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급할 필요 없어요 여주씨. 일단 마음부터 편안하게-"


"오케이... 편안... 하게..."







"여주씨 마음을 편안하게 가지라고 했지 누우라고 한 건 아니었어요..."


"앗, 네..."





마음이 편하면 원래 몸도 편해지잖아요? 저도 모르게 그만... 민망해서 어색하게 웃으며 편하게 늘어뜨렸던 자세를 다시 올곧게 세웠다. 자, 다시 한번 해볼게요. 문 교관님은 미소를 지으며 평소처럼 친절하게 말해왔고 나는 결의에 한 표정을 짓고 문 교관님을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집중, 집중하자 김여주.





하지만 아무리 집중을 해도 내 앞에 있는 가이딩 수치가 보이는 기계가 움직이지도 않았다. 결국 오늘도 실패인가 보다. 한숨을 푹 내쉬며 고개를 숙였다. 문 교관님은 조금 쉬었다 하자며 내 어깨를 살살 두드렸다.





"많이 어렵죠?"


"네... 완전요... 제가 가이드가 맞긴 한 걸까요?"


"그럼요. 여주씨는 잘 모르겠지만 여주씨 가이딩 기운이 느껴진다잖아요."


"...아주 미세하게?"


"...뭐라도 마실래요?"





지갑을 챙기는 문 교관님을 보며 낮게 웃었고 카페에 다녀올 테니 그동안 좀 쉬고 있으라는 말을 하고서 연습실을 나갔다. 나는 살짝 꼿꼿하게 세우고 있던 자세를 조금 느슨하게 풀며 의자 등받이에 편하게 몸을 기대며 천장을 쳐다봤다.





거의 열흘째 연습실에서 가이딩 연습을 하고 있는데 진전이 없는 날이 계속 이어지자 왜 못 하는 걸까. 다른 가이드들한테도 이야기를 들어보면 쉬운 것 같은데 왜 난 안 되는 거지. 이런 생각들만 머릿속에 채워졌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나도 내 나름대로 부담감을 느껴 지쳤고, 조 선생님하고 문 교관님한테도 미안한 마음이 생겼다. 괜히 나 때문에 바쁜 사람들 시간이나 뺏고. 물론 이런 내 마음을 알게 되신다면 쓸데없는 생각하지 말라고 펄쩍 뛰실게 뻔하지만.




이동혁은 어느새 팀에 합류해서 그때 봤던 그 팀원들하고 현장 임무를 같이 나가고 있었다. 그래서 이동혁 얼굴을 보는 게 전보다 줄어들기도 했고. 저번에 이동혁이 말했던 대로 센터에서 내 위치가 이동혁이 들어간 그 팀의 팀 가이드로 확정이 된 것 같은데 아직 가이딩도 못하고 있는 상태인데 어떻게 팀에 들어갈 수가 있을까. 일단 가이딩을 할 줄 알아야 뭐라도 할 텐데.





진짜 내가 이제 일반인으로 돌아간 건 아닐까, 가이드로 발현이 되자마자 바로 불법 연구소로 끌려가 오랜 시간 가이딩 착취를 당했으니 부작용으로 가이딩 기운이 사라졌을 가능성을 얘기하자 조 선생님은 나를 데리고 가이딩 측정실로 데려가더니 무슨 기계 앞에 데려가 앞에 있는 손잡이를 잡아보라고 하셨었다. 아무 생각 없이 하라는 대로 앞에 있는 기계에 있는 손잡이를 잡자 보이던 화면에 보이던 그래프에 변동이 일어났다.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조 선생님을 쳐다보자 나에게서 나오는 가이딩 기운이 흡수되어 그래프가 움직인 거라고 하셨다.





'이 정도면 진짜 F급 아닌가요...?'





그래프가 움직이긴 했지만 미세한 변동에 알고 보니 C급이 아니라 F급일지도 모른다는 내 의심에도 이동혁은 답답함에 제 가슴을 치더니 손을 뻗어 내 손을 잡아왔다.





'아니야. F급은 아니야 너.'

'가이딩이 진짜 정말 약하게 느껴지긴 해. 근데 뭔가 불안정하게 흘러나와.'





어떤 등급이든 일정하게 가이딩 기운이 퍼져야 하는데 현재 내 손을 잡고 느껴지는 가이딩 기운은 약하게 느껴지다가 갑자기 조금 더 강하게 느껴지기도 한다고 했다. 꼭 바람에 따라 약하게 또는 강하게 치는 파도처럼.





"...오늘은 진짜 꼭 성공하고 싶었는데."





작게 웅얼거리며 두 눈을 가볍게 감았다. 꼭 감은 눈앞은 깜깜한 어둠밖에 보이지 않았다. 대체 내 가이딩 기운을 어떻게 풀어내야 하지. 내 기운을 남에게 주는 것처럼 하면 된다는데 혼자 고민하고 있는 사이 문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고 나는 카페에 갔던 문 교관님이겠구나 싶어 눈을 떴다. 내 생각대로 문 교관님이 음료 트레이를 들며 날 보며 웃고 있었다.





"여주씨 그냥 아이스커피 사 왔는데 괜찮..."





트레이를 테이블에 내려놓고 내게 커피를 건네주던 문 교관님이 갑자기 말을 멈췄다. 일단 감사 인사를 하며 손을 뻗어 내게 주려던 커피를 받고서 왜 그러세요? 하고 묻자





"...여주씨 방금 뭐 했어요?"


"네? 쉬고 있었는데요?"


"분명히 수치가... 이게 움직이고 있었는데?"


"에이, 그럴 리가요- 잘못 본 거 아니에요?"


"아니. 진짜야! 여주씨 빨리 다시 해봐요."


"한 게 없는데...? 진짜 그냥 쉬고 있었는데."





빨리 다시 해보라는 성화에 결국 알았다며 대답을 하고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문 교관님도 나 때문에 힘들긴 하셨나 보다. 며칠 동안 그대로였던 기계가 움직였다니,





"...어라?"


"봐! 봐봐요! 움직이잖아 이게 수치가!!"





아까와 똑같이 문 교관님이 알려준 그대로 마음을 편하게 하고 내 안에 있는 기운을 뿜어낸다는 생각을 했는데 며칠 동안 미동도 없던 가이딩 기계의 화살표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놀라움과 당황스러움에 입이 벌어졌다. 멍하니 기계를 보고 있다가 고개를 돌려 문 교관님을 쳐다보자 활짝 웃으며 날 쳐다보고 있다.





"저... 가이딩 성공한 거죠?"


"네. 잘했어요 여주씨. 진짜 너무 잘했어."











가이딩에 성공했다는 소식을 누구보다 이동혁에게 먼저 알려주고 싶었다. 연습실에서 나와 이동혁을 찾아가려 했지만,





"어디로 가야 하지..."





항상 이동혁이 먼저 나를 찾아왔으니 걔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게다가 아직 나는 센터에서 주는 휴대폰도 없어서 이동혁에게 연락을 할 수도 없었고. 조 선생님한테 얘기하고 이동혁 어디 있는지 물어봐야겠다. 똑똑 두 번 노크를 하고 선생님 저 여주인데요. 어- 여주씨. 잠깐만! 선생님의 대답에 잠깐 기다리고 있는데 우당탕 무언가 넘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혹시나 선생님이 다쳤을까 무슨 일이냐며 소리치며 문을 열자 이동혁이 바닥에 엎어져있다.





"헐. 야. 안 다쳤어?"


"하... 이 사고뭉치야..."





금방 마무리해 준다니까 그것도 못 기다리냐 너는-! 약간 엄한 목소리로 얘기한 조 선생님과 머쓱한 듯 웃으며 일어나는 이동혁. 근데 이동혁의 얼굴에 보이는 잔상처와 팔뚝에 보이는 커다란 밴드. 너 다쳤어? 눈을 살짝 크게 뜨고 묻자 이동혁이 조금 다쳤다고 말해온다. 이게 조금이라고...?





"근데 여주씨는 무슨 일이이에요. 어디 아파요?"


"아, 아뇨. 아파서 온 거 아니고..."


"그럼 나 보고 싶어서 왔구나?"





어색하게 웃으며 대답을 피하자 이동혁이 경멸하는 표정으로 조 선생님을 쳐다봤다. 그러자 조 선생님이 뭘 째려보냐 얘기하며 턱을 치켜들었고 나는 웃으면서 고개를 돌려 이동혁에게 그래서 너 괜찮은 거야? 하고 물으니 고개를 끄덕인다.





"나 그럼 할 말 있는데 얘기해도 돼?"


"뭔데?"


"나 이제 할 줄 알아!"


"어????"


"나 가이딩 하는 거 성공했다고!!!!"





내 말에 이동혁이 눈을 커다랗게 뜨더니 우와! 크게 외치며 두 손을 올렸고 나는 이동혁의 손을 맞잡고서 방방 뛰며 같이 소리를 질렀다. 대박이지! 어! 정말 잘했어 여주야! 그런 우리를 보며 조 선생님은 옆에서 감격한 표정으로 손을 올려 입을 틀어막고 있었다.







"세상에... 왜, 왜 내가 뿌듯하고 그러지..."





그 모습에 웃음이 터진 나는 손을 뻗어 조 선생님 손도 잡고 이동혁하고 셋이서 강강술래를 하는 것처럼 빙빙 돌며 좋아하고 있는데





똑똑-







"...지금 다들 신난 건 알겠는데 좀 들어가도 될까요?"





문이 열려있는 줄도 모르고 셋이서 방방 뛰고 있었다. 민망해진 내가 입술을 말아 문 채 살짝 뒤로 물러나자 그런 나를 보고 씩 웃는다.







"다친 거 걱정돼서 보고 끝나자마자 왔더니 우리가 괜한 걱정을 했네-"


"어우, 제노야. 이동혁 얘 오자마자 엉엉 우는 거 내가 달래주느라..."







"엉엉 울지는 않았거든요! 아프다고 조금 징징거렸지."


"그게 그거지 뭐."






"그나저나 뭐가 그렇게 신나서 셋이서 그러고 있던 거예요?"


"아, 그게..."





나를 바라보며 묻길래 대답하려고 하는데 여주 이제 가이딩 할 줄 안대! 이동혁이 먼저 선수쳐서 대답을 했다. 이동혁의 대답을 듣고 모두가 오- 감탄을 하며 나를 쳐다본다. 그 눈길들에 민망해진 내가 어색하게 하하 웃자







"우리도 같이 손잡고 빙글빙글 돌아야 하는 거 아니야?"


"아, 아니에요-"


"축하해요. 아, 축하한다고 얘기해도 되는 거 맞죠?"


"네. 그럼요!"







"어, 근데 그럼 우리도 준비해야 되는 거 아니야?"


"그러게. 우리도 준비 해야겠다."


"무슨 준비요...?"







"동혁이가 그랬잖아요. 여주씨도 우리 팀에 들어올 거라고."





여주씨 데려올 준비해야죠. 고개를 틀어 이동혁을 쳐다보자 나를 쳐다보고 있었는지 눈이 마주쳤다. 팀장아 우리 빨리 준비해서 여주 빨리 데리고 오자! 외치고서 나를 보고 씩 웃는다. 조 선생님도 옆에서 고개를 작게 끄덕이며 일단 여주씨가 정식으로 센터에 가이드로 등록이 되어야 팀에 영입이 가능하니까 내가 등급 검사 날짜를 최대한 빨리 잡아볼게. 그러고서는 나에게도 조금이라도 몸에 이상이 생기거나 힘들면 말하라고 말하길래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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