 타일, 부상당한 동료를 도와주는 저 손길. (비록 동료는 오히려 더욱 아파하는 것 같았지만.) 부정할 수 없는 증거들이 눈 앞에 가득했다. 바쿠고군은… 진짜 빌런이 된거야? 묻고 싶은 질문이 입 안에서 맴돌았다. 그러나 뱉을 수 없었다. 돌아올 대답이 너무나도 명백했다. 우라비티와 프로피가 더 이상 공격해오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 것인지 바쿠고는 쇼우의 멱살을 잡고 어디론가로 이동하고 있었다. 우라비티는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뻗으며 한 발자국 앞으로 나아갔지만 소리는 내지 못했다. 붙잡아도 되는걸까? 로 시작된 고민은 또 다른 고민으로 이어졌다. 데쿠군에게 지금의 바쿠고군을 보여줘도 되는걸까? 그 무엇 하나도 대답할 수 없었다. 망연자실한 눈빛으로 빌런을 질질 끌고 가는 바쿠고군의 뒷모습만을 바라보았다.

 “…막지 않아도 돼?”

 보다 못한 프로피가 물었다.

 “모, 모르겠어.”

 어쩌면 좋지. 우라비티는 빛 한 줄기 없는 우주 속에 홀로 남겨진 기분이 들었다.

 그 순간 땅이 울렸다. 우라비티과 프로피는 물론 바쿠고와 쇼우까지도 비틀거리게 만들 정도의 강한 진동이었다. 또 다른 빌런이 나타난 건가 싶어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수상해보이는 것은 없었다. 무엇보다 바쿠고마저 당황한 눈치였다. 빌런의 공격이 아니라면 지진인건가 생각한 그 순간 빌런과 히어로 사이에 커다란 구멍이 하나 생겼다.

 “나왔다! 1층이야!”

 구멍 속에서 들려오는 목소리가 익숙했다. 그 구멍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어 잔뜩 경계하던 우라비티가 화들짝 놀라며 구멍 안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먼지가 가득하여 잘 보이진 않았지만 분명 사람이 있었다. 목소리의 이름을 부르며 손을 뻗자 익숙한 하얀 장갑이 나타났다. 개성을 담아 손을 잡자 순식간의 그가 공중으로 떠오르며 모습을 드러냈다.

 “데쿠군!”

 “아, 우라비티!”

 구멍에서 완전히 빠져나온 데쿠를 무너지지 않은 바닥 위로 옮겨 개성을 해제하였다. 안정적인 자세로 바닥에 발을 붙인 데쿠가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아래에 쇼토도 있으니까 부탁해. 라는 말에 고개를 돌렸지만 구멍은 이미 커다란 얼음덩어리로 막혀 있었다. 그리고 그 얼음 위에는 쇼토가 서 있었다. 

 “…여기는 멀쩡하구나.”

 얼음 위에서 뛰어내리며 말하는 쇼토에게 우라비티는 어색한 목소리로 그, 그런가? 하고 대답했다. 빌런의 개성으로 인해 로비 여기저기에 가시 모양의 기둥이 잔뜩 솟아있었고, 바쿠고의 폭발로 그을린 곳도 많았다. 멀쩡한건가…. 우라비티는 작게 중얼거렸다.

 “아, 그게 말이지. 우리가 있던 지하는 천장이 완전히 무너져 내려서, 여기도 당연히 그럴거라고….”

 어색하게 웃는 우라비티와 자신의 발언이 뭐가 잘못되었는지 모르는 쇼토 사이에 끼어든 데쿠가 두 손을 들어올리며 입을 열었다. 자신들이 지하에서 겪었던 일을 설명하고, 갑자기 사라진 빌런을 잡으러 가야 한다고 말하려는 도중 데쿠의 입이 서서히 멈췄다. 상황을 파악하려는 듯 이러저리 둘러보던 데쿠의 시야에 백금색의 무언가가 들어왔다. 그토록 보고 싶었던, 꿈에서까지 나왔던 바로 그 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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